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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김남길
규닝 전체글ll조회 4950l

*BGM 두 개 모두 자동재생입니다. 하나씩 켜서 들으시길 권장합니다!




                                                                                                                                          미루감화서
                                                                                                                                                 w.규닝


12.


  향낭의 향이 모두 가신지는 오래였다.

  반수교 아래 떨어트린 직후부터는 본디 향을 갖고 있었기라도 했냐는 듯 그것은 감쪽같이도 지워졌다. 본연의 분 냄새가 사라진 향낭은 생기마저 잃은 듯 해 보였다. 부러 여인의 분을 칠해 보아도 잠깐일 뿐, 그것은 절대로 전과 같이 돌아가지 않았다. 자수가 새겨졌던 향낭의 끝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자꾸만 실밥이 일었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향낭을 괜히 여러 번 만지작거리다 구들장 위로 올려두었다. 성규가 뜨끈하게 열이 지펴진 바닥 위로 얼굴을 댔다.
  제기고에서 밤을 났던 아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규는 제 몸에서 풍기는 매화 향에 견딜 수가 없었다. 우현이 피워 놓고 나간 향이 온 몸 구석구석 베어버린 탓에, 아무도 없는 집에 도착했을지라도 함께 몸을 담았던 향만큼은 지독하게도 제 뒤를 좇아왔기에. 급하게 이것저것을 챙겨 넣었던 뒤주머니를 구들장 위로 아무렇게나 내려두고 한참동안을 웅크려 앉았다. 뚫린 문풍지를 통한 바람이 허전한 가슴 속으로 매섭게도 몰아쳤지만 그리 웅크리면 그만이었다. 앞으로도, 또 앞으로도.


  그러는 사이 어환은 더 깊어져갔다.

  이제는 일부러 반궁을 찾지 않는 게 아니라, 찾지 못하게끔 되어버린 상황이 또다시 열흘 정도를 앗아가고 있었다. 강녕전에 올려야 하는 탕약의 수가 늘어갈수록 점점 대유재에서 입번을 하는 날들도 많아진 데에다가, 본청에 드는 것도 잠시 다시 예문관을 향해 뛰어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성규의 옷소매가 헐고 있었다. 반궁의 약방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그럴 시간에 내의원 안의 약방을 한 번이라도 더 들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다행인 일이었다.
  늦은 밤, 대유재의 평상 위에서 새벽녘이 다 가도록 외던 의서가 며칠 전 치렀던 식년시(式年試) 복시에서 빛을 발했다. 의서에만 매진했던 탓인지, 그럴수록 혜민서의 의관일 뿐인 성규에게 떨어지는 관심은 갈수록 배가 되어 갔다. 내의원은 하루빨리 성규의 부서를 옮겨오려 힘을 썼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수의 대감의 근심 또한 나날이 높아져갔다.

  이제는 개유와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궐내에 위치한 가장 큰 열고관. 그것은 내의원의 당하 의관들에 새로이 내려진 특권 같은 것이었다. 성규가 조심스레 개유와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에는 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고서들의 양에 절로 입을 벌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 울컥 하고 치미는 감정은 당연하다는 듯 뒤를 따랐다.
  반궁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이유가 이제는 완벽히 사라졌다. 개유와는 존경각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대단했으니까.

  비인 가지 끝에 겨울 구름이 걸렸다. 대유재의 마루 끝에 멍하니 앉아 있던 성규의 눈이 황망하리만치 단조로운 겨울나무 끝을 올려다보다 넋을 잃었다.
  열흘 가까이. 이제 겨우 열흘 남짓 되는 시각이었지만 이미 너무 견딜 수 없을 만큼 같은 얼굴이 눈앞을 빙빙 돌았다.



















  우현의 눈이 그득히 들어찬 약제 칸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약방 수복이 쩔쩔매며 두 손을 비볐다.

 “또 어, 어인 일이십니까요…? 어디가 불편…”
 “의관이 다녀갔냐?”

  겁을 집어먹은 수복의 말을 덜컥 다른 우현이 물었다. 수복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그러자 어서 대답하라는 듯 날이 선 눈이 도끼날처럼 되돌아왔다. 수복이 소리 나게 침을 삼켰다.
  벌써 열흘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행패였다. 평소처럼 괜한 ‘심술’이 아닌 거의 ‘행패’수준이라 보아도 무방한 그의 태도가 벌써 여섯 번은 족히 수복의 숨통을 죄어 왔다. 어딘가 모르게 전과는 달라진 눈동자가 요사이 들어서 만큼은 간절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비위를 맞추기가 더욱 힘이 들어진 건 아니지 싶다. 수복이 제 뒷머리를 요상스레 긁적였다.

 “예. 다녀가셨습니다요. 허나 저번처럼 원래 오시던 선비님이 아니라, 새로운 의관 분이.”
 “네 참말만을 고하고 있는 게 확실하냐?”
 “당,당연합죠! 쇤네가 어쩌자고 상유께 거짓을 아룁니까요?”

  우현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에 약방 수복의 손이 미친 듯 손사래를 쳤다.

 “쇤네가 하늘에 장담컨대 사실입니다! 오시던 선비님은 최근 열흘동안 단 한번도…”
 “닥쳐라! 그놈의 하늘, 하늘!”

  우현의 속에 인 불이 다시 한 번 점화되었다.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어버린 우현이 홱 돌아 입술을 물었다. 이미 까맣게 타들어간 마음 구석에 더 이상 붙을 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수복은 난데없는 우현의 큰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수복의 입에서 튀어나온 하늘이라는 말에, 잠깐 동안 꺼졌던 불씨가 사정없이 되살아났다. 우현은 열흘 전 제 손에 들어온 말도 안 되는 서찰의 내용에 머리가 식어감을 느꼈다. 지나치게 멋대로인 사람이었다. 멋대로 머릿속에 들어온 것도 그러하고, 멋대로 안아 달라 일렀으며 또 자기 마음대로 한 줌 흙처럼 쥔 손을 빠져나가버린 사람이었다. 우현은 당장에라도 그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해명이 필요했다. 그 답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늘? 법도? 나머지 숙명?

  약방을 나서는 우현의 발걸음에 화가 묻어났다.




















 “당장에 전과 같은 약제의 탕약을 올리시오!”

  강녕전에서 내려온 내시의 말에 내의원이 바빠졌다. 요사이 들어 올리고 있는 탕약이라고는 뻔했다. 곧 내의원으로 옮겨 올 혜민서의 말단 의관이 제조해 올리는 탕약에 몇 가지 약재를 더 넣은 약이었다. 허나 전에 없이 다급한 내시의 목소리에, 의약동참청에 자리하던 당상관들까지 모두 본청 앞마당으로 한달음에 달려 나왔다. 약제를 준비하는 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덩달아 바쁘게 자리 했던 수의 대감의 표정 또한 굳어 있었다.

 “강녕전에 드십시오.”
 “벌써 말이오?”
 “예. 대비마마의 명입니다. 오늘은 주상전하의 상태가 심히 좋지 아니하기에….”

  수의 대감에게로 달려와 엎드린 머리 아래서 목소리가 흐려졌다. 수의 대감이 고개를 끄덕이자 내시의 몸이 저만치 물러갔다. 상을 내오는 의관들이 곧바로 침술 도구들을 내어오기 시작했다. 수의 대감의 뒤를 따라 여러 명의 의관이 붙어 섰다.
  그럼 바로 들도록 하지. 침술 도구와 탕약을 든 의관들이 수의 대감의 뒤를 따라 내의원을 나섰다. 영춘헌으로 향하는 묵직한 걸음들이 인정전 앞마당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내의원 문간채 앞에 서서 동태를 살피던 이의 눈동자가 날카로워졌다.

  대사헌이 기척을 내며 내의원 안으로 들었다. 곧바로 당상관의 허리가 숙여졌다.

 “내의원에서의 수고가 많소.”
 “아닙니다.”

  고개도 들지 못하고 허리를 꺾은 당상관이 답했다. 대사헌의 눈이 내의원 곳곳을 훑었다.

 “허나 조금만 더 노력해 주오. 오늘은 예외이언만, 전하께서 요사이 내의원에서 올라오는 탕약을 취하시고 차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니.”
 “황공합니다.”
 “새로운 인재가 들었다 들었소.”

  대사헌이 뒷짐을 지자 당상관의 눈이 잠깐 동안 그의 얼굴을 살폈다 도로 내려갔다.

 “예. 아직 이직을 하진 않았으나 새로운 의관 하나가 수라에 올리는 탕약에 큰 공을 두고 있습니다.”
 “그 아이 또한 수의 대감의 애제자라 들었소만?”
 “소인도 잘 모르오나 아마 그럴 것으로 압니다.”

  대사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더 수고들 보시오. 별 감흥 없이 내의원을 돌아서는 걸음이 들어올 때와 달리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대사헌의 붉은 관복이 예문관의 앞뜰을 벗어나서야 흔들림을 멈추었다. 찬 서릿바람이 그를 뒤따르는 사헌부 감찰들의 관복들 또한 뒤흔들며 지나갔다.
  뒤를 따르는 자가 아주 많소이다. 대감. 대사헌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열흘이 넘어서야 찾은 반궁 앞은 여전히 쌀쌀했다.

  거의 정강이까지 쌓인 눈은 전각과 전각을 잇는 길목만을 제외하고는 티끌 하나 없이 고요히 내려앉아 있었다. 판판히 쌓인 눈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혹 지상 위의 별천지는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새로 부임 받을 약방 전담 의관을 데리고 신삼문을 들어온 성규가 멍하니 멈춰 섰다가 필낭의 끈을 꽉 쥐었다.
  이미 성규가 없을 적에도 혼자서 몇 번 반궁을 거친 적이 있던 자였다. 꼭 원래부터 제 자리였던 것 마냥 서스럼없이 신삼문을 통과한 신참내기 의관이 성규를 앞장서며 동재 앞을 지났다. 그리하니 낯선 기분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도장을 찍었던 태학은 열흘 새에 이 세상 어느 곳보다 낯선 곳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았다. 걸을 때마다 복숭아뼈를 덮는 눈길을 헤쳐 걸어 약방에 닿자 익숙한 수복이 냉큼 뛰어나왔다. 선비님!

 “아이고, 혜민서 선비님! 참말 오래간만입니다요! 신참 선비님도!”

  큰 입에 함박웃음을 띤 수복이 복날 강아지처럼 한달음에 내달려와 허리를 굽신거렸다. 민망함에 어린 성규가 제 턱 끝을 간질였다. 자네도 오랜만이오.

 “내 요사이 바쁜 일이 연달아 겹쳐 찾아 들질 못했소. 그간 별고는 없었소?”
 “무소식이 희소식이었습죠. 쇤네도 다 들었습니다요. 부서를 궐내각사로 옮기게 되셨다고 하시던데, 쇤네 일도 아닌데 주책맞게도 쇤네가 다 기쁩니다요!”
 “그… 누구에게 일러 들었소?”
 “옆에 계신 신참 의관 나으리께요.”

  성규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복의 말에, 제 옆으로 따라 붙어 섰던 의관을 알게 모르게 흘긴 성규가 두어번 헛기침을 치자 신참 의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성규가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는 벌써부터 입이 그리 가벼워서야 되겠는가?”
 “그, 그렇지만…, 저 자가 김 의관님의 행방을 자꾸 묻기에…”

  신참 의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성규의 눈초리가 그의 옆모습을 쏘아보았다.

