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Mary
w. caram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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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 사이 잠이 들었나보다. 크리스라는 남자가 들어왔을 때는 그저 밝았는데, 이젠 창틀 사이로 달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루한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형, 분명 형이라고 했다. 그런데 친형도 아니고 배 다른 형이라니. 그래도 반쪽짜리 형제라도 닮은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와 난 전혀 닮은 곳이 없었다. 잠깐 본 게 다지만, 그는 키가 굉장히 컸다. 그리고 평소 예쁘장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루한과는 달리 그는 날카롭게 생겼었다.
몰라, 형이라는데 어떡해, 라고 루한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배 다른 형이 있다. 그리고 그 형의 이름은 크리스. 직업은 조폭 비슷한 거 같고. 하필 조폭이라니. 루한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으-하는 소리를 냈다.
“루한.”
깜짝이야, 루한은 엉망이 된 머리를 정리하지도 못한 채 열린 문을 쳐다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크리스는 루한의 침대에 걸터앉았고, 누워있던 루한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크리스는 루한은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 크리스의 눈길이 루한은 부담스러웠는지 또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때, 크리스가 루한의 손목을 잡았다. 놀란 루한을 뒤로 하고 루한의 손목을 루한의 무릎위에 내려놓고 엉망이 되어 있는 루한의 머리를 한 올 한 올 정리해주었다. 루한은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다.
“저...저기....”
“형.”
“...네?”
“저기가 아니라 형.”
그 놈의 형. 23년 평생을 형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는데 처음 보는, 그것도 불쑥 피붙이 형이라는 사람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루한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크리스는 그런 루한을 눈치 챈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이름 불러.”
“아니..뭐, 그래도 형이시라는데...”
“...형, 아니면 크리스.”
“......”
가족이라고는 평생 가져본 적이 없는 루한은 생전 처음 호칭 때문에 곤란해 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족에 대한 막연한 정 때문이었을까, 크리스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 형...”
“착하네, 루한.”
“......”
“자, 그럼 이제 설명을 해줘야겠지?”
크리스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크리스와 루한은 아버지가 같았고, 바람난 크리스의 아버지가 밖에서 루한을 낳아 데리고 오셨고, 그 충격으로 크리스의 어머니가 자살을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죄책감으로 정신병에 걸린 아버지 또한, 크리스 앞에서 스스로 손목을 그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루한의 친모가 누구인지는 알 수도 없었고, 일가친척 하나 없었던 그 둘은 고아원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그 당시 2살이었던 루한은 금방 한국으로 입양 보내졌고, 8살이었던 크리스는 캐나다로 입양을 갔다가 양부모의 친자식이 태어나자 버림받았다고 한다. 그 당시 15살이었던 크리스는 스스로 조직으로 들어갔다고 하였다. 잘 곳이 필요했고, 먹고 살 방법은 15살 소년에게 그 뿐이었다. 그리고 루한을 찾기 위해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악착같이 발버둥친 15살의 소년은 어느새 29살의 청년이 되어 한 조직의 간부가 되어 있었다.
날 찾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조직에 바쳤던 사람. 내 형이라는 사람. 루한의 마음속에는 크리스에게 미안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나타남으로써 크리스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눈앞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걸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동생을 찾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고군분투 하면서 힘든 삶을 살아왔다는 형. 고마움, 미안함, 그리움, 안타까움 등등 많은 감정이 루한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다. 원체 표정을 감출 줄 모르는 루한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 모든 감정들이 표정에 드러났고, 크리스가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마.”
“.....”
“이제라도 만났으면 된 거야.”
“... 미안해요...”
“그런 소리 하라고 너 데려온 거 아니야.”
크리스가 무엇을 말하는지 루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다.
“루한. 밤이 늦었으니까 쉬어.”
“......”
“내일은 널 정식으로 소개시킬 거야. 그러니 갑갑해도 내일까지만 이 방에 있어.”
“...네.”
크리스는 루한을 눕혀주고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런데 그가 일어나는 순간 루한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피 비린내 같은 소름끼치는 냄새에 루한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크리스가 방을 나가자마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피 비린내가 온 방안에서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창틀 밑에 벽에 기대어 루한은 무릎을 모으고 쪼그려 앉았다. 피 비린내를 몸에 묻히고 다니는 크리스는 루한에게 고마운 사람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그 상태로 잠이 든 루한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는 세 명의 남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얼굴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명의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흘리고, 나머지 두 명의 남자는 서로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울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든 순간, 총을 겨누고 있던 두 남자 중 한 사람이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의 심장을 관통한 총알. 그 남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 듯 했다. 총은 쏜 남자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런데, 그 때까지만 해도 울고 있던 남자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총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전히 울고 있는 채로, 좀 전에 총을 쏜 남자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 남자는 결국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그 순간 루한은 총을 맞은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헉...헉.....하...”
루한은 꿈에서 깨어났다. 루한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창틀로 새어 들어오는 밝은 햇빛 덕에 방안의 포근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루한은 몸을 떨었다. 루한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남자는...
“루한, 일어났어?”
크리스. 나의 형. 내 꿈에서 그가 죽어버렸다. 크리스는 루한이 몸을 떨고 있자 놀란 듯 루한에게로 다가가 이마에 손을 대었다. 열은 없는데, 라고 낮게 읊조린 크리스는 루한에게 물었다.
“루한, 어디 아파?”
“... 아니...아니에요.. 아무것도...”
“정말 괜찮아?”
“... 네. 그냥... 꿈자리가 안좋아서..”
“역시 아직 어리네.”
