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승우/로이준영] 두사람 03
W.무화과
여기저기 몸이 쑤신다. 어제 온도가 급하게 내려간 것 같더니 결국 감기다.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응시했다.
천장에는 준영이 붙여줬던 야광별이 붙어있었다.
어느 새 침대에 누워있는 나와 침대위에서 일어나 천장에 별을 붙이던 너의 모습이 그려졌다.
"야, 이거 떼지마. 너 나없음 잠 잘 못자니까 특별히 붙여준다. 엄마가 옛날에 나도 붙여줬었거든. 유치한데 잠 잘와. 날 믿어"
하고 말하는 네 입이 오물오물 귀여워서 그날 밤에 한번 더 했었지. 그랬던 너였는데.
네 달, 아니 여섯달 전까지 우린 서로 잘 챙겨주던 커플이였다.
비록 오랜 교제로 지친 상태로 서로에게 많이 질려있던 상태였지만 한번도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던 우리는 계속해서 그런 사이를 유지할 둘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였던 듯, 준영이는 어느 순간부턴가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연락하는 사람이 생기고 만나가도 한 것 같았다.
눈치 채고 있었다. 알고있었고, 하지만 준영이가 날 떠날 거란 생각을 못했기에 별 다른 터치를 하지않았다.
너무 큰 오만이였을까, 준영은 보란 듯이 나에게 이별을 말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원망, 집착을 주체 할 수가 없어 침대에 묶어두고 몇 일간 범했다.
오일이 지나고 준영을 방에 묶어둔 채 나온 거실에서 생각을 했다. 내가 잘 하는 짓인가. 답은 당연히 노 였고 고민 끝에 준영을 놓아줬다.
가라는 말에 서둘러 짐을 챙겨 뒤도 안돌고 가는 너에게 많이 섭섭했지만 내가 잘못한 거니까 아무 말도 안했었다.
그리고 네 달후 나는 평상시와 같이 생활했으나 속이 문드러지고 있었다. 꿈에선 어떤 남자와 정사를 나누는 준영에 밤을 새웠고 번화가는 준영과 같이 다니던 환영이 보여 잘 나가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나간 번화가에선 예상치 못한 이를 만났다. 준영이였다. 기타를 들고 웃으며 가는 너의 옆에는 처음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작은 키에 동그란 머리가 귀여웠다. 네가 날 버린 이유라는 걸 한 눈에 알아봤다. 난 이렇게 하루하루 폐인인데 너는 왜 그렇게 밝아보이니.
한 순간의 잘못된 방향으로의 분노는 또 다시 널 잡아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과 같이 첫날엔 눈이 뒤집어져 널 범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너에게 미안했다. 이 미안함은 네 앞에가면 언데 그랬냐는 듯 종적을 감추겠지. 넌 나에게 언제까지 잡아둘 것이냐며 화를 내지만
나 역시 너에게 묻고싶다. 너는 나를 언제쯤 놔 줄 것이냐고...
문 밖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몸이 뻐근하다.
머리도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문득 어제 나보다 얇게 있었던 그 아이가 생각났다.
약해보이던데 아마 나와 같은 감기에 걸렸을 것이다.
***
뻐근한 몸이 불현해 눈을 뜨니 물먹은 솜처럼 움직이기도 힘든게 몸살이라도 걸린 느낌이였다.
어제 상우형 만나러 갔을때 가디건이 너무 얇았나? 갑자기 추워져서 두툼한 것도 못 챙겼었는데.집에 약도 없을 텐데 물도 먹고싶은데 일어나기도 싫다.
이럴때 준영이형이 딱인데. 물도 대접해줘, 약도 사다줘, 죽도 끓여줘...아무래도 몸이 다 나으면 준영이형 짐부터 정리해야겠다.
계속 두고 있으면 생각나서 더 외로워 질 것만 같아서 안되겠다.
카톡-
[나 감기...ㅠㅠ]
미소가 지어졌다. 나랑 별로 차이도 없이 얇게 입은 상우형 역시 나랑 같은 침대신세다.
[전 몸살요 흑...]
[헐 우리 둘 다 아프면 누가 간호해. 친구있음?ㅋ]
간호가 필요한 건 내쪽인데 간호를 원했나...난 몸살이라구요 이 형아야
[헐, 생각해보니까 없네 아픈 형이라도 나 간호 해줄래요?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있으나 아프다는데 오는 남자 놈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지 아마?