 “아직 옮겨간 것도 아니하고, 앞으로 어찌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어찌 자네의 그 경솔한 한 마디가 천 리를 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 일전에 허 교수님에게도 이런 질책을 들은 바 있는 걸로 아네. 다른 것은 고사하고라도 지적 받은 행실쯤은 고칠 줄을 알아야지.”
 “죄송합니다.”
 “혹 다른 분께는… 말한 바 없겠지?”

  잠시 약방 너머를 훔쳐다 본 성규가 목소리를 죽였다. 성규의 지청구에 한껏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신참 의관이 급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당, 당연합니다. 저 자에게만 일러 주었습니다. 의관의 손가락이 약방 수복을 쿡 찔렀다. 두 사람의 대화에, 무얼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주눅이 든 수복이 괜한 곳으로 딴청을 부리다 흠칫 하며 몸을 떨었다. 성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도 주의해주게. 내 그런 것은 알리고 싶지 않으니.”
 “예. 아무렴요. 혹…”

  도헌 유생님께서 오셔도 쇤네는 전혀 모르는 일로 하겠습니다요. 성규가 경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수복이 괜한 이름을 입에 올리며 주책을 떨었다. 성규의 심장이 덜걱거렸다. 순간적으로 들려온 이의 이름에 습관적으로 잔잔하게 꺼졌던 마음이 훅 당겨졌기에. 성규가 가볍게 그러쥔 오른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신참 의관이 이고 온 약제더미들을 수복이 바쁘게 나르기 시작했다. 약방 한 켠에 앉은 성규가 마찬가지로 이고 온 약제들을 뒤주머니에서 꺼내 놓아 새끼줄로 천장 우에 매달아 놓기 시작했다.







 “약방에 가 보질 그러나? 보통 상해가 아닌 것 같은데.”

  약방이라는 말에 우현의 귀가 곤두세워졌다.

  향관청의 대청마루에서 동방생들이 두는 장기에 괜한 시선을 팔고 있을 때였다. 할 게 없어 심드렁하게 장기판을 내려다보던 우현이 그만 가 보겠네! 하며 청재 쪽으로 발길을 돌리려 했을 때 낯선 이들의 대화소리가 그의 발길을 묶었다. 우현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유생의 걷어진 팔뚝 아래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비위가 약한 탓에,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린 우현이 그의 행색을 위아래로 훑었다.
  화로를 엎어버린 탓에 살갗이 찢긴 데에다가 화상까지 겹쳐 입은 듯하였다. 있는대로 찌푸려진 우현의 눈살이 이내 곧 흥미를 잃고 정면으로 돌아오려 했을 때였다.

 “구휼 전담 의관이 오는 날도 아닌데, 약방에 가 봤자 무얼 한단 말인가? 나는 약제를 보는 눈도 없어 무엇이 어디에 드는 약제인지도 모른단 말일세.”
 “약방 수복은 괜히 있는가? 그리고 방금 전 의관 둘이 약방으로 향하는 것 같던데. 운 좋으면 만날 수도 있잖은가. 침술은 몰라도 일단 치료는 해 줄 터인데.”

  우현의 고개가 퍼득이며 돌아갔다. 상해를 입은 유생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일단 그래야 할 것 같으이. 상해가 너무… 도헌?”
 “나랑 갑세.”
 “뭐?”
 “귓구멍이 처막혔나? 나랑 가자고 했네. 약방!”

  울상을 지어 뵈던 유생의 얼굴이 단박에 펴졌다. 언제부터 와 있는 것이었는지, 제 앞을 드리운 그림자에 홱 꺾인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우현의 눈에 독기가 품어졌다. 앞뒤 잴 것 없이 환자의 팔목을 잡아 챈 우현이 살살 좀 다루라는 다른 이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김성규다. 하나면 몰라도 두 명이라 일렀으니 틀림없는 김성규다. 우현이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그 동안 뺀질나게 약방을 드나들던 의관은 낯짝조차 처음 보는 신참내기 의관이 전부였지만 오늘만큼은 감이 달랐다. 서생원이 확실했다. 그래서인지 꽤 심한 상해를 입은 유생의 팔목을 덥석 잡고 빠른 걸음으로 향관청을 벗어난 우현의 다리에 속도가 붙었다. 좀 천천히 좀 가게! 뒤따라오는 유생의 억울함에 찬 목소리는 결단코 우현의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청재에 다다를수록 그의 발은 거의 뛰다시피 바빠졌다. 호흡이 가파왔다. 빨리 걸어서가 아니라, 뛰어 와서가 아니라.



 “아이고, 어쩐 일… 히익! 그 상해는 뭡니까요?”

  만나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만큼이나 벅차게 만들어버리는 사람을, 정말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기에.

  약방 안으로 달려 들어온 우현이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신참내기 의관에게 이것저것을 일러주며 약제 꾸러미를 매달던 성규의 손이 천천히 내려왔다. 오른 손으로 잡고 있던 유생의 팔을 험악하게 뿌리쳐 놓은 우현이 매서운 눈으로 성규를 노려보았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들었다. 그 동안은, 가팔라진 우현의 숨소리만이 약방 안에 가득했다.






















  성규의 손이 상해 입은 유생의 소매를 천천히 걷어 올렸다.
  아! 아파 죽겠단 말일세! 까슬한 옷감이 화상 위를 쓸고 지나자 그의 표정이 있는대로 구겨졌다. 죄송합니다. 한껏 가라앉은 성규의 목소리가 알량한 사과를 뱉었다. 옷소매를 팔뚝 끝까지 걷어 올린 성규의 눈살이 찬찬히 찌푸려졌다.

  사실 유생의 상처를 자세히 보기 전까지는 온 신경이 우현 쪽으로 쏠려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은 한 마디 말도 없이, 눈빛만으로 저를 죽일듯이 노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화롯불에 화상을 입어 왔네, 하는 유생의 말소리가 들릴 때까지 그렇게 한동안은 두 사람의 복잡한 시선이 허공 위로 얽혀 있었다. 우현은 유생이 성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을 때까지, 성규가 그의 팔목을 걷어 부치고 손목에 제 손을 댈 때까지. 한시도 빠짐없이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 우현의 시선을 모르는 체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성규는 잠깐이라도 제 옆얼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차가운 시선에 온 가슴이 절여지는 것을 느끼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처음 보는 것인 마냥, 대충 목 인사로 우현을 맞이한 성규가 저에게 내밀어진 팔뚝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우현의 시선이 지독히도 그것을 좇았다.

 “어찌 다치신 것이기에… 화상으로도 모자라 살갗이 째지셨습니까?”
 “화로 어딘가에 쓸렸던 것도 같네.”
 “혹 그것이 금속이라면 더욱 상태는 좋지 않을 것으로 뵙니다.”

  부러 제 시선을 상처만을 향해 올곧게 내린 성규가 기계적인 말투로 답했다. 겁을 집어먹은 유생이 몸을 뒤로 빼자 성규가 그의 팔을 다시 가져왔다. 가만 계십시오. 벌겋게 익은 상해 위를 겉도는 하얀 손이 감질맛나게 그의 팔을 감고 있었다. 우현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얼굴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이토록 화가 오르건만, 심지어 열흘만에 보는 이는 제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마치 그 날의 서찰 내용에 못이라도 박아두려는 듯 한 행동에 우현의 심기가 있는대로 뒤틀렸다. 부러 성규의 앞에 바짝 붙어 그의 눈길을 얻어 내보려 최대한 독한 시선으로 제 아래에 드리워진 갓머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러 저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성규도 만만치만은 않은 듯 했다. 쉼 없이 떨어지는 날선 눈초리를 모르는 척 상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새까만 속이 한없이도 타들어갔다.

 “이렇게 하면 아프십니까?”
 “아아! 당연한 소릴세! 아!”
 “이렇게 누르면요?”
 “악! 죽겠단 말이네! 당장이라도!”

  살포시 누르는 곳마다 유생의 입에서 괴상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성규가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러 화상기가 끼치지 않은 곳을 누른 것이었는데 이리 아프다 이른다 함은, 생각보다 화상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었다. 온통 붉어진 살갗 위로 흐르는 피를 닦아낸 성규가 뒤주머니 안에 들었던 의약 천 뭉치를 꺼냈다. 옆에 앉은 신참 의관이 성규를 거들어 천 뭉치를 풀어냈다. 성규가 그의 팔을 안듯이 고쳐 잡았다. 아프실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참으시고…”
 “아악!”
 “움직이지 마십시오. 덧납니다.”

  빻은 대황 잎을 조심스레 바른 성규가 호들갑스러운 유생의 반응에 입술을 물었다. 좀 쓰라린 건 사실이지만 너무. 성규가 안달이 난 유생의 팔뚝을 힘주어 잡고 약재를 덧발랐다.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눈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팩 올라갔다. 치료일 뿐이다. 김성규가 좋아서 잡고 있는 팔이 아니란 소리다. 속에서는 한없이 저를 타이르는 말도 타오르는 화에는 먹혀들지 않았다. 열흘 전, 손가락 마디마디를 겹쳐 잡아오며 제 손에 얽혀들었던 하얀 손이 다른 이의 팔뚝을 타고 있었다. 저에게는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는 사람의 사랑스러워 마지않는 시선은 다른 이의 손 위에 진득이도 가 닿았고.

 “피가 멎을 때까지 절대 팔을 내리지 마십시오. 지혈을 해 둔 것이온데, 자칫하면 역류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렇게 욱신거리는 것이 정상이오?”
 “예. 정상입니다.”

  다른 이의 말에, 한껏 경직되어있던 얼굴선이 유하게도 풀려 웃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머릿속이 돌아버릴 것 같았다.
  천 좀 주게. 신참 의관의 손에서 천 뭉치를 내어 온 성규가 대황 잎이 발린 상해 위를 꼼꼼하게 감기 시작했다. 유생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살살 하게나! 살살! 그의 말에 성규가 나직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터질 듯 말듯 성규를 내려다보고 있던 우현의 눈빛이 더 할 나위 없이 굳었다. 참으십시오. 하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이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화는 치솟았다. 그러니까 김성규, 너는 지금.

 “엄살이 심하십…아!”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 흰 천을 꼼꼼히도 돌려 매고 있던 성규의 몸이 단숨에 일으켜졌다. 그 바람에 팔뚝을 타고 돌려지던 천 뭉치가 바닥 위로 떨구어졌다. 그러자 유생의 시선도, 성규의 옆에서 치료를 거들던 의관과 수복의 시선도 모두 우현과 성규를 향해 모아졌다. 험하게 잡아 챈 팔목을 밀듯이 약방 밖으로 던져두었다. 우현이 바닥에 떨구어진 천 뭉치를 발로 걷어찼다.
  니 치료는 니가 해. 밀어 놓은 성규를 뒤따라 약방 문을 나선 우현이 당황한 눈으로 제 쪽을 보고 섰던 성규의 팔을 다시 끌며 약방 앞을 빠져나갔다. 졸지에 남겨진 세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살펴다보았다.

  그, 그럼 제가 감아드리겠습니다. 신참 의관이 바닥으로 떨어진 천 뭉치를 주워다가 툭툭 털었다. 성규가 그러던 것처럼 꼼꼼히 상해를 감싸기 시작한 의관이 헛기침을 시작했다. 세 사람을 둘러싼 공기가 어색하게 식었다.






















  거침없는 발걸음이 찾은 곳은 도서고였다. 이미 빗장이 걸려 굳게 닫힌 문이었지만 늘 성규가 그랬듯이 그것을 거두어 낸 우현이 나무 걸쇠를 존경각 앞뜰로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도헌! 외치는 목소리가 자꾸만 목구멍 안쪽으로 먹혔다. 왼손에 잡힌 악력이 뒤늦게서야 두려워지기 시작할 때 즈음에는, 캄캄하게 꺼진 도서고 안쪽으로 밀쳐지듯 들어왔다. 아무렇게나 문을 닫은 우현이 휘청이며 선 성규의 어깨를 밀어붙였다.