크리스는 루한이 그저 귀여웠다. 그리고 사랑스러웠다. 꿈 때문에 벌벌 떠는 순수한 모습을 오랜만에 보아서였을까. 크리스는 루한을 달래었다.
“꿈일 뿐이야.”
“......”
그래. 꿈일 뿐이겠지. 근데 당신이 죽는 꿈이었어.
“진정하고, 오늘 해야 할 일 있다고 한 거 기억나지?”
“... 네...”
꿈일 거야. 꿈은 현실이랑 반대라고 했으니까.
“얼른 준비하자. 벌써 늦었어.”
“...네..”
루한은 씻고 나와서 크리스가 준비해준 옷을 입었다. 사이즈가 딱 맞았다. 게다가 평소 루한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이었다. 우연일지, 아니면 이것마저도 크리스의 세심한 면일지. 루한은 크리스를 생각하자 꿈속의 장면이 또 떠올랐다. 또 스스로 머리를 헤집어 놓은 루한은 고개를 저으며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한 루한은 방문을 열었다. 이곳에 잡혀온 뒤, 처음으로 방을 나왔다. 화려할 것이라 생각했던 집안은 그저 하얀 벽지들로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층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루한은 계단을 타고 조심스레 일층으로 내려갔다. 계단 밑에는 크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는 루한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엉망인 채로 루한은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루한이 크리스의 앞에 서자, 크리스는 루한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머리가 이게 뭐야.”
“아! 이러는 게 습관이라서...”
“습관 고쳐. 예쁜 머리를 왜 엉망으로 만들어.”
루한은 순간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매일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한 번도 스스로 느껴보지 못했던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크리스의 말에 심장이 반응을 했다. 마치 대답하는 것처럼. 루한의 얼굴이 빨개지자, 크리스는 그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머리 정리를 다 끝내고 난 뒤, 루한의 손을 잡았다.
“가자.”
“네? 어딜요?”
어디를 가냐고 묻는 루한의 말을 무시하고 크리스는 루한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리고 크리스가 멈춰선 곳은 이 집안의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의 앞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는 뒤돌아 루한의 어깨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굽혀 루한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루한의 심장은 또 어느새 뛰고 있었다.
“뭐...뭐하는 거예요...”
“소개시켜줄 사람 있다고 했잖아.”
“이거...이거 좀 놓고...”
루한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눈을 마주치고 있는 크리스에게 혹시나 심장박동이 전해질까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크리스의 손을 떼어내기 위해 몸을 살짝 뒤로 빼봤지만 소용없었다. 뒤로 물러서면 설수록 크리스는 더욱 다가 왔으니까. 이 사람은 내 형이야, 정신 차리자. 라고 루한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우리 조직의 보스.”
“.... 네?”
“나랑 여기서 사려면, 적어도 인사는 해야 되잖아.”
“그치만...!”
루한은 보스라는 말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루한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느껴졌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좋은 분이야.”
“......”
“미안.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게 한계였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한계라니. 루한은 크리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는 이해하지 못하는 루한에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크리스는 진심으로 루한에게 미안했다. 만약 자신이 보스였다면 루한에게 이러한 일을 시키지 않아도 됐을 텐데.
똑똑- 하고 크리스가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와,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 목소리, 루한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단지 목소리가 비슷할 수도 있기에 루한은 가볍게 넘겼다. 무엇보다 목소리까지 구별할 정도의 정신이 없었다. 보스라는 사람을 만난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루한이었다. 크리스는 먼저 방안으로 들어가서 깍듯하게 뒤돌아 있는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루한 또한 크게 숨을 들여 마신 뒤, 크리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 등 돌리고 창 밖을 바라보는 남자의 실루엣 또한 어디서 많이 본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루한은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제 동생입니다, 라고 크리스가 루한을 소개하자, 루한은 그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내가 보스라는 사람을 어디서 봤겠어, 라고 루한은 생각했다. 크리스는 루한에게 인사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아...안..녕하..세요...”
“......”
“루한...이라고 합니다.”
루한의 인사에도 아무 말 없던 남자는 그제야 뒤돌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루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실루엣. 그 모든 것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크리스와 루한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다가올수록 루한은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루한의 앞에 섰다.
“우리... 본 적 있죠?”
왜이렇게 오랜만인거 같죠?ㅜㅜㅜ 죄송해요... 엄청 바빴어요....ㅜㅜㅜㅜㅜㅜ 오늘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네요. 그가 누구인지는 다음편에서...ㅎㅎ 그사람이 누군지 밝혀짐에 따라 커플링이 하나 더 늘어날꺼예요.^^ 그리고 오늘 제가 처음으로 암호닉 확인을 한번...ㅎㅎ 왜냐면 이번 글은 번외가 꼭 필요해서... 번외는 제 글을 함께 해주신 분들께만 드리고 싶어요. 어차피 몇분 안계시지만...ㅋㅋㅋ 그래도 그분들께 정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이방법밖에 없더라구요ㅜㅜ 열쇠님, 착한사람님, 애플님, ♥.♥님, 고양이님, 그냥우유도경수님 이분들께는 제가 번외편 꼭 드릴께요(원하신다면!) 그리고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지 받으니까 하셔두 되요.^^* 그리고 혹시 빠지신분 있으면 말 좀... 제가 할매라서 깜빡깜빡 자주 해요.... 그럼 저는 다음편에 의문의 남자의 정체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아, 참고로 Occhio Nero 텍파는 다음주 중으로 꼭 보내드릴께요ㅜㅜㅜㅜ 제가 이번주는 정신없이 바빠서...ㅜㅜㅜㅜㅜㅜㅜ 정말 죄송해요ㅜㅜㅜㅜ Bloody 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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