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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반응 보면서 연재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요ㅠㅠㅠㅠ

감사합니다!

W.칸트

[방탄소년단] 뱀파이어 -03 | 인스티즈

 

 

전정국은 늘 띄웠던 장난기를 전부 지운 낯선 얼굴로 나타났다. 잔뜩 찢어져 너덜거리는 그의 반팔 박스티가 긴박했던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드러난 팔뚝에 무슨 고무가 패인 것처럼 움푹 팬 상처들이 보였다. 그렇게 깊은 상처임에도 붉은 자국이 없어 묘하게 그로테스크한 모습이다. 방 안에서 뒹굴거리던 지민이가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전정국의 시야에서 얼른 가렸다. 거실 바닥에 앉아 정호석, 김남준과 화투를 치던 나는 지민이의 다리 너머로 전정국의 몸통까지밖에 볼 수 없었다.

 

이건 하나의 게임이에요.”

그렇지. 네가 보기엔 물론 그러겠지.”

시비 걸지 말고 들어봐요. 민윤기랑 게임을 하는 건 나지만, 게임의 말은…… 저 여자애랑 형이에요.”

 

지민이가 울컥해서는 너희가 뭔데 우리를 말로 삼느냐고 따져 묻는 걸 전정국이 단호하게 나 그만 말할까요?’라 되물어 끊었다. 자신을 노려보는 지민이의 시선을 못 본 체 한 전정국은 잠시 숨을 골랐다. 공기가 필요 없는 그이기에 그건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이다. 그가 말하는 [게임]의 정의를 모르는 나는 그 틈을 타 가만히 지민이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설명을 요구하는 동작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지민이는 기다리라는 듯 내 손등을 몇 번 토닥거리더니 손을 옷자락에서 떼어놓았다. 철문 뒤에서 태형이가 으르렁댔다. 마치 우리 대화를 다 듣고 있는 것 같은, 전정국의 말을 재촉하는 예민한 반응이다. 평소보다 큰 울음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전정국이 한 음절을 입 밖으로 내자마자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이번의 게임은 대가가 좀 극단적이에요. 그래서 우리 둘 다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더 자세하게 말해봐.”

그러니까, 우린 결과에 서로의 목숨을 걸었다 이거죠. 지는 쪽은 죽어요.”

아주 가관이구만.”

중간 룰은, 자기가 아는 정보에 대해 상대방이 확신을 가지고 물었을 경우 올바른 대답을 해줄 것.”

그래서 넌 어느 쪽에 걸었는데?”

 

무표정하던 전정국의 얼굴에 그제야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박지민이 저 여자 인간을 지킨다.”

처음으로 네가 마음에 들었어.”

 

지민이는 흡족한 얼굴로 전정국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둘은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손바닥끼리 부딪힐 때 소리가 이었다는 것만 빼면 아주 일반적인 친구 사이 같아 보였다.

 

"화해 끝났으면 왜 그리 급하게 왔는지 이제 얘기 좀 해주지?"

 

정호석이 자기 패를 들여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다. 내가 전정국의 말을 듣느라 화투패를 내려놓았는데도 정호석과 김남준은 둘이서 계속 화투를 치고 있었다. 판은 내가 빠진 후에 오히려 흥미롭게 돌아갔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패가 돌아가고 짝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나면 둘 중 하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번엔 김남준이 울상이 돼서는 정호석에게 돈을 건넸다.

 

"하여튼 노인네들."

 

지민이가 쯧 혀를 차고 내뱉은 말에 김남준이 발끈했다.

 

"노인네들? 이렇게 젊은 노인네 봤어?"

"젊기는 개뿔이."

 

대들기가 무섭게 정호석이 팀킬을 했다. 김남준은 뒷목을 잡고 넘어가는 척을 했는데, 세 뱀파이어들은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았다. 나만 어색하게 웃으며 김남준의 어깨를 토닥여줬을 뿐이다. 잠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습한 것은 전정국의 박수소리였다. 그마저도 꽤 둔탁한 소리였기에 나는 그의 손이 멀쩡한지 지민이의 다리 너머로 확인했다.

 

민윤기는 여기를 모르는 게 아니에요.”

