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명수x성열
"아, 작작하라고 헤어지자고."
성열은 짜증이 난다는 듯 앞에 서있던 명수를 밀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명수는 그저 뒷걸음질을 하며 벽에 기대어 자책을 할 뿐이였다.언제부터 이렇게 꼬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했던 해는 3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는것과 명수는 아직도 성열을 사랑하고 있다는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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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연애는 3년전 19살, 어린나이에 시작되었다.수능이 끝나고 마냥 신이 난 아이들 사이에서 성열은불안함을 감출 수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어렸을적부터 썩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온 성열은부모님의 기대가 컸다.너가 우리집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것이라 믿는다. 아버지가 입에 항상 달고다니셨던 그 말.그리고 성열은 그 말을 실현하기 위하여 어느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그의 성적은 항상 상위권에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수능.자신의 학교, 그 적은 소수의 학생이 경쟁하는 것이 아닌 전국에 있는 학생과 재수생들과의 경쟁. 성열이 이길리에는 만무하였다.좋은 대학에 가지못하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어머니의 한숨과 아버지의 폭력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놀고싶은 마음 역시 사라지는것이 당연하였다.반 구석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는 성열을 보곤 평소 친하던 명수가 다가와 물었다.
"야 너 보니까 내가 기운이 빠진다. 왜 그래? 뭐가 문젠데."
자신의 머리에 손을 턱 올리며 묻는 명수를 성열은 바라보자 곧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한번 한숨을 쉴 뿐이었다. 명수가 자기에 심정을 알리 없었다. 명수는 평소 성열과 친했고 소위 말하는 노는무리와 친했다. 명수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부모의 압박없이 자유분방하게 살아왔다. 성열과는 반대였으나 둘은 어디서 맞았는지 꽤나 친하게 지냈고, 누군가 '누구와 가장 친해?' 라고 물으면 자연스레 서로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성열은 굳이 명수에게 자기를 이해해달라고 하고싶지 않았다. 그냥 단지 친한친구로써 힘든 자신을 위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조심스레 자신의 머리에 올라와 있는 손을 잡아 끌어내 잡으며 말하였다.
"명수야…. 나 너무 힘들어."
"뭐가 문제야. 또 아버지가 때렸어?"
"아니. 그냥 나 너무 힘들어…."
성열은 마냥 힘들다고만 말하며 명수의 허리를 잡아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성열을 보며 명수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는 성열을 다독여줄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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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이 이게뭐야?널 믿은 내가 병신이지."
수능 성적표가 나왔다. 등급은상상 그 이하였다.아버지는 화를 내시며 주먹을 드셨고,맞고있는성열을 그저 한심하다는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열은 아버지를 내치고 집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고,곧휴대전화를 들어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Rrrrr- Rrrrr-.지루한 통화음이 몇번이나 울렸을까 곧 반대편에선 명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명수야, 나 너희집에서 하룻밤만 재워주면 안되겠냐?"
얼른와. 명수는 성열을 흔쾌이 받아주었다. 성열은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명수의 집으로 뛰어갔고, 이내 명수의 집에 도착하여 벨을 눌렀을 땐 명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성열은 명수를 보자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고, 그런 성열을 명수는 집안으로 들여 자신의 방으로 데려갈 수 밖에 없었다. 성열을 침대에 앉힌 명수는 휴지 몇장을 뽑아성열에게 건내며 물었다.
무슨일 있었어? 명수는 성열의 어깨를 감싸며 조심스레 말을 물었고, 성열은 그런 명수를 바라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 등급이 쓰레x야. 아버지가 화나셔서 날 때렸고, 어머니는 그런 날 한심하다는듯 쳐다봤어. 나 이제 집이 무서워. 이러다가 아버지에게 맞아 죽을까봐 무섭고, 그 차갑고 한심하다는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심장을 쿡쿡 찔러와."
나 어떻게 명수야…. 살고싶지 않아. 그냥 죽는게 나을꺼 같아. 성열은 자신이 하는 말에 감정이 북받친것인지 더욱 더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아냈고, 그런 성열을 보며 명수는 한숨을 쉬며 품에 안았다. 이성열. 너가 없으면 내가 죽을꺼 같아. 그니까 그런 말 하지마. 아마 이때였을꺼다. 명수가 성열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와 성열이 그런 명수에게 설렘을 느꼈을 때가.
