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간호사 권순영 03 [순영 시점] 나는 올해 28살로 남양주병원에서 일하고있는 응급실 담당간호사이다. 부모님은 내가 하루빨리 장가가길 원하셨지만 아쉽게도 난 28년차 모태솔로다. 아, 모태솔로는 아니지 대학다닐때 내가 쫒아다닌 여자애랑 일주일동안 만나봤다. 하지만 실상은 그 애의 지갑정도였다. 그 이후로 공부에만 전념했지 여자에 미쳐 환장한 최승철과는 달랐다. "야 권순영 소개팅 고?" "싫어, 관심없어" "27살인데 변호사" "너나 가" "사진보면 말이 달라질껄?" 최승철이 보여준 사진속의 여자는 청순하고 예뻤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됐어, 안간다고 전해줘" "브라더, 이렇게 나오면 내가 섭한데?" "나 이런거 싫어하는거 알잖아" "그래도 친구를 생각해서 나가줘라, 너 생각해서 어렵게 마련한 자린데 안나가면 내가 뭐가되냐?" "누가 이런거 시켰냐, 언젠데" "오... 권순영 나 방금 감동받았어, 오빠~" "한번만 더 그 지랄하면 안나간다" "알겠습니다! 행님! 내일 6시 플라워샵"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다음부턴 얄짤없어" "이왕이면 잘 해봐, 너도 연애좀 하고 좀. 언제까지 혼자살껀데? 밤마다 안외롭냐?" "내가 너같은줄 아냐? 너 봐서 나가는거야" "하여튼, 난 너 게이 아니면 고자인줄 알았다. 하도 여자한테 관심이 없으셔서" "빨리 가, 멀쩡한 남자 불구 만들지 말고" "나도 갈꺼거든? 아무튼 내일 이 차림으로 가면 넌.. 내얼굴에 먹칠하는거야. 옷이라도 깔끔하게 입고 나가주세요 형" "찾아보고 있으면" "그럼 간다" 느닷없는 승철이의 병원방문에 반가움도 잠시, 소개팅을 하라는 개똥같은 소리에 최승철을 죽도록 패고싶었지만 나때문에 어렵게 마련한 자리라길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김간호사님 저 먼저 퇴근할게요" 오늘 하루도 별의 별 환자들을 돌보느라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런 몸을 이끌고 내일 있을 소개팅을 위해 옷 가게로 향했다. "이거 하나 주시고 저것도 하나 주세요" 옷을 살때 이것저것 입어보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보이는것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옷을 샀고 바로 옷 가게를 빠져나왔다.
옷을사고 집에들어와 승철이에게 점검차 사진을 보냈더니 매우 바람직하단다. 승철이와 나는 고등학교 2학년때 같은반이 된 이후로 친해진 올해로 10년친구다. 다른 친구들은 졸업하고 연락이 끊겼다. 뭐 내가 현생에 치여서 연락 안하고 산게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내 인간관계가 이정도밖에 안되는구나 하고 속상해했던적도 있다. 아 갑자기 고등학교때 생각하니까 기억난건데 사실 나에게 간호사의 길을 걷게해준건 다름아닌 승철이다. 승철이가 교통사고로 몇일 입원해있었을때 간호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었다고 한다. 이 새끼는 어려서부터 여자킬러였다. 뭐 이건 그냥 생각나서 한 얘기고 사실 난 의사가 꿈이었다. 그런데 수학을 지지리도 못하는 까닭에 문과에 진학하게 되면서 의사의 꿈은 고이 접어 던져버렸다. 의사를 제외하곤 딱히 직업에 관심없던 나에게 최승철 이새끼가 의사 대신에 간호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귀에 딱지가 날정도로 간호사 누나들을 찬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처음 간호학과에 진학했을때 동기들이 거의 여자여서 아니 나와 다른 친구 하나를 제외하곤 모두 여자여서 대학생활이 재미있는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재미없는 대학생활을 마치고 처음 근무하게 된 병원이 남양주병원이다. 내 인생이 이렇게 재미없게 흘러왔다. "안녕하십니까, 권순영입니다" "아... 이건 좀 올드한가?" "안녕? 난 권순영이야...는 너무 무례한데" 소개팅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나는 내일 있을 소개팅에서 인사할 방법을 연구중에있었다. 연애고자에게 소개팅이란 참 어렵고 힘든 과제인것같다.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밥을 먹으려 밥통을 열어보니 밥이 없다.... "아, 밥이..." "없네...." "나가기 귀찮은데" 궁시렁대면서 양말을 신고 햇반을 사기위해 집을 나왔다. 타이밍 안좋게 하늘이 슬픈일이 있었던걸까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우산 안가져왔는데" "귀찮다" 나는 뒤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트까지 냅다 달리기 시작했고 도로변에 비를 맞고 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 무슨일인지 모르겠지만 비를 맞고있는걸 보니 실연당하거나 또 실연당했을거라고 확신한다. 이것도 직업병인가? 저 여자가 이대로 계속 비를 맞고있는다면 감기에 걸릴 확률은 99.9%일것이고 심하면 저체온증으로 병원에 실려올수가 있었기에 우산을 건네주고 싶었지만 우산이 없는 나는 그 여자를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다 젖었네, 그냥 시켜먹을껄" "온김에 장이나 봐가야지" "일단 햇반이랑 우유랑... 소세지도 사야지" 마트에 도착해 군것질거리를 포함한 이런저런것들을 계산을 하고 마지막으로 우산을 샀다.