그리 생각한 이유는?”

나한테 질문을 했거든요. 당신들이 이곳에 있는 게 맞느냐고.”

 

그렇게 대답하는 그의 시선은 자신에게 질문한 지민이를 향했다. 지민이는 놀라는 제스쳐 없이 전정국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다. 별 반응을 하지 않는 평온한 지민이의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미친, 이것도 장난 같아요?’하고 그가 욕지거리를 뱉었다. 그러나 내가 보는 지민이의 모습은 그리 평온하지 못했다. 양 옆으로 늘어뜨린 두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그걸 증명하듯 두 손은 주먹을 꼭 쥔 채다. 전정국은 자신의 드러난 팔에 난 상처를 무의식중에 매만졌다. 육안으로도 제대로 보였던 깊이 팬 상처가 어느새 작아져있었다.

 

놈은 근처에 있어요. 기회를 보고 있는 거야. 그 새끼는 다른 형들이 끼어들지 않는단 걸 알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전정국은 마치 그런 민윤기를 두려워하기라도 하는 것 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 엄청난 새끼.’ 전정국의 말에 김남준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담요 위에서 화투패를 어지러이 섞던 손은 멈추지 않은 채였다. 그는 의아함에 빠져 있는 나를 보다가 화투패를 보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할 때 하는 행동이라는 걸 지난 1주일 간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만약에 윤기와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되면."

 

 

마침내 입을 연 김남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이 지민이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지민이는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그의 시선을 받았다.

 

 

"나와 호석이는 끼지 못해."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내 몸이 바싹 긴장했다. 공사장에서 나를 대피시킨 것은 예전 그의 말대로 그저 약속 때문이었던 걸까.

 

지민이 너도 물론 소중한 아이지만윤기도 마찬가지야. 비록 좀 삐뚤어지기는 했어도.”

 

내 대각선 앞에 앉아 있던 정호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적만큼 무서운 건 없다. 민윤기는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만큼 완벽한 상대였다. 그는 따로 들은 말이 없는데도 이렇게 나올 김남준과 정호석을 알았다. 전정국의 말대로, 정말 엄청난 놈이다. 지민이가 뭔가를 생각하느라 팔짱을 끼고 그 상태로 굳었다. 나는 다리에 쥐가 나는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지민이는 위험요소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내 앞을 다시 막아서지 않았다. 전정국은 자기 시야에 내가 들어오자 짓궂게 웃었다.

창문을 열어 놓지도 않았는데 바람이 살랑 불어와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소파 옆자리가 누군가의 무게로 움푹 꺼졌다. 전정국이 내 옆에 앉은 탓이다. 그가 이동할 때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바람까지 불었다. 그는 다리 하나는 소파 밑으로 내리고 등받이에 자기 팔을 걸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바로 옆에서 예의 그 살벌한 시선이 나를 향한다. 새빨간 그의 눈동자가 얼핏 보였다. 나는 일부러 그를 똑바로 보지 않고 시선을 피했다. 그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하자 전정국이 하하, 하고 약간 하이톤의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렇게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마. 몇 번 경험하더니 잘 하네.”

, 누구 덕분에 호되게 경험했죠.”

~ 생각이 있었던 거란다.”

 

뻔뻔하게 대답한 그는, 눈은 마음을 비추는 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존재의 천적인 그들의 본질이 눈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그들의 눈을 직접 쳐다보는 건 위험하다. 내가 움직일 수 없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했다. 최상위 포식자의 눈앞에 서있다는 공포, 그것은 사냥을 쉽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도구일 것이다. 문득 내 앞의 이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철저히 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쳐 오한이 들었다. 

 

민윤기는 이들과 다르게, 나에게 단 한 줄기 호의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롯이 적의만을 비치는 그의 눈을 마주한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전정국은 그걸 염두에 두고 나에게 눈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이전의 장난까지 호의로 포장하려고 하지만 그 정도도 눈치 채지 못할 내가 아니다. 한숨을 내쉬자 그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고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훑었다. 헤파린(heparin) 성분이 가득 든 타액으로 그의 입술이 젖었다. 어쩐지 불쾌해져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때 지민이가 굳은 몸을 움직였다.

