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그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이끄는 남자였다. 얄쌍하니 매끄러운 눈꼬리라던가, 웃을 때면 해사하게 빛나는 미소같은 것이 그랬다. 입을 다물고 똑바로 설 때면 위축될 정도로 날카로웠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드러내는 허점이 더없이 사랑스러운 남자였다. 그랬었다. 살갗을 찔러오는 서늘한 공기에 그는 겨우 눈꺼풀을 들었다. 시간을 보니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방은 아직 새벽의 어둠의 장막이 걷히지 않은 듯 어두웠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젖은 배게커버를 익숙하게 벗기고 방문을 열었다. 몸을 핥고 도망가는 찬 바람에 양 팔을을 감고 배게커버를 세탁기에 대충 던져넣었다. 그리곤 커피를 내리고, 커튼을 젖혔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세상은 고요히 침묵하고 있었고 그 위로 시린 눈만 내려앉고 있었다. 온 세상이 하얀 깃털에 덮여있었다. 한 곳도 빠짐없이 흰빛으로 가득했다. 시끄러운 옆집 꼬마의 발바자국도 없었다. 온전히 하얳다. 회색빛 구름은 날아가며 계속 흰 깃털을 떨어뜨렸고, 깃털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춤추며 우아한 발레리나처럼 사뿐히 내려앉았다. 숙련된 발레리나는 온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추악한 것들 위로 감싸안듯 누웠다. 토기가 치밀었다. 그는 서둘러 커튼을 다시 닫았다. 방은 다시 진회색 공기로 바뀌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시리도록 흰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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