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은 그런 사이니까 11
[ 이인삼각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팀에 찾아가주세요! ]
각자 저마다 팀의 끈을 - 백팀,청팀 - 달은 아이들이 기우뚱 기우뚱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도경아랑 저렇게 꼭 붙어서 운동장을..윽, 도경아에 한해서는 쉽사리 붉어지는 얼굴에 백현이 마른세수를 했다. 저렇게 붙으면 조금 불편해 하거나, 자신의 팔이 무거울 수도 있으니까..
" 응? "
" 손. "
빤히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보는 경아의 작은 머리통을 바라보던 백현이 손을 내렸다. 싫으면 불편하더라도 내가 너한테 맞춰서 걸어가볼게. 그렇게 대답하려던 백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리려는 자신의 손을 획 낚아채듯 잡은 경아가 백현의 손을 잡아당긴것이다. 가자, 어? 어..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얼빠진 소리를 내던 백현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며 경아를 따라 걸어갔다. 기우뚱,기우뚱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
도착하니 경아와 백현은 마지막 순서였다.-선착순이였다.- 백팀인 경아와 백현의 반대편에는 하얀 공이 꼬깔과 나란히 배치되있었다. 반대편까지 가서 공을 다시 굴려오고, 다시 가져다두고.간단한 방식임에도 혹시나 경아앞에서 추하게 넘어질까 백현은 마음을 졸였다. 머리위로는 뜨거운 햇볕이 쬐였고, 괜시리 손에 땀이 차는 것 같아 백현은 여러번 손바닥을 체육복에 문질렀다. 축축한 손은 경아가 잡기 싫어할 것이라 생각하며.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게임이 시작되었다. 꽤나 잘맞는지 아이들이 빠르게 뛰어가기 하낫둘하낫둘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고같은 뻣뻣한 움직임에 여러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흘긋보니 경아의 입매도 웃음을 그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조금이나마 백현의 긴장이 풀어졌다. 웬지 이상황이 자신만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긴 했지만. 중간중간 엎어지기도 하며 엎치락 뒤치락 하던 순서에 드디어 경아와 백현의 차례가 되었다. 응원상을 노리겠다며 열심히 목이 터져라 외치는 같은 반 아이들을 보고 백현이 꿀꺽, 침을 삼켰다. 솔직히 이건 별 신경 안썼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아였으니 절로 없던 긴장이 몰려왔다. 그런 백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공이 점점 다가왔다. 얼핏 들은 해설에 의하면 청팀도 마지막 주자인듯 했다. 백현과 경아가 얼마나 빨리 들어오냐가 관건이였다. 천천히 쉼호흡을 하는 백현의 손이 순간, 꽉 조여왔다. 눈동자만 내려 본 경아 또한 긴장한 것인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본인은 모르는 것 같지만. 작게웃은 백현이 맞잡은 경아의 손등을 톡톡 쳤다.
" ? "
' 화이팅. '
비록 입모양이지만, 경아는 알아들은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도 긴장되는 주제에 무슨 화이팅이냐. 그래도 경아가 긴장했으니 자신이라도 잘해야겠다며 백현이 경아의 손을 꼭 잡고 다가온 공을 밀었다. 보기보다 바짝 긴장한 듯 굳은 경아의 몸이 엉거주춤 따라왔다. 조금은 느리지만 경아의 속도에 맞추며 공을 밀던 백현이 어느새 빠르게 적응한 경아와 공을 힘껏 굴렸다. 상대편에서는 넘어진 듯 여기저기서 탄식과 환호가 동시에 들려왔다. 그제서야 긴장을 풀은 듯 경아가 백현과 힘차게 나아갔다. 하나 둘, 하나 둘. 경아와 백현이 서로 박자를 맞춰가며 걸었다. 커다란 흰 공이 시야를 가려서일까? 작은 바람에 열기가 천천히 식어가고, 손에 맞닺은 온기만이 백현의 가슴을 뛰게했다. 이 길에 끝이 없었으면, 백현은 우스개소리를 중얼거렸다.
[ 오오, 이게 웬일일까요! 청팀 ! 빠르게 쫓아갑니다! ]
쳇, 연신 흥을 돋구는 찬열의 목소리에 백현이 혀를차며 경아와 느긋히 하던 속도를 조금 올렸다. 경아도 지기는 싫었는지,아니면 다시 긴장한건지 백현을 따라 빠르게 굴렸다. 어느새 호흡이 잘 맞아 척척 걷는 두사람의 모습이 꽤나 다정했다.
[ 백팀! 백팀!! 역전당하나요!!! ]
그때였다, 꽤나 격차를 줄인 청팀의 여자애 하나가 경아의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긴것은. 순식간에 경아가 중심을 잡으려다 묶인 발목에 뒤로 넘어졌다. 끈에 묶인 탓인지, 경아의 발목이 꺾인 채, 경아가 쿵 소리를 내며 작은 먼지와 넘어졌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사방에 백현이 당황한 채 발목 끈을 풀었다. 잡아당긴 자신도 넘어질 줄은 몰랐는지 청팀 여자아이가 입을 손으로 가렸다.
" 도경아 ! "
비틀린 발목이 꽤나 아픈지 경아가 인상을 쓰며 입술을 짓이겼다. 일어서지 못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삔듯하다. 백현의 손이 경아의 발목에 닿자마자 경아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하얀 발목이 끈에 쓸리고 까진 손바닥에는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차마 아픈 티를 내지는 않고 잔뜩 아랫입술을 씹을 듯이 짓이기는 경아의 행동에 백현이 경아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 쳤다.
