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새벽의 어두운 인스티즈 구석 질문.제안 창고에서 나직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꾹 쥔 인티인의 손에서는 식은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주르륵은 차갑게 그런 인티인을 내리깔아볼 뿐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
"기대...하는거 없어요. 그냥...그냥 좋아하는걸로 만족해요.
당신은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존재니까."
그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듯 인티인은 허탈하게 자조적으로 웃으며
괜스레 발끝 앞코로 시멘트 바닥을 여러차레 긁었다.
주르륵이 그런 인티인에게 성큼 다가와 검지로 턱을 치켜올렸다.
"이런걸 원하나?"
새벽이라 춥고 차가운 공기에 물든듯 차갑고 메마른
주르륵의 입술이 인티인을 덮쳐왔다.
깊은 프렌치 키스에 숨이 가빠지고 온몸에 힘이 빠져갈 무렵
문득 정신을 차린 인티인이 강하게 주르륵을 밀쳐냈다.
"뭐하는 거에요...!!"
"그냥 좋아하기만 할거라면 고백 같은것도 하지 않았겠지."
아닌가? 하며 비열하게 입꼬리를 틀어올려 웃어보이는 그를 보며
인티인은 분했지만, 아직도 그런 그가 좋다는 사실에 더욱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런거 바라지 않아. 하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씹듯이 내뱉을 뿐이었다.
"좋아해요....왜 당신은 날 좋아하지 않나요...?
나만...이렇게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편이야."
인티인이 놀라 고개를 들자 마치 도자기 인형처럼 아무 표정없는
주르륵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소름이 끼쳐 몸에 한기가 돈 인티인은 섬뜩해 두걸음쯤 뒷걸음질쳤다.
"내게 도움이 되는 한에서는.
언제까지고 좋아해줄 수 있어."
그도 그럴게, 난 운영자고- 넌 회원이니까.
더 이상의 것을 바라지마.
마지막 말은 화난듯이 낮게 인티인의 귀에 으르렁거리고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와 함께 주르륵은 사라져갔다.
"나도...동등한 관계였으면...좋겠어..."
혼자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인티인의 뺨을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2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