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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을 마지막으로 비축분이 끝났습니다ㅠㅠ

여지껏 올리던 글들은 두 편 분량을 합쳐서 업로드 한 거였구요, 다음편부턴 원래 한 편 분량으로 업로드 됩니다.

이제 열심히...쓰러...가야겠네여...(울먹) 이름 치환이 모바일론 안되는거였구나...

W.칸트

[방탄소년단] 뱀파이어 -05 | 인스티즈

 

 

 

이곳에서의 1주일은 다시 평온했다. 물론 어둠이 밀려오면 저 수풀 뒤에서 새빨간 눈을 빛내며 민윤기가 덮쳐들 것 같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뒤척일 때마다 지민이가 나를 살폈다. 그런 지민이가 있어 두려움을 애써 떨치고 잠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무겁게,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눈을 떠 바라본 천장은목재 특유의 갈색 바탕 대신, 낯익은 얼굴로 가득하다.

 

"ㅈ…!”

닥쳐.”

 

내가 입술을 달싹이자마자 커다란 손이 빠르게 내 입을 막았다. 양손으로 그 손을 떼어보려 하지만 그게 될 리가 없지. 몸을 일으키려던 발버둥도 금세 그만두었다. 상대가 저항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일전의 경험으로 아주 잘 알았다. 이 사람은 지민이가 없을 때 만났을 경우 껄끄러운 사람 중 단연 1위였다. 지민이는 어디 있지? 낮에는 단 한 번도 내게서 떨어지지 않지만, 내가 잠들고 나면 사냥을 위해 가끔 자리를 비우는 것 같았다. 그걸 지금 증명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필 이럴 때 자리를 비울 건 또 뭐람. 전정국은 내 위에 올라타 입을 틀어막은 채로 씩씩거렸다. 그가 인간이었다면 분명 얼굴이 잔뜩 빨개졌을 거라고 실없는 생각을 하며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사실 나로서도 조금 나 자신에게 놀라는 중이었다. 인간이 아닌 자가 오밤중에 찾아와 올라탔음에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어쩌면 매일 밤 꿈에 나오던, ‘나를 덮쳐드는 민윤기를 지금의 전정국에게 대입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침착했고, 전정국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마침내 나의 멱살을 잡아들기에 이르렀다. 엄청난 힘에 의해 상체가 들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도대체 뭘 한 거야? 뭘 어쨌기에 민윤기 그 새끼가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던 거냐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 몰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가 민윤기와의 카톡 건을 말한다는 걸 눈치 챘다. 하지만 모르는 척 시선을 피하고 말을 돌렸다. 전정국은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음과 함께 손에 힘을 가했다. 약간 숨이 가빴다. 가슴께의 옷을 세게 틀어쥔 탓에 호흡이 힘들었음이리라. 내가 숨을 몰아쉬든 말든, 전정국은 나에게 신경을 쓰기는커녕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도 벅차보였다.

 

"그렇게 뒤지고 싶어? 인간은 어차피 죽어. 그걸 자초하지는 말란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니까요. 갑자기 찾아와서 뭐하는 거예요?”

내가 정확히는 몰라도 네 탓인 건 알어. 시팔, 진짜! 누굴 바보로 알아?”

 

거친 욕설을 내뱉은 전정국이 내 멱살을 놓고, 순식간에 머리맡의 핸드폰을 잡아챘다. 내 패턴은 또 언제 본 건지 아무 어려움 없이 잠금을 푼다. 하긴 그들의 뛰어난 동체시력이라면 보고도 남았겠지. 그래도 복잡한 편에 속하는 패턴이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나는 이번에도 반항을 포기하고 그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그의 하얗고 긴 손가락이 빠르게 메신저들을 훑고 지나갔다. 워낙 손가락의 동작이 빨랐기에 액정이 반응하는 속도가 오히려 늦었다. 문자와 통화기록을 본 전정국이 막 카톡을 눌렀을 때, 전정국이 튕기듯 내게서 떨어져 머리맡 벽에 붙어 섰다.