" 하지마, "
손짓은 다정하지만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나 굳은 얼굴이 평소와 달랐다. 백현의 말에 거짓말같이 경아는 입술에 힘을 풀었다. 사방이 조용했고, 모두의 시선이 두사람을 향했다. 이목이 집중된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경아가 고개를 숙였다. 백현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경아의 발목을 연신 바라보다 매섭게 경아의 옆에 엉거주춤 서있는 여자아이를 흘겨보았다. 백현의 시선에 찔리는지 여자아이가 뭐,뭐! 목청을 높였다. 차마, 여자애한테 욕은 못하고..백현은 잠시 눈치를 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구석에서 뛰어오는 찬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괜히 부랄친구가 아니라고, 백현은 찬열의 손에 농구공을 담던 마트용 카트가 싹 비워진 채 찬열의 손에 달달 끌려오는 것을 보고 경아를 안았다. 일명 공주님 자세에 경아가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부축하려했지만 그건 경아의 발목이 더 악화될까 무섭고, 경아를 안은채 커다란 하얀 공을 상대편 진영에 뻥 차버린 백현이 찬열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마트용 카트에 들어간 경아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하긴, 전교생 앞에서 카트에 끌려가는게 흔한 것도 아니고.자신의 체육복 상의를 벗어 경아의 얼굴에 덮어준 백현이 카트를 빠르게 끌며 보건실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전망대에 올라선 찬열의 목소리가 얼이 빠진 모두의 귓가에 울렸다.
[ 백팀 승! ]
*
" 쌤, 심각한거에요? "
" 잠시만.. "
" 애 발목이 많이 부었는데, 깁스 해야 합니까? "
잔뜩 표정이 굳은 채 안절부절 양호선생님 옆에서 있던 백현은 결국 양호선생님께 한소리 듣고 복도로 쫓겨났다. 병원에는 쫓아 올 생각도 하지 말란 소리에 백현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경아가 돌아올때까지, 양호실 앞에서 서있었다. 연신 창 밖, 교문을 바라보며. 결국 경아는 커다란 깁스를 - 백현의 기준에서 - 한 채 목발을 짚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다행히 오래 하는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깁스가 뭐야,깁스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던 백현이 못마땅했는지 경아가 양호실 침대에 앉은 백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살 펴주었다. 나 괜찮아, 바보같이 눈을 동그랗게 뜬 백현이 경아의 손길이 닿은 이마를 살며시 만졌다. 두근두근, 운동회의 열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백현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집이 학교랑 가까운 편이라 타지도 않던 자전거를 꺼내 백현은 어느새 익숙한 거리로 자전거의 방향을 틀었다. 이른 아침이라 조용한 거리를 지나, 달밤의 놀이터를 지나 익숙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니 마침 내려왔는지 경아가 아파트 입구에서 나오고있었다.
" 도경아!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경아가 고개를 들었다. 놀란 듯 전매특허의 동그란 눈동자가 백현을 뿌듯하게 했다. 멋있게 타! 라며 중얼거린 백현의 뒤로 경아가 우물쭈물 거렸다. 그제서야 경아가 교복치마를 입었다는 것을 깨달은 백현이 자신의 가디건을 경아의 허리에 둘러주었다. 경아의 무릎까지 꼼꼼히 덮는 것을 확인하고서 조심스레 경아를 안아 자전거 뒷자리에 태웠다. 혹시 뒷자리가 불편할까 몰래 가져온 누나의 방석을 달아주며 말이다. 자전거의 바퀴가 매끄럽게 돌아갔고 경아의 작은 손이 백현의 허리를 어색하게 잡았다. 잠은 많이 못잤지만 상쾌한 아침이라고,백현은 생각했다. 경아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자전거를 타서인지 빠르게 도착한 학교에 백현이 아쉽게 자전거에 자물쇠를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경아가 목발을 짚는 것에 걸음을 맞춰갔다.
" 아...... "
아무 대화도 없지만, 어제의 열기와 달리 조용한 운동장을 두사람이 지나, 이윽고 계단에 이르렀다. 경아의 작은 탄식에 백현이 경아의 발만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우리 반 4층이지. 웬지 경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 같아 백현이 잠시 침음을 터트렸다. 음,어쩐다? 백현이 잠시 고민하다, 경아의 허리에 다시 자신의 가디건을 묶어주었다. 의아한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경아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백현이 경아의 어깨를 감싸고 어제와 같이, 다시 경아를 안아들었다.
" ....! "
뻐끔뻐끔, 아무 말도 못하고 자신의 와이셔츠 자락을 잡으며 놀란 경아의 모습에 백현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니가 불편해 할것같아서. 빨리 올라갈게 백현의 말에 경아가 흘끔 백현을 보고는 고개를 휙 돌렸다. 언뜻 본 경아의 귀끝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백현이 경아의 목발을 집어들며 계단을 올라갔다. 한발,한발. 계단을 오를때마다 기분좋은 울림이, 혹시나 경아에게 들리면 어떡하지 백현은 작은 고민을 했다.
두근두근. 경아에게는 미안하지만 경아가 조금 더디게 나았으면.
*
어제는 오지못했네요 ㅜㅜ 생각지도 못하게 몸살감기가 와서 고생중입니다
벌써 너나사가 절반을 넘게 달려왔군요 :) 항상 감사합니다!
아마 빠르다면 이번주,다음주 내지에는 끝나지 않을까 싶네요
부족한 글 끝까지 달려주세요 :D
P.S 한파라 날씨가 추우니 여러분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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