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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숙집

3. 첫 사랑의 첫 사랑

경수x백현











요새 과외 시작하고 있어

아마 연락 자주 못 하겠다

근데 나 첫 눈에 반한 것 같아

과외 해주는 학생한테

-준면이 형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

남자 애야

너랑 동갑이고 이름은 백현 변백현

얘가 너무 좋아

어떡하지?

-준면이 형




얼떨결에 백현이랑

키스.. 했어

-준면이 형




백현이가 연락이 안 돼

과외 그만 하래

이유가 뭘까...

-준면이 형



마지막 문자가 왔을 때 경수는 곧장 준면에게 전화를 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도 전화를 받을 기미가 없기에, 경수는 준면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전화를 했다. 그렇게 네 번 정도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기를 반복 했을까, 다섯 번째 전화를 했을 때 준면이 전화를 받았다. 경수는 초조함에 손톱을 물어뜯다가 준면이 전화를 받자 모든 행동을 멈췄다. 준면도 말이 없었고, 경수도 말이 없었다. 전화를 사이에 두고 정적이 흐를 때, 경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괜찮아?’

‘…….’

‘울지 마, 김준면.’

‘…안 울어. 그리고 형이라고 안 하지?’

‘응. 준면이 형. 울지 마.’



내가, 못 달래주잖아.


뒷말은 내뱉지 않고 집어 삼켰다. 간헐적으로 준면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수는 주먹을 꾹 쥐었다. 얼굴도 모르는, 그저 이름과 나이만 아는 변백현이란 사람이 너무도 미웠다. 준면의 첫 사랑이었고, 첫 키스를 가져간 남자. 그러나 그 다음 날 바로 연락이 두절된 나쁜 놈. 나쁜 새끼. 개새끼. 경수는 준면에게 잘 추스르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액정이 까맣게 변할 때까지 휴대폰 액정을 보던 경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경수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 준면이 커밍아웃 하던 때를 떠올렸다. 자신은 중학교 3학년이었고, 준면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추석 때, 4형제들과 자신만 있는 방안에서 나 남자 좋아해, 라고 당차게 말한 그 표정을 보며, 경수는 어쩐지 심장 박동 수가 증가됨을 느꼈다. 충격 적이었던가? 그건 아니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경수는 잔뜩 긴장한 준면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희망이 생긴 기분이었다. 물론 그것은 얼마 안 가 헛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남자를 좋아하는 김준면.

남자 사촌인 준면을 좋아하는 도경수.


누가 더 비정상적인지는 안 물어봐도 답이 나왔다. 그래서 경수는 준면의 편에서 준면이 가장 믿고 기댈 수 있는 가족이 되어주기로 했었다. 준면이 좋아한다고 했던 백현이, 얼굴도 모르는 그 변백현이 정말 부러웠지만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고 있었다.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준면이 행복하다면 더 바랄게 없었다.


두 사람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고, 그 누구보다 더 응원해주고 있었어. 비록 알고 있는 건 이름과 나이뿐이지만, 준면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무조건 신뢰하고 있었는데.


경수의 서늘한 시선이 맞은편에 서있는 백현에게로 향했다.



“bitch.”



김준면이 너 때문에 울게 된 그 순간부터, 넌 이미 아웃이다 개새끼야.








*








“야 종대야.”

“왜?”



강의가 끝나고 나란히 나온 백현이 자판기 근처에 종대와 마주 보고 섰다. 천원 지폐 두 장을 밀어 넣곤 파란 색 캔 커피 두 개를 뽑은 종대는 하나는 손에 쥐고 하나는 가방에 넣었다. 백현은 자신에게 줄 것이라 생각했던 캔 커피를 가방에 넣어버리니 종대에게 뻗었던 손이 민망해져서 입맛을 다시며 뒷머리를 털었다. 에이씨, 내가 이걸 친구라고. 백현은 빈정 상한 표정으로 종대를 보다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종대가 자신을 보니 입을 삐죽이며 원래 하려 했던 말을 이었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응.”

“왜 도경수만 혼자 방 써? 집 주인인 형들이랑 너랑 종인이는 방 같이 쓰고. 도경수도 손님 아냐?”

“아아, 그거. 야 너 경수한테 너무 밉보이지 마. 경수 없음 우리 밥 못 먹어.”