 

, 한 박자 늦게 소음이 울렸다. 누워있는 내 위로 평행하게 부엌칼이 날아와 반대쪽 벽에 꽂혔다. 전정국이 내 위에 있었다면 정통으로 얻어맞았을 각도였다. 전정국은 손에 든 나의 핸드폰을 이불 위로 내던졌다. 흘깃 쳐다본 화면은 카톡 친구목록을 띄우고 있었다. 얼른 핸드폰을 쥐고 이불 밖으로 나와 칼이 꽂힌 곳 옆으로 등을 기댔다. 칼이 날아온 방향은 방문 밖. 그곳에서 지민이가 전정국을 노려보며 걸어 들어왔다.

 

떨어져, 이 새끼야.”

 

지민이가 머리를 털면서 살벌하게 말했다. 지민이의 어깨와 머리에 눈송이가 소복하게 쌓여있다. 웬만해서 이곳은 눈이 오는 일이 없다던데, 어쩐지 근래 생각보다 춥다 했지. 게다가 보통 눈이 아니라 폭설이라도 내리는 모양이었다. 등에 닿은 벽이 연신 흔들리고 바람소리도 들린다. 지민이는 어깨에 쌓인 눈도 마저 털어내고 내게 걸어와 전정국의 시야로부터 나를 가렸다.

 

"사냥 다녀온 사이 쥐새끼가 숨어들었네. 네 행적 때문에 들킬지도 모른다고는 생각 안 해?”

민윤기는 이미 떠났어. 아마도 이곳으로.”

 

그 말에 지민이가 동요했다. 나를 잠시 돌아본, 아까보다 훨씬 선명한 핏빛을 띄는 그의 눈이 그것을 알렸다.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있는 마을, 지금쯤이면 거기를 다 살폈을 건데요.’ 이어지는 전정국의 말에는 아예 주먹까지 쥐었다.

 

, 차라리 마을로 내려가는 게 낫지 않아요?”

…….”

이 산장은 민윤기도 와본 적이 있는 곳이잖아요.”

……그렇지, 그 새끼도 여기를 와 봤어.”

진짜는 지금부터야. 정신 똑바로 차려, 박지민.”

 

전정국은 늘 붙이던 형이라는 호칭을 떼버리고 지민이에게 쏘아붙였다. 패닉에 빠졌던 지민이를 건져 올린 것도 전정국의 그 한 마디였다. 지민이가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나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예전처럼 행여나 피가 날세라 힘 조절을 할 생각도 못하고 본능적으로 행한 행동이었다. 방 안의 무거운 대기가 나를 짓눌렀다. 한동안 나를 내려다보면서 생각을 정리한 지민이는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심호흡.’ 녀석이 점차 빨라지는 심박을 듣고 명령한다.

 

내가 진정되자마자 지민이가 몸을 일으켰다. 거의 동시에 지민이의 어깨에 내 가방이, 전정국의 팔에 내 잠바가 들렸다. 지민이는 방을 나갔고 전정국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 비틀댔지만 아랑곳 않고 잠바에 내 팔을 끼워 넣는다. 아직까지도 입술을 씹는 중이었는데 피가 났는지 짭짤한 맛이 났다. 전정국이 멈칫하더니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잠바를 제대로 입히고 앞을 여며준 전정국은, 손을 들어 나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한 번 슥 훑었다. 그의 손가락에 새빨간 피가 묻어났다.

 

나를 응시하는 시선이 꽤나 매섭다.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지민이를 부르려는데, 전정국이 괜찮아하고 중얼대고서 자기 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묻어 있던 피가 그의 혀로 옮겨가 사라졌다. 전정국은 그 모습을 보고 굳은 나를 보며 피식 웃고 뒤돌아섰다.

 

식사 하고 오기를 잘했지. 하여튼 조심성이 없어.”

 

저건 나를 놀리기 위한 말임이 틀림없다.

 

"형이 위험해지면, 이런 방법도 나쁘지 않아. 민윤기는 특히 냄새에 약하거든."

