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희 - 여우비(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
| 내 사랑 바보 05 |
by.팊 우린 그 후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다만 어색해진 관계가 정리되었고, 나와 형은 아직은 수줍고 낯선 연인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태환형은 방학에도 바빴고, 할 일이 없는 나는 가끔 형이 아르바이트하는 커피숍에 찾아가거나 그게 아니면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었다. 중국에 가기로 했다가 오지않자 부모님은 걱정이되어 전화를 매일매일 득달같이 했고, 나는 매번 잘지내고 있노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 네, 여보세요. ” “ [뭐하고 있었어, 쑨양?] ” “ 산책이요. ” “ [산책?] ” “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답답해서요. ” “ [쉬엄쉬엄해. 밥은 먹었어?] ” “ 안먹으면 혼내잖아요. ” “ [당연하지.] ” 수화기 넘어로 태환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시원한 바람이 교정을 훑었고, 후덥지근한 여름의 열기가 조금은 가시는거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형이 하는일에 방해가 되기 싫어서 굳이 만나자거나 귀찮게 연락을 하지도 않았다. 태환도 그런 나를 알고있었기에 한가하면 자신이 먼저 연락을 해주었다. “ [오늘 그래서 그 손님이-] ” “ 보고싶어요. ” “ [응?] ” “ 보고싶어요. ” “ […] ” “ 사랑해요. ” 자신의 일과를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형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냥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서 말을 끊어버렸더니 형은 잠시 말이 없었다. 고른 숨소리만 들리다가 띠링- 하는 전화가 끊기는 신호음이 들렸다. 눈을 깜빡거리며 폰을 내려다가 보다가 여유롭게 웃으며 잠시 기다렸다. 역시 곧 메시지 수신음이 들렸다. [멍청이… 나도] 한산한 교정을 혼자서 걸으며 폰 액정을 바라폰채 키득거리며 웃었다. 한번은 공부를 하다가 형이 너무 보고싶어서 노트에 ‘보고싶다’ 네글자만 한페이지를 채워썼었다. 그걸 찍어서 보내주었더니 형은 아깝게 노트에 뭐하는거냐며 바보냐고 한참 잔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왔다. 조용히 도서관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더니 딱 한마디만 하고 전화가 끊겼다. “ [동아리방! 나와!] ” 전화가 끊기자말자 잠시 멍하게 있다가 허둥지둥 책가방을 챙겨서 달렸다. 그러는 와중에 도서관 안에서는 뛰면 안된다고 주의를 듣기도 했고, 계단을 뛰어내려다가 폰을 놓쳐서 액정에 조금 금도 가버렸다. 형이 보면 분명히 혼낼테지만 깨진 액정보다, 마음이 더 급했다. 살짝 열린 동아리방 문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문을 벌컥 열었더니 의자에 앉아있던 형이 일어나 왔어? 라고 웃어보였다. 한걸음에 달려가 팔을 벌려 품안에 형을 꼬옥 끌어안았더니 조금 당황하다가 이내 소리내 웃으며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선풍기가 틀어져있어서 동아리방안은 시원했지만 달려온턱에 내 몸은 후덥지근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 뛰어왔어? ” “ 응 ” “ 다치면 어쩌려고. ” “ 안다쳤어요. ” “ 공부 열심히 했어? ” “ 아니요. ” “ 그래? 공부 열심히 했으면 선물 주려고 했는데. ” “ 선물? ” 고개를 기우리며 품에서 살짝 형을 떼어놓았다. 형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열심히 안했으니까 뭔지 안 알려줄건데? 라고 했고, 나는 심술이 나서 입술을 삐죽 내민채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던중에 형은 손에 들린 내 폰을 발견했고 크게 두줄 금이간 액정에 깜짝 놀래서 폰을 뺏었다. “ 이건 왜이래? 폰으로 농구라도 했어? ” “ 어… 아니, 그게. ” “ 응? ” 사정을 설명해주었더니 형은 잠시 놀란 눈을 하고 있다가 이내 배를 잡고 웃었다. 