“뭐?”

“말 그대로. 우리 집에서 요리할 줄 아는 사람 경수뿐인 걸. 나머지는 그냥 거드는 정도?”

“야, 그래도. 어? 그런 게 어디 있어. 요리할 줄 아는 게 벼슬이야? 참 나.”

“그럼 오늘 저녁부터 내가 요리 안 할 테니까 알아서들 차려 먹어 보든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경수의 목소리에 백현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종대는 곧장 경수의 옆에 딱 붙어 섰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눈을 접어 웃어 보이며 경수에게 아부 성 말을 하는 종대를 보는 백현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흥, 그깟 요리. 누가 못 할 줄 알고? 백현은 콧방귀를 뀌고는 뒤를 돌았다.


도경수 존나 싫어. 진짜 싫어. 쟤는 날 언제부터 알았다고 만날 때마다 시비야, 시비는? 하 참 나. 좀 이유나 알고 미움 받자!


속으로 열심히 경수를 씹던 백현은 제 화를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발을 굴렀다. 아악, 짜증나 도경수! 마음 같아선 있는 힘껏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여긴 학교였다. 백현은 겨우 심호흡을 하며 교양 수업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중도 앞을 막 지나가고 있을 때, 그 앞에 경수와 처음 보는 경수보다 훨씬 키 큰 남자가 나란히 서있는 것을 보았다. 백현은 무시하고 지나치려다가 경수의 앞으로 다가갔다.



“야 도경수.”

“왜?”

“나랑 술 한 잔해.”

“너랑 내가 술 한 잔 할 정도로 친했던가?”

“아 잔말 말고. 너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데? 이유나 알고 미움 받자.”

“오늘은 안 되겠는데, 얘랑 선약 있어서.”



경수가 자신의 옆에 선 남자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백현은 시선을 돌려 경수의 옆에 선 남자를 자세히 보았다. 딱 봐도 외국인 같이 생겼는데, 어… 이제 보니 강동원 닮은 것 같기도…… 강동원? 백현이 눈을 크게 뜨고 멍한 시선으로 경수의 옆에 선 남자를 보았다. 백현이 뚫어져라 쳐다보자, 남자는 조금 민망한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경수를 보았다. 경수는 비웃는 표정으로 백현을 보며 말했다.



“얘 얼굴 뚫리겠다.”

“뭐, 뭐!”

“오늘 저녁에. 집 근처 제일 큰 포장마차. 먼저 들어가 있든지, 말던지.”



말을 마친 경수가 옆에 있던 남자를 데리고 백현을 스쳐 지나갔다. 백현은 홱 뒤를 돌아, 인사도 없이 등을 보인 경수를 노려보았다. 인사도 없이 가냐, 재수 없는 새끼.








*








백현은 경수의 말대로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경수가 설명한 집 근처의 제일 큰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소주 한 병과 어묵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소주 한 병이 테이블 위에 놓이자마자 백현은 직접 잔을 채우며 한 잔, 두 잔씩 홀짝였다. 도경수 오면 계산 다 하라고 할 거야. 백현은 다시 한 번 콧방귀를 뀌며 어묵 하나를 입 안에 집어넣었다. 한 잔, 두 잔씩 마시다보니 소주가 절반 정도 남았을 때, 경수가 백현이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았다. 약간의 취기가 오른 백현은 주인에게 소주 잔 하나와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추가로 주문한 소주와 잔이 놓여지고, 백현이 경수의 잔에 술을 채웠다. 경수는 백현이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보다가,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백현은 그런 경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야 도경수.”

“왜?”

“너는 내가 왜 싫냐? 너 나에 대해서 알아? 그래서 그렇게 싫어하냐? 나는 너 하숙집 들어와서 알았는데?”



백현이 술주정 마냥 늘어놓는 말을 들으며 경수는 묵묵히 자신의 잔과 백현의 잔에 술을 채우고는 또 단번에 비웠다. 혼자 말을 하던 백현이 입을 다물자, 그제야 경수가 백현을 보며 말했다.



“너는, 왜 준면이 형한테 말도 없이 연락 안 했는데.”

“뭐?”

“준면이 형의 첫 사랑, 첫 키스.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야, 내가.”

“…….”

