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가인 - Fuxx U (Piano ver.)
Elysia Scandal.04
부제 : 습관
"지금은 진짜 성 매니저님이 귀여워서 봐주고있는거예요. 알았어?"
내게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이 뱉어낸 그 말에 순간 숨이 멈췄다. 굳어버린 나는 보이지도 않는지 민윤기는 내 표정을 천천히 살피다 다시 뒤로 멀어진다. 그 상태에서 무슨 말을 더 하려던 순간, 조금만 더 들으면 정말 흔들릴 것 같아 내가 먼저 민윤기의 입을 막았다.
"...민 지배인님. 제가 딱 1분만, 사적으로 대화해도 되겠습니까?"
"응, 나야 환영이죠. 나는 사적인게 이렇게 좋은건지 한국 지부와서 처음 알았어."
여전히 여유로운 민윤기의 말에 꽉 물고있던 입술을 풀어냈다. 어느새 민윤기는 책상 앞으로 나와 그 위에 걸터앉아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꼿꼿이 서있었다. 그래, 이 정도로 네 손에 놀아나면 2년 동안 힘들어한게 무쓸모가 되는거다. 그리고 그건 내 자존심이 가만 둘 수 없는 일이고.
내 앞에 있는 민윤기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어제 침대 위 이후에는 처음으로, 민윤기에게 반말을 썼다.
"야, 너 혹시 우리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은 나?"
"...하나도 빠짐없이 다 나지. 생생하게."
"근데도 이런 행동이 나오는구나, 너는."
"......"
내 말에 한참동안 미동없던 민윤기도 조금은 흔들리는 듯 보였다. 하긴, 민윤기 네가 내 상처를 다 알리도 없지. 그걸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테니까.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내 눈만 빤히 보고있는 민윤기 앞에서, 보란듯이 듣기 싫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나 같으면 이따위로 나타나서 사람 엿먹이는 것보다 사과를 먼저 했을 것 같다."
"...성ㅇㅇ."
"네가 이런 애인거 알고는 있었어. 근데,"
"......"
"...너는 진짜 끝까지 최악이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민윤기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고, 나는 그대로 민윤기의 방을 빠져나왔다. 인사도 하지 않았고, 호텔리어로서의 예의는 전혀 갖추지 않았지만 내 앞에 있는 민윤기를 더 이상 보고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 쓰디 쓴 말들은 뱉은건 분명 나였는데, 표정만 보면 제가 훨씬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씁쓸한 표정을 보면, 뭔가 저 혼자만 알고있는 사연같은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더 보고싶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방 안에 있으면 민윤기의 이야기를 듣고싶어질까봐 두려웠다.
서둘러 민윤기의 방 앞을 벗어나 아래층으로 향했다. VIP 데스크에 서있던 김태형의 앞으로 기운이 다 빠진 채 걸어가니 그런 나를 무슨 귀신 보듯 보고있는 표정이 보여 한숨을 쉬며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마자 김태형은 또 기겁을 하며 내 멍한 시선 앞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혹시 너 유령?"
"뭔 개소리야."
"나 지금 컨저링 보는 것 같다. 너 영혼 막 날아다니는 것 같은데?"
"컨저링보다 더 무서운 짓 하고와서 그러니까 그냥 둬라."
"...민 지배인님이랑 뭔 일 있었냐?"
귀신같은 놈. 컨저링은 내가 아니라 김태형이 찍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멍청한 생각을 하다 여전히 기가 다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느리게 끄덕이니 김태형이 히이익 하며 온 영혼을 끌어모아 놀라고는 다급하게 주위의 눈치를 살핀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은 없어 엘리시아 호텔리어들이 이상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지만, 여전히 내 앞에 있는 김태형은 눈이 토깽이마냥 커져서는 내 어깨를 격하게 흔들며 날 재촉한다.
"왜!!!!! 무슨 일인데!!!!! 미,민 지배인님이 너 징계래? 아님... 뭐, 정직? 그것도 아니면 설마 해고?!"
"...닥쳐라 진짜 너부터 해고시키기 전에."
잔뜩 날카로운 내 말에 김태형은 그제야 커진 입을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설명을 하려 입을 열었다가도 앞에서 오시는 고객 한 분이 보여 자세를 잡고 인사를 했다. 그 덕에 김태형은 듣고싶어 안달이 난 상태로 나를 곁눈질하고 있었지만.
손님이 지나가고, 그제야 다시 내게 시선을 집중한 김태형은 눈빛으로 나에게 빨리 말하지 않으면 답답해 죽어버릴거라는걸 표현했다. 그러나 정작 이걸 뭐라 설명해야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겨우 한 마디를 내뱉은 나였다.
"걍 싸우고왔어."
