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루한] Lost my Valentine A
W: 애슈 (qscvb116@naver.com)
※ 제 작품 맞아여...!^^!;;
다행히도 루한은 백현에 대한 말을 묻지 않았다. 일종의 나를 위한 배려였다. 그것이 고마워, 루한을 더 챙겨주려 노력했다. 행복한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제 3자의 등장과, 혼란으로 인해 루한과 나는 흔들리게 되었다. 박찬열이였다. 지독하게도 익숙한 이름이였다. 그는 내 소꿉친구였다. 항상 찬열은 나보다 월등했고, 우월했다. 루한에게는 그 반대로 찬열이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찬열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찬열은 악의가 없었더라도, 나에게 찬열의 존재는 독이였다. 그런 찬열이 루한에게 관심을 보이자, 나는 루한에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조금이나마 사이가 벌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였다.
하지만, 루한과 나는 엇갈려버렸다. 옥상에서 관계를 맺다가, 루한이 관계 도중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싶다며 속삭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혼란에 빠졌다. 내가 루한을 사랑하지 않아서 혼란에 빠진게 아니였다. 나는 분명 루한을 사랑했다. 그렇지만……… 루한은? 나는 루한을 믿지 못했다. 오세훈은 루한을 사랑했지만, 루한은 오세훈을 사랑하지 않을 지도 몰랐다. 그래서 결국 그 말에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루한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날 옥상에서 상처를 하나씩 안고 돌아섰다.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루한에게로 돌아가려면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무덤덤한 척 해봐도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였다. 루한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한이 자살 기도를 했다.
교실에서 필기를 하고 있었는데, 복도가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막 소리를 지르길래, 하나 둘 씩 반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야. 루한 손목 그었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책상을 박차고 루한의 교실로 뛰어갔다. 뒤에서 선생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웅성대는 소리도, 시끄럽게 책상을 미는 소리도. 루한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루한의 표정은 체념과 포기를 담고 있었다. 무서웠다. 정말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때 체육창고에서 보다 더 위태로웠다. 그래서 화가 났다. 내가 나 떠나려면 다가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때 왜 손을 내밀어 줬어?
곧 분노로 눈에 뵈는것이 없어졌다. 나는 루한의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죽어봐. 죽어보라고. 그렇게 그어선 안죽지. 내 입에선 경악할 만한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말 하던 나조차 놀랄만한 악담이 루한에게 퍼부어졌다. 루한을 조롱하며 내 손목에 커터칼을 들이대자 루한은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절로 표정이 안타까움에 찡그려졌다. 왜 우리는 이렇게 엇갈릴까. 더 이상은 내가 정말 루한을 죽여버릴것 같은 두려움에 교실을 나와버렸다. 뒤에서 루한이 오열하는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내가 싫었고, 증오스러웠다.
한동안은 루한을 피해다니려 했다. 저번에 루한이 나를 피해다녔던 것 처럼. 하지만 나는 루한의 얼굴을 한참 보지 못하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사랑에 있어서 나약했다. 결국 나는 그의 뒤를 밟았다. 박찬열은 내 빈자리를 파고들어 루한과 많이 친해 진 것 같았다. 한편으론 안심도 되었다. 박찬열은 친구로선 꽤나 믿을만 한 친구였으니까. 그러다가 박찬열이 루한에게 키스를 하는것을 보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최악이였다. 차다리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황급히 돌아가려고 몸을 숨겼는데, 루한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어느새 나는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잡으려 루한은 쫒아왔다. 결국에 내가 먼저 멈춰섰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눈을 마주했다. 그 순간 우리사이의 벽이 소리없이 허물어짐을 느꼈다. 미친년. 내가 얼마나……… 뒷말을 삼켰다. 네가 죽으려 들어? 이미 루한에 대한 원망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난 루한이 다시한번 죽으려 할까봐 두려웠다. 그러자 루한이 벌벌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안 그럴게…….
왜 죽으려 했어?
루한은 그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아무리 물어도 입술을 꾹 다물어 결국 포기해버렸다.