다음날 둘은 같이 학교에 갔다. 반 아이들은 자신의 수능성적에 크게 낙심한 것인지 분위기가 한껏 가라앉아있었고 몇몇 아이들만이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평소 성열과 상위권을 다투던 성규가 와 성열의 어깨를 툭 치며 결과에 대하여 물었다. 못봤어. 성열은 대답을 한 후 자신의 자리로가 앉았다. 성규는 그런 성열을 바라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른친구에게로 가 마저 이야기를 나눌 뿐 이었다. 사실 변한것은 없었다. 아이들의 낙심한 표정도곧 장난으로 사라졌고, 선생들은 그런 학생에게 마냥 꾸짖지만 않고 다독여주는거 또한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수와 성열의 관계 역시 변하지 않았다. 명수는 꽤나 성열을 의식하는 듯 보였지만 성열은 그런 명수를 평소 친한친구 대하듯 하였고, 명수는 다시 한번 짝사랑으로 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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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왔어요."
집안은 생각외로 얌전했다. 어머니 혼자서 TV를 시청하고 계셨고, 곧어머니는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성열을 불렀다.
"이성열."
"……."
"성열아."
"…예."
간만에 다정하게 불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성열의 목소리는 떨려왔다. 하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는 없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신선한 충격에 의한 떨림으로 간주한 성열은 어머니의 뒷모습만 빤히 바라보았다.
"거기 식탁위에 돈있어. 그 옆에 니 짐도 있고."
"예?"
"나가살아. 아버지 화 많이 나셨어."
아……. 이렇게 쫒겨나는구나. 성열의 눈에선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쉴 틈 없이 떨어지는 눈물에성열은 눈물을 닦았고, 곧 말을 이어나갔다.
"이 돈은 뭐에요.제가 왜 나가요…. 어머니 자식인데 왜 쫒아내요…."
"내 자식이니까 쫒아내는거야. 못난 애미,애비 만나서 고생많았다. 비록 내가 조금씩 모아온 적은 돈이지만 나가서 살아."
"……."
"어서."
"……."
"성열아, 엄마 말 들어야지. 아버지 오시기전에 얼른 가보렴."
성열은 다정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뒤로한채 돈과 짐을 들고 집밖으로 나갔다. 마지막에 희미하게 떨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성열은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다. 꼭 나가야만할거 같았으니까. 하지만 막상 나온 이후엔 어떻게 해야 할지가 의문이였다. 막막했다. 하루 아침에 지낼곳과 부모를 잃었다. 멍하니 서서 자신의 짐을 바라보던 성열은 곧 자신의 바짓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를 꺼냈다. '김명수' 이름 석자가 뜨고 성열은 이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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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
명수는 급히 뛰어왔는지 숨을 고르며 성열의 이름을 불렀고, 성열은 그런 명수를 보며 조심스레 손을 흔들었다. 어제 아버지에게 맞았던 성열이 걱정되어 전화해 보았는데, 역시나 성열은 우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 명수는 성열에게 다짜고짜 어디냐고 물었고, 성열은 그런 명수에게 자신이학교 근처에 있는 공원에 있다고 말하였었다. 명수는 성열이 꽤나 걱정되었는지 성열의 손짓에 뛰어와 성열의 어깨를 부여잡고 왜 울었냐고 묻자 성열의 옅게 웃고있던 얼굴을 굳히고 눈물을 터트렸다. 명수야 어떻게. 나 이제 지낼곳이 없어. 이제 나 버림받았어. 어떻게 해야되. 울음을 터트리며 서럽게 말하는 성열에 모습의 성열의 옆자리를 보자 자그마한 캐비넷이 놓여있고, 그 위엔 하얀 돈봉투가 있었다. 아. 상황파악이 된 명수는 계속해서 눈물을 떨구는 성열의 얼굴을 부여잡고 계속해서 엄지로 눈밑을 쓸어주었고, 곧 성열은 진정이 되는지 가만히 앉아 고개를 숙였다. 명수는 곧 성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같이살자. 성열은 곧 숙였던 고개를 조심히 들며 명수와 눈을 마주쳤다. 명수는 그런 성열에게 웃어주며 '나랑 같이 살자고. 나 자취할꺼야.'라고 말헀고, 이내 성열은 명수에게 안겨 다시 한번 눈물을 터트려야 했다. 자신을 챙겨주는 친구 명수가 고마웠고, 그에게 들었던 어렴풋한 고백을 무시한게 미안해서 눈물을 흘렸다.
