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어서 도망가."
그는 한 눈에도 보이는 앳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또래의 남자아이 같았다. 하지만 나는 도망가라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상황조차 이해하지 못하겠으니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여기 있으면 위험해. 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그의 아무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표정과 단호한 어조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나는 등을 돌린 채 왔던 곳으로 숨이 차오르게 달려갔다. 하지만 내가 들어온 터널은 강으로 변해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나는 계속 정신을 놓고 있었는데 점점 내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늘 투명인간이 한 번쯤은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내게 그 일이 닥치니 호기심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가 싶어 가만히 앉아있는 찰나, 아까의 앳된 외모의 소년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세계에 적응하기에는 내가 살던 세계와는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무서워하지 마."
"…."
"이 세계의 음식을 먹지 않으면 너는 곧 사라질 거야."
하쿠 전정국 X 치히로 너탄 X 가오나시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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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띵동 띵동 띵동 띵동 ㅡ !
초인종이 여러 번 세게 울렸다. 잠시 잠잠한가 싶더니 ' 작가님!! ' 이라는 소리침과 함께 이번에는 초인종 대신, 문을 여러 번 두들긴다. 졸린 눈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원고를 바라봤는데 현관 밖에서 거듭되는 작가 찾기에 지친 나는 마지못해 누구세요. 라면서 현관 앞으로 다가갔다. ' 권 편집장이겠지. ' 라는 생각으로 나는 ' 작가님 집 아닌데요. ' 라는 대답을 할 찰나에 ' 작가님 전속 편집자를 맡은 김태형입니다. ' 라는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 처음 일하게 돼서 모르는 게 많지만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놀란 마음에 인터폰을 바라보자 50대 초반이었던 권 편집장 대신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서있었다. 외모만 봐서는 편집 일을 하기에는 아까운 외모라고 생각했다가 다시 현실을 직시했다. 편집자가 바뀌면 내 쪽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그나마 권 편집장과 일을 할 때에는 날 터치하는 부분이 별로 많지 않아 좋았는데 새로운 편집자와 일을 하게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꽤나 골치 아픈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인지 뭔지 없어요. 돌아가세요."
"어, 여기 탄소 작가님 댁 아닌가요? 어, 편집장님이 이곳이 맞다고 하셨는데…"
어린아이에게 잘못을 뉘우치도록 엄하게 말하는 것처럼 그에게 딱 잘라 말하니 그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었다. 딱 봐도 신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한 모습도 잠시 ' 작가님 댁인 걸로 압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작가님. ' 이라며 오히려 나를 당황시켰다.
나는 ' 설마 기다리겠어? ' 라는 마음으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서 미처 끝내지 못한 작가의 말을 끝내고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기 시작해 하늘은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기지개를 펴고 보니 갑자기 문득 생각난 신입 편집자가 생각나 걱정 반, 의심 반으로 현관을 열었더니 현관 옆에 쪼그려 앉아서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신입 편집자, 김태형이 보였다.
그는 갑자기 열린 현관 문의 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일어났고 내 모습을 보고서는 넉살 좋게 웃었다.
"깜빡 잠에 들어버려서… 죄송합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순수 문학 편집을 맡게 된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가워요. 순수 문학 작가 김탄소입니다."
어차피 내일이면 내일이면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사람. 지금까지 꾸벅꾸벅 졸며 나를 기다려줬다는 사실에 미안해 악수하며 인사했다. 내일이면 또다시 작가님 어디 갔냐고 찾겠지만 말이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얼굴이 바뀌는 순수 문학 작가 너탄 X 순수 문학 편집을 맡게 된 신입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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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또 그러고 있냐?"
5년 동안 내 친구 자리를 지켜온 박지민이 한마디 던진다. 그리고 내미는 아이스크림 하나. 나는 자연스럽게 그가 내민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는 포장지를 벗겼다. 땡볕 아래에 체육이랍시고 운동장을 5바퀴 뛰게 만든 선생님은 일이 있다며 잠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운동장을 돌다 만 학생들은 헥헥거리며 그늘 아래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나도 포함이었고.
"전정국, 전정국, 지겹다 진짜."
"우리 정국이가 왜."
"우리 정국이란다. 우리 정국이."
박지민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땡볕 아래에서 다른 반 남학생들은 축구를 하고 있었고 여학생들은 그런 남학생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들었을 때에는 전정국을 응원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을 뿐이지 말이다.
"야, 김탄소."
"왜."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얘가 원래 이렇게 진지했나. 박지민답지 않은 박지민에 ' 들어나보자 ' 는 심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 너는 전정국이 어디가 좋냐? ' 라며 물어온다. 싱겁다고 생각한 나는 ' 예쁘잖아. ' 라고 그에게 말하고 다시 운동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이미 휘슬이 불리며 경기는 끝나고 남학생들이 반 여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학생들 중에서도 나의 눈을 전정국만을 찾아 쫓고 있었다.
"…."
"…."
그러다가 전정국과 나는 눈이 마주쳤다. 아니, 그가 내 쪽의 다른 곳을 바라볼 때 내가 그를 쳐다봤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그의 눈이 이쪽을 향하고 있는 건 맞았는데 너무 순식간이라서 그와 마주쳤다고 표현을 해야 하는 건지 너무 애매했다.
그러다가 어느새 시곗바늘은 10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학교에서는 종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박지민이 ' 종 쳤다, 가자. ' 라며 나를 툭툭 쳤고 나는 오묘한 기분에 쌓여있다가 박지민과 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예쁜 남자 전정국 X 너탄 X 귀여운 남자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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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 윤주 아버님 오셨어요?"
윤주 아버님, 민윤기. 그는 예전에 잘 나가던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의 래퍼였으며 지금은 프로듀서로 일하며 딸인 윤주와 함께 산다고 들었다. 언론에서는 민윤기가 자신의 딸, 윤주를 위해 딸만 있다는 소식을 보도로 전했고 나머지 사항들인 이름, 사는 곳 등 은 팬들의 추측이 가득했다. 그리고 나만 아는 사항이라면 그가 지금 이혼한 상태라는 것? 이쯤일 것이다. 민윤기는 쓰고 온 마스크를 벗더니 뜨거운 공기를 몰아 숨 쉬고는 내 품에 안겨있는 윤주를 보며 말했다.
"오늘 윤주 어땠어요? 잘 적응하던가요?"
"오늘 친구들이랑 잘 지냈어요. 투정 부리는 것도 없었고요."
"다행이네요."
나는 내 안에서 잠에 들어있는 윤주를 떼어내 민윤기한테 넘기려 했는데 윤주는 내 카라를 잡더니 ' 으으응 ' 소리를 내면서 오히려 놔주기는커녕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이 상황에서 오히려 난처한 건 내 입장. 내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더니 민윤기는 나와 윤주를 한번 바라보며 입동굴을 보이면서 웃을 뿐이다.
"저기, 선생님"
"네?"
"윤주가 선생님이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거 같은데,"
"…?"
"저희집에 가셔서 저녁 같이 드실래요? 저 또한 헤어지기 싫어서 말이죠."
싱글대디 민윤기 X 유치원교사 너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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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연재하고 싶은 소재들의 글^ㅁ^
외전쓰다가 너무 쓰고싶어서 데려왔어요
뭐, 독자님들 생각나서 그런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