"뭐가 이렇게 비싸..." 일회용 우산을 사고싶었지만 갑자기 비가 오는 탓에 다 팔렸다고 해서 그나마 싼 파워레인저 우산 하나를 샀다. 장을 다 보고 마트를 나오니 비가 더 많이오는것 같은건 내 느낌인가...? 갑자기 아까 그 여자가 떠올랐고 나는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없네" 아까 그 여자가 서 있던 장소로 걸어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나는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파워레인저 우산을 쓴 채 집으로 향했다. 'Dream girl~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ㅇ...' 아침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고 오늘 있을 소개팅을 생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김간호사님 좋은아침이요~" "권간도~" 소독약 비슷한 냄새가 나는 병원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 병원은 남양주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병원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접하는 환자들만 수십명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없는편이긴 하다. "친구야~" 낯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어김없이 최승철이다. "왜 왔냐" "형이 걱정되서 와봤지, 첫 소개팅하러가는 기분은?" "저리가, 업무 방해되니까" "공격적이야 순영... 너 오늘 조금 일찍 퇴근해라, 이상태로는 있던 여자도 떨어져 나가겠네~ 헤어 손질이 시급하다" "머리가 뭐 어때서" "바가지머리가 뭐냐? 28이나 쳐먹은 남자새끼가" "........" "설마 이러고 소개팅 나가려던거라면 내 얼굴에 먹칠하러 나가는걸로 생각할게" "뭘 또 그렇게까지... 어떻게 하라고" "이 머리만 아니면 형은 오케이" "형은 무슨 얼어죽을, 알겠어 갔다갈게" "순영이 오늘 왜이렇게 온순해? 형 좀 무서워지려고해" "너, 가" "안그래도 가려고했어 오늘 하루도 수고해라 간호사양반, 이따 전화하고 잘해봐 임마" 승철이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와 잔소리를 하고 갔다. 승철이의 말대로 병원에서 한시간정도 일찍 퇴근을 해 근처 헤어샵으로 가 머리를 손질했다. 어제 산 옷과 가장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해달라고 하니 순식간에 손질해주셨다. 시간이 조금 남아 먼저 소개팅 장소에 도착해 앉아있었다. 곧이어 여자가 도착했고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권순영입니다. 처음뵙네요" "저는 정수정입니다. 승철씨한테 말씀 많이들었어요" "실물이 굉장히 아름다우시네요, 이런 미인을 만나게되서 영광입니다" 나에게 이런 말재주가 있는지 오늘 처음알았다. 처음 본 그 여자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청순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변호사 일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힘들진 않으세요?" "뭐 하는일이 다 똑같죠, 그래도 제가 하고싶었던 일이라 재미는있어요" 처음만난 여자와의 대화를 이끌어나가는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는 빨리 이 자리가 끝나기를 바라고있었고 때마침 김간호사님께 전화가 왔다. "죄송합니다, 병원에서 급한 전화가와서..." 여자의 표정이 조금 굳어진것을 눈치 챈 나는 황급히 화장실로 이동해 전화를 받았고 긴급 호출이라는 김간호사님의 말씀에 벙쪄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가봐야하는건가 소개팅을 계속 해야하는건가? "권간, 지금 응급실 환자가 너무 밀려서 손이 부족해, 와줘야겠어" "지금요?" "긴급환자가 너무 많아, 빨리와" "저기.. 김간호사님...! 김간..." 