명수의 말이 사실이였는지 다음날 자신의 침대에 자고 있던 성열을 깨워 짐을 챙겨들고 자취집으로 향하였다. 자취집은 생각외로 훨씬 깔끔하고 좋았다.거실에 방 두개의 자그마한 집. 둘이 지내기에는 충분하였다. 성열은 자취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명수를 빤히 보았다.
"고마워…."
"뭐, 친구니까."
친구니까. 자신이 한말이 화살이 되어 되돌아온다. '친구' 그렇다. 명수와 성열은 친구였다. 하지만 명수는 그렇게만 바라 보지 않았다. 자신의 솔직했던 마음표현을 듣고도 모르는척 하는걸까 아니면 이해를 못한걸까 싶지만 되묻지는 않도록 하였다. 만약 전자였다면 조금, 아주 조금 슬플 거같았으니까. 허탈한듯 웃었던 명수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 보았다. 낙엽은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떨고있었고, 사람들은 벌써부터 목도리를 두르고다녔다. 어느새 12월이다. 수능은 끝났고, 우리가 시달릴 일들 역시 끝났다. 한달후면 우리는 성인이였으며, 어느 누구의 참견을 받지 않아도 된다. 만약 어느 누구도 참견을 하지 않는다면 명수는 성열을 계속 사랑하도 되는걸까.
이성열, 내가 널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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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터진날은 크리스마스였다.
"명수야아. 우리는 뭐 없냐?"
쇼파위에 엎어져 성열은 심심한듯 말을 걸었다. 명수와 성열의 동거는 예상 외로 잘 맞았다. 남자 둘을 붙여놔 하루하루 시끄럽긴 했지만, 나름대로 잘 꾸려나갔고, 성열에 대한 명수의 마음 역시 커져만 갔다. 이렇게 애교를 부려올때면 명수는 멍해졌고, 성열은 그런 명수에게 어리광을 피었다.
"아잉. 명수야아! 우리 뭐 없냐고!"
"나한테 뭘 바래."
"우리 나가자."
하. 이런날 나가자니. 아직 이성열이 정신을 못 차린듯 싶다. 크리스마스. 연인들의 날이라 할 수 있을정도로 길거리에는 팔짱을 낀 연인들이 넘쳐났다. 아. 나도 이성열 애인이나 됬으면 좋겠다. 산타할아버지, 쟤가 선물을 달라하기엔 너무 커버렸지만 주신다면 이 성열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잡다한 생각을 하느라 멍하니 있던 명수는 날라오는 성열의 발에 정신을 차렸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나가자고."
"야! 오늘 크리스마스야. 거리 나가봤자 커플밖에 없을껄."
"씨발. 짜증나.나도 애인줘. 김명수 너 때문이야."
"뭐 고. 니가 애인이 없는 걸 왜 내탓으로 돌려."
"몰라아! 나도 애인 가지고 싶어. 외로워."
"야 그럼 나랑 사귈래?"
진심 툭.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성열은 그 말을 듣자 놀라 엎어져 있던 몸을 잃으켜 앉았고, 명수는 자신이 한말에 놀란 듯 얼굴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숙였다. 아니 씨x. 내가 돌았지
"진심이야?"
"야…! 자..장…!"
"그래."
? 진심이냐고 물어오는 성열의 질문에 명수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장난이라 외칠라 하였다. 하지만갑작스레 자신의 말을 짜르며 '그래'라 답해오는 성열의 말에 명수는 성열을 바라보았다. 성열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명수는 그런 성열을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뭐…뭐라고?"