텅빈 동아리방 안 가득 태환형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멋쩍어서 뒷목만 긁적이고 있었더니 형은 그렇게 보고싶었어? 라고 말했고 고개를 작게 끄덕여 대답했다. “ 음… ” 태환은 뭔가 고민하는듯 하다가 뒷걸음질 치더니 조금은 높은 테이블 위로 올라가 걸터앉았다. 그덕에 항상 더 높이 있던 나와 눈대중이 같아졌고, 태환은 작게 손짓했다. 그 손짓에 이끌려 다가섰더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 뽀뽀하게 해줄게. ” “ 뽀뽀? ” “ 응, 뽀뽀. ” 슬금슬금 고개를 가까이대려고 하자 형은 단호하게 말했다. “ 뽀뽀만이야. ” “ 아아. ” 고개를 내밀어 보드라운 형의 입술을 찾아 포개었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에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며 욱 올라오는걸 느꼈다. 고개를 뒤로 빼려는 형을 집요하게 쫓아갔다. 그 덕에 형의 몸은 점점 뒤로 기울었고, 결국 손을 뒤로 뻗어 넘어지지않게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입술만 쪽쪽거리며 탐하다가 형이 잠시 방심한 틈을타 뒷통수를 움켜쥐고 혀를 밀어넣었다. 크게 움찔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아랑곳않고 빠르게 태환의 입안을 훑어 경직된 혀를 찾아 옭아매었다. 어깨를 연신 움찔거리던 형은 내 가슴팍에 손을 얹어 조금씩 꾹꾹 눌러댔다. 뒷통수를 붙잡은 손에는 더 힘이 들어갔고, 달뜬 숨과 더해 몸이 달아오르자 손안에 땀이 조금씩 찼다. 이내 가슴팍에서 콩콩 거리며 느껴지는 주먹질에 한손으로 형의 손목 하나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풀려있는 한쪽팔이 계속 가슴팍을 밀어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집요하게 혀를 엮어 괴롭혔다. 당황한 형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결국 숨이 턱까지 차올라 으응- 하는 비음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리에 살짝 입술을 떼었더니 푸하- 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선풍기 바람에도 뜨거운 숨결은 사그라들줄 몰랐다. “ 하아, 하… 쑨양 너! ” “ 응, 잘못했어요. ”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가 다시 입술을 포갰었더니 읍-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가슴팍을 밀어내는 움직임이 느껴져 그대로 힘으로 밀어 테이블 위에 눕혀버렸다. 태환의 다리는 허공에 떠서 버둥거리고 있었고, 양쪽 팔은 이미 내 손에 붙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이미 타액에 절어 부은채 번들거리는 새빨개진 아랫입술을 입 안에 머금고 쪼옥 빨아당겼다가 놓으며 혀끝으로 입술 사이를 살살 간지럽혔다. 한번 쉽게 뚫렸던 입술은 또 다시 금새 내 혀를 허락하고 말았다. 혀 끝으로 입천장을 살살 간지럽히듯 훑었더니 예민한 부분인지 형의 몸이 쾌락에 작게 바르르 떨려왔다. 고개를 살짝 비틀자 결국 포기한건지 형의 고개도 그에 맞게 비틀어왔다. 반항이 줄어들자 손을 놓아주었고, 테이블에 팔을 기대 몸을 지탱한채 들뜬 숨을 코로 몰아쉬며 입으로는 끊임없이 태환의 입술을 탐했다. 무더운 여름 끝날줄 모르는 키스에 어느새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태환형은 잠시 입이 떨어질때마다 말을 하려 애썼다. “ 쑨ㅇ-‥ 하, 쑨야으… 그, 음‥ 그만 좀… 으응‥ ” 몇번이나 형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키스했다. 은색 실타래 같은 타액을 축축히 늘어뜨리며 입술이 겨우 떨어졌을때 흥분에 들뜬 태환의 눈가는 발갛게 충혈되어 젖어있었다. 고개를 조금 들어 눈가에 쪽 입을 맞추었다. 팔을 뻗어 내 허리를 감싸안아 꾹 품안으로 끌어당기는게 느껴져 버티고 있던 팔에 힘을 빼고 테이블 위에 누운 형의 위로 몸을 눕혔다. 목덜미 쯤에 위치한 태환의 입에서 뜨겁게 달궈진 숨이 몇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간질여와서 몸을 작게 비틀었다. 태환과 나, 이미 둘다 몸은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랐지만 달콤한 키스의 여운이 길게 남아 뒷일은 생각치않았다. “ ‥뽀뽀만이랬잖아. ” “ 이게 뽀뽀. ” “ …키스하라고 하면 아주 난리나겠네. ” “ 응. ”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꼭 안은채 소리내어 웃었다. 