김간호사님은 급하게 날 찾으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시간만 끌다간 환자의 목숨과 소개팅 둘 다 놓칠 수 있었기 때문에 여자에게 급한일이 생겨 병원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말을 하곤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권순영 미친새끼야, 넌 이제 나랑 안녕이다, 내가 진짜 너때문에...." "야, 나 바빠 끊어" "야 이런 빌어먹을 새ㄲ...!" 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응급실로 향했다. "어, 권간호사님 여기요!" 같은 응급실 간호 조무사는 나를 보고 손짓했고 나는 숨 돌릴 틈 없이 환자를 만났다. "보호자 말로는 어제 두시간동안 밖에서 비를 맞고 서있었데요, 의식을 잃은지 1시간 정도로 추정되고, 저체온증도 의심됩니다" "홍지수 선생님은요?" "출장가셔서 응급실에 권간호사님이랑 김간호사님 두분밖에 안계세요" 출장은 무슨, 의사라는 인간이 출장을 모텔로 가나? 사실 아까 미용실에서 나오면서 모텔로 들어가는 홍지수 선생님을 봤다. 그런데 이 환자 어제 본 그 여자가 맞는것 같은데... 두시간동안 비 맞고 서있었던건가. "일단 병실로 옮길게요, 전원우 선생님 계실거에요" "네" 하여튼 이 응급실은 내가 없으면 돌아가질 않는다. "환자 깨어나면 호출해주세요, 저는 이만 저쪽으로" 이 환자가 어제 그 여자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기에 조무사에게 호출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계속해서 환자들을 만났다. 어느정도 숨 돌릴 틈이 생겨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고 있을 때 쯤 조무사에게서 호출이 왔고 아마 아까 의식을 잃은 환자가 깨어난것 같았다. 나는 급히 병실로 향했다. "어, 권간호사님 오셨네요? 영양실조입니다. 영양제 주사해주시고 환자분 안정 취해야 하니까 안정제도 주사해주세요" "네" 전원우 의사선생님은 할 말만 하시고 병실을 빠져나가셨다. 곧이어 나는 환자와 보호자의 싸움현장을 목격했다. "엄마가 집 안가봤으면 어쩔뻔했어?" "........" "내가 너 그럴때부터 알아봤어, 그러니까 다이어트를 왜해? 먹어가면서 운동하라고 말 했어 안했어?" "......... 그만때려 아파" 대화내용을 추측해보니 과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실조와 어제 비를 맞아 걸린 감기와 겹쳐져서 쓰러진것 같았다. 나는 전원우 의사선생님의 말대로 영양제와 안정제를 가지고 다시 병실에 들어왔다. "영양제 맞을 시간입니다" 주사를 가지고 병실에 들어오니 보호자는 자리를 비운 듯 나와 환자 둘 뿐이었다. 주사가 무서웠던걸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환자는 이불을 꽉 쥐고있었다. "ㅈ..저기 남자시잖아요" 엥? 이건 무슨 황당한 말이지? 남자시잖아요... 나는 바로 이 말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파악했지만 왠지 놀리고 싶은 마음에 커튼을 쳤다. 아마 이 환자는 엉덩이 주사를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럼 이 세상에 여자 간호사들도 남자 환자들한테는 주사 놓으면 안되겠네요?" "........" "저도 이것만 하고 퇴근해봐야해서" "........" "빨리 하고 나갈게요" "아..아니..." 내 장난에 여자는 큰 결심을 한듯이 갑자기 몸을 뒤집어 바지를 조금 내렸다. 이러려고 장난친게 아닌데... 나는 바로 시선을 다른곳으로 옮겼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더 당황했을거다. 링겔액을 교체한 뒤 황급히 병실을 빠져나왔고 병실안에서는 괴물이라도 본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왠지 이 환자랑 있는동안은 재미가 없진 않을 것 같다. 좀 귀엽게 생긴것도 같고? 뭐래 권순영, 퇴근이나 하러 가야지. 안녕하세요 저번 댓글에 사진이나 움짤같은게 있으면 더 재미있을것 같다고 해주셔서 한번 넣어봤어요! 괜찮나요? 또 다른 의견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반응연재할게요~ [암호닉] ♡어해핸/민규봄/주사/설레임/동물농장/순영이의캐럿/호시탐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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