"...헐"
"근데 어차피 한 번은 싸워야했어. 안그럼 나 진짜 호텔 옮겨야될지도 몰라. 쟤랑 일 못해."
"아니, 너는 싸워도 왜 하필 오늘..."
"...오늘 뭐 있어?"
그 말에 불안한 눈빛으로 김태형을 가만히 올려다보자, 불쌍하다는 눈, 아니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혀를 찬다. ...뭐야, 뭔데. 나 또 뭔 사고쳤나.
눈만 깜빡이며 빨리 말해보라는 뜻으로 김태형의 팔을 퍽 치자 그제야 아프다며 입을 연다.
"아니, 오늘 환영식이잖아. 민 지배인님."
"......"
"아마 다들 끝까지 달릴거고."
"...망했네?"
"그렇지."
그 말에 안그래도 없던 기운이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Aㅏ... 민윤기가 술이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이라면서 분명 끝까지 갈거고. 김태형은 지금은 이래도 가면 또 나를 내팽개치고 다른 남자사원들과 놀아날게 뻔하다. 예전부터 나랑은 수준이 안맞는다며 회식만 가면 버렸으니까; 그럼 방법은 사정이 있다면서 빠지는건데. 그것도 뭐... 1차만 하고 가라며 붙잡힐게 뻔하고. 아프다고 뻥치기에도 오늘 너무 건강하게 열일했다. 왜 그랬지.ㅎ 좀 쉬엄쉬엄할걸.
나 자신을 원망하며 깊은 한숨을 쉬다가도 멀리서 민윤기... 아니, 민 지배인님이 걸어오는게 보여 얼른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아직 뭣도 모르고 옆에서 깝치고있는 김태형의 정강이를 까 눈치를 주는 것도 잊지않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태형은 다행히 민윤기가 우릴 보기 직전에 똑바로 서서 자세를 잡았고, 곧 프론트 바로 앞까지 와 멈춰선 민윤기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옆에 있던 김태형과 슬슬 눈치를 보면서 몸을 일으키니 민윤기는 아까 그 온갖 쓸쓸함은 자기가 다 가지고있는 듯 보였던 표정은 어디다 버린건지, 오전에 사원들 지적하고있을 때처럼 능글맞는(소름돋는) 미소를 지은 채 우리를 보고있었다.
"김 매니저."
"네."
"오늘 환영식, 꼭 참석하세요. 물론 옆에 여자친구분도 꼭, 데리고."
"예? 아, 맞다. 네."
미친 김태형. 누가봐도 '아이쿠야. 아까 제가 뻥쳤던걸 잠깐 깜빡했어요!' 하는 표정으로 민윤기를 보고있다 뒤늦게 대답을 했고, 그걸 읽기라도 한건지 지배인은 우리 둘을 여유롭게 지나쳐 걸어갔다.
그 와중에 민윤기가 '여자친구' 라는 단어에 힘을 준 것 같은건 내 착각인 것 같기도 하고.
민윤기가 지나가자마자 한숨을 푹 내쉰 나를 김태형은 한번 더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역시 누가 김태형 아니랄까봐 별 다양한 방법으로 매를 번다. 김태형의 팔뚝을 진심을 가득 담아 퍽퍽 때리다 디너가 끝날 시간임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구두를 고쳐신고 EFL을 맡은 고객의 방으로 향했다.
이따 회식 때에는 싫다는 김태형을 억지로라도 붙들고 옆에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일단은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
Elysia Scandal
***
회식은 모든 직원들을 교대시킨 후, 10시가 넘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ㅇㅇ와 민 지배인. 즉 윤기를 포함한 데이 담당 직원 모두는 항상 가던 식당으로 향했고, 윤기의 출근 첫 날, 첫 회식인만큼 거의 모든 호텔리어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가장 처음 술자리가 시작되기 바로 전, 윤기가 간단한 인사와 총 지배인의 간단한 축사를 하고는 바로 여기저기에서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ㅇㅇ는 고집을 부리고 잔뜩 떼를 쓴 덕에 태형의 옆자리에 앉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도 있었다. 그녀의 주량은 어림잡아 소주 한 병 쯤. 안 그래도 옆에서 자꾸 말아서 주는 술잔을 허허 웃으며 거부하던 ㅇㅇ는 죽어날 노릇이었다.
그나마 태형의 옆이라 쉴드를 잔뜩 쳐주긴 했지만, 그게 남자 직원들의 옆이라는건 생각을 못한건 분명히 그녀의 판단 미스였다. 쉴드를 쳐주는 만큼 쏟아지는 술잔을 결국 조금씩 받아먹기 시작한 그녀를, 윤기는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자꾸만 다른 테이블로 향하는 윤기의 시선을 석진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사실 석진이 그와 ㅇㅇ의 이야기를 이미 다른 곳을 통해 한 번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주량을 누구보다도, 어쩌면 태형보다도 잘 알고있는 윤기는 옆에서 술을 받아마시면서도 남자 매니저들과 술 잘마시는 여사원들 사이에 섞여있는 ㅇㅇ에게 가지도 못하고 한숨만 그득히 내쉴 뿐이었다.
