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너와 말을 했던 날,
그날은 친구에게 습관처럼 연애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로나를 입에 물고 산책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벚꽃이 햇살의 시선에 수줍었는지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교정에 휘날리고 있었고
너는 축구를 했는듯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너를 힐끔 바라보다 나 또한 햇살의 시선을 받은 건지 내 두 볼이 붉게 물들어 왔다.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나는 너가 이 시간쯤에 이곳을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연애하고 싶다-라는 말 역시 너가 듣길 바라며 은근히 흘린 말이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완벽히 우연인 듯 지나치는 너와 나,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그날은 햇살이 내 두 볼을 붉게 물들인 게 미안했는지 살랑살랑 봄바람을 일으켜 나를 도와주었다.
벚꽃 잎들이 휘날리며 너를 방해해 간지럽혔고 너는 눈을 비비며 공을 떨어트렸다.
난 이 기회를 놓칠세라 데구루루 굴러가는 그 공을 쫓아가 사뿐히 들어 올리며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너에게로 다가갔다.
"여기, 공!"
너는 너의 친구에게 자주 보여주던 그 미소를 내게 지어주며 대답했다.
"고마워"
온몸이 간질 간질, 두근 두근, 내 볼이 더 붉어지는 게 느껴지자 나는 황급히 친구의 팔짱을 끼며 너를 지나쳐 왔다.
그날의 야자시간은 내내 옆자리 친구에게 소곤소곤 너의 얘기를 하다 끝이났었다.
너를 볼 수 없어 미워하던 주말 또한 순식간에 끝이나 월요일이 찾아왔다.
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나 오늘도 완벽한 우연을 가장하며 너의 곁을 맴돌 계획을 하고 있었을 때
바로 그때에, 생각지도 못 했던 너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 안녕"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놀라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혹여나 너를 놓칠까 재빨리 대답했다.
"아, 안녕!"
오늘은 하늘에 구름도 껴있어 햇살의 눈에 띌 리가 없었는데도 햇살의 시선이 느껴져 볼이 달아올라왔다.
아니, 이건 아마도 최승철 너 때문이겠지
아- 큰일이다 지금 내 옆엔 친구도 없는데, 근데 쟨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여러 가지 궁금증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가며 나를 괴롭힐 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날 두근거리게 만드는 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괜찮다면 번호 좀 줄래?"
창밖에 바람이 부는지 벚꽃잎들이 휘날리는게 보인다, 내 마음은 너의 그 한마디에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너가 건네주는 폰을 건네 받아 조심스레 번호를 눌려 담았다.
"고마워, 나중에 연락 줄게"
너는 그 예쁜 미소를 지으며 한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줬고 나 또한 살짝 웃으며 한 손을 흔들어 보였다.
폭풍이 지나가고 내게 남은 건 잔잔한 설렘이었다.
그러나 잔잔한 설렘은 이내 곧 폭풍보다 더 큰 떨림을 만들어왔고 내 마음속에 번져왔다.
"무슨 생각해?"
하늘을 수놓은 하얀 눈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에게 너는 물었다.
마주 잡은 두 손, 그 이후로 2년하고도 몇 달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내 옆에서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너.
하얀 눈송이를 보니, 문득 그 봄날의 연분홍빛이 떠오른다.
벚꽃이 만개해 분홍으로 하늘을 수놓던 그 교정이 떠오른다.
그때의 시절이 가끔씩 그립긴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너가 있어 눈송이가 하얗게 수놓는다 할지라도 여전히 내겐 봄과 같았다.
"아무것도, 영화 시작하겠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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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걸어갈때 폭죽봐ㅋㅋ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