 

누나, 떠나야 해. 석진이 형이 도와줄 거야.”

 

지민이는 이미 내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가 이를 악문 채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달려 갈 거야. 나는 지치지도 않아. 누나를 안고 대륙을 건너갈 거야, 전에도 한 번 해본 적이 있어."

 

그는 숨도 쉬지 않고서 빠르게 다다다 말을 내뱉었다. 이렇게 맘이 급해져있는 지민이는 내가 달랠 수 없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김남준과 정호석은 그새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난 고개를 뒤로 젖혀 전정국을 보았다. 전정국은 아까의 자세 그대로 붉은 눈을 빛내며 미소 짓고 있다. 그저 흥미로워할 뿐, 나를 도와줄 의지는 1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에게 도움을 구하는 자체를 포기했다.

 

굳이 달려야 돼? 다른 방법은 없어? 예를 들면 비행기라던가.”

비행기는 타기도 전에 따라잡힐 거야. 바다를 헤엄쳐서 갈 수도 있지만, 누나는 저체온증이 올 테지. 결국 방법은 하나야. 나를 믿어, 누나.”

 

그에게 안겨 달렸던 경험은 끔찍했던 순간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그래서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지민이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민이는 내가 불편하지 않게끔 자세를 재차 고쳤다. 나의 등과 다리를 받친 손이 더욱 단단하게 고정됐다. 반팔과 반바지는 빨래건조대에 널어놓은 탓에 외출복을 입고 있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조차 아까운지 이대로 출발할 모양이다.

 

"내 코트도 가져가야지."

 

내 말을 들은 지민이가 발로 전정국을 걷어찼다. 불만 가득한 어조로 뭐라 투덜댄 전정국은 순순히 코트를 가져다가 내 위에 덮어주었다.

사실 말이 덮어준 거지, 거의 던지는 수준이다. 나는 흐트러진 코트를 손으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힘겹게 껴입었다. 그러던 중, 철문에 왜인지 시선이 갔다. 오늘따라 울음소리도 자주 들리지 않는다. 먼지가 들어갔는지 갑자기 눈이 시려서 느리게 한 번 깜빡였는데, 정호석과 김남준이 그 문 앞에 서있다. 곧 정호석이 문 안으로 사라졌고, 김남준은 뭐라 형용키 어려운 애매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녀석이 밖에 있을 거야.”

알아.”

우리야 이렇지만, 김석진은 또 모르지.”

아니, 석진 형은 내 편이야.”

……걔는 형인 건가…….”

 

김남준이 쓰게 웃었다. 밑에서 올려다 본 지민이의 얼굴에는 표정이란 게 없었다. 김남준은 그런 지민이에게 가벼운 손짓을 해보였다. 그게 그 둘의 작별 인사의 끝이었다. 손짓을 마지막으로 김남준도 정호석을 따라 철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이번에는 눈 잘 감아, 누나.’ 지민이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멀미를 하던 나를 떠올린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꼭 감자마자 찬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몇 초간 빠르게 달린 지민이가 우뚝 제자리에 멈춰 섰다. 대륙을 건넌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멈췄다. 의아함에 실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이곳은 숲이었다. 초록과 갈색이 시야를 점령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와중에, 잎이 초록색인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노란색이 언뜻 보였다. 워낙 무생물처럼 굳어 있는 터라 그곳에 있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의 샛노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막 머리카락 주인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지민이는 자연스럽게 내 얼굴을 자신의 품으로 돌렸다. 단단한 지민이의 배에 내 코가 닿았다. 뒷통수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바로 민윤기다. 몸이 잘게 경련했다. 순전히 본능 탓이다. 갈증을 억누르지 않고 살아온 사냥꾼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선사했다. 지민이가 나를 좀 더 껴안으면서 말을 건넸다.

 

귀찮은 거 싫어하시는 분이 여기까지 행차를 다 하셨네.”

귀찮을 게 따로 있지. 사냥은 하나도 귀찮지 않아.”

사냥?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네.”

맞지, 사냥. 네가 들고 있는 그거. 내가 찜 한 거.”

