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열이랑 변백현은 고등학교 동창. 짱친.
찬->백 6년동안 짝사랑(이라고 박찬열은 생각하는 중) 중.
사실은 백현이도 박찬열을 좋아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절대 자기가 좋아한다는 걸 알리지 않고 살살 입질만 줌.
하지만 박찬열은 고자라 그걸 몰라요^^^^^^^^^^^^^^^!!!!!! 여우같은 변백현 ㅎ으흫ㅎ흫히ㅣㅣ히히ㅣ
박찬열은 상사 눈칫밤에 스트레스 쩌는 대기업 사원, 변백현은 나름 인기있는 소설 작가
찬백 행쇼 결쇼 섹쇼!!!!!!!!!!!!!!!!!!!!!! |
황금같은 추석 연휴가 찾아왔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황금같지도 않았고 기쁘지도 않다. 씨발스런 편집장이 마감을 추석 다다음 날로 잡아놨기 때문에 집에 처박혀서 원고를 끝내야 한다. 마감은 어기라고 있는 거라면서 자긴 추석을 만끽하고 오겠다는 동료 작가도 두 명 있긴 했다. 하지만 난 죽어도 마감을 어기는 짓 따위 하지 않는다. 예전에 회사에 원고를 내러 갔을 때 나이도 어린 것이 얼굴로 덕 본다는 뒷담화를 우연히 들었기 때문이다. 실력 없는 놈이 인기빨로 돈 벌어먹는다는 소리를 내 자존심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걸 들은 후로 마감에는 단 1분도 늦지 않았고,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글은 절대로 넘기지 않았다.
난 기복이 심한 편이다. 내 기분이 안 좋으면 글도 딱 그만큼 좆같은 글이 나오고, 기분이 좋으면 좋은 만큼 맘에 드는 글이 나온다. 남들은 다 즐기는 연휴를 썩히고 있다는 좌절감과 혼자 집구석에 처박혀있다는 허탈함은 내 글을 점점 더 쓰레기로 만들었다. 300쪽이 넘게 달려온 이 책은 마지막 결말만 무사히 써내면 완결이었지만 몇 번을 고쳐봐도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나도 내팽겨치고 집에나 내려갈까? 기나긴 번뇌는 결국 얌전히 앉아서 마저 쓰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황작가 개 씨발년. 너의 거지같은 뒷담화가 날 바른생활 직장인의 표본으로 만들어주는구나.
점점 더 나락으로 치닫는 기분 탓에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들어 박찬열의 번호를 눌렀다. 아, 얘도 집에 내려간다고 했는데. 괜히 무안해진 손끝은 다른 친구를 찾아보려 전화번호부를 내렸다. 박찬열 말고는 불러도 나올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내 교우관계는 결국 이 웬수가 다 망쳐놨네. 사실 불러도 콜택시마냥 기어나오는 놈은 이때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박찬열밖에 없을 거다. 지딴에는 내가 눈치채지 못한 줄 알지만 나 좋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데 모를 리가 있나. 어쩌면 내가 박찬열을 조련한 게 아니라 박찬열한테 내가 익숙해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박찬열한테 안달나서 빌빌거리는 내 꼴에 자존심이 팍 상했다. 맨날 나한테 져주는 박찬열을 상대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괜시리 미안해지긴 했지만 이건 박찬열이 없는 일상을 경험하지 못한 내 나름의 당황 같은 거였다.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맥주를 한 캔 꺼내 마셨다. 분명 혼자 맥주를 들이키며 화를 식히는 내 꼴이 정상적인 풍경일 텐데, 그 속에 도어락 소리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삑, 삑, 삑, 삑. 열렸습니다.
박찬열이었다.
"헐. 헐. 헐. 미친 박찬열, 헐. 니가 왜 여기 있어."
"당황하는 꼴 좀 보게. 연휴에 집에도 못 내려가고 사내새끼 혼자 글 쓰는 꼬라지가 너무 처량해서 이 착한 찬열님이 친히 발걸음을 옮기셨다."
"지랄한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튕기면서 신경 안쓰는 척 했을 텐데, 눈앞에 보이는 반가운 얼굴 때문에 도저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스멀스멀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변백, 감동받았지. 나 좀 멋있지."
"이 멍청이가 진짜. 여긴 왜 왔어. 집에 내려간다며."
"어, 우냐?"
"돌았냐."
말은 퉁명스럽게 쏟아부었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외로움에 사무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자음 모음 무더기들과 뒹군 3일간은 솔직히 좀 고통스러웠다. 물론 나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고. 하여간 박찬열, 타이밍 더럽게 잘 맞춰요.
"난 또 뭐라고."
오늘같은 날에 찾아와준 박찬열이 너무 고마웠다. 관계에 우위를 매기려고 했던 것도 살짝 미안해졌다. 이번엔 좀 어리광피워도 되겠지. 박찬열을 소파에 앉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글이 존나 안 써져."
"그랬냐."
"배고픈데 밥해줄 사람도 없고."
"어."
"혼자 치킨 뜯기는 더 서럽잖아."
"어."
"그랬더니 갑자기 존나 외로워져서."
"전화를 하지."
박찬열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뱉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매번 느끼지만 손 진짜 커. 평소에 머리를 만지면 앞머리 망가진다고 화를 내지만 오늘의 나는 투정부리는 건 생각도 안 할 정도로 감동해있었다. 그래, 이렇게 날 챙겨주는 게 너 말고 또 누가 있겠어. 이거 하난 인정.
"미련하긴. 집엔 얼굴 비췄으면 됐지 뭐."
"애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더니."
"나 다시 가?"
장난스런 얼굴로 나에게 물어온 박찬열이 절대 돌아갈 리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사실 이 정도로 착하게 굴 생각은 없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박찬열 어깨에 이마를 비비적대고 있었다.
"엄마가 너 좀 찌우라고 송편이랑 갈비찜 싸줬다. 지금 먹을래?"
"어. 너는 저녁 먹었어?"
"너 또 혼자 열받아서 쫄쫄 굶고 있을 거 알고 안 먹었지."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진짜거든. 데우고 올 테니까 마저 쓰고 있어."
"응."
박찬열의 습격 덕분인지, 아니면 아줌마의 추석 스페셜 갈비찜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때까지 머리를 싸매던 게 거짓말같이 느껴질 정도로 원고를 쉽게 마쳤다. 담당에게 쓰는 원고 메일 전송을 마치자마자 사과를 깎아달라며 들이밀어진 박찬열의 얼굴이 그렇게 잘생겨 보인 적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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