"사귀자고, 내가 지금 니 고백 받아준거야."
성열은 고개를 들으며 대답하였고, 성열의 얼굴은 붉은 채 명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 명수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이렇게 둘만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그들의 연애는 꽤나 행복했다. 동성애.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둘은 어느 연인 못지않게행복하였다.연애보다는 동거를 먼저 한 친구로써 서로에 아는점이 많아 서로에게 많은걸 양보했고친구가 아닌 연인으로써 바라는 것이 있어 자주 다투기는 하였어도 그들은 행복하였다. 100일날 맞춘 이니셜이 새긴 반지. 200일날 주고받은 장문의 편지와 꽃다발. 300일날 성열이 좋아하던 피아노 곡에 맞춰 추었던 춤. 1주년 때 나눴던 둘만의 깊은 밤. 이외에도 그 둘은 매번 기념일을 챙기며 서로의 사랑에 취하였고, 그들의 집에는 추억이 쌓여갔다.
하지만 마냥 그들이 행복했다? 아니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2주년이 되던 날. 그래 그 전날 일이터졌다. 자신의 동성연애를 유일히 아는 우현을 명수는 초대를 하였고, 그 날 성열은 처음으로 우현을 보았다. 셋은 술을 마셨고, 다음날 우현과 성열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물론 여기서 일이 끝났다면 해피엔딩으로 끝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성열과 우현. 그 둘이 친하게되어 일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어느 날부터 우현과 성열의 만남이 잦아졌고 명수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올해 봄 성열은 우현과 자주 만남을 가졌고, 성열은 그때부터 이미 명수가 아는 그런 성열이 아니였다. 그래도 믿었다. 명수는 성열을 사랑했고, 우현을 좋은친구로 믿었다. 그리고 매미소리가 커져갈 때 즈음 믿음은 깨졌다. 둘은 명수와 성열이 자주가던 카페에 앉아 손을 잡고 해맑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창 밖에서 바라보던 명수를 보았을 땐 그 둘의 눈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이 났다. 자신의 애인이었던 성열이 자신의 친구인 우현과 바람이 났다. 그리고 몇달이 지났을까 성열은 명수에게결별을 선언했다.
"헤어지자."
"뭐?"
"나 이제 이 집 나갈꺼야. 우현이랑 살라고."
"미쳤어?"
"너 나 바람난거 알았잖아."
나 너 못놔. 명수는 성열의 팔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성열을 놓아줄 수 없었다. 이제 곧 3년. 3주년을 앞두고 있는 앞에 이별이라니. 말도 안됬다. 그것도 자신의 친구와의 연애를 하기위해. 인정하기 싫었다.
"너랑 내가 함께한 시간이 3년이 다되가. 그런데 널 놓아주라고? 못놔."
"나 이제 너 안사랑해."
"내가 널 사랑하는데 왜."
팔목을 쎄게 땡기자 성열이 휘청하였고 그런 성열을 반대쪽손으로 붙잡고 명수는 거칠게 키스를 하였다. 하지만 입을 열지 않는 성열에 명수는 고개를 땠고, 성열은 화가난 듯 명수를 노려보았다.
"아, 작작하라고 헤어지자고."