 

단조로운 어조로 민윤기가 읊조린다. 어딘지 나른함이 가득한 음색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목소리만으로 반할 정도로 좋은 음색이었지만, 나는 그 이면에 숨어있는 싸늘함을 느꼈다. 그 냉기는 마치 보호색처럼 민윤기의 모든 말에서 묻어났다. 지민이는 내 발이 땅에 닿지 않게끔 빙 돌려서 나를 자기 등으로 보냈다. 동시에 내 팔을 자기 목에 두르고 다리를 몸에 감았다. ‘꽉 잡아, 누나.’ 순식간에 등에 업힌 내가 고개를 들려고 하자, 지민이가 속삭이면서 내 몸을 한 번 들썩였다. 가만히 쭈그려 있으라는 신호였다. 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힘을 주어 지민이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사냥이 좋으면 너도 네 부모나 사냥하지 그랬어?"

 

잔뜩 억눌린 목소리로 민윤기에게 쏘아붙인 지민이는 자세를 낮췄다.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것 마냥 그의 근육들이 팽팽히 긴장했다.

 

"뭐야. 아직도 그거로 삐져 있어?"

 

정말로 몰랐다는 듯 민윤기가 놀라며 가벼운 어조로 되물었다. 그 말에 지민이의 몸에서 일시적이지만 힘이 쭉 빠졌다.

 

따지고 보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냐? 내 덕분에 제어가 가능해졌잖아?”

뻔뻔한 새끼.”

그럼. 나이가 몇 갠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그런데 말이야,”

…….”

비켜주지 않겠어? 너랑 싸우는 건 상당히 불쾌한 일이야. 좀 미안한 일도 있고 해서."

 

민윤기가 웃으며 지민이의 성질을 건드렸다. 지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한 차례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나무가 흔들려 내는 소리만이 숲에 가득하다. 긴장 때문에 내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깊게 들이마셨던 숨을 뱉는 그 순간, 지민이가 빠르게 반 바퀴 정도 회전했다. 놀라서 황급히 얼굴을 지민이의 등에 좀 더 묻었다. 머리 위쪽으로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뒤늦게 들렸다. 찌직 하는 찢어지는 소리도 함께였다. 소름이 쭉 끼치고 몸이 굳었다. 방금 이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뒤를 확인했다. 내 코트 등 부분이 무언가에 의해 찢겨져 있었다. 지민이가 으득 이를 갈았다.

 

수작 부리지 마.”

이런. 화났어?”

 

능청맞은 반응을 보아하니 민윤기의 짓인가보다. 서로가 서로의 틈을 노리는 듯 지민이와 놈이 시선을 마주쳤다. 나는 지민이의 목을 좀 더 힘을 주어 안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둘 사이에 팽배한 긴장감을 견딜 수 없었다. 기나긴 탐색전 와중에, 틈을 만든 건 둘 중 누구도 아니었다. 으르렁하고 거친 울음을 내뱉으며 하나의 인영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좀 끼워주지?”

……,”

 

지민이가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 나야 저 불청객의 등밖에 보이지 않는데, 지민이는 그가 끼어들 때 정확히 얼굴을 본 모양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민윤기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다. 무심코 민윤기의 눈을 보았다. 소름 끼치도록 새빨간 눈동자가 흥미로 번들거리며 자신을 가로막은 자를 응시한다. 괜히 눈을 마주쳤다가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르기에 얼른 끼어든 남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청남방 차림의 남자는 다소 왜소한 몸집이었다. 한 쪽 손은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짝다리를 짚은 불량한 자세다. 뭔가 익숙한 뒷모습인데내가 어디서 저 남자를 본 적이 있었던가?

 

소강상태도 잠시, 먼저 움직인 건 의문의 남자였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민윤기는 피아가 확실치 않은 인물이 자기에게 가까워졌음에도 한 줄기 긴장의 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만 비틀려 올라갔던 입꼬리가 조금 내려왔을 뿐이다. 지민이가 양 손으로 내 허벅지를 받쳐 들었다. 지민아? 지민이는 온 몸을 긴장시켰다. 순식간에 달려 나갈 준비를 마친 지민이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앞만을 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파공음을 내며 남자와 민윤기가 동시에 사라졌다. 저 멀리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나무들이 차례로 넘어진다. 지민이는 연신 고개를 돌리면서 나를 받친 팔에 힘을 주었다. 지민이가 고개를 돌린 방향마다 여지없이 나무 몇 그루가 쓰러졌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그 두 사람이 멈췄다. 민윤기는 남자에게 목을 틀어 잡힌 채 허공에 몸이 떠있었다.