 “아!”

  나지막한 비명소리가 입 안으로 막혔다. 더 소리를 내지를 틈도 없이 입술을 집어 삼킨 우현이 갖은 힘으로 성규의 몸을 들이밀었다. 마른 등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책장 위로 부딪혔다. 그 바람에 머리에 쓰였던 갓이 뒤틀려 어깨 맡으로 튿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우현이 밀어붙이는 힘은 가히 미친 사람이 가진 악력이었다. 너무 세게 부딪힌 탓에 맨 윗칸부터 들어차 있던 고서들이 낡은 마루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도헌! 아, 드문드문 고개가 빗겨갈 때마다 간절한 목소리가 새어나왔지만 이내 우현의 입으로 다시 막혔다. 다시 한번 받힌 어깨가 책장의 모서리에 부딪혀 욱신거렸다. 책장의 두 번째 칸의 고서들이 또다시 우르르 쏟아졌다. 이미 마루 위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고서들 위로 두 사람의 발이 얽혀 들었다.

 “하지 마십시오, 하지.”

  성규의 발끝에 밟힌 고서가 걸림돌이 되어 겨우 섰던 몸을 휘청이게 만들었다. 다시 책장으로 부딪힌 몸이 기어코 나머지 책들마저 쏟아냈다. 얇은 서책들이 우현의 어깨 위로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둘의 어깨와 다리에 채이고 또 채여서 마루 위로 정신없이 쏟아졌다. 
  급기야는 발을 헛디뎠다. 끝없이 밀고 들어오는 우현의 어깨를 밀어낼 틈도 없이, 발치에 쌓인 고서 더미를 헛디딘 성규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그렇게 입술이 떼어졌던 것도 잠시, 우현은 다시 성규의 허리를 타고 앉았다. 잠깐의 쉴 틈조차 없이 우현의 얼굴이 급하게 다가왔다.
  곧이어 숨이 부족해오기 시작했다. 제 위를 누르고 앉은 우현의 어깨를 힘주어 밀어보았지만 끄떡없었다. 다시 고개는 빗겨가고, 뒷통수를 움킨 손에는 갈수록 힘만 더해져 갔다. 발버둥을 치느라 손에 닿는 서책들이 마루 위에서 흐트러진다. 갑작스레 넘어진 탓에 허리 아래 깔린 서책들이 딱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우현의 얼굴은, 성규의 발버둥이 그 이상으로 거세어 졌을 때 즘에서야 조금 떼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돈되지 않은 숨이 서로에게 뱉어졌다. 아직까지 화를 담은 눈이 가까운 곳에서 야트막히 치켜떠진 눈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시 홧김이 작용한 것인지, 입술을 부딪쳐 오려는 우현을 가까스로 막은 것은 성규의 손이었다. 제 위를 누르고 앉은 우현의 어깨를 힘주어 밀어내자 그것은 전과 달리 밀려 나갔다.

 “그만 두시라고 했습니다. 다짜고짜…”
 “…….”
 “…이러는 것은, 도헌의 체면에 아닐 말입니다. 그만 두십시오.”

  이제는 거의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애원하듯 말했다. 성규의 손에 밀려난 우현이 여전히 뒷통수를 움키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캄캄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도서고 안에, 가파른 숨소리만이 정적을 꿰고 있었다. 화에 못 이겨 던져 넣었던 몸이 제 의지대로 휘청이며 손 쓸 새도 없이 당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한 순간 이성이 나가버린 탓이었다. 우현은 그제서야 눕혀진 성규의 머리 주위로 뜯어진 갓이나 엉망으로 펴진 서책 따위가 눈에 들어왔다. 우현이 가까이 당기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덕분에 둘 사이의 공기에 숨이 트였다. 격앙되어 있던 화가 한 풀 꺾이자 머릿속이 차게 식었다. 우현이 성규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왜 안 될 말이냐?”
 “…….”
 “내 체면이 뭔데. 또 네 녀석의 체면은 뭔데?”

  답답함을 머금은 우현의 얼굴이 또다시 이만큼이나 가까워져왔다. 왜.

 “네놈이 말했던 법도가 뭐고, 하늘이 무엇이냐? 네놈이 말하는 그 하늘은 어느 누가 선을 그어 놓았으며 누가 널더러 한낱 치기어린 감정이라 일러주었더냐? 왜…”
 “…….”
 “모든 것이 다 네 마음이냔 말이다. 아직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마음을 왜 네녀석이 말하는 법도 같은 것이 함부로 막아서냐는 거다.”

  화가 가시지 않은 것 같기도 했고, 눈물이 오려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혹은 답답해 마지않는 마음이 덜컥 쏟아져 나와 버린 것이리라. 목 언저리에서 꽉 막힌 한탄은 결국 뒷말을 잇지 못하고, 제 아래 뉘여진 이의 입술에다 입을 맞췄다. 가늘게 떠졌던 눈이 다시 질끈 감겼다. 먼젓보다 더욱 농밀해진 입술이 답답함을 머금은 탓에 입 안을 깊게도 파고 들어왔다. 성규의 감은 눈이 아프게 떨렸다. 맞닿은 입으로, 머리끝까지 치닫았던 열흘간의 화가, 그리움이, 열이 분노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로 넘어오고 있었다.

  우현은 이제 자신이 왜 이토록 화가 났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흰 천을 감던 손이 제 목을 감아주었으면 했고, 제 아래 누운 이의 두 다리가 허리를 감아주었으면 했으며ㅡ 천을 물었던 그 입술을 탐하고만 싶었다. 그러자 잠시 동안 깜빡이며 켜졌던 우현의 이성에 불이 나갔다.
  뒷통수를 움켰던 손이 목덜미를 지나 허리를 타고 넘어갔다. 성규의 감은 눈에 힘이 실렸다. 허리를 감은 손이 기어코 얇은 도포 속을 넘어오자 도서고 안의 찬 기운이 훅 끼쳐 들어왔다. 맞닿은 고개를 이리저리 비틀며 어깨를 밀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윽고 속적삼 안을 파고든 손에 퍼득이며 허리가 굳었다.

 “안, 안 돼. 대성전이.”

  그러자 번뜩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성규가 우현의 입술에서 빗겨가자마자 뱉은 단어는 대성전이었다. 수려한 등허리를 파고들던 찬 손이 멈추었다.

 “대성전이 가깝습니다! 도헌께서는 이래도 모르시겠습니까?”
 “…….”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대성전이 있습니다.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는 곳이 가깝단 말입니다. 소인이 어찌 그런 것을 외면한 채 입술을 맡길 수 있습니까. 제발…”

  성규의 목소리가 급기야 흐려졌다. 우현의 어깨를 짚은 손이 차츰 떨려오기 시작했다. 경전에…

 “도헌께서 읽은 경전에 그런 말씀이 있었습니까? 옛 성현들께서 도헌께 남색을 저지르라 이르셨습니까? 소인은 들어본 바 없습니다. 소인이 외운 경전은 저를 가리켜 도(道)가 아닌 길은 가지 말라 이르셨고, 저 또한 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의 가르침은 괜한 것이 아닙니다.”
 “…….”
 “어찌 도헌의 미래를 모르십니까. 답답합니다. 그리고…답답하십니다.”

  먼저 미래를 내다보고 온 이의 이성적인 말이 우현의 끊어진 넋을 어르고 있었다. 성규의 목소리가 흐려졌다가 분명해지기를 반복했다. 마디 마디가 끊어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목소리가 분명하게도 우현을 얼렀다. 가까운 곳에서 그 눈을 내려다보던 시선이 그 못지않게 가라앉았다.
  또다시 제 앞에서 법도니 도니 하는 것들을 늘어놓고 있는 입술이 미웠다.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찍이 깨닫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결코 성규처럼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우현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가 원하는 이는 저와 전혀 다른 생각들에 저희들의 감정을 맡기고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왜 도와 연결되고 있는지를 모르겠어서 답답한 마음에 울분이 찼다. 그러나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너무도 간절히 이 길은 아니라고 말해오는 눈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현혹이 되어 버린 것이라고 말을 해야 옳으리라. 가까워졌던 우현의 얼굴이 멀어졌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
 “그리 말하는 너는 어찌 그동안 내게 여지를 주었는지를.”
 “…….”
 “그날 밤은 일부러 그런 것이냐?”

  감정 없이 이어지던 우현의 목소리에 허탈함이 실렸다.

 “나를… 이렇게 만드려고?”

  결국 법도니 뭐니 하는 말로 쥐었던 손 안을 이리 벗어날 거였으면서. 일부러? 우현의 눈이 혼란스러움에 흔들리기 시작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간단했다. 성규가 짓이기고 있던 제 입술을 뗐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드렸습니다.”
 “…….”
 “정리하기에 얼마나 힘이 드는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인지 알려드렸습니다. 그러니 늦기 전에 거두어야 한다고…”

  소인이 감히 청합니다.

  한껏 마른 눈을 하고 있는 주제에 그것이 담고 있는 기운은 단호했다. 우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새도 없이 싸한 말은 찬 공기 위로 뱉어졌다. 정이 동하면 위험하다 했습니다.

 “소인은 도헌과 달리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뭐…?”
 “도헌과 가까이하면 소인은 항상 이성을 이기고 싶고, 하늘에 반해 고개를 숙이고 싶고. 자꾸만 그런 것에 책잡힙니다. 그래서 소인은…”
 “…….”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정면을 향해 뉘였던 고개가 옆으로 떨어졌다.
  찬 대화가 지나간 자리에는 한동안 고요한 정적만이 자리를 메꾸었다. 허리를 타고 앉았던 몸에서 거짓말처럼 힘이 빠져나갔다. 머리며 팔 옆에 떨어진 서책들이 마룻바닥에 쓸리는 소리를 내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성규의 위에서 내려온 우현이 엎어진 책장 앞에 무너지듯 앉았다. 여전히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이의 숨소리는 골랐다. 우현의 입에서 허탈한 숨 뭉텅이가 뱉어졌다.

 “너는…”
 “…….”
 “어찌 이리 잔인할 수 있느냐?”

  나는 너를…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이었다. 우현의 숨소리가 성규의 그것처럼 깊게 꺼졌다.

  잠시동안이지만 분에 달했던 손이 훑고 지나갔던 허리가 서늘했다. 굳은 채로 누워있던 성규가 끝내 옷자락을 끌어당겨, 밀려 올라갔던 천이 훤히 드러낸 살을 감추었다. 바깥에 내리고 있는 눈이 바로 위 천장에서부터 온 몸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도서고를 향해 난 서툰 발자국들을 지나 도로 빠져나가는 이의 것은 한 사람의 몫이었다. 무릎 아래만큼 수북이 쌓인 눈을 헤치고 나가는 발걸음은 거의 뛰듯이 존경각을 벗어났다. 앞서 가는 이가 던져진 빗장에 걸음이 채이는 소리는 선연하게 도서고 안을 울렸다. 도망치듯 바쁜 걸음이 멀찍이 사라지고 나서야 안에 남은 이의 눈이 감겼다.
  지나칠만큼 고운 모래는 꽉 쥐면 쥘수록 손아귀를 벗어나는 법이었다. 더 붙잡고 싶어서 힘을 더해 쥐면 쥘수록 빠져나가기에 쉬운 사람. 그것도 모자라, 제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조금씩 빠져나갈 수 있는 기로를 생각해 두었을 만치 치밀하고 예민했던 사람.