"...아, 죽겠다."
윤기의 시선이 여전히 제게 고정된 줄도 모르는 ㅇㅇ는, 조금 풀린 눈으로 태형의 어깨에 제 머리를 툭 기댔다. 그에 술을 말아마시던 태형은 고개를 돌려 ㅇㅇ를 내려다봤고,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야, 괜찮냐. 하고 다른 사람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답지않게 다정히 물어오는 태형에 ㅇㅇ는 고개를 저었고 술자리에서만큼은 존재감이 아주 하늘을 찌르는 태형이 빠지면 분명 티가 날것이기에 그녀는 한숨을 쉴 뿐이었다.
"내가 게임하자면서 시선 끌테니까 빨리 가방 챙겨서 나가. 혼자 갈 수 있지?"
"어... 아직은 괜찮아."
태형은 ㅇㅇ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특유의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아 술게임을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 사원들이 환호하며 금세 박자를 맞춰주었고, ㅇㅇ는 눈치를 살피다 그 자리를 슬금슬금 빠져나왔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녀의 정신이 아직은 정상이었다는 것이었지만, 언제 술기운이 잔뜩 오를지 몰랐기에 서둘러 가게 앞을 나왔다.
무사히 들키지 않고 빠져나오자마자 그녀는 술냄새 가득한 한숨을 푹 내쉬며 그대로 그 앞에 쪼그려앉았다. 아, 피곤해 죽겠네. 머릿속으로는 빨리 일어나서 숙소 가야하는데. 하면서도 다리가 말을 듣지않아 결국 쉬었다가기로 혼자 합리화를 한 그녀였다.
식당 앞에 힐을 신은 채로 쪼그려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은 채로 멍하니 바닥만 보고있던 그녀의 앞으로, 다른 구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든 ㅇㅇ는 제가 예상한 얼굴에, 다시 그대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치마입고 그렇게 앉지 말랬잖아."
"네 알바 아니잖아. 신경 쓰지마."
"하아... 성ㅇㅇ."
잔뜩 날이 선 ㅇㅇ의 말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녀를 일으키려던 윤기의 손마저도 차갑게 쳐내지자, 그의 표정도 굳어졌다. 신경 쓰지말라는 말이, 이렇게도 듣기 싫었던 적이 있었나. 2년 전이었다면 생각도 못했을 그런 말이 제 귀를 때리자마자, 윤기는 괜히 없던 화도 머리 끝까지 치닫는 기분이었다.
아까부터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받아먹던 그녀도, 치마를 입은 채 남자 사원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던 것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ㅇㅇ의 태도에 제가 화낼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지만, 술 때문인지 제 마음을 컨트롤 하는 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숨을 가득히 내쉰 윤기가 그녀의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세웠고, ㅇㅇ는 그대로 술기운에 따라일어났다. 그러나 윤기의 손은 다시 한 번 쳐내졌다. 그에 윤기는 제 머리를 짜증 가득한 손길로 헤집었고, 이를 신경 쓰지않는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만 있던 그녀는 조금 정신이 드는지, 가게 안에 있을 때보다는 눈에 초점을 맞춰 숙소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나마 직원 숙소와 가까운 회식 자리였기에 마음은 편했고, 제 뒤에서 따라오는 윤기의 발소리조차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가게에서 걸어나올 때처럼 비틀대지는 않았지만 힐을 신고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불안정한 걸음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윤기는 제가 다가가면 금방 또 저를 쳐내버릴 그녀를 알기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있었지만 여태껏 그녀를 대할 때마다 지었던 능글맞은 웃음은 이미 찾을 수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한참을 걷던 ㅇㅇ는 그대로 멈춰섰고, 그에 윤기도 뒤에서 따라 멈춰섰다. 그녀는 짜증 가득한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제 힐을 벗어던졌다. 그에 윤기는 여태껏 유지했던 무표정을 지워내고 그대로 멈춰서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있었다.
ㅇㅇ는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로 제 신발을 손에 들었다. 발이 아파서 결국 제 신발을 벗기로 결정한 그녀의 행동이었다. 순수하게 아픈게 싫어,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숙소와의 거리를 위안으로 삼아 제 행동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인 ㅇㅇ는 한 손에 제 신발을 들고 여유롭게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윤기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어째 너는 2년동안 변한게 없냐. 하는 생각과 함께, 그는 ㅇㅇ가 혹여 발을 다치기라도 할까, 빠른 속도로 걸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갑자기 제 앞을 막아서는 사람을 올려다본 그녀는 늘 그렇듯 인상을 찡그렸다. 찬 바람을 맞아서인지 술은 아까보다도 더 깨있었고, 이젠 평소보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빼고는 술취하기 전과 그리 다를 것이 없었다.
