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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픽/기구] 기글구글 上
"아, 쫌 꺼져!"
"식빵! 내가 뭘했다고 신경질이야!"
경기가 끝난 후 피곤해서 라커룸에 들어와 가만히 누워있으니 기성용 이 새끼가 옆에 와서 누워선 계속 달라붙는다. 가뜩이나 오늘 경기 중 실수때문에 기분도 안좋아 녀석에게 화풀이라도 하듯 버럭 소리를 치니 녀석도 날 따라 덩달아 소리를 높인다. 방금까지도 나 괴롭히려고 팔꿈치로 쿡쿡 쑤시던게 누군데 안했다고 지랄이야. 장난에 도가 튼 녀석을 그냥 무시해버리고 좀 쉬려고 눈을 감으니 녀석이 슬금슬금 애벌레마냥 기어 올라와 얼굴을 맞춰 올라와 날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져 눈을 슬쩍 뜨니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실실 웃으며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이래. 이래서 오래된 친구가 무서운건가 눈감고도 녀석이 뭘하는지 느낄 수 있다니. 내가 미친놈이다. 미친놈이야. 내가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아무짓도 안하고 그저 가만히 누워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마냥 눈만 반짝이며 여전히 날 쳐다본다.
"아, 또 뭐!"
"내가 뭘 했다고! 오늘 구자철 대신 여자철 나왔냐? 생리해?! 왜 가만히 있는데 지랄이야!"
"아씨, 됐다 됐어. 씻으러 간다."
"여자철씨, 여탕으로 가셔야죠- 아님 우리 자봉이 내가 씻겨줄까?"
"미친- 피곤하니까 좀 꺼져."
이 상황에 장난이 나오나. 녀석을 한껏 흘겨보고 말하자 녀석은 내가 진짜 기분이 안좋단걸 눈치 채고는 조용히 쓱- 멀어진다. 하긴 평소같았으면 저런 장난도 녀석의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다 받아줄텐데. 오늘따라 기분도 엉망이고 몸까지 피곤하니 받아줄 기분이 아니다. 아까 경기 할 때 실수 했던 것이 자꾸 생각이 나서 쉽사리 머릿속이 정리가 안된다. 혹시 아까 내 실수때문에 녀석이 내 기분 좀 띄워줄려고 더 오바인가 가만히 녀석을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니 생리냄새 난다고 빨리 씻기나 하라며 내 엉덩이를 걷어찬다. 어휴, 저 식빵새끼 니가 그럼 그렇지. 입에 걸레를 물었나. 여자들이 저 녀석 저딴 말이나 짓껄이는 걸 알아야 안꼬일텐데. 됐다 싶어 무시하고는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있자 녀석도 금새 씻고 나와선 옷을 갈아입으며 내 눈치를 살핀다. 또 무슨 장난을 칠까 간보는 녀석의 표정에 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가 졌다 졌어.
"기식빵, 빨랑 나와. 술이나 마시러 가자."
"피곤하다면서 무슨 술이냐. 집 가서 잠이나 쳐 자."
"싫음 말던가. 혼자 마시지 뭐."
"어휴- 존나 청승이야. 가자. 형이 사준다."
형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마실거면서 괜히 튕기긴. 녀석과 경기장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가서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았다. 술을 시키고는 앉아서 녀석과 한참 축구 얘기를 나누고 있자 갑자기 드르르-하는 진동이 울린다. 테이블 구석에 올려놓은 녀석의 핸드폰이 울려 시선을 옮기자 녀석은 슬쩍 쳐다보고는 그대로 핸드폰 위에 손가락을 끌어 핸드폰을 조용히 시키고는 뒤집어 내려놓는다. 내가 왜 안받냐는듯 쳐다보자 녀석은 안받아도 된다는듯 그저 장난스레 씩- 웃는다. 그려려니 하고는 다시 하던 얘기를 시작하려는데 다시 또 드르륵-하며 녀석의 핸드폰이 테이블을 울린다. 아 쫌. 내가 얼굴을 구기며 쳐다보자 녀석은 아무런 표정 없이 끊어버리고는 다시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뭔데 그래. 급한거 아니야?"