성열은 짜증이 난다는 듯 앞에 서있던 명수를 밀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명수는 그저 뒷걸음질을 하며 벽에 기대어 자책을 할 뿐이였다.언제부터 이렇게 꼬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했던 해는 3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는것과 명수는 아직도 성열을 사랑하고 있다는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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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rrr-Rrrrr-
성열의 폰에는 진동이 울린다. '김명수' 이름 석자가 뜨자 성열은 신경질이 난다는 듯 휴대전화을 내던진다. 이내 방문을 열고 우현이 들어오고 성열은 그런 우현에게 달려가 안긴다. 우현은 성열이 사랑스럽다듯 바라보더니 침대에 앉히고 자연스레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의 손길이 좋은지 성열은 얌전히 앉아 던졌던 휴대전화를 주워 기록을 확인한다. 요근래 명수의 연락이 잦아졌다. 자신의 결벌선언 때문이었을까, 명수는 하루에 두세번 꼴로 전화를 하였고 그 연락을 성열은 매번 무시하였다. 이제는 질린다. 그가 질려버렸다. 성열은 문득 생각을 해본다. 언제부터 명수와 자신의 사이가 이렇게 뒤틀렸을까. 답은 딱히 뭐라 정할 수 없었다. 성열에게 마냥 친절하고 잘해줬던 명수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줬을뿐 결국엔 질리게 된다. 어느사랑이나 그랬다. 결코 평생가지는 못한다. 평소 우현과 어울리면서 들었던 말들이다. 점점 생각에 깊게 빠져들고 있었을 때 휴대전화를 쥐고있던 손에선 짧은 진동이 느껴진다. 김명수에게서 온 문자였다. 성열은 문자를 보도록 하였다. 이것마저 못본척하면 자신에게 잘해줬던 명수에게 미안할거 같았으니까. '내일이 우리 3주년이야. 헤어져 줄게 그래도 우리 3주년은 같이보내자. 진심이야. 3시간만 시간내줘.' 아. 성열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성열은 웃으며 우현에게 보여줬고 우현 역시 웃었다. 창 밖을 내다보니 눈이 하얗게 내려 소복히 쌓여있다. 내일은 아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일 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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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도 되겠어?"
응. 다녀올게. 우현의 다정한 물음에 성열은 웃으며 대답하였다. 명수와 헤어지러 간다. 성열은 웃었다. 크리스마스답게 거리에는 연인들이 넘쳐났고, 성열은 문득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자 허탈한듯 웃음이 나왔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명수와 같이 걸었던 거리. 그리고 이내 같이 갔었던 카페에 들어선다. 카페는 조용했다. 조용한 라이브카페. 평소 커피를 좋아하던 성열을 위해 명수가 알아놓았던 카페였다. 성열은 구석에 있는 자리에 가 앉았다. 이내 종업원이 와서 물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성열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를 시켰다. 명수는 항상 카페모카를 마셨으니까. 종업원이 자리에서 뜨고 주변을 살펴봤다. 변한것은 없었다.변한것은 성열과 명수 둘 뿐이었다.종업원이주문한 커피를 놓고갔고,성열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입안의 씁쓸함을 달랬다. 하지만 아메리카노는 쓴맛만 남기고 갔다. 자신이 잘하는걸까, 혹시 사소한 권태기는 아닐까. 하지만 우현의 얼굴을 생각하니 이내 잡념을 집어치우는 성열이였다.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고, 명수가 앉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 이제 그와의 헤어짐이 가까워 졌다.
"잘 지냈어…?"
잔뜩 갈라진 목소리. 성열이 없는 사이에 명수는 많이 망가져있었다. 이내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한번 말을 꺼낸다.
"보고싶었어…."
"난 별로. 나 얼른 집에 가고싶어. 빨리 끝내."
자신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릴 명수였지만, 명수는 웃고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왠지 슬퍼보였고, 성열은 그런 명수를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성열은 그 씁쓸함을 옛정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헤어질꺼야…? 명수의 말에 성열은 픽 웃더니 응. 이라며 긍정의 대답을 하였다. 명수는 크게 낙심한 듯 보였다. 초조한 듯 자신의 손가락에 끼어있는 성열과 맞췄던 커플링을 만지작 거리고있다.
"잠시만 기달려."
성열에게 기다리라며 말을 한 후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열은 명수를 보내고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명수는 많이 망가져있었고, 그런 명수를 성열은 딱하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돌아갈수는 없었다. 이미 자신에겐 명수보다는 우현의 입지가 컸고, 다시 명수가 돌아오기에는 그의 입지는 너무 좁았다. 문득 커피를 마시다 자신의 손가락에 끼어있는 명수와 맞췄던 커플링을 바라보았다. 아 아직도 안빼고 있었네. 그 커플링을 처음 꼈을때를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왔다. 명수의 선물에 마냥 좋아하던 성열. 그런 성열을 보며 행복했던 명수. 하지만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명수는 성열에게 그저 무미건조한 존재였다. 생각에 깊게 빠져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자신이 즐겨듣던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이내 커피를 내려놓고 피아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 잊지 않고있었구나. 피아노 앞에 명수가 앉아있고,명수는 평소 성열이 좋아하던 피아노곡을 치고 있다. 부드러운 피아노소리가 끝자가 명수는 마이크를 집어들었고, 은은한 조명이 켜졌다. 카페 안 몇 안되는 사람들은 명수를 바라보았고, 성열 역시 명수를 바라보았다.
