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승우/로이준영] 두사람 05
W.무화과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햇빛에 눈이부셔 눈을 깜빡거리다 잘못안 줄 알고 옆을 한참이나 더듬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승우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승우, 승우야..."
어제 승우가 왜 혼자 그렇게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옆에 있던 사람이 눈을 떴을 떄 없어졌다는 건 막연한 두려움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그 사람이 내가 지금 사랑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거실에 있겠지, 라고 생각해 나갔을 땐 거실에 아무도 없었지만
준영의 방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방에서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조심조심 들어가보니 수첩을 들고 바닥에 쭈그려앉아 우는 승우가 보였다.
"왜 울어."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닐텐데. 이렇게 울면 머리 아플텐데...
걱정되어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눈은 빨갛게 충형되어있었고, 열도 오른 건지 볼도 상기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쓸어주니 아무말도 안하고 한참을 눈을 맞췄다.
"형...준영이형이랑은, 무슨 사이였어요?"
바쁘게 승우의 머리를 정리해주던 손이 멈췄다. 곧 다시 움직이긴 했으나 승우가 그걸 못 느낄리가 없었다.
그건, 왜? 목소리가 떨렸다. 형이랑...사랑,했어요? 승우의 목소리도 떨렸다.
정말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 입으로 말하고 이 아일 떠나야 할까, 확실히 유쾌한 준영이가 이 아이 옆에 있는게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갈등이 생겼다. 어떻게 알았어? 최대한 담담한 척. 조용히 말했다.
"일단 약부터 먹자, 먹고나면. 다 말해줄게."
그러니까...우리 지금은 그런 얘기 하지말자.
순순히 일어나는 승우의 손을 잡고 거실 쇼파에 앉혔다.
팔팔 끓는 뜨거운 물에 스프와 허브티를 타서 아침 대용으로 차려왔다.
가만히 손에 스프를 담은 그릇을 들고있던 승우가 신경쓰여 입을 열었다.
"우린 오랫동안 사귀던 사이였어. 그런데 준영이가 누군갈 만나고 안그래도 권태로웠던 우린 자연스레 깨졌어.
그런데 나는 그럴 수 없었어. 혼자였거든. 그래서 준영일 붙잡았어. 그런데 잘못됐다는 걸 알고 그만 뒀어.
그런데 좀 지난 후에 준영이가 좋아보이는 얼굴로 나타난거야. 내 앞에. 그런데 그 옆엔 승우, 니가 있었어."
승우는 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럼 둘 사이를 갈라 놓은 게...나에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살짝 찡그린채 본다. 고개를 끄덕여줬다.
미안하지만 그때로선 맞았다.
"난 그 때 너무 화가 났어. 난 폐인처럼 사는데 준영인 여전히 좋아보여서.
그래서 또 다시 준영일 잡아놨어. 그리곤 널 만났고."
차마 내가 의도한 만남이였단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우린 아예 인연이 없던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그러니까, 날 알고 있는 상태였어요? 그럼 왜 이렇게 잘 해줬어요? 형 좋아하게라도 만들어서. 형한테 떼어내려고?
그리고 준영이형이랑 알콩달콩 잘 살아보려고?"
목소리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화가 난게 당연했다.
나같아도 용서 못하지.
날 째려보는 데. 여전히 빨갛게 부은 눈가가 신경쓰인다.
"그래, 사실 그러려고 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널 오래 본 건 아니지만, 처음엔 그냥 애같아서 아무 생각 안들었는데
볼 수록 외로워하는 것도. 아닌 척 하는 것도, 나랑 너무 닮은 거야.
그래서 자꾸 신경 쓰였어. 왜 그런지 알겠는데. 이러면 내가 중간에서 병신되니까. 그래서 아닌 척 하는데.
자꾸 준영이보다 네가 신경쓰이고, 네가 먼저가 되는 거야. 정준영 마음 알겠더라...이래서 너한테 간 거였어."
어차피 오늘보고 안보게 될 것 같은 우리 사이에, 하고싶은 말이나 실컷 하자는 마음에
내가 모르던 말까지 그냥 입에서 툭툭 튀어나왔다.
승우는 묵묵부답이였다. 인상을 찡그리고 머그컵만을 응시했다.
생각이 많은지, 입술을 깨물어 입술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럼, 준영이형은 형이랑 같이 있던 거에요? 러시아는요?"
거짓말이야...눈을 쳐다볼 수가 없어 눈을 내리깔았다.
부모님이 러시아게 계신 건 사실이고 음악을 반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한국이야. 연락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하...난, 난 그것도 모르고...형이랑 히히덕 거리면서 잘만 놀았네.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승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
미안하다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승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사실 형이 좋았어요. 처음엔 좀 무서웠어요. 차가워보였거든요.
근데 너무 재밌는 사람인거야. 알수록...같이 있으면 멀리 갔다던 준영이형도 생각 안나고
그런데 준영이형은 내가 좋아해가는 사람이랑 같이 있었고 그 사람은 준영이형을 사랑했었대. 그럼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는 뭐지?