[ㅋㅋㅋㅋㅋㅋㅋㅋ형아가 간다. 죽 사갈테니까 침대에 형자리도 만들어놔 따뜻하게. 집주소 찍고]
죽까지 들고 오신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네요.
[여기 우리 만난 카페 주변에 글로리아파트 106동 1006호. 저는 호박죽]
[오키]
간단하게 오는 답에 탁, 하고 휴대폰을 테이블에 다시 올려놨다.
준영이형이 붙여준 천장의 야광별은 준영이형이 없는 지금도 여전히 빛이 난다.
빛나던 별이 천천히 누려지는 눈커플의 속도에 모습을 감추었다. 몇분이 지났을까 초인종 소리에 열어준 문앞에는 상우형이 있었다.
"잤어?죽 사왓으니까 먹어. 밥 안 먹었지?"
허둥지둥 방에 들어와 죽과 가방을 내려 놓으며 말하는 폼이 자연스러워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한 술 더떠서 멍하니 현관에 있는 나에게 얼른 와서 앉으라며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치기까지 한다.
아무리봐도 어제 본 사람같지가 않다.
"형, 우리 어제 본 거 맞아요? 형 진짜 원래 성격이 그렇게 밝아요? 형보면 나랑 엄청 예전부터 알던 것 같아"
웃으며 말했는데 순간 상우현의 표정이 굳었다. 확실히 아무 표정이 없던 얼굴로 잠시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나도 서둘러 웃던 얼굴을 굳히니 슬쩍 웃었다.
"글쎄, 원래는 안 이런데...이상하지"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실실 웃던 그 전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이상하다는 표정이였고, 가벼웠던 분위기는 무겁게 축 가라앉았다.
진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부터 상우형의 모습은 뭔가 찜찜했다. 이 사람은 진짜 밝은 걸까 아니면 밝은 척 하는 것일까.
"얼른 오라니까? 호박죽 식겠다. 먹을 힘이 없어? 먹여줘요? 크하하"
이렇게 또 다시 밝아져버린 상우형의 모습에 나도 걱정을 지우고 쇼파에 가 앉았다.
옆에서 자꾸 장난을 걸어오는 통에 죽을 다 먹는데에만 1시간은 걸렸다.
"근데 감기 걸렸다면서 괜찮은 거에요?"
"응, 난 튼튼해서 근데 머린 좀 지끈거린다. 너는 몸살 괜찮고?"
음...좀 으슬으슬해서 내일이 문제일 것 같은데, 같이 가서 쉴래요? 하고 물으니 잠깐만 하고는 가방을 뒤적인다.
"약인데 몸살에 짱이래."
그리고 나온 건 딸기맛 해열제.
"형, 나 애기 아니거든요?"
"아니야, 이거 어른도 먹는다고 약사선생님이 그랬어. 너 왠지 알약 안먹을 것 같이 생겼어. 이거 먹어 자, 아!"
하고는 떠주기까지 한다.
"아..."
그걸 먹어주는 내가 이상한건가.
"한번더"
둘 다 이상하네.
"침대는 뎁혀놨어? 추우면 승우랑 붙어서 자야지"
어딜 넘봐요, 하고 가슴을 가리니 개그도 하냐며 막 웃는다. 웃고는 싶은데 점점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아 미소로 그쳤다.
그런 반응에 걱정이 됐는지 서둘러 나를 침대에 눕혔다. 열난다. 수건이라도 해야되나.
안절부절 못하는 또다른 감기환자에 나도 정신이 없다.
"형, 형도 아프면서...옆에 누워요. 이불 따뜻해. 약먹었으니까 자고일어나면 괜찮겠지."
아,어? 아 응...당황하며 이불에 들어오는 상우형의 몸이 멀찍이 떨어져있다.
"형, 왜 그래? 남자끼리 내외해요? 일로와요, 추워"
슬쩍슬쩍 가까워지는 상우형의 얼굴에 돌렸던 고개를 바로 눕혔다.
천장을 향한 상우형의 눈이 야광별에 머물렀다. 갑작스런 상우형의 등장으로 까먹고있었다. 침대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야광별이였는데...
