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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달해별 전체글ll조회 5045l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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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집, 2층에 위치한 내 방의 경치는 최고였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햇살에 부서지듯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새파란 해수면이 시야를 채웠다. 파도와 포말의 소리를 듣다 보면, 밝은 웃음소리들이 간간이 섞여 들어오곤 했다.



“아, 이제 가자고-”


“으아, 바지 더 걷을 걸. 다 젖었어.”


“일찍 나온 김에 살짝만 놀다 가자-”



  ...저 남자애들은, 이사 온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이 시간에 이동했다. 늦잠을 자고 싶던 날에, 저 웃음소리에 잠을 깬 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근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네 청년들인 모양이었다.



“형, 이러다 진짜 늦어. 가자.”


“왜- 좀 더 놀아!”



  그 중 한 녀석은, 유달리 하얗고, 길고, 검어서 눈에 띄었다. 나랑 같은 색으로 이루어진 녀석이, 신기하리만치 햇살과 잘 어울렸다.



“두고 간다?! 나와, 얼른.”


“아, 치사하다-”



  문득, 짓궂게 웃던 그 남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소가 살짝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고개를 살짝 까딱하며 손을 들었다.



“...뭐야, 인사하는 거야?”



  아까보다 조금은 경계가 선 듯하면서도, 활짝 드러난 이는 여전히 장난스러웠다. 잠시 어쩔 줄 모르던 나는, 황급히 커튼을 쳤다.


  ...멋쩍었겠지. 떠드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햇빛이 닿았던 얼굴과 팔이 화끈거렸다.



“김문월- 약 먹고 풀장 간다며!”


“...내려가.”



  낮을 탐내는 나를 들킨 기분이었다.





*** 





  나와 내 혈육, 김선일은 양궁계, 나아가 나라 전체에서 꽤나 유명인사였다. 준수한 외모의 이란성 쌍둥이가 나란히 올림픽 국가대표로 나온 것도 모자라, 혼성 종목에서 금메달까지 따냈으니 그럴 만하지 않은가. 거기다 외모나 성격까지 정반대이니, 방송계에서도 상당히 환영해주었다. 어느 면으로든 커리어 쌓기에는 최고였던 시절이었다.


  물론, 나는 1년도 못 가 은퇴해야 했지만.



“아파?”


“...약간? 심하진 않아.”


“앞으론 창가에 오래 서 있지 마.”


“...그 약만 아니었어도.”



  그놈의 항생제. 생각만 해도 이가 갈렸다.


  심한 몸살을 앓던 어느 날, 고민 끝에 복용했던 약이 몸에 이상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야외 종목에 치명적인, 햇빛 알레르기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세상 무너진 듯이 울었더랬다.


  커리어가 완성되는 것과 별개로, 활은 계속해서 잡고 싶었는데. 항상 함께 섰던 사대에 김선일만이 서 있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바로 경기장을 떠나버린 적도 있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갈까?”


“괜찮아.”


“...하여간 물 좋아해.”


“잠깐 잠수하고 있을게.”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배우기 시작한 게 수영이었다. 별 기대는 없었는데, 화끈거리는 피부에 시원하고 부드럽게 감겨오는 물살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굳이 수영을 위한 게 아니라, 그저 물에 잠겨 있기 위해 수영장에 매일 출석했다. 수영장이 근처에 없는 지금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근처 게스트하우스 실내 풀장에 몸을 담갔다. 힘을 빼고 수면 아래 잠겨 있으면, 걸레짝이 된 속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아서.


  여느 때처럼 생각을 비운 채 깊이 잠수하고 있는데,



‘...아.’



  문득, 팔에 손가락이 감기는 느낌이 났다. 가끔 오랫동안 잠수하고 있다 보면 김선일이 갑자기 수면으로 끌어당길 때가 있어, 홱 고개를 들었는데-



“-!!”



  -전혀, 다른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컥-”



  놀라운 마음에 본능적으로 벌린 입 안으로 물이 밀려 들어왔다. 다급히 입을 닫아봤지만, 숨은 전부 빠져나간 후였다. 낯선 얼굴에 크게 당황하는 표정이 떠오르는 사이, 내 몸은 본능적으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죽나?’



  뇌리에 스친 단어에 눈을 질끈 감던 순간. 알 수 없는 온기가 몸을 감쌌다. 어느새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는 축 늘어진 채, 낯선 남자의 품에 걸쳐졌다. 뺨에 닿은 공기 방울들과 빠른 물살, 그리고-



“푸하-”



  ...숨.