한참 그러고 있다가 구부정하게 있는 턱에 허리가 아파 태환을 안은채 상체를 일으켜세웠고, 그덕에 그는 다시 테이블에 걸터앉은 상태가 되었다. 다시 태환을 꾸욱 끌어안고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진짜 좋아해요. ” “ …알고있어. ” “ 보고싶었어요. ” “ 그거도 알고있어. ” “ 형, 너무 바빠. ” “ 매일 붙어있으면 위험할거같아서 말이지… ” “ 위험해? 뭐가? ” “ 그런게있어. ” 품안에서 키득거리며 웃는 태환이 느껴졌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방학이 거의 끝나갈무렵 나는 형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를 겨우 이해 할 수 있었다. 방학이 끝나가면서 내 성화에 못이긴 형은 결국 아르바이트를 그만뒀고, 나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혹은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졸고 있다가 시도떼도 없이 키스를 하려고 했고, 점점 횟수가 잦아질수록 그 후의 욕정도 함께 올라왔다. 나는 내가 이렇게 스킨쉽을 좋아하는걸 21년간 살면서 처음 깨달았다. 그걸 미리 간파한 태환형 또한 대단하다 느꼈다. 어김없이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눈이 마주쳤고, 아등바등 우겨대는 내 눈빛에 결국 비상구로 손을 꼭 잡은채 향했고 한참 그렇게 또 입술을 탐내다가 형은 탁하고 내 어깨를 밀어냈다. 아.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살짝 떨어져 울상을 지었다. 비상구의 열기덕에 숨이 조금 턱턱 막혀왔다. “ 키스하는건 좋은데. ” “ 응? ” “ 닿는다고. ” “ 뭐가요? ” “ 내 배에. ” “ 배에? ” 형은 한숨을 푹 내쉬며 손가락으로 내 아랫배를 쿡쿡 찔렀다. 천천히 시선을 내렸을때 나는 열기가 아닌 창피함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 것은 갑갑한 바지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잔뜩 성이난 상태였다. 어- 어어. 말을 더듬으며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쪼그려앉아버렸다. “ 넌 어떻게 니게 서는지도 몰라. ” “ 그, 그게… ” “ 애국가나 부르다 나와. ” 역시 얼굴이 빨갛게 된 태환형은 고개를 절레이며 비상구를 먼저 빠져나갔고, 바닥에 쭈그려앉은채 멍하게 닫힌 비상구 문을 보다가 나는 울먹였다. “ 형- 나 애국가 몰라요. ” 그 후에도 태환형은 적절히 내가 흥분의 도를 넘어가고 있을때 제지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방학내내 크게 선을 넘는(?) 일은 없었다. 태환형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었고, 지켜주고싶었다. 키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했기때문에 형의 제지에도 금새 수긍하고 진정할 수 있었던거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쉬기위해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을때, 태환형은 제안을 했다. “ 쑨양. ” “ 응? ” “ 우리 공부나 키스말고 데이트를 좀 해보는건 어때? ” “ 데이트요? ” “ 응. 학생들도 요즘엔 이렇게 도서관에서 안 놀걸? ” “ ‥음, 그런거 많이 안해봤는데. ” “ 어쭈, 몸의 대화가 먼저 였나봐? ” “ 아니, 그런게 아니라. ” “ 농담이야. 주말에 영화보러 갈까? ” “ 영화보고 맛있는거 먹고. ” “ 그다음은 뭐하지? 쇼핑? ” “ 나 옷 못골라. ” “ ‥음, 내가 골라줄게. ” “ 그거도 해보고싶어요. ” “ 뭐? ” “ 스티커사진. ” “ …그건 중학생 이후로 한번도 안해봤는데. ” “ 하고싶어. ” “ 그, 그래. 뭐‥ 다 추억이니까. ” 그렇게 우리는 그날 도서관 옆자리에 붙어앉아서 공부를 할 생각은 안하고, 다른 사람의 공부에 방해되지않게 노트에 글로 데이트 계획을 쭈욱 세워적었다. 그러던중에 이거 먼저, 저거 먼저 하다가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기침으로 눈치를 주자 뺨을 긁적이며 일찍 도서관에서 빠져나와야했다. 빠져나오면서도 이거 먼저 하자 저거 먼저하자 티격태격 했던거 같다. ** “ 여기. ” 현승이형은 생각보다 일찍 온건지 먼저 나와있었다. 