 

그제야 긴장이 풀려 대드려는 내게 다시 다가온 전정국이 속삭였다. 그건 마치 하나의 유혹. 지민이에게서 몇 번 맡았던 오묘한 페로몬 향이 났다. 이 자식, 정말로 나를 현혹시킬 작정이야.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일부러 흔들고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었다. 전정국이 쿡 억눌린 웃음을 내뱉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날 놀리고 있었다. 빨리 나오라는 지민이의 외침이 없었더라면 혹시 모르지. 그의 유혹에 넘어가 자진해서 피를 내어 바치고 있었을지도. 항상 그의 장난에는 약간의 진심 정도가 담겨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내가 후다닥 방을 나오자 지민이가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애써 웃어보였고, 전정국은 느긋한 걸음으로 방을 나와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밖으로 나간 전정국의 인기척은 금세 사라졌다. 철저히 플레이어의 모습을 한 행동들이 새삼 눈에 밟혔다. 지민이는 자연스럽게 나를 향해 등을 내밀었다. 나를 등에 업은 지민이가 물 흐르듯 걸음을 옮겼다. ‘모자 써, 누나.’ 문을 나서기 전 부드럽게 하는 말에 얼른 후드를 뒤집어썼다. 밖은 예상대로 폭풍처럼 눈이 휘날리는 중이었다.

 

눈송이가 몇 개 뺨에 내려앉는다 싶을 때 지민이가 땅을 박찼다. 저번과 같이 호숫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달빛을 반사시키는 수면 위로 눈이 연신 제 몸을 부딪쳤다. 녹아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드넓은 호수를 향해 몸을 던지는 게 어쩐지 내 모습 같다. 감상에 젖어 있는데 내게 달려드는 눈발이 점차 거세진다. 지민이가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호수를 보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지민이의 뒤로 숨었다. 떨어지지 않게 목을 감싸느라 드러난 손이 시리지만, 차마 손을 떼지 못하고 잠바 소매를 잡아당길 뿐이다.

 

전정국이 분명 [조금만 내려가면 있는 마을]이라고 했는데, 달리고 달려도 마을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가야해?’ 나는 고개를 묻은 채 조그맣게 지민이에게 물었다. ‘다 왔어, 이 앞이야.’ 훙훙대는 소음 속에서도 용케 말을 알아들은 지민이가 답했다. 이 앞이라고? 암만 봐도 무성한 나무만 보이는 걸. 하지만 지민이 말대로 숲은 금방 끝이 났다. 지민이는 속도를 늦췄다. 분위기를 살핀 지민이가 익숙한 발걸음으로 한 집에 들어갔다. 집 안은 따뜻했기 때문에 나는 녹은 눈으로 푹 젖은 잠바를 벗었다.

 

"김남준이 살았던 집이야, 민윤기가 모르는."

 

불을 켜며 짤막한 설명을 건넨 지민이는 내가 벗은 외투를 건네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잠깐 석진이 형 보고 올 거야. 여기 가만히 있어.”

나중에, 날이라도 밝고 가면 안 돼?”

물어볼 게 있어. 아주 중요해.”

……알았어.”

 

지민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리 나지 않게 닫히는 문만이 지민이가 그곳으로 나갔음을 알렸다. 나는 창문가로 가 밖을 살폈다. 계속 눈이 내리는 게 보였다. 나는 지민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몹시도 불안했다. 함께 숨지 않고 밖으로 나간 지민이를 민윤기가 해코지라도 한다면. 자꾸만 드는 못된 상상에 얼른 고개를 휘저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묘한 위화감이 나를 휘감고 있었다. 양 손의 손톱은 이미 다 뜯어서 더 이상 물어뜯을 곳도 없다. 찢어진 입술을 재차 깨물며 창문 밖을 살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골목의 가로등이 희미한 빛이 보였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 위에 있는 인영도 보였다.