 

"안에서 다 들었지. 네가 나쁜놈이라면서?”

 

남자가 즐거운 듯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민윤기의 몸 옆으로 빼꼼 얼굴을 내민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태형이?

 

철문이 글케 두꺼운데도 다 들리더라고요? 이 몸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기대 이상이야.”

남의 목덜미를 이렇게 잡고, 예의가 없군.”

 

민윤기가 불쾌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 다음 순간 민윤기는 태형이에게서 왼쪽으로 멀찍이 떨어진 곳의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있었다. 태형이는 인상을 찡그리고 자기 팔을 움켜잡았다. 그의 팔이 힘없이 덜렁거리는 걸 보아하니 그새 팔을 꺾어버리고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리저리 팔을 돌려보던 태형이가 이내 이를 악물고 팔을 끼워 맞췄다. 우득거리는 소리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 별로 아프지도 않네."

 

표정을 풀고서 해맑게 웃으며 하는 말이 참 어이가 없다. 민윤기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신경질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나른하게 기지개를 펴는 모습은 평온하다.

 

"품격도 없고 저급해."

 

놈이 앞머리를 정리하면서 중얼댔다. 흥미로 번들거렸던 그의 눈은 어느새 나른함만을 내비친다. 지민이가 몸의 긴장을 조금 풀었다. 태형이는 지민이에게 그제야 손을 흔들어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나 잘했지?”

미친놈.”

, 빨리 칭찬해줘.”

아주 잘하는 짓이다.”

틱틱대긴. ~ 근데 누님, 진짜 냄새 끝내주네요.”

 

김태형은 나를 향해 약간 비틀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자신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아니라는 걸 인식했는지 멋쩍게 뒷통수를 긁적인다. ‘. 예쁘게 웃고 싶은데 날 누르기도 벅차서, 지금은.’ 코를 막는 시늉을 해보인 녀석이 다시 민윤기를 쳐다보았다. 민윤기는 자기 손톱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손가락 하나하나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게 가관이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여유일까.

 

"박지민 뭐하냐? 빨리 안 가고?"

 

무심한 말이었지만 지민이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너는 상대가 되지 않아, 지민이가 조그맣게 말했다. 태형이는 용케도 그 말을 들었는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다시 지민이를 보았다.

 

"그건 대봐야 아는 거야."

 

그의 단호한 응대에 지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움직일 낌새를 보이지도 않았다. 한숨과 함께 고개를 돌린 태형이가 민윤기 쪽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자 민윤기도 나무에 기댔던 몸을 일으켜 제대로 섰다. 태형이가 그런 민윤기에게 경고성의 울음을 흘렸다.

 

"지민이가 탄소누나 지키면 너 뒤진다며. 그래서 살려둔 거야, 샛꺄.”

…….”

어차피 뒤질 놈이니까.”

폐급. 건방지기까지 하네.”

 

태형이는 민윤기의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눈은 여전히 민윤기를 보는 상태에서 대담하게 두 발을 더 나섰다.

 

내가 누님 좋아했던 거 알지? 그래서 글타. 설마 나 죽어가도 안 도와주겠어?”

 

태형이가 말미에는 수풀을 흘깃 보면서 누군가 들으라는 듯 말했다. 나는 그제야 우거진 풀 사이에서 빨갛게 빛나는 눈동자 두 쌍을 보았다. 내가 본 건 그게 마지막이었다. ‘눈 감아.’ 으르렁대며 지민이가 내게 명령했다. 곧바로 눈을 질끈 감고 지민이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내 머리카락이 실타래마냥 마구 휘날린다. 이번엔 평지를 달리는 게 아니라 나무를 밟고 달리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우지끈, 무언가 부서지는 소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너무 빠르게 달리는 탓에 잠시 방심한 사이 고개가 절로 훅 젖혀졌다. 날카로운 나무 파편이 볼을 스쳤다. 황급히 다시 고개를 숙이고서 따끔거리는 뺨을 손으로 훑었다. 축축한 걸 보니 피가 나는 것 같다. 나를 붙잡은 지민이의 손에 강하게 힘이 들어갔다. ‘미안.’ 안 그래도 심난한 지민이의 심기를 내 혈향이 더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에 가만히 사과를 건네자 지민이가 고개를 저었다. 부드러운 내 동생의 머리카락이 이마를 간지럽혔다.

