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3월 초였어.
다들 새학기엔 설레고 들뜨고 그러잖아?
난 그닥. 하나도 안 설레고 하나도 안 들떴어. 1지망으로 쓴 학교를 튕겼거든.
집 앞에 있는 걸어서 5분 거리인 학교를 냅두고 걸어서는 약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서는 5분 조금 넘게 걸리는 그런 학교에 배정이 된 거야. 사실 나 특목고 지원했었는데..
특목고도 떨어지고, 인문계 고등학교는 1지망에서 또 떨어지고. 새학기부터 기분이 거지같았어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그럴만 하잖아?
..두 번이나 원하는 고등학교에 떨어져서 나 진짜 우울했어.
하늘도 진짜 너무하다.. 싶었지. 친한 친구들은 다 우리 집에 가까운 그 고등학교에 배정이 됬고,
나랑 안 친한 애들만 모조리 같은 학교가 되어 버렸거든.
자랑은 아니지만, 나 진짜 사교성 떨어진다.
처음 보는 애한테는 말 절대 못 걸고, 남 의식도 진짜 많이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이라
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까.. 막막했어.
이 고등학교가.. 소문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거든. 안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음 그런 학교 있잖아.
저 학교는 이러 이러하다는데 이 학교는 왜 이러냐. 이런 식으로 비교 많이 당하는 학교.
처음에 나 겁나서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폰으로 이 학교 배정받은 걸 알았을 때 울 뻔했다. 진심.
" OO아, 너 무슨 학교야? "
" 나.. ㅁㅁ고.. "
" 헐, 진짜? 나도!! "
" 아 진짜? 나도 거기야! 야 같이 다니자~ "
중딩 때 친하지도 않고 그냥.. 인사만 하는 정도였던 애.. 이름은 효연이라고 하자.
효연이가 갑자기 나한테 무슨 고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내가 ㅁㅁ고라고 말하니까 자기도 그 학교 배정받았다면서 막 친한 척을 하는 거야.
난 속으로 ' 아.. 뭐지.. ' 이러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는 으응? 했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으니까 " 아 그래..^^ " 하고 말았지.
그 때 얘 때문에 되게 떨떠름..하고 기분이 썩 좋진 않았는데..
지금 얘랑 엄청 친해질 줄 누가 알았겠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OO아 어디야? ]
[ 나 거의 다 와가 ]
[ 나 지금 학교 안이야. 빨리 와ㅠㅠㅠ ]
[ 알았어~ ]
학교 입학식날, 이 시점까지도 효연이 얘랑 전혀 안 친했어.
그저 같은 학교에 배정받은 몇 안되는 우리 반 친구라는 이유로 문자를 주고 받았던 거지.
그래도 난 효연이 아니면.. 아는 애가 거의 없으니ㅠㅠㅠㅠ 효연이한테 솔직히 고마운 마음도 들더라.
얼른 학교까지 뛰어가서, 효연이를 만났어.
만나서 인사를 하고,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막 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방송으로 ' 1학년 학생들 운동장으로 모두 집합하세요 ' 라는 소리가 들려서 같이 운동장으로 걸어갔고.
와, 근데 진짜 이 학교가 좀 커서 그런지 애들도 정말 많더라.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좀 작아서 한 학년에 반이 7반 밖에 없었는데 여긴 한 학년에 11반까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장도 엄청 넓었고, 교실도 많았고. 모든 게 새로웠어. 친구들도 그렇고.
" 우리 학교에 입학하게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 고등학교에서 여러분들의 꿈을 펼쳐나가시길 바라며.. "
교장 선생님이 나와서 훈화하시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도 안 듣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다 떠들기만 했어. 솔직히 고등학생 씩이나 되서 훈화를 정자세로 끝까지 듣고 있을 애들이
몇이나 될까. 선생님들도 다 그러려니.. 하시는 것 같았고, 나도 무신경했고.. 교장 선생님 죄송해여..
그렇게 기나긴 훈화가 지나가고, 두 명 정도의 애들이 단상 앞으로 나가서 상을 받더라.
인문계 실업계 가를 때 시험 쳤잖아? 그 시험에서 성적이 우수한 애들이라고 하더라.
나는 무표정으로 " 와.. " 하며 감정 없는 박수를 짝짝 치고 있었어. 효연이랑 같이.
근데 원래 고등학교 입학식은 이렇게 기나?
해도 해도 끝이 안 나더라. 안 그래도 추워 죽겠는데.
나도 지겹고 효연이도 지겹도 내 뒤에 애도 지겹고 내 앞에 애도 지겹고 그냥 다 지겨운 시점에,
뭐 이상한 걸 한다는 거야. 이 학교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학생 부장 선생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 1학년 신입생들의 입학을 기념하며, 1년 선배인 2학년 학생들의 축하 인사가 있겠습니다 "
.....? 뭐냐
원래 입학식에 이런 거 하나?