 

순간 호흡이 멎었다. 시야를 가리는 눈발 사이로 마치 자신도 눈송이인 양 휘날리는 금발이 보인다. 그렇게 먼 거리임에도 나를 직시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몸 곳곳으로 흐르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 말로만 들었던 그 느낌을 지금 내가 받고 있다. 인간의 몸은 본능을 쫓아, 내게 어서 호흡할 것을 종용했다. 머릿속으로 심호흡하고 말하는 지민이가 문득 떠올랐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창문으로부터 돌아섰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여기까지 온 이상 되돌릴 길은 없다. 애초에 부모님을 위해 위치를 알린 것이 나였고, 이리도 이기적인 나로 인해 지민이가 다치는 것은 너무나 부당한 일이다.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잠바를 집어 들었다. 빠르게 외투를 걸치고 운동화를 구겨 신은 나는 지민이가 지금 돌아오기라도 할까 마음이 급해졌다. 어깨로 문을 열고 나와 골목을 향해 달렸다. 골목으로 들어서서 방 창문에서 보였던 각도를 추측하며 한참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의 가로등을 찾아냈을 때, ‘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혈색조차 없이 새하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새빨간 눈동자. 길게 자란 앞머리 틈에서 그 소름끼치는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난다. 그는 골목의 낡은 가로등 위에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가로등은 제 위에 올라선 자의 무게가 버거운지 연신 깜빡거린다. 도대체 얼마나 그렇게 꼼짝도 않고, 내 발로 걸어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앉아 있었던 걸까. 한 치의 미동도 없는 그의 어깨에 눈이 잔뜩 쌓인 게 보였다.

 

"이건 너무 쉽잖아. 우스울 정도야.”

…….”

한 번.”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의 입이 열렸다. 사막에 버려져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마냥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내 예상대로라면, 그는 갈증에 시달리는 상태다.

 

한 번만 기회를 줄게.”

…….”

뭐해,”

 

얼른 도망쳐.

눈 내리는 밤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느라 빨라졌던 혈액의 순환은 금세 속도를 늦췄다. 혈관을 전부 불태우기라도 할 것처럼 뜨거울 땐 언제고, 이젠 오히려 싸늘하게 식어가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추위와 긴장에 오래 노출된 손발에는 이미 감각이 없다.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거센 눈발이 나를 연신 때리지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했다. 나를 향해 오롯이 내리꽂히는 의 시선이 점점 사나워지고 있음이라. 가로등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못 박은 듯 서있는데, 그가 갑자기 휙 고개를 우측으로 돌렸다. 나는 그제야 내 맞은편에서 나는 인기척을 알아챘다. 코너를 돌아 나타난 건 길을 지나가던 일반 행인이었다. 꽤 덩치가 있는 백인 남성은 코너를 돌자마자 나처럼 우뚝 멈췄다. 가로등 위에 편안한 자세로 웅크려있는 민윤기에게 시선이 고정된 채였다. 나는 절박한 심정이 되어 다시 민윤기를 쳐다보았다. 안 돼, 괜히 쓸 데 없이 다른 사람은 건들지 마. 차라리 나한테 덤비란 말이야!

 

나와 민윤기의 시선이 잠시 얽혔다. 픽 공기가 빠지듯 웃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그리고 민윤기가 사라졌다.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 행인이 있던 곳으로 눈길을 주었다. 당연히 그곳에 민윤기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을 하며. 그러나 예상 외로 민윤기는 없었다. 행인도 있지 않았다. 인기척이 난 것은, 나의 바로 뒤였다. 내가 뒤를 돌기도 전에 민윤기의 입술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정말로 일순간 심장이 덜컥 멎었다. 조금의 온도도 없는 까칠한 그 입술은 한동안 목을 훑고 다녔다. 머릿속은 온통 하얘져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퍼뜩 정신이 든 것은 아래에서 들리는 미약한 신음소리 덕분이었다. 뻣뻣하게 굳은 목을 어렵사리 움직여 곁눈질로 발밑을 살폈다. 그곳엔 말라비틀어진, 그래, 마치 미라 같은 몰골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험한 꼴을 하고서 바람이 불 때마다 연 마냥 나부꼈다.