 

지민이는 한참을 달렸다. 그럼에도 호흡 한 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숨을 쉬는 척을 하지 않은지 꽤 되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리는 사람은 멀쩡한데 업힌 나만 지치는 상황이 되었다. 자신의 목을 감싼 내 팔에 힘이 빠지기가 무섭게 지민이가 멈춰 섰다. 조심스럽게 나를 내려놓은 지민이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금 추울 정도로 불던 바람이, 달리기를 멈추고 나니 하나도 불지 않는다. 이곳은 잔디밭이었는데, 해가 저물어 가는데도 초봄처럼 온화한 공기다. 땀이 나기 전에 얼른 코트를 벗었다. 벗어서 본 내 코트는 등 부분이 볼썽사납게 찢어져 있었다. 그래도 지금 외투라고는 이거 하나 뿐이니 입어야지 뭐 어쩌겠어. 팔에 코트를 걸쳐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민이는 어느새 돌을 모아다가 경계를 만든 뒤 불을 지펴놓고 그 앞에 앉은 채였다. 불 위에는 손질된 정체 모를 고기가 얹혔다. 모양을 보아하니토끼 아니면 그 비슷한 거다.

 

"그들이 김태형을 꺼내준 건 잘못된 거였어."

 

지민이의 옆에 가 앉으니 녀석이 조용히 말했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쓸 데 없는 짓을 했어. 그 또라이를.”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잖아. 그런데 태형이가 날 좋아했어?”

……그건 잊어. 걘 원래 여자면 다 좋아해. 근데 누나, 피 냄새 나.”

 

손가락으로 내 뺨을 가리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서둘러 뺨을 가려보지만 지민이는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더 크게 웃었다. ‘그게 그런다고 안 나겠어?’ 한참을 웃은 뒤에야 웃은 이유를 말해주는 박지민이다. 내가 째려보든 말든 여전히 웃음기를 띄고 고기를 뒤집는다. 소금 안 뿌렸으면 저거 비린내 쩔텐데. 하긴 맛을 따질 때가 아니지. 지민이의 눈동자는 이제 완전히 갈색에 가깝다. 그는 일부러 내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고 숨도 쉬지 않는다. 말을 할 때만 짧게 숨을 들이마실 뿐, 그 이상의 불필요한 공기 흡입은 일절 삼간다. 이 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적어도 한 번은 갈증을 해소해야 할 테다. 언제까지고 지민이가 저리 불편하게 있는 것은 나로서도 사양이다.

 

고기는 예상대로 잡내가 심하고 질겼다. 그래도 꿋꿋이 입에 밀어 넣었다. 사람으로 치면 몇 주를 쫄쫄 굶은 상태일 지민이도 있는데 편식을 할 수는 없었다. 내 생각을 알아챘는지는 모르지만 지민이는 다음에 멈췄을 땐 몇 분만 자리 좀 비울게.’라고 내게 양해를 구했다. 속뜻을 알아챈 나로서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못했다. 지민이가 건넨 물통을 받아들고 목을 축였다. 지민이는 발로 대충 불을 꺼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새 날이 완전히 저물었기 때문에 불이 꺼지자 한 치 앞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허우적대며 코트를 입고 나니 차가운 지민이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지민이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서 내게 등을 내밀었다. 나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와중에 지민이의 손이 이끄는 대로 순순히 등에 업혔다.

 

"좀 자둬. 나는 안 자도 상관없지만 누나는 아니잖어.”

잘 수 있을 것 같니?”

? 나름 승차감 괜찮지 않아?”