"저에겐 3년된 애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애인에게 편지를 읽어줄려고 합니다."
읽을게요. 명수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접힌 하얀종이를 꺼내며 웃었고. 이내 그 하얀종이를 펴 읽기 시작하였다.
"안녕, 성열아. 나 명수야. 우리 올해로 3년째야. 비록 너는 나와 헤어지길 바라지만. 너에게 3주년 선물로 '이별'이란 걸 선물하게 되어 나로써는 조금은 아쉽다."
나긋나긋히 시작된 명수의 목소리에 성열의 눈가는 붉어져있었고, 그런 성열을 명수는 편지를 읽으면서도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가 처음만났던 날. 난 너와 내가 연인사이로 발전할 줄은 몰랐어. 비록 내가 먼저 고백했지만. 우리는 서로 둘도 없는 친구였지. 그리고 크리스마스날 나는 너에게 장난식으로 고백하였고, 너는 받아주었어. 내가 그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속으로 얼마나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는지. 그리고 우리는 행복했어. 서툴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갔고, 자주 다퉜지만 행복했어. 소소한 이벤트에 기뻐하는 널 볼때면 항상 기뻣어. 기념일을 일일히 챙겨가며 우리는 추억을 쌓아갔지. 하지만 넌 나에게헤어지자 했어.난 너를 놓아줄 수 없었어. 너를 너무 사랑했어.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포기도 할줄 알아야 한다잖아. 그래서 포기할려고해 지금 너를.사실 할말은 없어. 난 니가 그냥 행복했으면 해. 널 잊을라면 힘들꺼야.우리가 함께했던 공간에는 너와의 추억이 너무 많거든.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어."
어떻게 된것인지 명수는 성열의 눈과 마주하며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성열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성열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명수는 그런 성열을마냥 바라볼 수 밖에없다.
"이제끝낼게.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은 이별이네. 성열아, 난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 그리고 지금도 사랑해."
명수는 살풋 웃으며 자신이 앉아있던피아노 앞 자그마한 의자위에 하얀종이를 내려놓고 그 위에 성열과 맞췄던 반지를 살포시 올려놓았다. 이내 다시 성열을 바라보는 명수의 눈에는 슬픔으로 가득차있다. 성열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뚝뚝 흘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성열과 명수는 잠시 눈을 마주쳤고, 이내 명수는 입모양을 뻐금거리며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영원히 사랑할게.
카페 안 사람들은 달콤할 줄 만 알았던 이벤트가 마지막 이별로 끝나자 기분 나쁘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성열은 카페 구석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눈물이 멎을 때까지 기달렸다. 문득 성열은 이내 명수와 끝났다는 생각과 우현이 생각이 나자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서는 우현이 기다리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성열은 명수가 놓고간 편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명수와 이별을 하니 막상 믿기지 않는다. 평생 같이 할 줄 알았는데….
곧 카페안에는 잔잔한 클래식이 흘렀고, 성열은 명수가 앉았던 의자 앞에 섰다. 그 곳에는 명수가 쓴 편지가 접혀 고이 놓여있고, 그 위에 자신과 맞췄던 커플링이 놓여있다. 성열은 자신과 맞췄던 커플링을 들어본다. 안쪽에 세겨져있는 자신의 이니셜과 명수의 이니셜. 이제는 남남이 되어버렸다. 허무했다. 연인이란 이름으로 함께했던 3년이란 시간이. 성열은 조용히 자신이 끼고 있던 커플링을 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는 낄 수 없다. 반지는 주인을 잃었다. 성열은 이내 편지를 들었고, 심호흡을 한 후 편지를 폈다. 편지를 펴 본 성열은 이내 그곳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편지에는 '사랑해' 이 세글자만이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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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이네요^3^
전개도 엉망 문체도 엉망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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