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살인의 최악의 형태이다. 그것은 후회할 수있는 기회를 전혀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배신이었다. 설마설마 했던 어렴풋한 감각의 전혀 착각이 아니었고 배신을 감지한 경계의 감각이었던 것이다. 혹시나 하던 막연한 불안감을 현실로 확인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우리가 만난지 3년째 되는 날에. 종인의 무덤덤하고 무관심한 성격은 언제나 나와의 특별한 기념일을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만난지 3년째 되는 날 그가 그랬으면 안됐다.
"하아....오빠... 좀더.... 읏...."
"........"
"좀...천천히...해줘....응?"
"..다리....더 벌려"
"알았어....하아...."
나는 멍하니 문틈을 통해 누군지 모를 여자와 몸을 섞고 있는 종인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날카로운것이 자꾸 가슴을 찔러대는 것같았지만 눈물이 시야를 가려서 도중에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나는 모든것을 봤다. 나와 같이 잠자리를 청할때처럼 사정전에 살짝 찡그리는 표정과 내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살짝 입술을 깨무는 버릇까지도. 여자와 종인은 꽤나 취했었는지 한 두번정도 더 정사를 가지고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동안이나 신음소리로 가득찼던 방이 조용해졌을때 나는 몰래 숨어있던 방을 나왔고 초점이 없으진 눈을 하면서 조용히 나는 종인의 집을 나왔다. 예전에 신문에서 그런것을 본적이있었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페닐에틸아민, 같이 자고싶을때는 옥시톡신이란 호르몬이, 그리고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나오는 옥시토신이 나온다고.하지만 그 모든게 2년이 지나면 사랑에 대한 항체가 생기기때문에 호르몬이 바짝말라보리고 싫증이 찾아온다고 했다. 내가 그 기사를 보고 종인이에게 혹시 나에게 실증난것이 아니냐고 물었을때 종인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나의 이마를 짧게 뽀뽀를 하면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을 말로써 표현하기란 참 어려워. 그 수많은 단어들과 문장들에서 나의 감정을 표현할만한 것은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슬퍼'라고 말했었었다. 나는 그의 말에 기뻐하면서 그를 꼭 안아줬었다.
'하지만 결과는 결국 이렇다'
슬픔을 넘어서서 깊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최근들어서 묘하게 종인이 차가워진 이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나의 심정은 도저히 정리가 안될만큼 강렬한 감정들의 소용돌이였다. 무엇보다 더 나를 아프게 한것은 종인이 여자와 잤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남자였으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꺼라고 생각했다. 사귄지 3년이면 권태기가 올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자고싶은 충동이 일수도 있다. 그런거는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 하지만 종인은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 여자를 안았다는 것 자체는 이제 종인은 동성과의 관계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종인이는 나와같이 게이가 아니었다. 종인이는 여자친구들도 꽤나 많이 사귀었었고 고등학교 1학년때는 이미 어떤 누나와의 관계로 동정을 뗐다는 것도 나는 알고있었다. 그런 종인은 고등학교 때 동아리에서 나를 만나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게이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사실 종인과 사귀면서 나는 언제나 죄책감을 가졌었다. 내가 멀쩡한 아이를 망가트린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종인과 반대로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내가 동성한테 반응한다는 것을 깨달은 진성게이였다. 친구들이 좋은거라고 가져온 가슴이 큰 여자가 신음소리를 내뱉는 동영상에 나는 그 어떤 성적인 흥분을 느끼지 못했고 우연히 본 게이동영상에 처음으로 발기를 하고 사정을 했을때 '아 나는 게이구나' 하고 처음 인식을 했었다. 우리는 연인이였지만 본질적으로 극명한 차이가 존재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이건 너무 잔인하다.'
차라리 내가 지겨워졌다고 말을 하고 찼으면 이렇게 슬프진 않았을꺼다. 이미 식어버린 마음을 가졌으면서 그는 나를 어설프게 챙기고 어설프게 같이 있어줘서 나를 결국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다. 죽어버린 눈빛을 하고 걸으니 얼마나지 않아서 나는 나의 자취방에 도착을 했다. 어두워진 방의 불을 키자마자 내 눈앞에는 2주년기념이라고 행복하게 찍은 우리의 사진이 보였다. 여기서부터였다. 여기서부터 나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져버렸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갑자기 나는 안 그래보이지만 꽤나 다정한 종인이에게 최고의 복수를 할 방법이 떠올랐다. 이 미친생각을 하면서 나는 무엇에 기뻤던건지 계속해서 웃었다. 평소에는 둔탱이란 소리까지 듣는 내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행동을 한건지는 나도 의문이었다. 채 5분도 안되는 시간내에 나는 복수를 위한 방법을 머리속으로 이미 다 계획해 내었다.
'약? 아니야 그건 너무 평범하다. 줄을 매달까? 아니다...칼로 베는게 제일 좋을꺼야. 되도록이면 나의 마지막 모습을 절대 영원히 죽을때 까지 잊지못하고 괴로워하는 종인의 모습이 보고싶으니깐..... 피로 범벅이 된 나를 본다면 분명 잊지 못할 거야.'