 

농담조로 말하고 키득대는데 이걸 진짜 한 대 칠 수도 없고. 지민이는 예고도 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긴장하는 걸 느꼈기 때문에 미리 눈을 감은 게 다행이었다. 지민이의 등은 돌처럼 단단하다. 이대로 잠을 잤다간 목에 담이 들 것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제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박지민은 장난까지 쳤다. 그의 기준에서는 장난이겠지만 나는 정말 내가 죽는구나 싶었다. 그 장난은 바로, 달리는 도중에 일부러 나를 놓치고 다시 받아드는 행위였다. ‘아 미친놈아 하지 말라고!’ 악에 바친 내 외침에 박지민은 그때서야 그 짓을 그만뒀다.

 

녀석이 이번에 멈춘 곳은 바닷가였다. 모진 바람과 파도로 인해 깎인 절벽이 절경이었다. 바닷가임에도 모래가 아니라 자갈들이 널린 해변에 인적은 없었다. 지민이가 나와 가방을 해변에 내려놓았다. 나에게 씨익 의미 모를 웃음을 지어보인 박지민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가방 옆 자갈더미에 주저앉았다. 코트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냈다. 시간은 벌써 오후 11시였다. 단톡방에 카톡이 많이 와있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주위가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핸드폰 손전등을 켜 옆에 내려놓았다. 한결 밝아진 시야로 먼발치에서 철퍽대는 파도를 멍하니 보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민이가 돌아왔다. 그런 지민이를 맞으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민이의 눈동자가 검붉은 핏빛으로 형형히 빛난다. 불투명한 그 눈동자에 손전등 불빛이 부딪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민윤기의 새빨간 눈과는 다른, 빠져들 것만 같은 묘한 색이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포식자의 본능. 그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전정국의 눈을 마주했을 때와 같이 몸이 굳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지민이는 뒤늦게 내 눈을 자기 손바닥으로 가리고 뒤로 밀었다. 반대쪽 팔로 허리를 감았기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심호흡 해.’ 귓가에 낮게 울리는 그의 명령을 따라 천천히 숨을 골랐다. 불규칙하게 뛰던 심장이 조금 안정되었다. 지민이는 조심스레 눈을 가린 손을 떼어냈다.

 

사냥 후엔 억누르기가 조금 힘들어. 미안해, 누나.”

아니괜찮아.”

 

평소에는 눈을 마주쳐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탓에 방심했다. 박지민 또한 그들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번만큼 실감한 건 처음이다. 지민이의 품에서 나와 연신 숨을 고른지 몇 분, 안정을 되찾은 나는 바닥에 있는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그새 식은땀으로 옆머리가 젖었다. 지민이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땀에 젖은 내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난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톤을 높인 목소리로 지민이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뭐 먹었어?"

"노숙자랑, 마약 중독자."

 

……이 질문은 판단 미스였다. 분위기는 더 가라앉을 곳도 없어 땅을 파고 들어간 것처럼 다운돼버렸다. 그 와중에 이런 질문임에도 고분고분 대답을 한 박지민이 더 웃기다.

 

저쪽에 괜찮은 동굴 하나가 있더라고. 거기서 자자, 오늘은.”

내일도 달려야 해?”

내일은, 바다를 건너야지.”

 

? 덤덤하게 하는 말 치고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 바다를 건넌다고? 여기서? 암만 핸드폰 불빛을 비추며 해변을 살펴봐도, 사람이 타고 갈만한 배나 보트는 보이지 않는다. 멍한 얼굴로 다시 박지민을 쳐다보자 녀석은 오히려 내게 의문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

아니타고 갈 게 없는데?”

왜 없어. 나 있잖아.”

 

정녕 네가 돌아버린 거니?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지민이가 어깨를 으쓱하고서 바닥에 널브러진 가방을 주워 메었다. ‘내일 갈 때는 누나가 가방 메. 누나 안 젖게 등에 올리고 갈 거니까.’ 무심히 말하고 휘적휘적 먼저 걸음을 옮긴다. 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뭐라 따지기도 전에 녀석은 벌써 저만치 멀어져있다. ‘같이 가!’ 파도소리만 가득한 이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질세라, 나는 다급하게 박지민의 뒤를 쫓아갔다.