한숨을 한번 쉬고 성큼성큼 걸어가 형의 앞에 마주앉았다. 물끄럼히 나를 보던 현승이형은 그날 그렇게 굳었던 표정을 조금 풀었다. 이제야 내가 알던 현승이형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 너 왜 이렇게 말랐냐. 한창 태환이가 잘 먹여서 포동포동 살찌더니. ” “ … ” 그 말에 아무 대답없이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현승이형은 웃지마, 임마. 라며 괜히 핀잔을 주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열때까지 닥달하지 않았다. 우선 먼저 일상적인 대화가 필요한거 같아서 사고에 대한건 뒤로 하고 입을 열었다. “ 유학 잘 다녀왔어요? ” “ 그냥 그렇지 뭐. 어디 유학이 쉽냐. 너도 해봐서 할잖아. 아니 아직하는건가… ” “ 학교는 졸업했으니 유학은 끝났죠. ” “ 중국 안들어가봐도 돼? ” “ 좀 더 한국에 있고 싶다고 말해둔 상태에요. 잘지냈어요? 언제 한국에 들어왔어요? ” “ 온지 얼마안됐어. 잘지냈지. 너는… 잘지냈지? ” “ …저는 잘지냈죠. ” “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냐. ” “ 그냥 작은 사고였어요. ” “ 그냥 작은 사고가 아닌거 같던데. ” “ 하핫 ” 설명을 해야하는데 그때만 떠올리면 손이 미친듯이 떨려오며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런 내 모습에 형은 잠시만 기다리라며 일어나더니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주문해 가져왔다. 고맙다고 짧게 인사를 한 후 한모금 들이켰다.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가 목을 타고 내려갔고, 조금은 진정된듯 손떨림이 줄었다. 후우-, 하고 숨을 길게 내쉬자 현승이형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너는 괜찮은거냐? ” “ 보다싶이 멀쩡해요. ” “ 안색이 별로 안좋은데‥ ” “ 얼마전까지 감기몸살 때문에 좀 고생했거든요. ” 오랜만에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주며 챙겨주는 느낌에 조금 서글퍼졌다. 그간 태환형도 나를 많이 걱정해주었지만 내 상황을 잘 모르는 태환형은 그저 불안함을 느껴서 그것을 걱정했던 것이였다. 현승이형은 다 큰놈이 무슨 감기냐며 놀리듯 몸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 그렇게 말하기 힘든 이야기냐? ” “ 아뇨, 그런건 아닌데. ” “ 그럼 이야기해봐. 내가 도와줄 수 있는한 도와줄게. ” “ ‥고마워요. ” 여지껏 힘들었던게 울컥했다. 눈 앞이 흐려져 와서 고개를 푹 숙였다. 형은 사내 새끼가 마음만 여리다며 핀잔을 주었고, 부드럽진 않지만 다정하게 어깨를 토닥여 달래주었다. 코코아잔을 꾹 잡아쥐며 파르르 떨리는 손을 애써 무시했다. “ …태환형한테 누나 있는거 알죠? ” “ 알지. 어릴때 사별한 누나. 고등학교 다닐때 들었어. 어렸을때 어머니가 데려갔다고 들었는데. ” “ 찾았‥었어요. ” “ 찾았었다고? ” “ 태환형이 어릴때 아버지를 여읜 이후로 크면 꼭 가족들을 찾고 싶었다고 항상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수소문 끝에, 찾았는데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누나도 곧 미국으로 이민 간다고 하더라구요. ” “ 미국으로? ” “ 미국 사람이랑 결혼 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전에 누나를 찾아가서 만나야한다고‥ 태환형 답지않게 그때 조금 성급해있었어요. ” “ 그럼 만나러 가다가 사고가 난거야? ” “ 네, 버스전복 사고였는데‥ ” 다시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잔을 꽉 쥐는것으로도 가려지지않았고, 현승이형은 가만히 보다가 내 손을 꾹 움켜잡아주었다. 크고 투박했지만 다정한 손길에 또 울컥하고 눈물이 올라왔다. 현승이형은 한참 그렇게 손을 꾹 잡은채 태환이 만큼은 위로 못해주지만‥ 괜찮아, 괜찮아. 라며 위로해주었다. 결국 그 뒷이야기는 하지않았다. 현승이형은 거기까지면 됐다고 다음에, 언젠가 정말 아무렇지않게 말 할 수 있을때 그때 다시 듣겠다며 첫날에 그렇게 화낸것에 대해 사과를 해왔다. “ 그래서 태환이 지금 몸은 성한거야? ” “ 불행 중 다행이죠. 몸은 멀쩡해요. ” “ 너는? 그때 같이 있었던거야? ” “ 네. 난 괜찮아요. 가벼운 뇌진탕 정도 였던지라. ” “ 그거도 다행이다. 