“허억, 허-”



  풀장 가장자리에 팔을 걸치고, 물과 숨을 토해내길 수차례. 등을 토닥이는 손길을 알아차린 건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후였다.



“...좀 괜찮으세요?”



  고개를 돌리자, 물기 가득한 하얀 얼굴이 나타났다. 검은 눈과 머리칼, 그리고 붉은 입술을 가진 조금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젖은 머리칼을 시원하게 넘긴 반듯한 이마에서 흐른 물방울은 콧대를 따라 얼굴 전체를 타고 내려갔다.


  ...낯선 얼굴이 아니었다.



“...누구, 켁, 때문인데요.”



  찬물이 끼얹어졌던 성대에선 볼썽사나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얼굴이 다시금 화끈거렸다.



“...네?”


“...그냥, 잠수하던 거예요. 놀래, 후, 키셔서, 숨 놓친 거라고요.”


“...아-”



  뒤늦게, 남자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제 실수를 알아차리고는, 안절부절 못 하다 냅다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 제가 여기 안전요원인데, 오랫동안 안 올라오셔서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런, 콜록- 오해 많이 받아요.”



  잠수 기간이 길다 보니 많이 당해본 상황이었기에 정말 대수롭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미안해하는 탓에 괜히 내가 머쓱해질 정도였다. 



“...그래도, 위험한 상황이셨으니 잠시 물에서 나와 계시는 게-”


“네, 뭐...”


“매뉴얼상 이상 없으신지 지켜봐야 하니, 잠깐 곁에 있겠습니다. 편히 계세요.”


“...네.”



  쉴 때 누가 옆에 있는 건 질색이었지만, 안전요원 매뉴얼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솔직히 얘기하면, 아까 사과하면서 앞으로 다시 넘어온 머리 탓에 얼굴이 순해져서 뭐라 짜증을 내기가 힘들기도 했다. 


  멋쩍은 정적 속에서 약간의 곁눈질이 오가길 몇 분. 나의 숨에서 기침이 완전히 잦아들었을 때쯤,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거기, 그 바닷가 쪽 집에 사시죠.”


“...네.”


“휴가 오신 거예요? 아니면 아예 이사?”


“...일단 몇 달만 살아보려고요. 오빠는 휴가고요.”


“음, 그럼 마을을 좀 돌아다녀 보시는 건 어때요?”


“...네?”


“계속 집이랑 수영장만 왔다 갔다 하시는 거 같아서요. 저희 마을 꽤 예쁘고 살기 좋거든요.”



  ...알고 있었나. 하긴, 모를 리가 없다. 누가 이사 오는지도 소문났을 텐데.



“제가 이곳저곳 소개해 드릴까요? 마침 집도 가까운데-”


“-햇빛 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잘 안 나가요.”


“...네? 근데...”



  남자는 잠깐 입을 열려다, 멈칫했다. 아마 내가 양궁 선수가 아니냐는 얘기를 하려다, 은퇴했다는 것을 떠올리고 말을 아끼는 것 같았다.


  ...어딘지 속이 뒤틀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도 나아졌고, 이만 가볼게요.”


“아, 그-”



  아직 붓기가 가시지 않은 팔에 남자의 손끝이 닿는 게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세게 쳐내며 돌아보자,



“...이웃인데, 이름을 알고 지낼까 하고요.”


“.......”


“최연준이라고 합니다.”



  놀라다 못해, 조금은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은 시선과 마주쳤다. 강하게 내쳐졌으니, 어쩌면 불쾌하게 느낄 만도 했다.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닐 것이다.



“...김문월이라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네, 잘 지내봐요.”


“...네. 안녕히 계세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어느새 근처로 다가온 김선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왠지 그 남자라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 있었어?”


“...별로.”



  최연준. 최연준이라.


  무언가 해소된 듯 시원했다.


  그 남자 이름을 궁금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건 다음 날 아침이나 돼서였다.





*** 





“맞아, 아까 그 국대랑 같이 있던데.”


“...어. 사고 칠 뻔.”


“왜?”


“몰라, 홀렸어. 정신 차려보니 내가 작업 걸고 있더라.”


“...미친 거 아냐?”


“그래서 뭐라는데? 어때?”


“까칠하던데. 까였어.”


“엥, 형이 까여??”


“...그러니까. 오기 생기네.”


“...이상한 승부욕 붙었다, 저거.”


“좀 이상하긴 하네.”


“몰라.”


“......?”


“...진짜 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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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WATER - 01. 달의 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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