우선 제일 먼저 한 일은 종인에게 음성메세지를 남기는 것이었다. 분노한것을 들키지 않기위해서 최대한 다정하게 애기를 했다. 꼭 자취방에 와달라고....그 다음의 일은 칼을 꺼내는 것이었다. 대학교에 올라오고 교양으로 잠시 들은 생물강의 중에 교수님의 잡담을 떠올리면서 나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다. 망설임은 없었다. 이미 나는 분노로 제정신이 아닌상태였으니깐. 욕조는 몇분이 되지도 않아서 금새 뜨거운 물로 가득채워졌고 나는 조심스럽게 물안에 들어가서 칼을 손목에 가까이 대었다. 날카로운 칼날은 나의 연한 손목부근의 살을 베었고 살짝 흐르는 작은 핏방울을 보면서 아주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여자의 신음소리와 종인의 표정은 작은 망설임도 지워내버렸다. 살의 겉부분을 베어내고 칼을 쥔 손에 좀더 힘을 주어서 손목안의 동맥에 닿았다. 잘 잘라지지않는 동맥에 나는 내려치듯이 강한 힘으로 칼로 동맥을 베어내었다. 따뜻한 물속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소름이 돋는듯 했다. 강하게 베인 동맥의 상처로 피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꼈다. 고통과 함께 점점 의식이 흐려져갔다.
'얼마나.....지난거지....시간이.....'
"한 5시간 정도 지났어"
"....어?"
낯선 음성에 정신이 든다고 느낀순간 나는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아함에 눈을 뜨자 나는 어쩐지 몸의 감각을 느낄수가 없었다.
"축하해. 너의 선택대로 너는 이제 죽은 몸이야"
"누구........?"
"그냥.....살아있을때는 보이지 않고 죽어야 볼수 잇는 존재라고해"
".....저승사자라도 되는건가요?...."
"하하....재밌는 애기를 하는구나...내가 그렇게 생겼니?"
일반적인 저승사자와 사실 거리가 멀긴하다. 온통 희색옷만 입은 그 존재는 어쩐지 설명할수가 없이 생긴 남자였다. 인상이 흐릿하고 목소리도 낮지도 높지도 않은 안개같은 목소리였다. 일반적인 첫인상을 느낄수가 없었다. 잘생김, 평범함, 그리고 추함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남자였다.
"전....이제 어떻게 되는거죠?"
"죽은거지"
"지옥이라도 가나요?"
"아니 넌 그냥 존재하는거야."
"존재...?"
"그래. 거리를 부유하면서 계속 존재하면 돼. 그게 자살한 영혼의 길이니깐"
"......난....그....."
"하지만 그 전에 넌 대가를 받아야해."
"대가?......자살을 해서요? 아니면 복수를 해서요?"
"내가 준 삶을 포기한 대가지."
"지옥불이라도 들어가나요?"
"아니.간단해 그냥 보면 되는거야"
"보다니요? 뭐를요?"
나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을 하지않은채 살며시 웃더니 손은 나의 머리부근에 대었다.
"똑똑히 봐야돼. 대가란거는 그런거니깐"
무슨말이냐고 묻기도 전에 시야가 하얗게 변하고 무슨일인지 인식도 하기전에 나는 내가 동아리방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은 낮인듯 눈부신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있었다.
"종인아. 이번 딱한번만~"
"안돼.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나는 갑작스럽 들려오는 나의 목소리와 종인의 목소리에 깜짝놀라서 동아리방 책상 밑에 쭈구려서 숨어버렸다. 내가 들은것이 잘못 된것은 아닌지 동아리방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은 놀랍게도 나와 종인이였다. 내가 보는 나와 종인은 여전히 다투고 있었다.
"나 못믿어?? 나 진짜 딱 한시간만 있다가 올께. 응?"
"지금 애인앞에서 클럽가겠다는 소리가 나와?"
"....힝...그치만 이번에 막 이벤트도 하고 그런다는데...."
아까전에는 소름이 돋아서 미처 대화에 신경쓰지 못했지만 이제와서 들어보니 이건 나도 아는 내용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직 우리의 사이가 좋았을 무렵의 일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 남자가 애기한 '보라는 것'이 과거를 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를 했다. 이미 겪은 일을 다시 한번 보게 되자 나는 어쩐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똑같은 대화. 똑같은 상황. 똑같은 사람들. 나는 어려움 없이 다음 상황을 예상 할 수 있었다. 이 날에 나는 몰래 클럽을 갔고 그것을 종인에게 들킨다음 다투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우리는 화해를 해서 영화관에 가서 팝콘을 먹으면서 즐겁게 영화를 보았다.
"경수야 너 자꾸 그럴래?"
"잉잉 종인아아~"
"에휴... 진짜....못 말린다...."
부드럽게 종인은 웃으면서 과거의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생각해내었다. 행복했던 때의 모습을 보자 어쩐지 비틀린 감정이 다시 새어나왔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동아리방 구석에 있는 달력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 때로부터 일주일.....일주일이었다. 갑자기 종인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짧게라도 댓글 주시면 힘이 된답니다...-
[출처] 사랑의 탈을 쓴, 호르몬의 마법!|작성자 이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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