  밉다. 딱 죽을 만큼 미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꼭 그만큼 예쁜 사람이기도 해서 답답했다. 꼭 물을 먹은 것처럼 쉬이 내려가지 않는 울분에 가슴을 내려치는 횟수가 잦아졌다. 방금까지도 맞대고 있던 입술에 서늘한 기운만이 끼치고 지나간다. 엉망이 된 서책들 옆에 흐트러져 앉은 우현의 얼굴이 급기야 무너졌다.

  밉다. 밉지만 예쁘다. 한동안을 같은 생각만이 성규가 떠나고 빈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듯 울렸다.










                                                                                                                                            미루감화서
                                                                                                                                                    w.규닝

                


13.


  궐외각사인 혜민서의 의관 하나가 요사이 내의원의 체면에 큰 덕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가 곧 내의원으로 관청을 옮겨 올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파다했다. 당상관들은 관복조차 채 걸치지 못한, 새파랗게 어린 피라미 하나가 저들이 맡은 품계의 기강마저 뒤흔들고 있다는 것에 심기가 어긋났지만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제조하는 약제가 금상의 병세에 차도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었기에. 저에게 쏠리는 눈들로 인해, 오만이 생길 법도 하건만 그 젊은 의관에겐 심지어 그런 것도 없어 뵈었다. 저를 필요로 하는 본청에는 밤낮으로 발을 붙이며 탕약 제조를 거들었고, 뒤를 캐려 달려드는 당하관들에게는 외려 발을 벗고 조제법을 알려 주었다. 덕분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당상관들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한 눈에 보아도 출세 따위에는 관심도 없어 뵈는 자였기에 그를 향했던 이유 없는 눈총들 또한 금세 줄어들었다. 그의 의술학에는 순수한 정신밖에 뵈지 않았다. 매일같이 침의청에서 밤을 새가며 제게 부족한 의술을 다듬는 이의 눈은 충혈에 충혈을 더해가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유와를 찾는 성규 덕에, 먼지가 쌓여 있던 의서들의 끝장이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열권은 넘는 서책을 대유재로 가져 온 성규는 쉼 없이 입번(당직)을 서며 밤을 지새웠다. 대유재의 마루 끝에 촛농 자국이 점점 늘어갔다.


 “김성규 권지. 오늘도 입번인겐가?”
 “아, 직장.”

  성규의 고개가 들렸다.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얼굴에는 이렇다할 표정이 살아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황 판관께서 내려주신 의서도 아직 끝을 보려면 한참이기에….”
 “하하, 요즘 자네 덕에 우리 당하관들의 입지가 위태하다네. 알고 있는가?”

  이 직장이 뒷짐을 졌던 손을 입에 대며 웃었다. 성규의 고개가 황급히 숙여졌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상관들을…”
 “우스갯소리네. 이 재미없는 신참 같으니. 농으로 하는 소리는 좀 걸러 들으란 말일세, 새파랗게 젊은 자가 이리 답답한 샌님일 줄이야.”

  우스갯소리라는 말에도 성규의 표정은 좀처럼 화색이 돌지 않았다. 덕분에 덩달아 웃음을 거둔 이 직장이 여전히 건조하게 마른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게 가신 입술이 찬 공기에 볼품없이 터 있었다. 입조차 축일 시간이 없을 만큼 몸을 굴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무껍질처럼 핏기 없이 마른 얼굴이 자그마한 반응조차 고사하고 마루 위를 내려 보고 있었다. 이 직장이 고개를 저었다.

 “좀 쉬어가며 하게나.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는 지금 의학에 대한 열정으로 보기에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것에만 매진하고 있다네. 아무리 의술을 위한 일이라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제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인단 말일세. 그런 것이 좋게 보일 리는 없잖은가.”
 “…….”
 “내의원의 의관들이 모두 넋 빠진 얼간이들도 아니고. 자네가 일러 준 조제법은 진작에 읽혀 같은 탕약을 짓는 것은 일도 아니니 이제 좀 쉬어가게. 어환이 씻기면 조정에서도 자네의 공은 모른 척 하지 않을 거니까.”
 “저는 공을 바라고 탕약 조제에 열의를 가한 게 아닙니다.”
 “알고 있네. 허나 그래도 이제는 좀 쉬란 말이네. 피골이 상접한 꼴을 보고 있자니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들지만은 않아서 하는 말이거든.”

  이 직장이 성규의 등을 두어번 두드렸다. 마루를 향하고 있던 고개가 보일 듯 말듯하게 끄덕여지자 이 직장이 뒷짐을 졌던 손을 풀었다. 마루 위로 잡다하게 펼쳐진 의서들을 눈으로 훑던 직장이 숙여진 정수리에 측은한 시선을 던졌다. 그런 의미에서…

 “소유재에 묵고 있는 다른 권지들을 불러다 줌세. 자네 혼자 두고 가 봐야 옳타꾸나 하고 쉴 위인도 아니고… 말벗이라도 해 줄 이들이 곁에 있어야 할 것 아닌가.”
 “…….”
 “싫은가?”

  저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반응 하나 없는 성규에 이 직장이 턱수염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간혹 섬돌 아래 풀 더미에서 풀벌레가 울어오는 소리를 제외하면 소음 하나 없이 가라앉은 침묵에 어색한 공기만이 둘 사이를 부유했다. 성규의 머리꼭지를 내려다보던 이 직장의 고개가 잠시 후에는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이 대쪽같은 고집 보게. 여전히 메마른 얼굴로 의서만을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가망은 없어 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제 걱정 하는 말 같은 것은 들어먹지도 않을 것 같으니 이쯤에서 회유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성규의 대답을 기다리며 섰던 직장의 몸이 반쯤 돌아갔다.
  뭐, 생각이 없다면 이만 가보겠네. 그러나 쓸데없는 오지랖은 넣어두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대유재를 벗어나려던 직장의 옷깃이 순간적인 힘에 붙들렸다. 뒷짐을 지고 있던 팔이 센 악력으로 인해 단품에 풀어졌다.

 “뭐, 뭔가? 갑자기 잡고.”
 “아닙니다. 불러 주십시오.”

  마른 풀처럼 핏기가 가셨던 얼굴이 처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직장의 소매를 붙들어 잡은 손이 찬 공기에 빨갛게 텄다. 추위의 탓인지, 혹은 알 수 없는 속내에 겹겹이 쌓인 감정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성규의 눈꺼풀이 힘겹게 감겼다 떠졌다.

 “혼자 있기 싫습니다. 같이 있게 해 주십시오.”
 “김성규 권지…?”
 “같이 있어주세요. 저랑 같이 있어 주세요….”





 ‘도헌께서는…어인 이유로 들어가지 않으십니까?’
 ‘뭐야? 불만이냐?’
 ‘아,아니! 소인의 말뜻은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소인…말벗을 얻어 심심하지 않고…’
 ‘…….’
 ‘기쁩니다. 도헌이 이리 함께해주시는 편이.’





  직장의 소매를 붙든 손에 힘이 실렸다.

  연회가 열리던 날의 해시, 지겹도록 이어지던 궁중의 기악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여늘거리며 흐르고 있었다. 성규가 하얗게 튼 입술을 세게 물었다. 유난히 추운 밤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누군가 필요한 것이라고. 혼자 있기에는 너무 추운 마루라서, 누군가가 곁에 필요했던 것이라고, 절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닐 것이라고.
  따가운 눈자위에 충혈이 더해졌다.

























  늦은 밤, 영춘헌의 가장자리. 왕이 누운 보료 앞에 피 묻은 천 조각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져만 갔다. 왕의 감은 눈이 천장을 향해 보고 있었지만 그를 향한 수십 개의 시선은 죄다 수의 대감의 손과 얼굴에 꽂혀 있었다. 시침을 뜨는 손에, 한시도 쉬지 않고 경계하는 눈빛들이 서렸다. 관모를 벗은 이마 위에 송글송글 맺혔던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신중하게 침을 집는 손에 굳은살이 스쳤다.

  같은 자세로 앉은 것도 이미 두 시진(4시간) 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점점 아찔해지려는 머리에 수의의 눈이 힘겹게 감았다 떠졌다. 금방 짜냈던 피고름에 다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꽂혀져 있던 시침의 자리를 쉼 없이 옮기다가도 금방 맥이 빠진 수의의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잠시 후, 왕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감겼던 눈이 떠지자 절로 머리를 조아린 수의가 피고름을 닦아내던 천을 바닥으로 내려 쥐며 아뢰었다. 잠시만 더 쉬십시오, 전하. 난데없는 수의의 목소리에ㅡ 그의 침술을 하릴없이 감시하고만 있던 눈들이 모두 왕에게로 쏠렸다. 아니다. 어차피 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온 몸이 타는 것만 같은데 어찌 잠이 온단 말이냐. 전혀 웃음기가 섞이지 않은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어보려 나름대로의 배려를 담고 있었다. 묵묵히 잠긴 목소리가 한참 후에 다시 뱉어졌다.

 “다들 자리를 비켜라.”

  수의가 침술을 시작한지 두 시진이 지나고서야 떨어진 왕의 첫 명이었다. 그러자 두 번 번복할 새도 없이, 호위하듯 진을 치고 앉아있던 내시며 상궁들이 모두 자리를 비켰다. 최소한의 의녀들을 제외하고 바깥으로 나가게 된 신하들은 모두 영춘헌 마루 끝에 줄지어 늘어섰다. 한겨울 찬 달빛도 그들을 따라 마루 위로 줄을 지었다.
  모두가 나간 자리에 고요한 숨소리만이 침실 안을 채우고 있었다. 왕의 주위에 켜 둔 여러 개의 호롱불이 위태하게 흔들리자 밀초를 갈아 끼운 의녀가 다시 새로이 불을 올렸다. 한 층 밝아진 빛이 왕과 수의 사이의 공기에 불을 켰다. 왕의 시선이 천천히 수의에게 가 닿았다. 수의가 머리를 조아렸다.

 “문오준.”
 “예, 전하.”
 “고개를 들라.”

  왕의 시선이 한없이 숙여졌던 수의의 고개에 머물렀다. 수의의 입이 잠자코 다물어졌다. 왕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대는 그래도 된다.”
 “…….”
 “…너는 그래도 된단 말이다.”

  왕의 목소리가 한 풀 단호해졌다. 그러자 잠깐의 정적 후에 수의의 머리가 들어 올려졌다. 감정을 읽어낼 수 없을 정도로 내려앉은 수의의 눈이 보료 위를 다녀갔다. 그제서야 저와 눈을 마주하는 얼굴을 확인하자 왕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문오준, 그대는…, 묵은 기침 끝에 갈라진 목소리가 수의의 이름을 다시 뱉었다.

 “너는 기억하고 있느냐? 네가 선정전 앞마당에서 내게 충(忠)을 맹세하던 날을 말이다.”
 “…….”
 “그 때는 나도 아직 어린 세자였고, 너는 한낱 수많은 의관들 중에 한 명인 자였지.”

  말을 탈수록 느려지는 목소리에 수의 대감의 고개가 다시 차츰 떨어졌다. …예.
  기억하옵니다. 꼭 왕의 것처럼 낮아진 목소리가 끝내 대답하자 왕이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선정전 앞마당에서 기약 없이 맞닥뜨렸던 날… 기억하느냐? 네가 앞뒤 가릴 것 없이 흙바닥 위로 몸을 엎드리며 하염없이 울던 날이었다. 나는 너의 얼굴도 처음 보는 것이었건만 너는 내게 다짜고짜 충성을 맹세했었다.”
 “…….”
 “소인은 꼭 세자를 보필할 것입니다. 명을 다할 때까지 오직 세자마마를 위한 의술만을 익히다 갈 것입니다… 너는 아마 그리 말했었지.”
 “예. 전부 맞사옵니다.”
 “지금 그 뜻을 물어도 되겠느냐?”