나는 그런 루한을 벽으로 밀치고 키스했다. 이기적이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 만큼은, 조금이나마 루한이 날 사랑할 테니까. 나는 루한을 우리 집으로 데려갔다. 오랜만에 취하는 관계에 눈이 뒤집혀 정신없이 루한을 몰아쳤다. 루한은 늘 그렇듯 섹스 도중에 내 얼굴을 끌어 안았다. 그것이 너무 좋아 눈물이 났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 끝이 옅게 갈라졌다. 어느새 루한도 울고 있었다. 뭘 잘했다고 울어……. 우리는 정말로 어렸고, 뜨거웠다. 나는 루한의 손목에 있는 흉터를 손으로 그러쥐며 키스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안겼다.
변백현이, 모를리가 없었다. 역시나 변백현은 내 목을 졸라왔다.
너 또 그 걸레년이랑 사귀더라. 걔 너 안 사랑해, 병신아. 자꾸 이렇게 일탈하면……
네 아버지를 부르는 수 밖에 없어, 세훈아.
개같은 년. 정말로 백현은 악마였다.
그저 백현이 나를 겁주려, 나와 루한을 떼 놓으려 한 말인줄 알았는데 백현은 정말로 아버지에게 말해버렸다. 그 날 학교에 가려고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다짜고짜 아버지가 골프채를 들고 들어와 날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직감했다. 말했구나, 개 같은 년……! 구타는 끝없이 이어졌다. 까무러쳐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계속 맞고 있었다. 온 몸이 통증으로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그때,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 똑똑히 들려왔다. 나는 그대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웃었다. 들은게 분명했다. 우리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건 나와 아버지 외 한사람 밖에 없었다. ………루한.
역시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루한이였다. 나는 아버지가 제발 모른척 해주길 바랬다. 그러면서 루한에게 입모양으로 도망가라고 했다. 하지만 루한은 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은건지 도망가질 못했다. 아버지의 표정은……… 악마 그 자체였다.
아버지는 루한의 어깨를 잡고 방 안으로 내던진 후 루한을 강간했다.
루한은 고통어린 표정으로 울며 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울며 내 이름을 부르는 루한을 멍하니 보고있다가, 나는 내가 미쳐버렸음을 깨달았다. 악마같은 시간이 끝나고, 아버지가 문을 닫고 나가자 루한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으로 나에게 기어와서 애원했다.
내가 더럽더라도, 사랑해줘. 안아줘, 세훈아………
그 말을 듣고, 나는 머릿속으로 아버지를 죽이는 나를 그렸다. 너는 나를 사랑하면 안되었다. 이전처럼 나를 저울질하며 떠보며 가지고 놀아야 했다. 하지만 난 깨달았다. 루한이 날 사랑하고 있다는걸. 너는 나를 사랑하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난 곧 아버지를 죽이고 네 곁을 떠나야 할 테니까. 그래서 너에게 모진말을 했다.
너, 더러워, 루한.
그 말을 듣고 루한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옷을 입고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그곳에 남아 울었다.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거야. 루한.
그리고 난 아버지를 죽였다. 어떻게 죽였는지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무작위로 배에 칼로 난도질을 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몸이 아버지의 피로 젖어있었고, 아버지는 눈을 뒤집고 죽어있었으니까. 난 바로 옷을 갈아입고 학교로 갔다. 그리고 담임에게 자퇴서를 내밀었다. 담임은 의아한 표정이였지만 별 말 하지 않고 자퇴서를 받아주었다. 마지막으로 루한의 얼굴을 보고 가려고 루한의 반에 들렀지만, 루한은 없었다.
나는 아까도 말했지만. 루한의 모든것을 끊어버릴 만큼 강한 인간이 아니였다. 나는 찬열에게 부탁했다. 내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찬열에게 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부탁이였다. 곁에서 루한을 지켜주며, 가끔 소식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였다. 찬열은 내 부탁에 응했다. 그렇게 한 뒤에야 난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안에서 창밖으로 어른거리는 얼굴에 서글퍼졌다. 루한이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돌아 갈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난 루한이 날 좋아하는것보다 더 많이 그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더 상처받는다는게 맞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루한은, 아마 잘 지낼거다. 한동안은 나를 그리워 하겠지만, 곧 나를 잊어버릴거다. 루한이 나를 잊을 생각을 하니 조금 루한이 미웠지만, 괜찮았다. 그는 나를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내 세상을 창조한……
내 연인이였으니까.