둘다 그랬으면 어쩔뻔 했냐. ” 태환형이나 나나 몸이 크게 다치지않았던 이유는 차가 전복되면서 그대로 옆에 있던 강가로 떨어졌기때문에 몸은 거의 다치지않았다. 그때 그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 분명 형의 손을 잡은채 깨진 창문을 통해 물에 침수되는 버스에서 나온건 기억이 나는데, 수면 위로 올라올때의 기억이 없었다. 나는 먼저 물 위로 올라왔고, 정신을 차렸을때 태환형이 없었다. 물 안에서 오래 있었던 태환형은 그때문에 산소공급이 되지않아 뇌에 이상이 왔고, 기억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숨이 다시 턱 막히는 느낌에 그때의 기억을 떨쳐버리려 조금 식은 코코아를 들이켰다. “ 근데 그래서 누나는 찾은거야? ” “ 아뇨. 그 난리통에 갈 수도 없었고, 자세한 정보는 다 태환형이 알고 있었는데‥ 너무 띄엄띄엄 기억을 해서 어떻게 찾아줄 수도 없더라구요. ” “ 내가 좀 알아봐줄까? ” “ 가능해요? ” “ 안해보는거보단 낫지않겠냐. ” “ 근데 저 상태로는 만나도‥ ” 그 다음 현승이형의 대답은 내가 여태껏 듣고싶지않았던 현실이였다. “ 니가 언제까지 태환이 수발해줄 수는 없잖아. ” “ 에? ” 그 말만은 듣고싶지않아서 애써 부정하며 살았는데, 직설적인 현승이형의 말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잘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라서 부정을 할 수 가 없었다. “ ‥멀쩡한 사람은 제 갈길 가야지. ” “ ‥그러지않아도… ” “ 마음만으로 힘든게 있는거야, 쑨양. ” “ … ” 사실 알고있었다. 사고가 있고 1년 동안 태환형은 기억이 지워졌다가 돌아왔다가 반복했고, 반년 전부터는 기억이 아예 하나씩 사라졌다. 그게 결국 지금 상태에 이르렀던 것이였다. 그 사이에 나는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예전같지 않은 몸상태 덕에 더욱 버겁기도 했다. “ 게다가 넌 중국인이잖아. 여기서 마냥 태환이 돌봐줄수도 없고, 저런 상태인 애를 중국에 데려갈수도 없고. ” “ ‥그렇…네요. ” “ 내가 최대한 힘써볼게. 그때까지만 좀 더 고생해라. ” “ …고마워요. ” 마른게 안쓰럽다며 밥을 사주겠다는 현승이형의 제안을 거절했다.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태환형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어서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노라 이야기 해둔채 현승이형과 헤어지고 차에 올라타 눈을 지그시 감았다. “ 벌써 그것도 2년이 다되가는구나. ” 처음에 사고상황을 떠올리면 구토가 올라왔었다. 조금 나아졌나 싶을때는 극심한 두통에 머리가 깨질거같았다. 그 후에는 복통이 찾아왔고, 최근에는 손떨림으로 호전되었다. 비바람이 불던 그 날, 나는 다음날 가자고 태환형에게 화를 내서라도 잡았어야했는데. 그 생각이 들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오며, 복통이 또 찾아왔다. 윽-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옷을 꽉 움켜쥐고 몸을 웅클였다. 한참을 몸을 조여오는 통증에 끅끅거리다가 점차 통증이 잦아들었고, 위 경련 약을 하나 타야겠다. 하고 생각하며 미뤄뒀던 일들을 하기위해 겨우 운전대를 다시 움켜잡아 움직일 수 있었다. “ 거짓말쟁이… ” 서둘러 옥탑방의 계단을 뛰어올라가는데 져지 하나 걸친채 단상에 앉아 맨발로 고개를 푹 숙인채 웅크리고 있는 태환이 보였다. 깜짝 놀래서 다가가 코트를 벌려 뒤에서 안아주었더니 고개를 슥 돌려 바라보았다. 얼굴은 하얗게 얼어있었고, 코끝은 빨갛게 되었다. “ 왜 나와있어요?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몸이 얼음이잖아요. ” “ … ” 물끄럼히 나만 보던 태환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이내 몸을 돌려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아 품에 얼굴을 기대었다. 어디 아프냐고 물었더니 태환형은 울음을 터뜨렸다. “ 혼자놔두지마. ” 그렇게 태환형은 한참이나 울었다. 울음이 언제 그칠지 몰라서 그대로 안아들어 집안으로 들어가 이불안에 내려놓고 두꺼운 이불로 몸을 꽁꽁 싸주었더니 훌쩍거리며 시선을 굴렸다. “ 온다고 했잖아요. ” “ 그치만 2에 갔다가 3에 갔는걸… ” “ ‥미안해요. ” 한숨을 푹 쉬고 다가가 다시 꼭 안아주었더니 다음엔 약속 어기면 안된다며 투덜거려왔다. 알았다고 뚝 그치라며 토닥여주었더니 금새 또 울음을 그치고 품안에 뺨을 부비거리며 장난을 쳐왔다. 