아니 안 그래도 지겨워 죽겠는데 축하 인사는 무슨 축하 인사야ㅋㅋㅋㅋㅋㅋㅋㅋ
짜증나서 몸을 막 배배 꼬면서 투덜대고 있는데, 옆에서 시부렁 대는 소리들이 들려오더라.
역시 사람 마음은 다 똑같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소리가 끝나자 마자 갑자기 어디선가 2학년들이 우르르르 나오더니 1학년이 서 있는 줄 옆으로
몰려와서 서더라. 효연이와 같이 11반에 배정받은 나는 1학년 가장 마지막 줄에 서 있어서, 우리 줄 바로 옆에는
2학년들이 있었어. 그것도 남자들이.
와, 겁나 부담스럽더라.
갑자기 " 우향 우! " 를 시키더니 우리를 2학년 쪽으로 보게 하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 미친..
선생님 명령이니 안 할 수도 없고.. 반 강제로 오른쪽으로 돌았지.
지금 상태는 1학년 - 2학년. 이렇게 바로 대면하고 있는 상태.
부담스러우니까 눈은 계속 운동장 바닥을 쳐다보면서 애꿎은 신발만 툭툭 치고 있었어.
내 새 신발에는 흙이 다 묻어버렸고..
열중 쉬어 자세를 하고 뚱.. 하게 그렇게 서있는데 효연이가 나를 계속 툭툭 치는 거야.
그래서 응? 하고 효연이를 쳐다봤지.
" 왜? "
" 야, OO아. 앞에 봐봐 "
" 어? 왜. 싫어.. 부담스러워 "
" 얼른 봐봐ㅋㅋㅋㅋㅋㅋ존잘.. "
" 싫다고.. "
" 아 얼른! 후회한다 "
" 아 왜.. "
귓속말로 그렇게 주고 받는데, 효연이 얘가 자꾸 정면을 보라는 거야.
부담스러워 죽겠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싫다고 계속 잡아뗐는데도 재촉하더라.
그래서 아 대체 뭐길래 저러나 싶어서 슬쩍 고개를 들어서 쳐다봤지.
진짜 웃긴 모양새로. 몸은 굳어있는데 고개만 꿈뻑 들었으니까.. 거북이 같았을 거야.
.. 당신 뭔데요
대체 왜때문에 이렇게 잘생긴 건데.
이렇게 생긴 사람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더라.
나 순간 멍.. 해서 약 3초간 멍 때렸어.
" 아... " 이런 표정으로. 입도 벌렸을걸 아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부렁. 효연이가 왜 앞을 보라고 했는 지 알겠더라고..
그러다가 내 자신이 지금 너무 웃긴 모습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바로 고개를 다시 내렸어.
되게 웃겼을 거야. 정말 못생겼었을 지도 모르겠다...하..
민망해서 고개 숙이고 있는데 효연이가 옆에서 실실 웃으면서 또 툭툭 치면서
" 잘생겼지 "
" ... "
" 잘생겼지? "
" 효연아 쫌..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계속 날 놀려.. 나쁜 슥기..
그냥 모른 척했어. 근데 나 금사빠..? 처음 보는 남자 사람한테 이러다니.
나도 내가 신기하더라.
어쨌든 한 5분 정도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학생 부장 선생님이 이러셔.
" 1,2학년들. 서로 마주보고 인사하세요. 그리고 맨 앞 줄 1,2학년들은 서로 악수합니다 "
아니 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교가 이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사까지는 이해하는데 왜때문에 악수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학생 부장쌤 이 백번 원망했다. 부장쌤 귀 좀 간지러우셨을 거에요.
인사는.. 마치 상견례하듯이 무사히 마쳤어. 물론 여기 저기서 피식 피식 거렸지만.
생각해봐. 몇 백명의 학생들이 서로 마주보고 인사를 해. 안 웃길 리가 없지.
그리고서 악수를 하려는데, 민망 민망 초민망. 내 앞의 오빠는 아무 생각 없었을 텐데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더 민망. 얼굴은 뻘개지고, 심장은 쿵쾅 쿵쾅. 내가 원래 상황 안 가리고 얼굴이 잘 빨개지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내 얼굴이 너무 원망스럽더라.
난 내 앞의 그 오빠랑 악수를 하고, 효연이는 그 오빠 바로 옆 오빠랑 악수를 했어.
나 손에 땀 찰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후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바다 될 뻔했다..
악수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 아씨.. 민망해 죽겠네 " 라고 말해버렸어. 내 시망같은 주둥아리.
그 말을 하고 내 입을 막고서 앞을 봤는데, 그 오빠. 씩- 웃더라.
내 얼굴이 웃겼나.. 말이 웃겼나.. 아님 나레기 자체가 웃겼나.. 왠지 입학 첫 날부터 흑역사를 만드는 것 같은 기분..
망글 똥글 생성 축하요.
컼.....설리 설리하게 쓰고 싶었으나..
반응 연재에요. 계속 연재할까요..녀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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