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hio Nero(검은 눈)
w. caramella
+ 무단 도용 등 불법적인 행위는 금합니다. 한 사람의 창작물을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 공유는 허용하겠습니다. (단지 부끄러운 작품이라... 그냥 소소하게 읽어주셨으면...)
레이의 장례식은 간략하게 하였다. 종인의 노력 끝에 레이의 부모님과 연락이 닿았고, 레이의 부모님은 아들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하셨다. 자식에게 모진 말을 하고 등을 돌렸어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부모의 마음이었다. 종인은 레이의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레이의 시신을 화장하였고, 미국으로 가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집에 있는 앞마당의 나무에 뿌렸다. 그 나무는 레이가 항상 기대서 쉬던 곳이었다. 죽어서는 이 나무에 기대서 쉬었던 그 때처럼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레이의 죽음은 종인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되었다. 그 후로는 자신의 차를 운전할 수 없었다. 운전대만 잡으면 옆에서 레이가 쫑알쫑알 대는 것 같은 환청이 들렸다. 그래서 결국 그는 차를 폐차하기로 마음먹었다.
레이가 죽은 지 딱 한 달째 되던 날, 종인은 다시 한국으로 왔다.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자신 때문에 목소리를 잃은 백현, 자신 때문에 하늘로 떠나버린 레이. 결국 모든 일의 원인은 그, 스스로에게서 찾았다. 이 모든 죗값을 받을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종인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백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난 뒤, 반대편에서는 숨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
“백현아,”
[......]
“나 종인이.”
반대편에서는 그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울음이 북받쳐 불규칙해진 숨소리만 꾸준히 들렸다. 종인은 그 숨소리를 들으며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걸어갔다.
“변백현. 우리 떨어져 지낸지 횟수로 치면 엄청 길어.”
[......]
“내가 아는 변백현은, 당당했어.”
[......]
택시가 종인의 앞에 섰다. 종인은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레이를 떠나보냈던 그 병원으로 가 달라고 말했다.
“다시 당당해져, 백현아.”
[......]
“내가 없어도 변백현은 성공했잖아.”
[......]
“목소리를 잃은 변백현.”
[......]
“그것보다는 자신의 삶을 아낄 줄 아는 디자이너 변백현이 더 멋있어.”
종인은 무심코 하늘을 보았다. 레이처럼 맑고 깨끗한 하늘이었다.
“백현아. 내가 이번에 깨달은 게 있어.”
[......]
“우리 서로 사랑하는 거 맞아.”
[......]
그래.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그 길었던 시간동안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백현을 사랑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랑은 첫사랑이야.”
[......]
“끝나지 않는 사랑.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생 미련을 품고 사는 것.”
[......]
“너랑 난 그게 너무 과했어.”
우리가 만약 좀 더 일찍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레이가 지금도 내 옆에 있었을까.
“너는 잃어버리고 나서 후회하지 마.”
[......]
“그 때 봤던 그 사람. 레이라는 사람 기억 나?”
[......]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눈물을 참으면서 끄덕거리고 있을 내 첫사랑.
“그 날, 그 사람이 내 눈앞에서 죽었어.”
[......]
많이 놀랐을 텐데....... 사람의 죽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니까.
“그제야 난 깨달았어.”
[......]
“아……. 내 첫사랑은 너지만, 내 현재 사랑은 그 사람이었구나.”
[......]
“내가 너무 늦어버렸구나.”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항상 한 발짝 늦는 것일까.
“백현아. 너는 늦지 마.”
[......]
“이제라도 그 사람 곁으로 가. 다른 남자 때문에 목소리를 잃은 너를 지켜주던 그 남자.”
[......]
“너는 나처럼 후회하지 마.”
진심이었다. 이미 상처가 많은 백현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그 사람에게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
“그 남자가 스스로 지치기 전에.”
[......]
“레이가 나한테 지쳤다고, 질렸다고 말하는데 너무 아프더라.”
정말 너무 아팠다. 그 말 하나하나가 심장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 말 덕분에 난 내 마음을 깨달았지만, 왜 하필 그 말이었을까.
“너 스스로 말 안하고 있다는 거 알아.”
[......]
“내가 아는 변백현은 그만큼 나약하지 않잖아.”
[......]