 

이게.”

잘 됐지. 이거 없었으면 넌 방금 죽었어.”

…….”

내가 좀 많이 배가 고팠거든.”

 

민윤기는 노래하듯 운율을 타며 속삭였다. 여전히 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상태인 그가, 바람에 휘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손을 들어서 쓸어 넘겼다. 숨을 한껏 들이마셔 냄새를 맡은 그는 아주 천천히 내게서 떨어졌다. ‘정말 다행이야.’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였다. 그는 나를 곧장 죽이지 않았다. 오로지 [게임이 너무 쉬웠다]는 이유 하나로. 그가 떨어져나감과 동시에 나는 얼른 뒤를 돌아 몇 걸음 물러났다. 민윤기가 나풀대는 남자의 시신을 짜증스레 발로 걷어찼다. 시신은, 오래되어 수분이 없는 나무를 걷어찼을 때처럼 부스러진다. 민윤기의 발이 꾹꾹 꼼꼼하게 땅을 눌러 밟을 때마다 남자의 흔적은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다. 오싹해지는 몸을 추스르며 민윤기의 입술이 닿았던 목덜미를 문질러 닦았다. 목을 닦아낸 손에 축축한 핏물이 묻어났다. 위액이 역류할 것 같다.

 

"역겨워.”

역겹다니? 실례야. 나름 음식인 걸.”

…….”

근데 그렇게 느려서, 언제 도망갈래?”

 

도망가랬지, 내가. 민윤기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물러나는 걸 보고도 미동 없이 보는 것이, 곧바로 쫓아오는 것보다 더 소름끼치다. 뒷걸음치는 나를 보며 그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가 앉아있었던 가로등 밑까지 주춤주춤 물러났다. 뿌연 가로등 빛 때문에 시야가 조금 흐릿해졌다.

 

지금부터 2시간을 줄 거야.”

…….”

알아서 잘 살아남아봐.”

……?”

언제까지 박지민한테 의지하려고? 놈이 없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그걸 느낄 때도 됐지.”

 

민윤기가 자신의 머리에 잔뜩 쌓인 눈을 뒤늦게 털어냈다. 눈이 그의 어깨에서, 허리에서, 무릎에서, 바닥까지, 추락하는 모습이 정확히 보인다. 그마만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일부러 나를 자극했다.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저건 지민이가 나를 놀려먹을 때 나오는 말투였으니까. 전혀 다른 종족인 척 하더니 이런 데서 종특이 나오는 건가. 민윤기는나에게 일종의 새로운 게임을 제안하기 위한 초석을 깔고 있었다. 나는 입가로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지 않았다. 그제야 그의 미소가 약간 일그러졌다.

 

"고작 그런 도발로, 내가 스스로 덫에 걸려들 줄 알아요?”

. 미안, 조금 의외라서. 사실 난 널 잘 모르거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변명하는 모습이 지나치게 인위적이다. 분명 인위적인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인간 같아보여서, 욕지기가 치밀었다. 방금 한 인간의 생명을 꺼뜨린 자라고는 아무도 의심하지 못할 모습이었으니. 나를 잘 모른다고? 그랬다면 애초에 집으로 쳐들어가 부모님을 이용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겠지. 민윤기의 사냥사냥감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부터 비롯한다고, 일전에 지민이가 말해줬던 것이 떠올랐다. 그런 주제에 어디 뻔뻔하게 모른다는 말을 입에 담는 거야.

 

만면에 띄웠던 웃음을 거둔 민윤기가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뭐라 형용키 어려운 묘한 정적이 우리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눈발은 더욱 거세져, 땅에 굳건히 자리 잡은 가로등마저 흔들었다. 끼익 끼익, 불빛의 근원인 랜턴이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좌우로 힘차게 흔들린다. 그에 화답하듯 나의 머리카락도 바람이 부는 대로 휘날렸다. 그 방향이 민윤기를 향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민윤기는 곧장 코를 틀어막고 멀리 떨어진 담벼락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는 확연히 빨라진 속도로 말을 내뱉었다.