준영이형 마음은 알고있었어요. 그럼에도 내가 잃기 싫어서. 이기적이게도 준영이형한테 희망고문했어. 준영이형도 아마 느꼈을거에요.
내가 형을 형 이상으로는 안 본다는 걸, 그런데 그 사람이 사라지고 혼자 남은 나한테 형이 또 왔어. 이 사람은 날 좋아하는 것같네?
근데 이번에 내가 이상해, 준영이형한테는 죽어도 안들던 생각들이 하나씩 들어...난 또 준영이형이 좋은 인연 엮어 준 줄 알았지.
이렇게 나도 혼자가 아닌걸 다시 느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뒷통수를 쳐요"
결국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무릎에 고개를 파묻는다. 끅끅 대며 울음을 삼키는 소리만 들릴 뿐 목놓아 울지를 못했다.
차라리 목놓아 울었으면 위로하기 쉬울텐데. 혼가 우는 게 익숙한 듯 울음소리를 삼키는 모습이 내모습과 너무 비슷해 뻗던 손을 멈칫하게 된다.
내가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걸까. 내가 저질러버린 짓을 똑똑히 알게 됨에 씁쓸하면서도 다행이였다.
승우가 우는 것이 나때문이여서. 좋아해버린 나로 인해 버릴수가 없어서 우는 거라서. 이런 말하면 못된거지만, 정말 다행이였다.
허공에 배회하던 손을 승우의 어깨에 올려 쓸러줬다. 울지마, 내가 미안해.
울지말라는 말이 시발점인지 고개를 들고는 날 쳐다보다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어떡해요. 나...그런 형인데도, 싫어지지가 않아서. 너무 슬퍼. 준영이형, 불쌍해서 어떡해."
준영이한텐 정말 미안했다. 집에 혼자 있을텐데.
하지만 날 미워할 수가 없다는 말에 걱정으로 짓눌렸던 어깨가 가벼워지는 느낌이였다.
동글동글한 머리를 토닥이며 말해줬다. 다 괜찮을 거라고. 내가 미안했다고. 이젠 다신 안 그런다고
언제부터 일어나서 울었던 건지. 승우는 진이 다 빠져서는 잠들었다.
폭풍같던 아침에 더 빨개진 눈이 걱정됐다. 이따 눈은 떠지려나.
이번엔 서랍을 뒤적여서 메모를 썼다.
[나 집에 다녀올게.]
이번엔 눈을 떠도 안 울겠지.
밖은 몇 일 전 승우를 만난 날보다 훨씬 추웠다.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비밀번호가 울리고 내가 들어가기가 무섭게 준영이 다가온다.
"승우는? 너, 뭔 생각인데.정말 승우 좋아해? 이용하는 게 아니고?"
불안 가득한 눈빛으로 내 멱살을 붙잡고 질문한다. 이걸 어떻게하지.
곤란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니 더 다급한지 손을 흔든다.
"유승우가, 다 알았어.
그런데 준영아. 나는 유승우 옆에서 못 떠나겠다.
그러니까 이기적이지만 날 떠난 것처럼. 이번에는 마음접고 네가 떠나주면 안될까. 정말. 내 부탁이야"
승우가 다 알았다는 말에 손을 살짝 느슨하게 풀더니 결국엔 손을 놓쳤다.
맥이 빠진 듯 날 쳐다보기만 했다.
진실을 알았다면 몇대를 맞거나 생처받은 얼굴이라도 해야하는 게 맞는데
너무 깔끔한 내 모습에 눈치빠른 정준영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
"그러니까, 너 말은...승우가 괜찮다고 한거네? 네가, 좋다고?"
아니였으면 좋겠다는 얼굴로 물어오는 녀석의 눈을 피했다.
준영이에게도 못할 짓을 했다.
내가 죄인이였다.
"미안하다...내가"
아무 말이 없다가 주먹을 꽉 쥐더니 그대로 내 얼굴로 날린다.
꽤 아팠다.
"니가 개새낀건 확실한데, 나도 개새끼짓 했으니까 더 이상은 못하겠다.
지금 진짜 억울하긴 한데, 승우 잘 해줘 내가 진짜 특별히 떠주는 거니까."
물기 젓은 못소리로 고개를 돌리면 말한다.
그럼, 우리 이제 진짜 놔주는 거냐?
응. 이제 진짜.
방문을 닫고 들어간 준영은 꽤 오래 안 나왔다.
몇분이 지나고 씻었는지 말끔한 모습으로 준영이 다시 나왔다.
"짐 챙기러 갈꺼지?"
응..크흠 끄덕끄덕
얼마나 울었는지 잠긴 목소리로 나오는 목에 헛기을 한다.
마지막으로 승우는 보여줘야겠지. 아직 자려나
얼마 안되어 도착한 집에서 승우는 준영의 방에 앉아있었다.