“이젠 첫사랑은 가슴 속에 묻어둬.”
[...... 종...인아....]
그래. 그렇게 다시 온전한 변백현이 되어서 그 사람의 곁으로 가.
“여전히 목소리는 예쁘네, 변백현.”
[...... 이러지마.]
“너는 그 사람의 곁으로 가고, 나는 레이의 곁으로 가고.”
[미쳤어......?]
“아니. 이제야 정신을 차렸어.”
[.......]
“그래도 니 목소리 다시 들어서 좋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내 첫사랑아. 너는 꼭 네 사랑을 지켜.
“지켜보지도 않을 거야. 난 아마 레이 곁으로 가자마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할 것 같거든.”
[종인아...... 니 말대로 할게. 그러니까 니가 생각하는 거 하지 마.]
“백현아, 니가 내 첫사랑이라서 너무 슬펐다.”
[......]
“니가 내 첫사랑이 아니었다면, 난 레이를 잃을 일이 없었을지도 몰라.”
[......]
거짓말이다. 끝까지 날 붙잡으려는 널 떼어내기 위한 거짓말. 너는 평생 모를 거짓말.
“그러니까 이젠 그만해.”
[......]
“행복해라, 백현아.”
[...... 미친 놈. 병신. 잔인한 놈.]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 변백현에 미쳤었던 놈이고, 이제야 사랑을 깨달은 병신이고, 너와 레이에게 상처만 준 잔인한 놈. 그게 바로 나, 김종인이겠지.
“내 첫사랑, 안녕.”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 *
병원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를 폐차시키기 위해 차 안을 정리했다. 꼼꼼히 구석구석 뒤져보던 종인은 조수석 자리 밑에 떨어진 종이를 발견했다. 쓰레기 같아서 그냥 두려던 종인은 왠지 모를 찜찜함 때문에 종이를 꺼내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차키를 대리운전하시는 분께 드리고 폐차장까지 꼭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했다.
종인은 근처에 있는 높은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난간에 걸터앉아 아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종이를 꺼내었다. 접힌 종이를 펴보았을 때, 종인은 낯익은 글씨체를 볼 수 있었다.
「 To. 종인♡
안녕, 종인아.
넌 지금 백현씨 집에 올라갔고, 나는 차 안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이걸 네가 언제 볼지 모르겠다.
음……. 이걸 볼 때쯤엔 네가 날 뭐라고 부르고 있을까?
아직도 레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이씽이라고 부를까?
어... 만약 내가 말 안 해줬을 때 네가 이거 보면 어떡하지?!
그럼 혹시나 하니까 적어 줄께!
내 본명은 장이씽이야. 중국식이라 너한테는 생소 할 텐데..
우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래.
내가 너한테 이 이름을 이제야 가르쳐주는 이유는 내 첫사랑 때문이야.
내 첫사랑만이 유일하게 날 이씽이라고 불러줬었거든.
지금은 가정도 있는 남자지만, 그저 첫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지금은 네가 더 좋아, 종인아.
그래서 난 네가 꼭 이 편지를 볼 때쯤엔, 날 이씽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네가 평생을 백현씨를 사랑한다고 해도, 난 널 사랑한 걸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그만큼 많이 좋아하니까.^^
그럼 이만! 너 언제 내려올지 몰라서 겁난다!
From. Yixing」
뚝- 뚜둑-
종인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 때문에 편지에 적혀있는 글씨들이 번졌다. 그러나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종인은 편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난간위에 위태롭게 올라섰다. 그리고 그는 한마디만을 남긴 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몸을 던졌다.
“기다려, 이씽아.”
아마 누군가가 아래로 뛰어내린 종인의 눈을 보았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그의 눈은 소름끼칠 만큼 까맸어요. 딱 하나만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 *
2년 후.
- D-day. 디자이너 Hyun과 톱모델 박찬열의 환상적인 패션쇼.
- 모두가 기대하던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디자이너와 톱모델의 패션쇼.
- 전 세계가 주목하는 두 남자의 패션쇼를 기다리는 사람들.
“톱모델 박찬열씨, 모니터는 그만 좀 보시고 얼른 준비 좀 하시죠?”
“예썰! 최고의 디자이너가 시키시는데 얼른 해야죠!”