  왕의 하문에 수의의 눈이 더욱 깊게 꺼졌다.

 “내 당시에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아니하였다. 신하가 세자에게 충을 아뢰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기에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해버렸으나 묻고 싶다. 어인 이유에서였느냐?”

  수의의 입이 한동안을 감히 움직이질 못하였다.
  금세 차올랐던 피고름에 천천히 천 조각을 가져다 댄 수의가 온통 진물로 짓이겨져 있는 옥체를 손수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입 대신 움직이고 있는 손은 대답을 뒤로 하고 다시 기다란 전침을 빼들었다. 그의 수발을 들던 의녀 하나가 침을 놓을 자리를 닦아 두었다. 수의의 손이 또 다른 종기 위를 다녀갔다. 왕의 입도 무겁게 다물어졌다.
  묵은 천 조각이 만나 바스러지는 소리만이 침실 안을 채우고 있을 때 즈음에, 수의의 입이 열렸다. 소인은…

 “전하의 용안을 처음 뵙던 날에 보았습니다.”

  전침을 꽂던 손이 차츰 떨렸다.

 “그 곳은 바로 영춘헌, 이 곳이었습니다. 소인이 당시의 수의 대감을 따라 침실에 발을 들여 놓았을 적ㅡ 수많은 의녀들의 어깨 사이로 뵌 것이 어린 세자저하의 눈물 투성이인 얼굴이었습니다. 선조 왕께서 그리 등창으로 승하하시고 난 후 전하를 다시 만나 뵌 것은 선정전 앞마당에서의 일이었습니다.”
 “…….”
 “아마 소인도 어린 마음에 그리 섣부른 행동을 하였던 걸로 압니다. 소인은 소인보다 어린 세자저하께서 느끼실 슬픔에 저를 대입하여 보았던 것뿐입니다. 세상에 아비의 임종을 눈앞에서 두고 보는 일보다 큰 슬픔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을 하였고, 그와 동시에 전하께서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그래서였습니다. 전하께 충을 맹세하였던 것은. 한낱 어렸던 날에 가졌던 감정이었지만 소인은 확고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또 그런 의미에서 전하께서는…”
 “…….”
 “소인이 의술의 길을 더욱 확고히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소인은 아직도…”

  전침을 꽂은 손이 바닥 위로 덧대어지며 수의의 이마가 보료 앞에 가 닿았다.

 “전하께 황공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 치도 다를 바 없이.”

  반쯤 녹아내린 밀초의 불이 흔들거리며 눈앞을 흐렸다. 초가 자아내는 빛은 보료 앞의 찬 벽에 그림자를 어룽지게 만들고 있었다. 소매를 감추어 앉아 있던 의녀가 느린 손으로 아홉 번째 밀초를 갈기 시작했다. 수의의 허리가 펴질 줄을 모르고 엎드려져 있었다. 왕의 누운 몸에 기운이 가셨다.
  잠시 후에는, 병세로 인해 묵었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려 나왔다. 웃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웃음기가 가신 목소리가 그리 한참동안을 숨죽여 웃었다. 간간히 소리를 내어 웃을 때마다 잔기침은 당연하게도 말소리를 따라 터져 나왔다. 수의는 여전히 접은 혀리를 펴고 있지 않았다. 왕의 눈이 슬프게도 웃었다. 내 확언하건만…,

 “너 같은 어의는 이 조선에 둘도 나지 않을 것이다.”
 “전하.”
 “됐다. 그거면 됐다.”

  이마를 맞대고 엎드렸던 수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수의가 바싹 마른 입술을 물자, 웃음기를 섞은 목소리가 다시 수의의 머리맡에 떨어졌다.

 “문오준.”
 “…….”
 “수고했다.”

  뜨끈하게 열이 올랐던 수의의 눈가에서 기어코 눈물이 떨어졌다.



  두 시진이 넘는 시침 끝에서야 아물어 든 종기의 증세 덕분에, 늦은 시각 수의가 물러간 영춘헌에 새벽이 짙었다. 몇 명의 의녀들이 왕의 누운 자리를 닦아내고 있을 즈음, 왕의 부름으로 인해 나인 하나가 침실을 찾아 들었다. 왕은 베개 밑에 두었던 서찰을 나인에게로 꺼내 들었다. 두 손으로 그것을 떠받든 이가 머리를 조아렸다.

 “중요 문서다.”
 “예, 전하.”
 “승정원(왕의 비서기관)으로 전달하라. 도중에 거치는 곳 없이. 혹, 그 누가 무엇이냐 묻거든 답하지 말라.”

  예. 전하. 깊숙이 머리를 숙인 나인이 서찰을 옷 속에 서찰을 숨겨 넣었다. 유독 새까맣게 내려앉았던 새벽녘의 일이었다.

  영춘헌을 벗어난 나인의 발길이 닿는 곳은 승정원의 문턱과 반대편으로 떨어진 곳이었다. 나인의 어둠 같은 발걸음이 속속 밤길을 갈랐다. 돈화문을 지나 닿은 사헌부의 문이 그의 기척에 길을 열었다.
  한 치 앞도 밝힐 수 없는 것이, 돈을 거래한 자들의 뒷일이었다. 위태하던 밀초에 불이 가셨다.



























  살얼음이 낀 강물 위로 밤새 나린 눈이 쌓인 곳에 다시 눈을 보태었다. 누렇게 빛이 바랜 갈대 위로 무겁도록 쌓인 눈이 갖은 풀들의 허리를 꺾어냈다. 반수교 아래 맺힌 고드름은 간간히 꺾여 살얼음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눈이 기다란 강가 위로 장관을 이루며 펼쳐졌다.

  반궁을 찾게 되는 마지막 날이었다. 조용히 숨을 죽이며 향석교를 건너왔던 것도 잠시, 동삼문 앞쪽에 버티고 선 인영에 성규의 어깨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 우현의 차가운 눈이 앞서 오는 이의 온 몸을 훑고 있었다. 무겁게 가라앉았던 그의 머릿속에서 한겨울 갖은 풍파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듯 했다. 우현이 바득이며 이를 갈았다.
  상관하지 않으려 했다. 도서고에서의 그 밤을 마지막으로, 성규의 이성을 따라 덩달아 머리를 식힌 우현은 결국 두고 보자는 심산으로 성규가 하는 행동을 잠자코 살피며 그의 의중을 헤아려보려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반궁 내에서도, 저잣거리에서도 가끔 가다 마주치는 성규의 뒷모습을 애써 잡고 있지 않던 우현의 마지막 남은 이성에 불이 나가버린 것은 오늘의 일이었다. 전에 한 번 본 적 있던 신참내기 의관의 입에서, 못 들을 것을 들어버린 탓이었다. 우현의 눈매가 매섭게 올라갔다.
  전에 계시던 김 의관께서는 이미 내의원으로 관청을 옮기셨습니다. 덧붙여 제가 성균관에 새로 부임 받은 약방 전담 의관이라는 것을 이른 신참내기 의관은 흡사 서릿발같이 저를 노려보는 눈길에 겁을 집어 먹었었다. 우현의 속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시진(2시간) 후, 마음먹고 동삼문 앞에서 성규의 기척을 기다리고 있던 우현이 금방 도끼눈을 치켜떴다. 성규의 발이 꼼짝없이 하련대 앞에 묶였다.

 “가까이 와라.”

  거의 열흘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멀찍이서도 들려오는 차가운 음성에 성규가 입을 꾹 다물고 답을 뱉고 있지 않았다. 우현의 목소리에 날이 서렸다.

 “오라고 했잖아. 이젠 말이 말 같지가 않냐?”
 “도헌께서야말로 말귀를 못 알아들으십니까?”
 “뭐…?”

  저의 윽박에 당연하게도 고개를 숙이며 차츰 거리를 좁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자 우현의 입이 허탈하게 벌어졌다. 뭐라고? 그리 되묻기도 전에 성규의 눈이 우현과 같이 치켜 올라갔다.

 “또다시 알은체를 하면 어쩌잔 말입니까. 요 며칠 사이 소인과 지나쳐 가셨던 것은 모두 소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암묵적인 속뜻이 아니었습니까? 도헌께서는 어찌 저의 모든 노력이 무색하게끔 이리 쉽게 말을 붙여 오십니까? 소인이 도헌께 일렀던 말들이 모두 한낱 말장난 같아 보이십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제게…이럴…수…”

  제법 눈에 힘을 주고 또박또박 제 할 말만을 이르던 말끝이 차츰 흐려졌다. 성규가 말끝을 흐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삼문 앞에 버티고 섰던 이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 몸이 온전히 뒤를 돌아 달아나려 하기도 전에, 아무것도 들린 것 없던 오른팔이 센 악력에 잡혔다. 우현의 얼굴에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어렸다. 장난?

 “장난이라 하였느냐? 너야말로 내가 이 열흘간 너를 위해 자리를 비켜 주었던 것이 모두 장난 같아 보였던 게 아니고?”
 “놓고 말하십시오!”
 “너를 떠나보내려 잠자코 입을 닥치고 있던 게 아니다. 기다렸던 거란 말이다!”

  우현의 답답한 속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 했다. 성규가 이를 악물며 제 오른손을 잡아 챈 손을 떼어내보려 했지만 외려 그 다른 손마저 잡아낸 것은 우현의 손이었다. 너는 대체 왜! 우현의 목소리가 급기야 커졌다.

 “왜 간신히 붙들고 있던 마음마저 떨어트리는 건데. 왜.”
 “…….”
 “내의원으로 관청을 옮겨, 네가 더 이상은 반궁을 찾을 일이 없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
 “내가 이토록 화가 나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소리냐?”

  오른 팔을 잡아 쥔 손에 비약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우현이 그의 팔을 세게 끌어당기자 성규의 미간에 인상이 그어졌다. 그것을 눈에 담던 우현의 속이 갑갑해져왔다.

 “대답해. 당장. 내가 비정상이야?”
 “…….”
 “내가 고작 이런 결말 하나를 기다리면서 그 동안 너를 모른 체 해온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넌,”
 “예. 비정상이십니다.”

  제 오른팔을 쥔 우현의 손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자 뒷걸음질을 침과 동시에 힘주어 팔을 털어낸 성규가 덜컥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답답함에 어린 목소리로 제 할 말만을 늘어놓던 우현의 입에서 말소리가 막혔다. 성규가 그 못지않게 답답한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소인은 대체 도헌께서 왜 화가 나셨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소인이 관청을 옮겨가게 된 것 때문에? 허면 소인이 도련님 하나 때문에 절로 굴러들어온 관직을 마다하고 평생 반궁의 약방이나 드나들며 한낱 권지 생활을 이어갔으면 하셨던 겁니까? 진정 그것을 바라셨습니까?”
 “뭐…?”
 “도대체 도헌께서는 소인에게 무엇이길래 소인의 앞길에 대해 상관하시는 겁니까. 어인 자격으로 소인이 가는 길에 훈수를 두시냔 말입니다. 소인이 오매불망 내의원으로 드는 것만을 갈망하며 줄곧 의술을 익혀왔건만 도헌께서는 대체 제게 무엇이기에 제 앞길을 막으시려 합니까?”
 “야. 김성규.”
 “의술의 길에 있어서, 어찌 소인이 도헌을 신경에 두어야 합니까? 연유가 무엇입니까?”