"이 놈의 인기가 언젠 때와 장소를 가렸냐-"
"사람들도 니 실체를 알아야해."
녀석은 내 말에 '알면 더 반하지.' 하며 내가 방심하는 사이 순식간에 이마에 딱밤 한 대를 날린다. 이마에 청아하게 딱-하고 울리면서 통증이 내 뇌를 울린다. '아씨, 아파!' 순간적으로 욱해서 소리를 버럭 치자 녀석은 재밌는지 킥킥 거리며 웃는다. 웃기냐? 웃겨? 뜬금없는 공격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빨개진 내 이마를 보고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실실 웃으며 손을 올려 내 이마를 비빈다. 때려놓고 미안하다면 다인가. 생각할수록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녀석을 연신 째려보자 녀석은 '우리 자봉이가 이런걸로 삐질리가-'하며 넉살좋게 웃으며 내 잔에 술을 따른다. 선심쓰듯 잔을 들고 짠-하자 녀석은 단숨의 자신의 잔을 들이킨다. 이 때다 싶어 얼른 손을 뻗어 녀석의 이마에 딱밤 한대를 날리려 하자 녀석이 급하게 손을 올려 내 손목을 잡아낸다.
"헐- 빠르네?"
"에이- 어디 형님에게 손찌검을."
"내가 때리고 만다. 절대 긴장 풀지 마라-"
"자봉이는 나한테 안되지- 나 잠깐 화장실 갔다올게."
갔다 오든가 말든가.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녀석은 날 놀리는게 재밌던지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길래 또 딱밤을 날리려나 깜짝 놀라서 움찔 하니 녀석이 쫄긴 왜 쪼냐며 다시 손을 뻗어 내 머리를 부비고는 간다. 아씨. 괜히 쫄았네. 괜히 움찔한게 쪽팔려서 녀석이 따라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으- 쓰다 써. 그래도 녀석과 술을 마시다보니까 슬슬 취기가 올라오려는지 아까보다 기분이 나아진다. 다시 기성용이 오면 이번엔 실패 없이 한번에 통쾌하게 딱밤을 날려줘야 겠단 생각에 언제 날릴지 고민을 하고 있자 또다시 녀석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아, 거참. 인기많다고 자랑하는거야 뭐야. 더럽게 울려대네. 녀석의 핸드폰을 액정을 들여다보니 '이청용'라고 뜬다. 아까부터 전화온게 이청용이였나. 그럼 안받을리가 없는데, 손가락을 끌어 전화를 받아 귀에 대자 뜬금없이 소리가 크게 울린다.
"야! 기성용!! 너 뒤질래-!!!"
"야, 나 구자철이야."
"어? 기성용은? 기성용이랑 같이 있어?"
"응. 걔 잠깐 화장실. 근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이 미친놈이 얼마 전부터 계속 소개팅 시켜달라고 난리쳐서 오늘 잡아줬는데 연락도 없이 여자애 바람 맞췄다잔아. 중간에서 내가 얼마나...!!
아, 무튼 지금 기성용 너랑 있다고?! 내가 오늘 아침까지 말했는데 까먹을리도 없고, 이새끼 뭐야 진짜."
오늘 소개팅이 있었어? 근데 나랑 술을 마시러 와? 뭐지? 우선 청용이에게는 녀석 오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해 전화를 끊고는 핸드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놨다. 얼마 전부터 기성용 이 자식이 요즘 외롭다느니. 애인 만들고 싶다느니. 내게도 얘기는 해왔었는데... 그럼 오늘 청용이가 소개팅 해준다 했으면 오늘 무조건 나갔을텐데 왜 안나갔지. 녀석이 아무리 지 멋대로라고해도 상대방 여자한테 연락도 없이 안 나갈만큼 그렇게 비매너일리도 없고, 소개시켜준 청용이도 난처하게 만들만큼 망나니는 아닌데. 에이, 설마 내가 술먹자고 해서 그럴리도 없고. 때 마침 녀석이 화장실 갔다 왔는지 터벅터벅 걸어와 내 앞에 앉아선 얼마나 마실거냐며 묻는다. 지금 말해야 하나. 내가 아무말 없이 녀석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왜 대답이 없냐며 내 얼굴 앞에서 손을 휘휘 흔들며 장난을 친다.