“장난 그만치고 얼른 옷 입어!”
종인이 그렇게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백현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다. 다시 디자이너로서 공백을 완벽히 채우고 재기를 하였다.
찬열 또한 톱모델로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백현의 재기 무대에 설 때부터였다. 돌연 잠정은퇴를 선언한 유명 디자이너가 다시 재기를 선언한 패션쇼의 메인 모델이 찬열이라는 이름의 몇 년 전 잠깐 주목 받았던 신인 모델이었다. 사람들은 비리가 있는 거 아니냐, 스폰서가 있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을 떠들어 댔다. 그러나 패션쇼 당일, 찬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가 왜 메인모델을 맡았는지 이해가 갔다. 백현의 옷은 그 어떤 모델보다 찬열에게 잘 어울렸다. 그 후 여러 패션쇼의 메인 모델로 서면서, 찬열은 현재 디자이너들이 가장 섭외하고 싶어 하는 0순위의 모델이 되었다.
물론 찬열이 백현의 메인무대에 서기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백현이 일부러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찬열이 알게 되었고, 그 나름대로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 충격을 체감하기도 전에 종인의 죽음을 알게 되었고, 백현과 찬열은 빈소를 지키며 종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였다. 그리고 백현이 먼저 용기를 내어 찬열에게 다가섰다. 종인의 말대로 첫사랑에 가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다시 열었고, 지금은 동거를 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자신의 재기무대에 찬열을 메인모델로 세우려고 찬열을 스파르타로 교육시킨 백현 때문에 찬열이 고생을 좀 했다는 것만 빼면 완벽하겠지만.
오늘은 다시 백현의 패션쇼가 열리는 날이다. 역시 메인모델은 찬열이었고,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패션쇼였다. 패션쇼 시작 5분전, 모두가 심기일전 한 가운데, 백현은 찬열의 손을 잡고 구석으로 갔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찬열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백현이 발뒤꿈치를 들어 찬열의 입술에 살짝 뽀뽀를 했다. 그리고 멍때리는 찬열에게 ‘오늘 못하면, 각방이야.’ 라는 말을 하고는 자신을 찾는 스텝에게 뛰어갔다.
찬열은 백현이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오늘 그렇듯 종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뒤.
- 종인씨, 백현이 보내줘서 고마워요.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종인씨도 이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박찬열! 쇼 시작하기 1분전이야!!"
"네네, 디자이너님! 갑니다, 가요!!!!"
어익후, 드디어 끝났네요....ㅋㅋㅋㅋㅋ 원래는 좀 더 길게 적을려고 했는데 질질 끄는 것 보다는 확 끊는게 나을 것 같아서.... 결말은 열린결말도 아니고 닫힌 결말도 아니예요..ㅋㅋ 그냥 종인이랑 레이는 죽었고, 찬열이랑 백현이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서 행복해진것...?ㅋㅋㅋ 그래요 그뿐... 사실 이번작품이 근 2년만에 쓰는 팬픽인지라 서툰게 더 많아요. 그래도 가면갈수록 많은 독자님들이 읽어주시길래 힘이 많이 났어요! 그저 정통 SAD 스토리라서 우여곡절도 그닥 없고... 그런데 다들 재밌게 읽어주신다길래 그저 감사할 다름이었죠ㅠㅠㅠ 다음 작품은 오늘 중에 올라올 예정이예요. 힌트를 드리자면 Killer....?ㅋㅋㅋㅋ 이번이 exo-k위주였다면 다음은 exo-m위주 겠죠...?ㅋㅋㅋㅋㅋ 그동안 Occhio Nero를 사랑해주신 독자님들 다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일에 치여가면서 쓴 작품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도, 이 작품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와서 말씀드리면, Occhio Nero는 이탈리아어로 검은 눈이라는 뜻이예요...ㅋㅋ 제 필명인 caramella도 이탈리아어로 사탕이라는 뜻이구요..ㅋㅋㅋㅋㅋ 별 뜻은 없어요...ㅠㅠㅠㅠㅠ 그럼 다음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만수무강하세요~^^* P.S. 텍스트본으로 딸려고 하다가 너무 부족한 작품이라....ㅠㅠ 원하시는 분이 많으면 나눠드릴께요^^ 혹시 원하신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마지막 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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