  느린 속도로 떨어지고 있던 눈송이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줄곧 모진 말만을 뱉고 있는 입술을 노려보던 우현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졌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던 눈송이가 두 사람의 갓머리며 어깨에 쉼 없이 내려앉았다. 모르는 사이 젖어드는 옷깃처럼 우현이 억누르고 있던 화도 급기야는 터져 나왔다. 아ㅡ 갑작스레 어깨를 눌러오는 손을 뿌리칠 새도 없이 뒷걸음질 치던 성규가 눈밭 위로 발을 헛디뎠다. 얇디얇은 도포 깃이 한 뼘도 넘게 쌓인 눈밭 위로 안기듯이 빠졌다. 성규가 저의 등골을 스미는 한기에 놀란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 것을 알았다. 우현은 그의 성질대로, 눈밭 위에 쓰러진 성규의 머리 옆으로 팔을 짚었다. 그래! 네 뜻이 정 그리하다면 나도 좋다. 우현은 이미 제 화를, 가진 이성으로 견뎌낼 수가 없었다.

 “네가 이렇게나 관직에 눈이 멀어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네 뜻이 그러하다는 걸 지금이라도 알게 해줬구나. 그렇다면 나도 이유 없다.”
 “…….”
 “너를 붙잡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네녀석은 네 꿈이 더욱 중요한 놈이 아니더냐? 어차피 나도…”

  눈 위로 짚인 손이 찬 기운에 빨갛게 얼어가고 있었다. 우현이 계속해서 제 입술을 짓이겼다. 나도… 나도, 자꾸만 뒷말만을 반복하고 있는 목소리가 입을 쉬이 떼지 못하고 겉만을 맴돌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제 밑에 누운 이의 눈이 자꾸만 저의 애를 닳게 만들어 마음이 절여졌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가슴이 녹진녹진하게 문드러지고 있으나 저를 마주보고 있는 이는 아마 한 길 속도 몰라주고 있음이 분명하리라. 우현은 정처 없는 눈길이 계속해서 제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현이 애꿎은 입술을 세게 물었다. 우현을 등지고 내리는 눈이 두 사람의 갓 위에, 어깨에, 눈에 볼에 쉼 없이 내려앉았다.

 “내 일찍이 네가 나를 남색으로 몰아가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겨먹어서는 허락도 없이 매일 밤을 머릿속에 다녀가고, 한 마디 기별도 없이 나더러 너를 좋아하게끔 만들어 놓은 것도…”
 “…….”
 “너처럼 제멋대로인 놈은 어차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저번에 네게 이른 적이 있지 않느냐? 우리가 연심으로 엮어지는 일은 아마, 다음 생에서나 가능하겠다고 말이다.”

  누운 이의 볼 위로 가이없이 떨어지고 있는 눈송이가 속속들이 녹아들었다. 그 얼굴 위로 드리워진 우현의 갓 위로도 눈은 쌓였다. 턱 끝에서 어른거리는 갓끈이 성규의 목 언저리에 닿았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눈더미 위를 짚고 앉은 우현의 어깨가 오르내렸다. 제가 이미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또 어떤 말을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이미 상실해버린 탓이리라. 우현이 또다시 한참동안을 다물고 있던 입을 겨우 열었다. …다음 생에서나 가능한 일이 맞다.

 “아니, 어쩌면 다음 생에서조차 가능치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
 “혹, 네가 일렀던 것처럼… 또다시 너와 내가 사내라면.”
 “…….”
 “네놈이 중시하는… 경전이 그리 이르고 있으니.”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에, 똑바로 누웠던 등 뒤쪽은 이미 눈이 녹은 물에 젖어 얼어 있었다.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차디찬 눈더미 위에 등을 댄 것이 서러워서. 제 얼굴 위로 쉼 없이 내리 앉는 눈송이들에 눈꺼풀이 젖어 시야가 흐린 것이었다고 그리 생각했다. 결코 울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고, 눈앞에 내려앉는 눈송이들이 녹아 물기를 가져다 준 것이었다고. 성규가 벌게진 눈가를 손으로 가렸다. 잠시 후에는 누웠던 몸 위를 눌러 앉고 있던 몸이 먼저 일으켜졌다.
  우현의 원망스러운 눈이 줄곧 성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가를 옷소매로 가리고 누운 이는 여전히 기척도 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우현의 애가 이미 닳을 대로 닳아 있었다.

 “하나만 묻겠다.”

  쓰도록 절여진 목소리가 다시금 화두를 열었다. 우현은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너는 정녕 나를 한 번도 좋아했던 적이 없느냐?”

  하련대 위에 쌓인 눈이 결국에는 그림자를 만들어내었다. 해가 지는 방향을 등지고 늘어진 그림자가 둘에게 가까웠다. 덕분에 더욱 차게 가라앉은 공기가 이미 부질없는 질문을 던진 이의 속을 아프도록 후벼파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 끝에 성규의 몸이 일으켜졌다. 벌게진 눈을 가리고 누웠던 성규가 얼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어깻죽지 아래로 온통 찬 물에 젖은 옷에 흰 살결이 비쳤다. 얇은 도폿자락이 빨갛게 얼은 살에 달라붙어 바깥의 한기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그 탓에, 그를 단번에 일으켜 세우려던 우현의 충동을 막아낸 것은 성규의 다음 말이었다.
  정말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우현은 꿈결처럼 움직이는 성규의 입술을 멀거니 내려다보고 섰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안고 싶어 이토록이나 애를 끓게 만들어오는 이가 하고 있는 말들은 이별을 고하는 상황에 너무 가혹한 처사임이 분명했다. 우현은 성규의 구겨진 갓머리 위로 쌓인 눈이 녹아 장맛비처럼 뚝 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성규의 대답 소리가 먼 산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아득하고 또 아득히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사이에 자욱한 안개가 껴 버린 것 같았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인지, 길었던 답변 끝에는 또 그만큼 긴 정적이 뒤따랐다. 우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너는 끝까지 고약하다.”
 “…….”
 “잔인하고, 또 잔인한 사람이란 말이다.”

  왈칵, 달아오른 눈이 며칠을 새었던 성규의 눈과 같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주먹을 쥐고 섰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나는 네게 무엇이었느냐?”

  그림자가 둘이 선 곳에 머리를 드리웠다.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는…”
 “…….”
 “…나는 대체 네게 무엇이었냐고.”

  서산 위를 지던 해가 더욱 기인 그림자를 남겨두었다. 어스름히 내려앉은 어둠이 그것의 경계선을 흐릴 때까지 그 누구도 먼저 자리를 비키고 있지는 않았다. 결국은 먼저 발길을 거둔 것은 우현이었다. 이미 울컥 차올랐던 마음이 볼품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우현의 발길이 먼저 하련대 앞을 벗어나고 나서야 천천히 느려졌다. 동삼문을 여닫느라 나온 재직들이 꾸벅이며 머리를 숙였어도 그런 것 따윈 아무것도 눈에 뵈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온 얼굴에 맞았던 눈송이가 몸의 열에 녹아내려 물기를 맺었다. 눈송이가 녹아 맺힌 물이었다. 절대로 울고 싶었던 탓에 맺힌 눈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번 생이며 다음 생을 논하는 말들의 끝은 결국 파국을 부르고 있었다. 결코 물어날 생각 없이 완강해 뵈는 자의 결심은 꺾어낼 수가 없음이 분명했다. 계집아이들이 재미로 즈려밟고 노는 꽃송이처럼 온 마음이 문드러지고, 다시 문드러졌다.




  동삼문 밖에 남겨진 이의 마음도 앞서간 이의 것과 다를 바는 없었다. 한없이 뭉그러진 마음을 안고 일어선 성규가 젖은 옷을 털어내고 향석교 위를 되돌아가며 가이없이 울었다. 결국은 거리를 더할수록 커진 울음소리가 자꾸만 숨 뭉텅이로 목구멍을 턱턱 막아왔다. 찬 볼 위로 뚝뚝 떨어지던 눈물이 종래에는 궐 문에 닿아서야 그치고 말았다. 이미 푹 젖은 뒤주머니를 꼭 멘 성규가 고요한 궐 안으로 몸을 들였다.

  해시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의원은 시끄러웠다. 본청 앞을 뛰어다니던 의관들이 추레하게 멀뚱히 선 성규를 들리며 한두마디씩을 거들었다. 김성규 권지! 이럴 때가 아니네, 탕약 조제를 거들어주게! 또, 수의 대감의 행방을 묻는 목소리들이 너나 할것 없이 앞다투어 뱉어졌다. 정돈되지 않은 머릿속에 현실이 들이찼다.
  제가 갖은 현실은 이러했다. 두 눈으로 직시해야 할 현실은 이러했다. 잠시 동안 꿈속을 노닐다 온 것이라고, 그래서 결국은 하나도 잃은 것이 없다고 주문을 외자 목구멍을 딱 막고 내려가지 않던 숨이 단숨에 발끝까지 내려가는 것도 같았다.

  임금의 어환은 이미 하루 이틀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뒤주머니를 쥔 성규의 손이 날에 날을 더할수록 떨려오기 시작했다.






*

영춘헌[ 迎春軒 ]
창경궁의 내전. 왕의 침소
선정전[ 宣政殿 ]
왕이 집무를 보던 곳






..

진지한 씬..잘쓰고 싶다..

싸움 씬..잘쓰고 싶다...

말빨을...기르고......싶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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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이에요 진짜....와..이건 뭐..그냥!!!!말이 안나옴!!!!!!!!!!!!겁내 조아부러!!!!!!!!!!!!!!성규랑 우현이랑 우는데 저도 같이 눈물 흘릴뻔했어요ㅠㅠ
10년 전
독자2
내가 일등이다!!!!
10년 전
규닝
일등 사랑해요♡
10년 전
독자3
알람이 뜨자마자 바로왔네요 오늘!!!
코롱입니다 ~~~
와... 왜 점점 슬퍼지는 거죠???ㅜㅜㅜㅜ 간만에 과제를 한다고 컴퓨터로 들어왔는데
브금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진짜 막 눈이 내리고 있는 것같은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규가 대체 뭐라고 했길래...
잘 보고 가요 작가님!!! 역시 짱이에요 !!!ㅋㅋㅋㅋㅋㅋ

10년 전
규닝
브금!!!삐지 칭찬이다!!!!! 고마워요!
10년 전
독자4
프라푸치노!
10년 전
독자5
헐헐..ㅠㅠ성규는 여전히 단호하네요..ㅠㅠㅠ성규는 도대체 어떤대답을...ㅠ궁금해주금=_= 언제쯤 행쇼하는걸까요ㅜ둘이서 계속엇나가면 안되는데ㅠ 다음편 빨리보고싶어요~_~
10년 전
규닝
언제쯤?..안알랴줌 헤헤
10년 전
독자6
마음이너무아파요ㅠㅠ 성규야ㅠㅠ....
10년 전
규닝
쎄쎄..
10년 전
독자7
블베에이드에요!!!
아ㅠㅠㅠ오늘편은 너무 마음아파요ㅜ 우현이 말하는거좀봐ㅜㅜ다음생애에서조차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본인이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얼마나 맘이 아플까ㅠㅠ아니야 너네 이번생에서도 사랑할 수 있어ㅠㅠㅠ규닝님이 그렇게 해주실거야ㅠㅠ그렇죠 규닝님??ㅠㅠ우현이도 성규도 아프기만한 편이였던거같아요ㅠㅠ근데 성규가 마지막에 뭐라고 대답한걸까요??궁금해 미치겠어요ㅠㅠ다음편에서는 성규대답 알 수 있을까요??아님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신건가;ㅎㅎ아ㅠㅠ암튼 오늘두 정말 잘읽구갑니다 규닝님!!!