"...너 오늘 약속 없어?"
"취했냐? 뜬금없이 약속타령은."
"그래서 약속 없다는거지...?"
"약속 없으면 밤새 마시게? 그래. 오늘 어디 한 번 죽어보자-!"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는 녀석의 장난끼 가득한 표정이 참으로 이해가 안된다. 아침까지 말했다는데 까먹을리가 없잔아. 근데 녀석이 진짜 아무런 약속도 없다는 듯이 나오니까 당황스럽다. 청용이한테 전화하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녀석이 저렇게 나오니까 말을 못꺼내겠다. 갑자기 소개팅에 나가기가 싫어진건가. 녀석은 내게 무슨 생각 하길래 말이 없냐며 내 술잔을 채워준다. 녀석이 따라주기 무섭게 바로 잔을 들어 입 안에 털어넣으니 녀석이 왜이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또다시 술잔을 채워준다. 이번에도 바로 단번에 들이키니 녀석이 얼래?하며 더이상 따라주지 않고 술병을 내려놓고는 인상을 살짝 구기고 날 쳐다본다. 내 행동이 썩 탐탁치 않은 표정에 내가 더 달라는 듯 잔을 내밀자 녀석이 잔을 슥- 민다.
"뭐야. 갑자기 삘 받은거야? 이렇게 마시면 밤새 못마시는데-"
"진짜 밤새 나랑 술 마실거야?"
"구캡틴이 원하면 마셔드려야지 일개 팀원따위가 어쩌겠어요-"
"참나-, 니가 날 언제부터 이렇게 그렇게 모셨다고."
"속 다 버린다. 술만 마시지말고 안주도 신경써달라고 구자봉-"
나의 물음에도 녀석은 정말 소개팅이란건 생각치도 못하는듯 웃음끼 가득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국자를 들어 내 앞접시에 어묵탕을 덜어준다. 얼른 먹으라는 듯 날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숟가락을 들어 한번 떠먹자 녀석은 그제서야 흡족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말 잘듣네. 자봉이.' 아씨. 갑자기 빈속에 급하게 술마셔서 그런가. 속이 울렁울렁거린다. 취했나. 속이 울렁거리는건지 가슴이 울렁거리는건지 잘 모르겠다. 계속해서 일렁이는 마음 속을 진정시키느라 가만히 어묵탕만 떠먹고 있자 녀석은 날 쳐다보다 이내 티슈를 뽑아서 흘리고 먹지 좀 말라며 팔을 뻗어 내 턱을 닦아준다. 녀석의 손길에 순간 팟-하고 가슴이 튀어오르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녀석의 손목을 확 잡았다. 내 갑작스런 모습에 녀석은 뭐냐는 듯이 무표정을 하고는 날 쳐다본다.
"청용이한테 전화왔었어... 너 소개팅 안나와서."
"아... 소개팅 있었지-..."
"진짜 까먹었어? 진짜 깜빡해서 나랑 술마시러 온거야?"
여전히 녀석의 손목을 놓지 않고 말하자 녀석은 뭐 별거아니라는 듯 왼손을 올려 내 손을 떼놓고는 원래대로 돌아가 팔짱을 낀다. 내가 빨리 대답하란 듯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보자 녀석은 한껏 얼굴을 지푸리고는 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앞에 놓인 술을 들이킨다. 녀석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눈으로 쫓고 있자 녀석은 '뭐가 듣고 싶은데.'하며 날 쳐다보지 않는다. 방금까지만 해도 빤히 쳐다보던 녀석이 갑자기 내 눈을 피해 테이블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다시 마음에 파도가 휘몰아치듯 넘실거린다. '내 물음에 대한 대답.' 녀석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고갤 들어 날 쳐다본다. 녀석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는 나와 연신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한번 더 크게 숨을 내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내뱉었다.
"안까먹었어도 마시러 왔을거야.... 물론 안잊었고."
으헣 |
그래요 분량조절실패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편은 따로 써야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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