"야광별, 준영이 형이 주고갔어요. 괜히 생각나게 짐도 하나도 안가져가고...보고싶게. 내일 몸이 괜찮아지면 짐 정리해서 다른데다가 놓을려고요. 자꾸 생각나네
아~또 혼자 사는 구나...형은 부모님이랑 같이살아요?"
야광별에 머물렀던 시선을 돌리니 언제부턴지 나를 보고있었다.
"아니, 나는 따로 나와서 살아"
마주쳤던 눈을 야광별로 돌리면서 물었다.
"안 외로워요? 난 외롭던데 어렸을 때부터 혼자있는 거, 진짜 싫어했거든요. 근데 거의 혼자였어서 외로움도 많이타고"
"그렇게 보여, 사람이 다가오면 잘 안피하지? 금방금방 친해지고? 좋아하고"
벌써 들켰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사랑받는 걸 좋아하다보니 처음 만난 사람도 준영이 형이나 상우형처럼 잘 해주면 금방금방 믿어버리는 타입이다.
그만큼 정도 많이 줘서 헤어질 일이 생기면 오랬동안 묶혀두는 성격이라 골치아프다.
"맞아! 그래서 내가 형이랑 이렇게 지내지. 아, 이게 아니라 안외로워 형은?"
"외로워. 난 사랑을 안줘. 가까이 있는 사람도"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역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형이 보였다.
까만 눈은 따뜻해보였던 다른 때완 다르게 차가워보였고 외로워 보였다. 밝은 모습 뒤에는 누구나 아픈 마음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
승우의 침대까지 가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막상 위로 올라와 옆에 누우려니 당황스러웠다. 원래 이러려고 온건데 자꾸 가슴에 돌이 쌓인듯 답답하고 무거웠다.
심란한 마음에 천장을 올려다보니 야광별이 있었다.
같은자리 같은 말을 승우에게 하며 넌 저 별을 달았겠지.
순간 복수하겠다는 목적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 유승우는 내개 이용할 사람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결심을 세우고 옆을봤다.
외롭다고 말하며 웃음을 짓는 네가 보인다. 미안했다. 이런 외로운 애한테 나는 상처를 주고 더 큰 외로움을 줄텐데.
갈등이 생겼다. 유승우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승우를 볼 때면 준영이 생각이 나지않았다.
그러던 중 승우가 외롭지 않냐며 물었다.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이였다.
나는 외로웠다. 사람을 진심으로 모든걸 보여주며 사귄 사람은 준영이 처음이였고,
준영이 떠난 후에는 보이지 않게 쌓아둔 타인들과의 거리를 더욱 견고히 쌓아왔다.
다른 곳에 풀 데가 없어 더욱 준영이에게 매달렸는 지도 모른다.
순간 적으로 내 진심이 나갔다. 날 사랑해주던 준영이가 떠나간 지금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 느낌이다.
아무렴 어때, 그냥 모든 걸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지금 날 좋아해주는 사람인 승우가 날 떠날까 두려웠다.
넌 상처받은 눈을 하고 아니, 눈에 눈물을 매달고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고선 날 보며 원망의 말을 하겠지
나는 당신을 믿었는데 왜 그랬냐고. 그럼 난 어떻게 반응할까
어짜피 모든 걸 잃은 거 너에게 몹쓸 말로 몹쓸 행동으로 상처를 줄까, 아니면 무릎을 꿇고 빌까.
"형, 외로워하지 말아요."
생긴건 고등학생 주제에 손을 잡아오며 잘도 그런 말을 한다.
"나는 형 좋으니까,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 하지말고. 그런 사람이 어딨어"
분명 어린애가 하는 위로인데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손을 마주잡았다.
마주친 눈이 불편했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야광별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듯한 착각을 하며
승우와 함께 잠에 들었다.
고마워, 라고 한마디 하는 것도 잊지않고.
미안해라는 뒷말은 삼킨채.
| 작가의 감사함 |
저번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비회원분들도ㅠㅠ뭐라고 써있을까 진짜 궁금했었어요ㅋㅋㅋ 저번에 암호닉 해주신 복숭아님!! 진짜 댓글다시는 분들 덕분에 써요!!사랑해용♥ 늦게 와서 죄송해요ㅠㅠ요번주가 시험이였어요 밤에 쓰는데 어제는 쓰다가 잠들어서.....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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