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W. 피온
머리가 아프다. 내가 어떤 시험문제를 풀어도 이렇게 지끈거리지 않았건만.. 그대로 책상 위에 엎어져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 마저도 불시에들어올 엄마 생각에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필을 손에 쥐자 마자 머리 위에서들려오는 소음. 나는 다시 이마에 손을 짚을 수 밖에 없었다. 윗집에내 수험생활을 망치려는 악마가 사는 건가.
"엄마, 윗집 아주머니 아들하고 같이 사시던가?"
"대학생 아들하고 같이 산다고 들은 것 같은데, 왜?"
결국 참지 못하고 물이나 한잔 들이킬 겸 방 밖으로 나섰다.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꺼내마시다, 설거지하는 엄마를 보니 고자질을 해야겠다는 충동이 들었고, 일단나는 내 청각을 훼손시키려 하는 악마의 나이를 알아내려 했다.
"혹시 그 아들 음악한대?"
"아니, 요리."
만약 음악을 한다고 했으면 당장 올라가서 우리나라 가요계의 미래를 지키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나저나요리라니.. 내가 가지고 있던 셰프에 대한 환상에 살짝 금이 갔다. 방에틀어박혀 노래만 부르고 사는 건지, 우리 아파트 단지에선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엄마에겐 대충 윗집이 시끄럽다 이르고 다시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책상 앞에 앉은 나는 또다시 윗집을, 정확히는 윗집에 살고 요리를 한다는 음치 남자 대학생을 저주했다.
***
학교를 마치고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자까지 하고 오는 것도 있고, 워낙 늦은 시간이라 늘 나 혼자 였었는데 오늘은 어떤 남자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살짝 봤는데 꽤 잘생겨서 감탄하고 있었고, 얼마뒤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함께 타서 서로의 층을 누르는데, 남자가 7층을 누르는 걸 보고 나는 우리 집 층인 6층을 눌렀다. 그리고 순간 내 머리 속에 윗집 음치 대학생이 떠올랐고, 난 천천히고개를 들어 옆에 서있는 남자를 보았다. 젊은 사람이다. 대학생정도...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몇 호 사세요?"
"709호요."
우리 집이 609호다.
"혹시 형이나 남동생 있으세요?"
"아니요."
더이상 질문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연이라도 마주치면 그 주둥이를 찰싹찰싹 때려준다고다짐했던 게 바로 어제인데, 막상 이렇게 마주치니 말도 안 나온다. 슬슬윗집 음치 대학생이 나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한다. 망할 엘리베이터는 왜 아직 4층이며, 나는 왜 떨고 있는가. 엘리베이터가 5층에 있을 때, 나는 다짐했다.
"저기..."
"노래부르는거 밑에 층에서 다 들려요!"
내게 말을 걸려는 듯 했으나, 날 우리 집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 마자 눈 딱 감고 말하고 달려나가 도어락을 풀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안마주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웃이라는 관계는 내 생각만큼 먼관계가 아니었고, 윗집 음치 대학생은 예전에 내가 했던 말처럼 정말 악마같은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글잡은 처음인데 열심히 쓰겠습니다ㅎㅎ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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