문을 여니 왔어요? 벽에 머릴 기대고 눈을 감고선 말했다
준영이랑 왔어.
그 말에 눈을 번쩍뜨고 우리쪽을 본다.
형.......미안해요...
겨우 진정한 눈물을 다시 내보내려는지 준영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준영도 자연스레 손을들어 머리를 만져줬다.
"승우야, 되게 오랜만이네. 나 이제 정말 러시아 가려고. 짐챙기러 왔어."
러시아? 정말 거기까지 갈건가? 승우도 놀랐는지 고개를 들었다.
왜 가는데요...?우리때문에?
아니야, 원래 내년쯤엔 가려고 했었어. 그게 좀 빨라진 것 뿐이야 자책하지 마
충분히 자기도 괴로울 텐데 웃기는 잘도 웃는다,
사람 더 미안해지게...
"이제 둘 다 혼자 살텐데, 김상우 니가 방빼고 여기로 와서 살아."
갑작스런 동거제의에 당황해서 정준영을 보자 승우도 그게 좋겠다며 수긍한다.
나야 괜찮지만 정준영은 진짜 괜찮은건가? 물끄러미 쳐다만 보자 신경쓰지 말라는 듯 쳐다본다.
착해빠진 정준영의 동거제의 후에 준영이 갈 때까지 내 집을 쓰고 나는 준영의 장을 치우고 내 물건들을 옮겼다.
바로 아버지께 전화한 준영을 아버지는 반겨주셨고 일주일도 안돼서 그 다음말 티켓이 부쳐졌다.
우리는 금방 서로를 용서했다. 죄인인 나는 자주 눈치를 봤지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주는 두 사람덕분에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루는 금방 지나갔고 다음말 공항에 가보니 준영이 떠나는 게 실감이 난다.
지금은 아니라지만 오랫동안 사귀였던 사이인데 기분이 이상했다.
승우는 울먹거렸지만 장하게도 울지는 않았다. 준영이형에게 마지막은 이쁜모습을 보이고 싶다던가.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안은 준영이 귓가에 속삭였다.
"많이 사랑했고, 지금은 친구로써지만...승우 잘 챙겨줘라."
자기도 울컥했는지 마지막에는 목이 메여서 말을 했다.
나도 울컥할 듯해서 고개만 끄덕이니 씩 웃고는 들어가 버린다.
준영이 들어가자마자 울먹이던 눈에 눈물이 뚝 떡어지는 승우를 토닥이며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정식으로 했던 달달한 고백은 없었지만 알게모르게 내비춰준 마음들로 사귀는 사이가 됐다.
"형 우리 영화 볼래요?"
"그래 뭐 볼래? 어디 영화관 갈까?"
"아니, DVD 빌려서 봐요. 그게 좋아"
DVD? 뜬금없는 제안에 의아했지만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가까운 대여점으로 갔다. 여기 있으라는 승우의 말에 가만히 차를 지키고있었더니
까만봉지에 잔뜩 빌려온다.
"너...만화책이지?"
"헤...딥디도 있어요. 2편"
멋쩍게 웃으며 봉지를 달랑댄다. 4살차이도 나이차이가 나는 건지, 다 아기같아서 탈이다.
가끔 응큼한 생각이 나면 애기같은 승우한테 어떻게 그러냐는 마음도 생겨서 갈등이 장난이 아닌데.
사귀는 동안 한번도 못하는 것도 섭섭해 한다던데...일단, 아직은 어리니까 놔둬야지.
영화볼 생각에 좋은지 고개를 끄덕이며 허밍하는 승우를 힐끗 쳐다봤다.
"뭐 빌렸는데?"
"음...비밀이에요. 우리 이건 저녁먹고 밤에 봐요."
그래, 뭐...어제 늦게까지 짐챙기고 노느라 피곤하다. 집에가면 좀 만 자둘게.
졸린 눈을 비비며 말하자 고래를 끄덕인다. 만화착 읽고싶어서 저러나. 공항에서 붉었던 눈가는 그대로인채 즐거움을 담고있다.
준영이가 타고 있는 비행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 한 대가 이륙했다.
가까이 보이는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후련했다.
그 동안 마음을 억눌렀던 준영이와 관련된 일들도 모두 해결했고,
내 계획을 깨트려 버렸지만. 더 큰 행운을 준 승우도 내 옆에 있고
기분이 좋았다.
"승우야."
"왜요?"
"사랑해"
쑥쓰러운지 승우의 얼굴이 빨개져서는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나도 라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아 웃음이 났다.
| 더보기 |
이번엔 완결인데 내용이...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급전개네요... 사실 어제 슈스케 보면서 쓰다가 멘붕이 왔어요............허니지...ㅁ7ㅁ8 배재현이랑 승우랑 잘어울리는 모습이 좋았는데 그것만 좋은 건 아니고 무대도 잘했는데 슈스케.....헣.........정준영 너무 욕먹네...... 김로이도 잘한 것 같았는데... 유승우는 화이팅ㅠ선곡 능력을 모여줘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