“준면이 형, 왜 울렸어. 만만해 보였어? 형 마음이 너에겐 장난 같았어? 과외 그만둔다는 말도, 니가 안 했다며. 너희 어머님이 전해줬다면서. 아니, 너희 어머님이 한 말을 종대가 형한테 전해준 거지.”



경수가 서늘한 시선으로 백현을 보며 쏘아붙였다. 백현은 술이 깨는 기분이 들며 입을 꾹 다물었다. 경수의 말에, 백현은 애써 모른 척 했던 준면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마주칠 때마다 상처가 가득한 눈동자로 보던, 자신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괜한 헛기침을 하고 말을 돌리던 그 모습. 백현도 알고 있었다. 준면이 얼마나 많이 슬퍼했을지. 그것은 아마 자신이 슬퍼했을 만큼, 준면도 슬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쏘아붙이던 경수도 말을 멈췄고, 백현은 할 말을 고르느라 침묵을 유지했다. 한참의 침묵 후에 백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었던 자신의 진심과 사실들을 말하고자.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 정말 이 세상에 너랑 나만 아는 이야기가 되겠네.”

“들어나 보자.”

“준면이 형이랑 첫 키스를 했던 날. 그 날 나는 집에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알아버렸어. 당장 형한테 전화해서 따지고 들려는 걸 내가 억지로 한 거라고 말하면서 겨우 말렸어. 그래도 우리 엄마 분이 안 풀리는지, 과외도 그만두라고 했고, 연락도 다 끊으라고 했어.”

“…….”

“누군, 누구는 연락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줄 아냐? 나에게도 준면이 형, 처음이야. 처음인 사람인데,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나름 지켜주고 싶어서 그랬는데…….”

“…….”

“준면이 형이 얼마나 슬퍼했을지, 안 보고, 안 들어도 알아. 나도 딱 그만큼 슬퍼했으니까. 준면이 형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좀 놀랐어. 변한 게 참 없어서. 여전히 그는 내게 참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

“그러니까 함부로 말하지 마, 새끼야. 만만해 보이지도 않았고, 장난 같지도 않았어.”



말을 마친 백현이 직접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고선 단번에 비워냈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다시 또 침묵이 이어졌다.



“결론은 내가 준면이 형 울려서 싫다는 거냐? 야 참 대단한 사촌 사랑이다.”

“아닌데.”



잠자코 백현의 말을 듣던 경수가 진중한 얼굴로 백현을 보았다.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경수의 시선이 괜히 부담스러워 백현 역시 긴장이 되었다. 아니라고? 그럼 이유가 뭔데? 속으로는 수없이 많은 질문이 튀어나왔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경수는 말없이 혼자 잔을 채우고 깔끔하게 비워낸 뒤에 입을 열었다.



“내 첫 사랑의 첫 사랑이라서, 네가 싫어.”

“……뭐?”

“내 첫 사랑은 김준면인데, 김준면의 첫 사랑은 내가 아니야.”

“…….”

“그래서 네가 싫다고, 변백현.”



경수와 백현 사이에, 둘만 아는 이야기가 생겼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던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백현은 소주병을 들어 자신의 잔과 경수의 잔에 채우고, 잔을 들어 경수의 잔에 부딪혔다.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경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백현을 보았다.



“미안해.”

“동정 하지 마, 씨발.”

“사과해도 지랄.”



백현의 말에 경수는 픽, 웃고 백현이 채워준 잔을 비워냈다. 오래도록 담았던 마음을 풀어낼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었다.
















BGM.검정치마 - Antifreeze

*세 번째 커플은 오백입니다. 그리고 약간의 됴준이 들어갔죠.

현재로선 오백 안 같다고요? 그래도 오백입니다. 조만간 오백행쇼!

아마 백도나, 오백 둘 중 하나로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오백입니다. 도경수 풀네임은 도경수오빠니까요. 됴공 완전 짱입니다.

이제 두 커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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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그렇져 오백개짱 도경수풀네임은 도경수오빠니까여ㅜㅜㅜ작가님뭘좀아시네여ㅠㅜㅜ찌찌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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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맞아요 오백이 개짱이죠 됴공이 짱짱입니다 정말 제취향저격하셨어요 책임지세여 (박력)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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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허류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저도 됴공 매우 사랑해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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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도경수오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ㅠㅠㅠㅠ까리하다진짜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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