박찬열은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연락을 해왔다. 역시나 생각했던대로 루한은 잘 지내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욱. 공부도 잘하고 예절도 바른 모범생으로 통한다고 했다. 내가 떠난 후로 루한은 점점 사회에 틀에 맞도록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이미 틀어져버렸는데. 씁쓸했다.
나는 감방에 들어갈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 나를 가장많이 도와준 사람이 성연주였다. 그녀는 나에게 흑심을 품고있었다. 딱히 모른척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나와 사귀자며 나를 유혹해왔다. 나는 무료한 눈으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번도 관계를 해본적은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형사직을 소개해 주었다. 직업이 없었던 나는 그것에 기꺼이 응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러웠다. 형사를 택하고 나니, 조금 더 현실이 눈앞으로 다가온 기분이였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접했다. 그렇게 휴유증이 갈만한 충격은 아니였다. 딱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녀를 죽인 범인의 취조는 내 몫이 되었다. 범인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살인 동기가 조금 궁금했을 뿐이였다. 정말 그것 뿐이였다. 그러다가 팩스로 배달된 범인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보고 그만 숨이 멎을 뻔 했다.
루한.
겁이 났다. 걷잡을 수 없이 겁이 밀려들었다.
몇일 뒤, 취조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였다. 손이 덜덜 떨리고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난 아무것도 모르는 형사를 연기했다.
밥은 먹었어요?
………….
내 말에 루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저히 몸이 떨려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심부름을 핑계삼아 밖에 나가려 했다. 그때 루한이 입을 열었다.
……제 세상의 전부였어요. 그사람이 없으면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있지 않았을 거에요. 저에게 새 생명을 주었고, 사랑이라는 걸 가르쳐 준 사람이였어요.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자상했어요.
그 말을 시작으로 루한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부분 투성이였다. 우리의 사랑은 그랬다. 모든게 혼란스러웠다. 루한은 생각보다 나를 절대적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루한은 말했다.
A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아니야. 나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우리는 서로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사랑한다는 그 말이 어려워 서로에게 등을 돌린 셈이였다.
이야기를 모두 끝내고, 루한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사랑한다는 말과, 믿음만 있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루한의 눈에는 나를 향한 애증이 서려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몰랐던 거다.
세훈아. 왜 너는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 말에 눈물이 났다.
아니야, 루한. 나는 널………
사랑했어.
그것도 아주……… 많이.
#
취조는 끝이 났다. 세훈은 범인의 동기를 우발적인 충동으로 인함. 이라 적어넣었다. 세훈은 취조가 끝난 후 비틀거리고 걸어나가는 루한을 돌려세웠다.
“난, 너를……….”
“……….”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어.”
“……….”
“………사랑해, 루한.”
“…세훈아.”
루한은 그 말에 슬프게 웃었다.
“…우리는 너무 먼 길을 돌아왔어.”
세훈도 루한의 눈을 마주하며 슬프게 웃었다.
“그 한마디면 우린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세훈은 루한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우린 돌아왔잖아.”
둘로 나뉘어 산산히 부서졌던 우리의 세상은, 다시 손을 잡았다.
사랑해, A
사랑해, 루한.
Fin.
로타인A |
쓴사람이 여운이 엄청나게 남았던 그런 팬픽. 우울우울하고, 무언가 먹먹한 글이지만 많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입니다. 로타인을 읽으시고 블로그까지 찾아오셔서 안게에 후기를 적어주시고, 메일로까지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행복했어요.
텍파는 초록창에다가 로타인 치면 흔히 찾을수 잇을거에요~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세루작가 애슈가 되겠습니다^_^~
자! 다음 타자는 마들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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