10년 전
규닝
ㅇㅖ..? ㅈ..ㅓ..저요?^,^;저에게 물으셨어요?ㅎㅎㅎㅎㅎ안알랴드림ㅎㅎㅎ 대답.. 읽ㄴ느 사람의 몫입니다!하면 그대들 답답해 쥬금이니까 언젠가는 가르쳐드립니다~ 하핫..
10년 전
독자8
가리비에요! 아 분위기가 정말 짠한다고 해야할까.. 읽으면서 내 마음이 다 짠해지고 뭉클해지네요.. 막 진짜 눙물나올뻔..ㅜㅜ 성규가 우현이하네 대답은 뭐라 했을지 엄청 궁금도 하고 왕님도.. 어떻게 될지ㅜㅜ 아 진짜 다 너무 분위기들이 너무 엄청나잖아요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ㅠㅠ 오랭만잉데 언제나 잘 보고 가요! 다음편 기다릴게요^~^
10년 전
규닝
맛있는 가리비가리비~_~!! 아..정말요? 저 슬픈걸 써본적이 없어서 누구 울리는 재주같은 게 없어요ㅠㅠ..~언젠간..울ㄹ 려ㅕ보고싶....다...............엉엉
10년 전
독자9
요즘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우울해서 그런 걸까요 우현이가 너는 고약하다. 잔인하고 또 잔인한 사람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왜 울컥하는지...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글 읽으면서 감탄하고 가요ㅠㅠㅠ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0년 전
규닝
이 댓글 받고 저도 마음이 싱숭생숭..^_T 왜 우울하실까 그대..ㅠㅠ..ㄷ제 글을 읽고 무슨 감정이든 느끼셨다는 거에 감사하지만 그게 좋은 감정인것만은 아닌거같아서 마음이 아파요ㅠㅠ
10년 전
독자10
오일이요 성규가 마지막에 한말이 뭘까요ㅠㅠㅠㅠ완전 궁금해 미치겟어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뭘까뭘까 너무 슬프다ㅠㅠㅠㅠ
10년 전
규닝
미치진 말아요 나에게 미쳐요!!
10년 전
독자11
돼지코에요!! 둘다왜울어ㅠㅠㅠㅠㅠ 하지만 언젠간 다시만나겠죠!ㅋㅋㅋ 성규는우현이한테가게되있고 우현이는 성규한테 가게되있고 근데 뒷주머니는왜쥐고있는거지? 내가제대로안읽었나?? 다시보고와야겠어요! 근데 그나인은 왜 거기로 간걸까요 뭔가 꼼수가있는데.그거때문에 성규가 피해볼거같은느낌.. 왕이다시 건강해졌으면좋겠다ㅠㅠㅠㅠ퓨
10년 전
규닝
마지막? 말씀하시는거에요? 뒤주머니? 아니에요 복선같은거라서 이해가 안가실수도 있어요^~^! 하핫
10년 전
독자12
여우비에요!!성규가한마지막말이뭐길래ㅜㅠㅜㅜㅜ성규랑우현이는또어긋나는건가요ㅜㅜㅜㅜㅜㅜㅜ왜왜왜ㅜㅜㅜ
10년 전
규닝
동방싱깅가 부름니다 왜!!
10년 전
독자13
찹쌀떡이에요 오늘 진짜 슬프네요ㅠㅠ 왜 자꾸 어긋나는걸까요 둘이 마지막에 성규가 뭐라했길래 우현이가..! 성규가 솔직해졌으면 좋겟네요ㅠㅠ 아유ㅠㅠ 한번더 우현이가 용기가지고 성규한테 다가가줫으면하는 마음이있네요.. 너무 슬프다 그나저나 성규왜손이떨려요?? 계속봐도 모르겟어요.. 전 바보엿나봉가..!? 성규야 쉬면서해ㅜㅜ 아 너무 슬프다 눈물이 ㅠㅠ어유ㅠ 잘보고가요 작가님 어늘도 최고! 작가님은 항상 최고였지요 그럼 다음화에서 봐요 애정해요
10년 전
규닝
이분도 물으시는데!! 마지막? 물으시는거에요? 손 떨리는거? 그건 복선이라서 그대가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 하핫.. 바보 아녜여..바보는 제가 더 바보..만약 제가 이걸 읽는 입장이었으면 저는 복선같은거 하나도 몰랐을거에요..추리바보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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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규닝
여담이지만ㅋㅋㅋㅋㅋ케헹그대 항상 이렇게 엔터 쳐서 답글주실때마다 세로드립일까 싶어서 세로부터 읽어요ㅋㅋㅋㅋ
10년 전
독자15
아쿠아입니다!
오늘ㅠㅠㅠㅠ 너무 슬프네요ㅠㅠ 우현이는 왜 자신의 마음까지 상처를 내면서 그렇게까지 말을 모질게하는지ㅠㅠㅠ 성규도 우현이도 둘다 너무 안쓰럽네요ㅠㅠ 그나저나 성규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길래 우현의 충동을 막아낸걸까요ㅜ 잘 봤습니다! 그대 수고하세요~

10년 전
규닝
그대한테도 비밀이지롱롱 마지막말 하핫
10년 전
독자16
자몽선댓 스크롤을 내렸는데 다 슬프다고 하시네(걱정)
10년 전
독자17
투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앟ㄷ규ㅠ라ㅣㅓㄴ이ㅏㅠㅠㅠㅠ성규가 무슨 말 했는지는 안 알려주는 나쁜 규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저께도 울고...감수성 촉촉 자몽 에센스! 죄송 근데 성규 너무 단호해 단호박이세여? 성규 너무 모질게 말한다...능....ㅠㅠ 진심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냉정하다눙...아 근데 성규 눈에 젖은거 춥게ㅆ다 감기 걸리겠오... 울었으니까 머리도 아플 것 같고...ㅠㅠㅠㅠㅠ 근데 진짜 꿈 같겠다 다리 하나 건너고 문 여니까 거니는 또 약 만들어야 되고...아우 춥다 근데 규닝은 묘사력이 참 좋앟ㅎㅎ 아는게 없어도 눈에 이미지가 보인다능...흡...아 근데 경전따위...찢어버려 푸쉬팡ㅠㅠㅠㅠㅠㅠ은 철컹처렄ㅇ 아 근데 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ㅠㅓ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망린뮤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성구는매정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몰라ㅠㅠㅠㅠㅠㅠㅠ근데 또 막 대사들이 주옥가트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왕님의쾌차를빌며ㅍ퓨
10년 전
규닝
ㅋㅋㅋㅋㅋㅋㅋ나븐 규닝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하 나쁜규닝 '.^ 찡긋 아....묘사력? 요즘에 일상속에서 하루종일 영어만 쓰다보니까ㅠㅠ..어휘력도 달리고.............그래서 묘사에 한계를 느끼는데 그대가 그리 말해주시니 다행이어요 엉엉.ㄴㅏ 한쿡말 까머거
10년 전
독자36
홀 그럼 나 영어 좀 가르쳐줘여.... 영어 단어를 어떻게 해야 잘 외울까여 내공 100드림 내공냠냠신고
10년 전
독자18
내사랑 울보 동우! 너네 왜 우럭 울지마ㅠㅠㅠ 너네가 울면 내 마음이 아프쟈나ㅠㅠㅠㅠㅠ
10년 전
규닝
그리고 규닝이가 우럭이 됨
10년 전
독자19
차별입니다ㅠㅠㅠ 와씨 대박이니다요ㅠㅠㅠ 현성이 안 울었으면 좋겠는데ㅜㅜㅜ 저도 울까봐 으어ㅠㅠㅠ 해피로 가지 않나요 오ㅠㅠ 왜 슬퍼지나요ㅠㅠㅠ
10년 전
규닝
안알랴드림!!!!!
10년 전
독자20
마이쮸 에요! ㅠㅠㅠ 이번편은 너무너무 슬퍼서 말을 못쓰겠어요ㅠㅠㅠㅠㅠㅜ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규닝님 다음에 오실때까지 계속 우럭이 되어서 울고 있을게요...흑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ㅜㅜㅜㅠㅠㅜㅠㅠㅠㅠㅜㅜ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ㅠㅠㅜㅠㅠㅜㅠㅠㅠㅜㅜㅠㅠㅠㅠㅜㅜㅠㅜㅜㅠㅜㅠㅠㅜㅠㅠㅜㅠㅠㅜㅠㅜ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ㅜㅠ
10년 전
규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요
10년 전
독자35
규닝님 오셨으니까 이제 뚝 할게요 ㅎㅎ 어우 전 규닝님 앞에서만 귀여워지나봐여 ♪(*´θ`)ノ
10년 전
독자21
마카롱이에요!!ㅠㅠㅠㅠㅠ이번편 왜이리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계속 울컥하고ㅠㅠㅠ 규닝님 기다릴게요ㅠㅠㅠ
10년 전
규닝
뜬금없지만.. 마카롱은 왜 비쌀까요?
10년 전
독자22
망태!!!!!!!
10년 전
독자23
비정상아니야ㅠㅠㅠㅠ안됀다고ㅠㅠㅠ너희이렇게ㅠㅠㅠ나한테자꾸ㅠㅠ행쇼안하고 너희ㅠㅠㅠㅠ이러면ㅠㅠㅠ작가그대ㅠㅠ이러지말아요ㅠㅠㅠㅠ진짜ㅠㅠ나애태울꺼에요ㅠㅠㅠ?이런잔망스러운그대ㅠㅠㅠ그대는 인간문화재가 되야해요ㅠㅠㅠ아나ㅠㅠ금글대박ㅠㅠ제목에 무릎주의필요한거같아요ㅠㅠㅠ♡
10년 전
규닝
인간문화재...소실!! 바람처럼 사라짐니다
10년 전
독자47
헐 날아가셧어 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4
수타에요!오늘은롸장실이아니지롱ㅋㅋㅋㅋ아잌아잌ㅋㅋㅋ오제쓸려고햣는대쓰차당해서ㅠㅠㅠ퓨ㅠㅠㅠ
10년 전
규닝
롸장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32
에구머니나 화장실이요!으ㅠㅠ하ㅠㅠ근대이번편은진짜대바규ㅠ
10년 전
독자25
올리브
이번화는 성규 우현이 모두에게 아픈 이야기였네요.. 우현이도 상처받았지만 저는 성규가 더 걱정이되요ㅠㅜ 이 글 속의 우현이는 감정표현에 솔직한편이니까 화나면 화를내고 슬프면 슬퍼할 수 있는데 서생원은 꾹꾹 눌러담아놓는 편인 거 같아서, 일도 바빠지는데 몸도 마음도 병이 들까봐 걱정이에요큐ㅠ 어느샌가 텍스트 속의 인물들을 실제 인피니트만큼이나 걱정하고 있는 나년...☆ 헌데 서찰이 전달된 사헌부가 제 쥐꼬리만한 역사상식에 의하면 우현이 아버님이 대빵인 홍문관이랑 같이 3사로 묶이는 걸로 알고있는데 그럼 검은 배후세력에 우현이네 아버님이 연관된거라면, 임금이 돌아가신 후에는 어의인 수의대감이 귀양을 가야하면(대장금 배경지식...ㅋㅋ) 우현이와 성규의 관계가 요상하게 짬뽕이 되어버리네요 말이 정리가 안되게 복잡하지만ㅋㅋ.. 무엇보다도 우현이의 다음생에도 둘다 사내라면 가능치 못하겠다는 말이 제일 가슴이 아파요 성규가 무슨 대답을 했을지 궁금하됴다... 암튼, 규닝님 글로 힐링하고 가요ㅠㅠ 수고하셨어요 작가님♡