 

네가 거절했으니 더 이상 타협은 없어. 정확히 2시간 후에 보자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도록 노력해봐, 꼬맹아.”

 

어른이 아이의 장난을 받아주는 것 같은, 아이 입장에서는 꽤나 신경을 긁는 어투. 민윤기가 비웃음만을 남기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단신으로 집을 나왔음에도 이 정도다.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애석하게도 상대가 녹록치 않았다. 암만 겉이 태연하대도, 긴장으로 인해 빨라지는 심박동은 인간이 조절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민윤기는 그것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였다. 정말 한탄스러운 일이다.

 

온 몸이 떨릴 정도로 추운 날임에도 등이 식은땀으로 푹 젖었다. 그의 예민한 후각은 이 냄새까지 완벽히 캐치했을 것이다.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가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바람에 땀이 마르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아까의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절대, 아니오. 미련 없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런 나를 뒤에서 낚아채는 손길이 하나 있었다.

 

아야? 그 손길은 꽤 거칠었기에 자연스럽게 소리가 새나왔다. 나는, 신음성을 내뱉다 말고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눈앞에 있는 얼굴이 생각지 못한 얼굴이었기 때문에.

 

"석진 씨?”

미쳤구나, 아주.”

, 저기.”

시끄럽고. 난 저거 감당 못 해.”

 

김석진이 몸을 약간 뒤틀어 자신의 뒤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 가만히 서있는 지민이가 보였다. , 망했다. 지민이는 아무런 표정 없이 팔짱을 낀 고고한 자세로 서있었다. 조금은 삐딱한 시선. 나를 응시하는 지민이의 눈이 실핏줄이 터진 모양새로 붉다. 그래서 할 말을 잃었다. 녀석이 얼마만큼 다급하게 달려왔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살아있었네.’ 김석진의 어깨를 잡아 옆으로 밀쳐내며 다가온 지민이가 말했다.

 

왜 살아있어?”

지민아.”

이번엔 정말로 죽었어야 했는데.”

지민아.”

. 맞잖아.”

 

적대적으로 말을 건넨 지민이는 내 목덜미를 보고 있었다. 아아, 민윤기가 내게 남긴 자취들을 꿰뚫어본 뒤였어. 암만 녹은 눈에 희석됐다 해도 피는 피다 이건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목덜미를 손으로 가렸다. ‘그게 누나 피가 될 수도 있었지.’ 지민이가 내 손목을 잡아 밑으로 끌어내렸다. 몇 초정도 가만히 목을 들여다보던 지민이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김석진을 불렀다.

 

. 어떻게 생각해요.”

말했잖아, 놈에게 이건 그냥 사냥일 뿐이라고.”

사냥? 좋지요. 지금부터 그 개자식을 사냥할 거니까.”

 

지민이가 으르렁거렸다. 김석진은 지민이 너머로 나를 보면서 물었다. ‘윤기가 뭐 남긴 말 없어?’ 물론 있죠. 이걸 말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바보같이 정직한 내 몸은 내가 고민한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바이탈을 높였다. 지민이의 눈썹이 불만을 가득 담고 까딱거렸다.

 

"한 번 더 생각을 숨겼다간 진짜 내 맘대로 해버릴 거야.”

네 맘이 뭔데?”

이대로 멀리 도망 가버리는 거.”

 

지민이는 금방이라도 나를 안아들겠다는 제스쳐를 취하고 중얼거렸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되지. 내가 왜 여기까지 제 발로 걸어 나온 건데. 나는 민윤기가 지민이에게 언제까지 의지할 거냐며 나를 자극한 것, 2시간을 주겠다고 한 것을 곧이곧대로 말했다. 김석진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내가 읽지 못하게 빠른 속도로 두 사람의 입술이 움직였다. 물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행위를 지켜보는 와중에, 휘날리는 눈들을 맨몸으로 맞는 것도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 아마 입술도 새파랗게 질렸을 거라고 추측하며 손을 잠바 주머니에 우겨넣었다. 주머니 안에서 꽉 움켜쥔 주먹이 멋대로 덜덜 떨렸다. 추위와 두려움이 합쳐진 결과였다.