손을 올려 천천히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주었다. 머리카락이 그새 많이 자랐다. 나중에 미용실을 데려가야겠다 생각하며 품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장난치는 형을 떼어놓고 사왔던 토스트를 건내주었더니 방실방실 웃으며 단숨에 한개를 다먹었다. “ 배 아파요. 천천히 먹어. ” “ 응응. ” 그렇게 대답해놓고 또 급하게 먹길래 토스트를 뺏어버렸다. 울상을 지으며 이리줘. 라며 입술을 삐죽거렸고, 먹여줄게요. 라고 말하고서 손을 들어 한입씩 천천히 베어먹도록 먹여줬다. 꼭꼭 씹어요. 라고 했더니 태환형은 응. 이라고 말한뒤 뺨을 가득 부풀리고 오물오물 거리며 열심히 씹어 삼켰다. 그 모습이 귀여워 키득거리며 웃었더니, 봉지안에 있던 나머지 토스트를 내밀며 쑨양도 꼭꼭 씹어먹어. 라며 웃어보였다. “ 안먹어? ” “ 아, 먹을게요. ” 멍하게 있다가 받아들고 의미없이 입안에 빵을 머금고 우물거렸다. 그러고보니 식욕이 많이 줄었다. 사고가 난 후로 먹는것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건지 뭘 먹어도 맛있다는 생각이 크게 안들었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보다, 태환형의 요리에 익숙해진 입맛이 다른 음식에 적응을 못하는거라 생각했다. 결국 조금 남은걸 형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몇 일 후, 중국으로 떠나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태환형의 손을 잡아 이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졸리다며 투덜거리던 형은 처음와보는 공항에 연신 우와- 우와- 거리며 두리번 거리기 바빴다. “ 쑨양, 쑨양! 저기 저사람들 머리가 노란색이야! 힉! 눈이 파래! ” “ 외국인이라 그래요. ” “ 쑨양은 검은 머리 검은 눈인데? ” “ 동양인이라 그래요. ” “ 동양인? ” “ 나중에 설명해줄게요. ” 조금 늦게 나와서 그런지 출국 수속을 다 하고 나자 벌써 비행기에 탈 시간이 되었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한손엔 태환을 잊지않고서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다행히도 태환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큰 반응이 없었다. 처음엔 창문을 통해 밖깥을 보다가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금새 잠들었고, 중국 공항에 도착하는 동안 깨지않았다. 어머니, 아버지는 태환형을 알고있다. 마냥 한국에 머물고 싶다고 머물 수 있는게 아니라 자초지종을 다 설명하였고, 그래서 태환형을 데리고 간다고 하였을때 흔쾌히 데리고 오라고 하셨던것이였다. “ 부디 중국에 있는동안 우리 아무일 없이 놀다가 가요, 태환형. ” 잠이 든 형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팊.
결말만 생각해놓고 가운데는 아무것도 생각을 안해뒀더니 쓰는데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하네요.... ㄷㄷㄷ....... 그래도 열심히 분발중입니다!
사담에 매번 너무 징징거리는 글을 쓰는거 같아서 방금 올렸다가 급하게 수정합니다 ㅋㅋ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독자분들이 많으니까 그만 징징대고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ㅠㅜ
아무튼 이번편에서는 태환이의 병 이유가 밝혀졌네요... 그..그쵸? ㅋㅋㅋ
자세한거는 아마 차후에 진행하다가 과거에서 한번 나오지 않을까싶어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장편으로 예상중인데 이렇게 한편한편 길게 쓰면
너무 지루하실거같아서 또 고민되네요 ㅠㅜㅜ 분량 조절을 해야하나 고민중입니다....ㅁ7ㅁ8
항상 늦고, 또 늦어서 죄송하다고 변명만 해서 죄성합니다 ㅇ<-< 저를 그냥 매우 치세요...또르르르....
매번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ㅠㅜㅜ 백번 감사드립니다! 스릉흡느드!!
| 암호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S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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