10년 전
규닝
올리브그대 꽤나 예리해서.. 이 댓글 받고 나서 아 이번편에 답글을 달까 말까..?패스할까? 고민했어요ㅎㅎㅎㅎㅎㅎㅎ~_~ 그대는 내가 당황스러울정도로 예리했으니까 긴 답글을 드리지 않을거야!! ㅇ엉엉
10년 전
독자26
규지지1호꿀꿀이와쯔용 성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은 되게 짠하다ㅠㅠ 왕이 승정원으로 보낸 내요이 뭘까?성규가 말한 대답은 뭐지요?귱그매
10년 전
규닝
궁그매요? 안알랴두림
10년 전
독자27
성규가 말한 마지막 대답도 궁금하고 사헌부 쪽으로 가게 된 밀지의 내용도 정말 궁금하네요ㅠㅠ.. 으잉... 너무 슬프다.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그 다다음 생에도 사랑하게 될거에요 분명히.
10년 전
규닝
그리고 지금 생에 사랑하고 있죠 현성이들로 하하 뽀Zㅔㅂ┐ ㅡ★
10년 전
독자27
사과에요! 너는 정녕 나를 좋아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느냐ㅠㅠㅠ 이말이 왜이렇게 아플까요ㅠㅠ 성규가 원하는 현실 이상들은 결코 조화를 이룰수 없는것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참 이글은 예나 지금이나 현실속의연인들의 모습이랑 비슷한것같아 안쓰럽네요.. 오늘도 잘보고가요!
10년 전
규닝
사과사과 맛있는 ㅅㅏ과~_~ 마음 아프지 마요..제가 더 아픕ㅂㅍㄷ푿배ㅑㅜ퓨마ㅓㅍ ㅎㅋㅋㅋㅋㅋㅋㅋㅋㅎ하하 아..현실속의 연인들이 이러면 좀 많이 슬픈거 아닌가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8
아흑 마음이 간질간질하네요ㅠㅠ 애달프고 또 애달픕니다...... 이 두사람의 앞길을 닿지않을지라도 조용히 응원합니다ㅠㅠ
10년 전
규닝
규닝이도 응우너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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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규닝
안녕안녕 묭ㅇ묭.. 바쁘세요? 저는 지금 완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제가 사실 지금 외국에서 유학중인데! 그저께부터 백수임니닼ㅋㅋㅋㅋㅋ전 안바쁘..ㄴ...아..절...죽..ㅇㅣ...고싶..으시다9요? 그럼 여기까지 하고ㅠ,ㅠ~ 아아 구대ㅠㅠㅠㅠㅠㅠㅠ제가 수의랑ㅠㅠㅠㅠ왕 얘기도ㅠㅠ짠하게 써보고싶었는데 그대가 캐치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임팩트 없었나? 하고 혼자 소금쟁이가 되구 있었는데 히히@^^@ 근데 나르...미워하지 말아요..궁금증은 곧 풀릴테니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 그대가 날 ㄷ...아...아니다 말하지 않을래요 아.. 역시..작가는 입이 무거워야 해
10년 전
독자30
니니 입니다. 시간은 티톡틱톡 잘만 가네요. 어느새 15일자 업뎃을 이제서야.. 한 편 걸러 띄엄띄엄 온다고 내치시면 아니됩니다. 진짜에여... 내..내가.. 늦.. 늦지만 그래도 어! 잘 달리고! 있어요 ! 12편에서 우현이 진짜 .. 멋있어서.. 말이 안나왔어요. 내 머리속에 들어갔다 나왔나봐요 ~ 내가 꿈꾸던 우현이와 성규! 우현이가 화를 못참고 성규한테 막 화내는건데 왜 멋있는건지.. 하..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둘이 아파하는게 속상하지만 ㅠㅠ 그래도 한편한편 볼때마다 행복하네요
수의 에게 수고했다고 인사한거 보니 이제 물러날 것 같은데.. 왜 그 이상한 나인은 시키는 대로 승정원을 안가고 다른데로 갔을까요 ~.~ 어쩐지 폭풍이 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규닝님 글을 보면서 하나하나 떠올려보는게 재밌어요. 이번편도 수고많았어요. 주말 잘 보내고 다음편에 또 :-)

10년 전
규닝
니니!!허니허니!!구대~_~!! 내치지 않아요! 잘 달려오고 있어요? 적토마처럼!? 그대 곧장 따라오신다는 거 아니까 보채지 않아요 XD 그대는 퐁퐁이그대니까~.~! 하핫..저는 주말 잘 보냈답니다!!!주말이 끝났는데.. 그대는 즐거운 월요일 보내세요 히 월요병 없이
10년 전
독자31
구... 규닝...! 나 왔어요..... 천천히 정주행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who
10년 전
규닝
이게 누군데요? 그게 누구에요? 님 누구세요??
10년 전
독자34
;-;... (쥬륵
10년 전
규닝
장난이니까 금방 와요
10년 전
독자33
겨울이에요!!!!!! 성규는 매정하게 떨쳐내려고 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아팠을까요 ㅠㅠ 뭐라고 대답을 했기에 우현이가 저렇게도 슬퍼하는지 궁금합니다 ㅠㅠ 이제 우현이와 성규가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어지겠죠? 성규는 내의원으로 갔고, 이제 책도 보러 오지 않을 거고, 약재도 가지고 오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이제 둘이 만나도 모른 척 지나가게 되버리면 ㅠㅠ 내 맘이 많이 아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성이들 행복하게 살아야 되는데 ㅠㅠ
10년 전
규닝
그대 어서와요ㅠㅠㅠㅠ정주행하며 달아주시는 댓글들 보고 감동감동열매 먹고있었어요ㅠ_ㅠ~ 한꺼번에 읽는것도 힘드셨을텐데 매화마다 자취까지 남겨주시며ㅠㅠㅠ고마워요~ 그대 정주행한 시간에 아깝지 않은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10년 전
독자38
마지막에 성규가 한 말이 뭐였을까요ㅠㅠㅠ 어엉어어엉ㅠㅠㅜ우현아 성규야ㅠㅠㅠ지켜보는 제가 더 안타까워요....ㅜㅠㅠㅠ 진짜 규닝님은 금손이세요!! 제가 이 글을 왜 이제서야 알았는지ㅠㅠ... 다음편 기대할게요ㅠㅠ 신알신 하고 갑니다!!
10년 전
규닝
신알신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9
안녕하세요 규닝님! 인스티즈에서 글 쓰시는 걸로 유명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읽은 건 오늘이 처음이네요.. 미루감화서 지금 몇 시간에 걸쳐서 지금 올라온 것까지 읽는데 진짜 글 솜씨가 대단하세요. 글 읽는 내내 어떨 때는 제가 성규가 되기도 하고 우현이가 되기도 하면서 마음 졸이고 행복해하고 슬퍼하기도 했네요. 긴 글을 읽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여운이 많이 남아서 어떻게 감상을 적어야할 지 감을 못 잡겠어요. 서로 사랑하기도 힘이 드는데 대사헌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앞으로 고생이 훤한 것 같아요. 현성 사랑하기도 바쁘니까 꺼지라구 엉엉ㅠㅠ 하지만 고난이 있어야 단비도 내리는 법..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자뭇 기대되기도 하고요.. 가학성이 드러나는 건가..ㅋㅋ 아무튼 다시 읽어야할 것 같아요(단호).. 뭔가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읽었더니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머릿 속에 뒤죽박죽 섞여서 저도 마음의 정리를 좀...정말 정말 너무 잘 읽었구요 다음편에서도 힘내주세요!!
10년 전
규닝
유명..?이라니 그 무슨 들어본 적도 없는 소리..입니까 저는 한낱..하핫@^,^@~....!? 어디다 내놓기도 부끄러워서 쓰는 족족 공금으로 감추기 바쁜 쭈구리인데요ㅠ_ㅠ~ 음..정주행이시라니... 한꺼번에 읽으시느라 정신이 피폐해지셨을건데ㅠㅠㅠ..정주행은 힘든데 그래서인지 한꺼번에 달려오신 분들보면 막..측은하고 대단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그대 정주행하신 시간에 누가 되지 않는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예쁜 댓글 고마워요~
10년 전
독자40
하니에요!! 아정말ㅜㅜㅜ 잘되려하면 안되고.. 우현이도 성규도 너무 안쓰럽네요ㅜㅜ 좋아해도 그렇다 말을 할수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현성이들 우니까 저도 울뻔했네요ㅜㅜ
10년 전
독자41
남우현 바보 ㅠㅠ
앗 .비회원이에요. 글을 읽고 너무 속상해서 그만 저 말이 먼저..
우현이 입장에선 먼저 제 마음 흔들어놓고 이제와서 발뺌(으로 보이겠죠)하는 성규가 원망스럽겠죠.
자기는 같이 이겨낼 결심을 하고 꺼낸 말인데 - 우현이 입장에서도 용기를 많이 낸거겠죠 - 상대는 다음 생 타령이나 하고있다니..
그런데 자신이 그렇게 용기를 내서 내린 결정이라면 상대는 자기와 신분차도 많이 나는 남자라는 사실을 조금 생각해서..상대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는건 불가능할까요?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대답이라고 해서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저렇게 폭언을 ..
나중에 성규의 입장을 한번 돌아보게 된다면 그때 자신이 했던 말들이 돌아와서 자신을 괴롭힐 것 같네요.
우현이는 정말 어려움없이 자란 도련님-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성규는 손에 문제가 생기려나 걱정이 되네요. 결국은 자신이 사랑도 포기해야가며 이루려던 꿈도 이룰 수 없어서 모든걸 다 잃었다고 생각할까봐 미리 걱정부터 되는 이 마음..ㅜㅠ .. 망할 신분 껒어..ㅡㅜ ..

10년 전
독자42
안녕하세요~~ 현성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인연입니다..ㅠㅠㅠ 요즘들어 너무 늦게 들어오는것 같아서 죄송하네요ㅠㅠ 그래도 저를 잊으신건 아니죠?ㅠ 잊으시면 저 울꺼예요ㅠㅠㅠ 현성이들어떡해요ㅠㅠㅠㅠ 몇화째 이말만 하고 있는 기분이네요ㅠ 우리현성이들 사랑에는 왜이렇게 힘들까요? 서로 사랑하면서 지내기엔 너무나 장애물이 많아서ㅠㅠ 현성이들이 잘 될수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어떻게 해서든 잘 됐으면 좋겠는데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3
돼지코 갑자기신알신떠서놀랐서요...오륜가..??
10년 전
독자44
사과에여 잉 갑자기 쪽지가 왔더어.. 뭐징뭐징
10년 전
독자45
갑재게신알신떠서놀란수타가달려왓네요..ㅋㅋㅋㅋ
10년 전
독자46
내사랑 울보 동우에요 그대도 날아가셨군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8
하니에에 쪽지떠서 날라왔는데..오륜가요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49
이잉 갑자기 신알신이 왔더 뭐지.......자몽이에요
10년 전
독자50
으익??수정??? 악 나 폰이라 월요일까지 확인 못 하는데 ㅠㅠ
펑하면 안됨 ㅠㅠ ㅡ비회원 ㅡ

10년 전
독자51
응? 이거 봤던건데? 뭐져?
10년 전
독자52
응.???? 저만 다시 온게 아니네요! 놀랐잖아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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