 

내 상태를 먼저 알아챈 건 역시나 지민이다. 아차, 하고 입술을 깨문 지민이가 얼른 나를 안아들었다. 곧장 달려 나가려는 지민이에게 김석진은 그대로 가면 OO가 눈하고 바람 다 맞는데.’라고 충고했다. 지민이가 가벼운 동작으로 나를 뒤로 돌려 등에 업었다. 온기 없는 지민이의 등이 차게 식은 얼굴에 닿자 절로 소름이 돋았다. 체온을 상당 부분 잃은 내 몸조차 지민이의 몸보다는 따뜻했다. 지민이의 발이 땅을 박찼다. 가로등 빛은 순식간에 뒤로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민이가 한 공사장 안에 들어섰다. 뒤에서 김석진이 내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지민이는 나를 조심스레 공사장 구석에 내려주었다.

 

민윤기가 흥미를 잃게 만들 거야.”

어떻게?”

숨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

 

그럼 녀석은 금방 나타나게 돼있어. 지민이는 단호하게, 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김석진은 공사장 내부를 세밀히 살피고 지민이와 무언가 말을 주고받은 뒤 사라졌다. ‘형은 이제 오지 않아.’ 두리번거리는 나를 향해 지민이가 답을 알려주었다.

 

민윤기 개자식이랑 얽혀봤자 좋을 거 하나 없으니.”

말 좀 예쁘게 해. 내 동생이지만 정말,”

예쁘게 할 상대가 따로 있지, 누난 그런 말이 나와?”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하는 말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시선을 피했다. 딴청을 부리자 지민이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도 몰래 나간 것에 대한 책망을 접어둔 게 다행이지. 죽자고 그것에 대해 파고든다면 난 변명할 수 없었다. 지민이는 공사장 내부를 원을 그리며 돌아다녔다. 물론 내게 한 걸음에 달려오는 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였다. 서성대는 발걸음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던 중 지민이의 걸음이 일순간 우뚝 멎었다. 다음 순간 녀석은 내 앞에 서있었다. ‘지민아?’ 나지막이 불러도 지민이는 미동조차 없다.

 

이유는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덜컹, 맞은편에 쌓여있는 건축자재 중에 하나가 소음과 함께 굴러 떨어졌다. 그 철근은 굴러 떨어졌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확하게 우리 쪽으로 굴러든다. 지민이가 발로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차냈다. ! 시원한 소리를 내며 철근이 동강나 날아갔다. 긴 원형 철근이었는데 내가 있는 곳까지 어떻게 굴러왔는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철근더미 위에 있는 인영이 보였다.

 

는 여유가 가득한 모습으로 철근에 걸터앉은 채 발을 흔들었다. 여태까지 그를 만났던 상황 중에 가장 멀리 있는 것이었다. 멀리에서 본 그는 생각보다 가녀린 실루엣을 가졌다. 공사장 안에 날아든 눈송이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새하얀 몸. 저 하얗고 여린 몸으로 몇 명의 목숨을 앗아갔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민윤기는 제 위에 걸친 야구잠바가 거추장스러운 모양이다. 여유가 가득했던 얼굴에 짜증이 깃들기가 무섭게 그의 겉옷은 저만치 날아갔다. 드러난 것은 검은 무지티. 양 옆으로 곧게 뻗은 하얀 팔이 리듬을 타듯 흔들린다.

 

"지민아, 형한테 이러기야? 너무하잖아. 진짜 재미없게.”

닥쳐.”

, 흥미를 조금 돋궈줄까나. 재밌는 걸 하나 알려줄게.”

…….”

네가 왜, 네 친구 태형이처럼 가둬져 있지 않았는지 아니?”