윤기는 잔뜩 짜증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ㅇㅇ는 보이지도 않는지, 제 가방에서 신발을 꺼내 그녀의 앞에 툭 놓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가 자기 슬리퍼를 가지고 다니냐, 하는 생각을 했겠지만, ㅇㅇ와 연애를 하며 생긴 윤기의 습관이라면 습관이었다. 대학 때부터, 그녀와 함께하는 술자리가 있는 날에는 항상 편한 신발을 들고다녔다. 꼭 잔뜩 취해서 돌아갈 때는 신발이 불편하다며 징징댈거면서 예쁘게 보여야한다며 힐을 고집하던 ㅇㅇ라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신어, 빨리."
"...싫어."
"말로 할 때 신어. 여기서 억지로 신기기 전에."
"......"
몇 번 경험하지 못했던 윤기의 말투에, ㅇㅇ는 마지못해 제 발을 윤기의 큼직한 슬리퍼 위로 올렸다. 제 옆에서 함께 걷는 윤기에게는 여전히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그녀는 다시 제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고 윤기는 그런 그녀를 빤히 보다, 앞을 보다를 반복하며 눈치를 보다 결국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제야 묻는게 좀 웃기긴 한데. 저번에 답 못 들은 것 같아서."
"......"
"잘 지냈어, 그 동안?"
"응. 잘 지냈어."
그녀의 짧은 대답에 잠시 말을 멈췄던 윤기는, 시선을 떨구면서도 다시 입을 열었다.
"2년 동안 잘 지냈냐고 물어본건데, 그 단어 하나로 다 대답이 되나."
"그러는 너도 2년 안부를 고작 잘 지냈냐는 말 하나로 묻잖아. 뭐가 다른데."
"...아직 화 많이 났구나."
"알면서 묻지 마."
여전히 날카로운 그 대답에 결국 윤기의 한숨이 가득히 밤공기를 울렸다.
"네가 보기에 나는 지금 어떤 것 같아."
"잘 지내잖아, 갑부 행세도 하고, 그렇게 가고싶다던 유학도 가서 내 위에서 일하고."
"......"
그녀의 말에 윤기는 나오려던 말이 턱 막혔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그녀를 보고 가장 먼저 해야할 말은 잘 지내냐는 그 물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어느새 눈 앞에 보이는 직원 숙소에, 걸음을 멈추고 들어가려는 ㅇㅇ의 손목을 잡은 윤기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한거 알면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 말았어야지. 데려다줘서 고맙고, 신발은 내일 줄게. 다시 회식 가 봐."
말을 마친 ㅇㅇ는, 잡힌 제 손목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아무 표정없는 얼굴로 윤기를 바라봤다. 죄인이 된 것 마냥 고개를 숙인 그를 가만히 보다, 한숨을 쉬고 손을 뻗어 거칠게 윤기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뒤를 돌아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걸음을 돌린다. 그러나 그 발걸음은 얼마 못가 들린 윤기의 목소리에 의해 멈췄다.
"...좋아해, 너."
"알아, 나도."
"......"
"그만해, 이거 좀 아니다."
"......"
"...아니다. 네가 하고싶으면 해 봐. 나도 궁금하다, 네가 어디까지 버틸지."
"......"
ㅇㅇ의 말에, 윤기는 결국 다시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그녀임을 알면서도, 오늘따라 그녀의 그런 습관이 더 야속하게 느껴지는 그였다.
"그만 가봐, 늦었다."
"...끝까지 할거야."
"......"
"2년 전에 그렇게 못 한 만큼, 이번에는 내가 네 옆에 끝까지 있을거야."
"...네 마음대로 해."
ㅇㅇ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녀는 제 숙소로 들어가버렸고, 윤기는 그렇게 그 자리에 한참을 서있다 석진의 전화에 뒤늦게 제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봄처녀의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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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정리하다 한번 날라가서...ㅂㄷㅂㄷ... 그래도 참고 썼슴다. (셀프 칭찬)
아진심 빡쳐 죽는줄알아써여 진짜 내가 한 열번 시도했다 지짜 우리집 공유기 주거라
어휴 제가 사로아랑 엘리스 서로 분위기 다른걸 막 쓰고있다 보니까 아주 자아가 두개로 분리되는 느낌이 드네여ㅋㅋㅋㅋ
그래도 뭐 여튼 오늘 끝!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작가 자러갈게요
앙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