 

지민이는 내 빠른 걸음정도의 속도로 걸어갔다. 몇 분쯤 걸으니 숨이 조금 찼다. 조금만 천천히 가자고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놀라서 달려간 그곳엔 고개를 숙여야 들어가질 법한 작은 동굴 입구 하나가 있었다. 안쪽에서 가방이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안쪽은 생각보다 컸다. 허리를 곧게 펴고도 천장까지는 한참이 남았다. 어디서 났는지, 바닥에 짚풀을 깔고 있는 지민이가 보였다. 석회질로 된 바닥은 습기가 가득했다. 짚을 다 깐 후에 그 위를 만져본 녀석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허리를 폈다.

 

좀 추울 것 같은데, 패딩 가져올까?”

패딩이 어디 있어?”

저쪽에 사람 사는 집 많아.”

……도둑질은 나빠.”

 

감기 걸리는 것보다야 낫지, 하고 녀석이 투덜댔다. 그 투덜거림을 무시해버리고 지민이가 깔아놓은 짚 위에 털썩 앉았다. , 생각보다 푹신하다. ‘나 여기서 자?’하고 묻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어디서 자게?’ 내가 앉은 곳을 제외하면 사람이 잠을 자기엔 무리가 있는 공간이어서 다시 물었는데, 지민이는 나는 굳이 자고 싶지 않아서.’라 대답한 뒤 내게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방수포 하나를 깔고 주저앉았다. 내 가방에 저런 게 있었나. 어쩌면 이미 저것부터가 슬쩍해온 물건일지도.

 

암만 짚을 두텁게 깔았더라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전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떻게 잠이 들기야 했다만, 중간마다 추위에 몸을 떨며 깬 탓에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았다. 정신은 깨있는데 아 나는 자는 중이구나싶은 그런 애매한 느낌. 나른한 그 느낌에 취해있는 나를 조심스럽게 흔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지금 가야 돼, 일어나.”

지금몇 시?”

누나 핸드폰에 따르면 오전 4시야.”

 

내 핸드폰? 눈을 뜨자 언제 빼갔는지 지민이의 손에 나의 핸드폰이 들려있다. ‘뭐 이리 일찍?’ ‘날 밝으면 사람들이 오니까.’ 내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나에게 가방을 내민다. , 가방은 나더러 메랬지. 느린 동작으로 앉은 채 가방을 등에 멨다. 그런데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겠다는 무모한 도전은 잠시 접어두는 게 어떨까? 잠이 덜 깨서 머리가 멍하다. 다시 눈을 감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휘감았다. 지민이는 늘어져있는 내 양 손을 붙잡아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수면에 엎드리면, 말 타듯이 내 등에 타.”

……?”

? 난 숨 안 쉬어도 돼.”

 

뭐 문제라도 있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말한다. ……제발, 다른 방법은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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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ㅏㅜㅜㅜㅜ자까님ㅜㅜㅜㅜ시험에 지친 저를 작품으로 반겨주시네요'♥' 윤기가 나쁜 자식이 맞는 것 같은데 왜 때문에 섹시하져... 지민이도 멋있고 태형이도 멋있고 여기가 제 무덤인가 봅니다 사랑해오 자까님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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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ㅠㅠㅠㅠ 나 이런거 짱 좋아한다구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다음편 당언히 오는거 아니야??? 내가 목 빠져라 기다리는데????!!!!!!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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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코스모스입니다ㅜㅜㅜ 작가님 시험 스트레스 한 번에 날려 주시네요ㅜㅜㅜㅜ 하ㅜㅜㅜㅜ 너무 좋아용♡♡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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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173
으ㅡ아... 계속 읽고있는데1화가 궁금하네요 이러니까... 그래도 대충 유추해가면서 읽고있어요! 필력 짱짱이시네요 작가님!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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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설정도 좋고 글도 너무 재밌어요 자주 와주세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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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와...진짜 대박인거같아여 제가 본 뱀파이어글 중에 젤 짜임새있는듯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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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ㅠㅠㅠㅠㅠㅠ 대박 ㅠㅠㅠㅠㅠㅠㅠ 윤기 무섭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태형이 귀여워요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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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진짜ㅜㅜㅜㅜㅜ지민이ㅠㅠ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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