 

민윤기는 내 앞을 막아 선 지민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나긋한 어조로 운을 틔웠다. 그 말에 지민이의 어깨가 약간 움찔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금세 평형을 되찾는다. 민윤기가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너를 김남준과 정호석의 감시망에서 다시 빼낸 건 나야.’ 알아듣기 어려운 민윤기의 말을 지민이는 이해했는지 주먹을 꽉 쥐었다.

 

원래는 네 부모님의 사망처리가 되면 널 바로 데려갈 생각이었지. 어린 뱀파이어를 방치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런데 말이야, 나는 맡아버린 거야.”

 

저 인간의 피냄새를. 민윤기가 마치 노래하듯 읊조렸다. 듣기 좋은 매력적인 목소리였지만 내 팔뚝엔 소름이 돋아났다. 살아 있는 인간의 모든 감각이 그는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민윤기는 10년 전 일을 회상하는지 눈을 감았다. 지금 달려들면 그를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지민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녀석은 마치민윤기의 이어질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장례식에 왔던앞으로 너를 키우겠다는 인간들에게, 참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냄새가 묻어 있었어. 천장에 숨어있던 난 그대로 내려와서 그들을 모조리 먹어치울 뻔 했지.”

 

오싹 소름이 끼쳤다. 우리 부모님이, 나 때문에 죽을 뻔 했던 적이 이전에도 있었다. 지민이가 뿌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건방지게, 누가, 누구를, 먹어?’ 지민이의 앙 다문 이 사이로 잔뜩 억눌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민윤기는 그 말을 듣지 못한 체 하고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참았어. 그들이 그 냄새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들은 단지그래, 운반책이었다. 하도 오래 같이 지내서 냄새가 묻은 거야."

 

그가 다시 눈을 떴다. 그는 이제 그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너를 방치하면 냄새의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결국 찾아냈다.”

…….”

내가 이겼어, 박지민.”

 

민윤기의 새빨간 눈동자가 지민이의 어깨 너머에 있는 나를 직시하며 번들거렸다. 갈증을 자제하지 않고 마구 피를 탐한 탓에 그의 눈동자는 다른 뱀파이어들보다 훨씬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바로 나를 죽이지 않은 거예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민윤기가 짝 손뼉을 쳤다. 감탄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도 함께였다. ‘훌륭한 질문이야.’ 그가 내게 칭찬을 던지고 뭐라 입을 열려는데, 그 틈을 비집고 지민이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줬다.

 

양이 적어서겠지.”

?”

“8살짜리 여자애는, 피 양이 적으니까.”

 

더러운 새끼, 하고 지민이가 비난을 하든 말든 민윤기는 나를 보면서 웃는다. 나는 그 웃음에 담긴 의미를 조금은 알았기에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지민이의 잇새로 억누른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는 민윤기의 움직임을 놓쳤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 탓에 불안해져, 여전히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지민이의 등을 보았다. 지민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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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코스모스에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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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이거 진짜 대박이에요ㅜㅜㅜㅜ 아 진짜 너무 잘 끊으시잖아요ㅜㅜㅜㅜㅡ 미치겠다 와 진짜ㅜㅜㅜㅜㅡ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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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진짜 윤기야ㅜㅜㅜㅜㅜㅜㅠㅜㅜㅠㅜㅜㅜㅜ 짐니 넘 멋져요... 꾸기도 멋있고... 자까님 제가 만ㅅ미 조아합디두ㅜㅜㅜㅜㅠㅜㅡ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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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173
암호닉을 혹시 받으시나요? 그럼 [띠리띠리]로 신청을!! 아니 이제 진짜 싸움인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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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다홍] 신청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아 진짜 왜케 재밌어요 이거.... 다음편만 기더릴께여...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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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으악 ㅠㅠ 앞으로는 한 편의 분량이라고 하셨는데 기대하겠습니다 글이 정말 너무 재밌어요 잘 읽었습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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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있잖아요..?
아.. 정말 소름끼치도록 매력적이야 아아 정말 미뉸기 하아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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