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만남(ENCOUNTER)
![[슈스케/로이승우] 이상한 만남 (부재:encounter) 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e/4/be4408421618eecf4ca047215a1211c0.gif)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뒤를 돌아보는 상우의 시선에 두명의 학생은 꽤나 당황한 눈치로 상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상우가 화나는건 당연지사였다.손 씻으려 줄 서있는 사람 생각은 할 기미도 안보인체 떠들길래 그냥 넘어가 줬더니 실수든 뭐든 남의 옷에 물까지 튀기다니.물론 별 옷 아니었음 넘어 갔겠지만 이 정장은 많은 의미가 담긴 옷이었다.이 정장은 상우의 어머니가 상우 생일날 사준 옷이었다.무뚝뚝함의 대명사인 상우의 어머니가 옷을 한벌 선물 하신 일은 상우에겐 엄청난 놀라움을 안겨주는 것과 동시에 기쁨이었다.상우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은듯 했다.상우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상우가 이 정도로 인상을 쓰고 있다는건 정말 화날때 아님 절대 짓지 않는 표정이란걸 지인들은 잘 알기에 만약 팀원들이 봤으면 놀라 자빠질 풍경이었을 것이다.' 웃는게 삶의 낙이다 ' 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상우라면 더더욱.
이 자식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부모님한테 끌고 갈까 아님 한마디 할까,하며 온갓 생각을 하던 상우는 물로 흥건해진 정장 마이를 벗어 탈탈 털어댔다." 니 때문에 그런거잖아. " 그런 상우의 모습에 서로 눈치를 보던 두 학생중 유승우- 란 이름을 지닌 중학생이 어쩔줄 몰라하며 상우에게 다가왔다.
" 저기 아저씨.. "
" .. "
" 그게..저희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구요...그게...야,김정현.너도 와서 좀 말해봐. "
" 아,죄송합니다. "
" .. "
유승우- 란 명찰을 단 학생은 어쩔줄 몰라하며 "죄송해요"란 말을 연신 반복하고는 손만 만지작 거렸다.그런 모습에 속만 더 타들어 가는건 죄 없는 상우였다.곧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음료수도 아닌 물 조금 튀겼다고 버럭 호통칠 수도 없고 또한 부모님을 불러 혼내킬만큼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이럴땐 나이 먹은게 참 불리하구나- 느낀 상우였다.이러한 현실에 씁쓸해하며 말 없이 마이를 터는 상우에게 승우는 땅굴을 팔듯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휴지..갖다 드릴까요?김정현 얼른 휴지 가지고 와. "
" 유승우,넌 왜 자꾸 나 부려먹어.니도 재밌다고 잘만 놀았잖아. "
" 지금 너는 이 상황에 그런걸 따지고 있냐?눈치도 없는 놈- "
" 진짜 죽을래?아까 먼저 욕한건 너였잖아. "
" 아까 일 가지고 이제와서 나한테 따지는거야? "
적반하장 식으로 잘잘못을 따지고는 바락 바락 소리치며 싸우는 두 학생의 모습에 상우는 지끈 거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지탱한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화장실 안이라 안그래도 소리가 울리는데 두 학생은 '누가 누가 목소리 크나' 대회 나갈 연습이라도 하는듯 보였다.상우는 저 나이 또래 애들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애기들이라면 환장하는 상우였지만 저 나이대 자기가 저지른 만행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상우였기에 싫을 만도 했다.중학교 다니던 시절,누나한테 발 걸다가 이 부러질뻔한 사건으로 어머니 수명 하나 줄어들게 하고.가끔 옛날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하하 호호 만담을 즐기는 어머니와 누나의 모습에 상우는 죄인 마냥 고개만 푹 숙이고 저절로 화끈해지는 얼굴을 손으로 부빌 뿐이었다.근데 이번일로 인해 이 두 학생을 제외한 죄 없는 중학생들도 싫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결국 싸우는 두 학생을 스쳐 지나 휴지를 뜯어와서 최종적으로 물기를 닦는 상우를 보며 두 학생은 싸우다 말고 조용히 말을 걸었다.
" 저-어기 아저씨..죄송해요..엄마한테 말해서 세탁비라도.. "
" 괜찮아. "
" 예? "
" 괜찮아.물 좀 묻은건데.신경쓰지 말고 계속 놀아. "
" ...그게..아니..저희 세탁비 드릴 수 있는데.. "
" 아니야.신경쓰지 않아도 돼.그대신 노는것도 좋고 다 좋은데 다음부터는 또 다시 이런일 없도록 조심히 놀아. "
자신을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는 학생 두명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는 슬쩍 웃으며 상우는 화장실을 나왔다.화장실에 나와 왼쪽 팔에 걸쳐진 마이를 흘끗 봤지만 별로 이상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오랜만에 마이를 입지 않은체 조끼만 걸친 상태로 있는 모습이 살짝 어색한거 빼고 문제는 없었다.핸드폰에 물이 묻진 않았겠지- 급히 마이 안에 들어있는핸드폰을 확인하자 또한 핸드폰엔 물기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다행이다 '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순간 손에 들린 핸드폰이 달달- 거리며 진동 소리가들려왔다.발신인은 김대리님.상우는 손에 약간 남아있는 물기를 대충 와이셔츠에 닦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 네,김상우 팀장님입니다. "
" 팀장님 어디 계세요?안오시길래 밖으로 나왔는데도 안보이시네요.. "
" 아,죄송합니다.회장님이랑 통화 하고 화장실 좀 들렀습니다.지금 화장실에서 막 나왔어요. "
" 그러시구나..회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
" 별말 없으셨습니다. "
" 그래요?칭찬이나,칭찬은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건 해주실줄 알았는데.. "
" 대신. "
" 대신 " 이라는 상우의 말에 소화기 너머에서도 들릴 정도로 김대리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는 크게 들려왔다.그러한 김대리의 모습에 상우는 미소 지었다.' 팀이 화기애애 해야 일도 잘 풀린다 ' 라는 신념을 가진 상우에게 이러한 장난은 다른 지위 높은 팀장들과 달리 일상적인 일이요 이질감 없는 모습이었다.
" 대신 회장님이 너무 잘 하셨다고 저희 팀이랑 저녁 약속을 잡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
" 와,정말요?팀장님 저 완전 심장 터지는줄 알았잖아요..그래서 약속은 언제로 정하셨어요? "
" 화요일 7시에 주주님들이랑 마케팅 있어서 그날은 최대한 제외하고 회장님이 편하신 시간대로 정하라고 말씀 드렸습니다.김대리님이랑 지혜씨,성진씨 다음주엔 계약 체결건 없다고 들었습니다만,확실하지 않네요.없는거 맞습니까? "
" 네 맞아요.회장님 해외 출장 잡혀 있으시니까 아마 금요일쯤- 시간 잡히겠네요. "
" 그렇겠죠.무튼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더 자세한 얘기는 들어가서 하죠.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팀장님!얼른 오세요. "
김대리의 기분 좋은 목소리를 끝으로 상우는 먼저 종료 버튼을 눌렀다.사실 별로 중요하다고 보진 않았는데 '이렇게라도 팀장님 대우를 해드리고 싶어요.'라 말하며 먼저 전화를 끊게 하던 팀원들 때문에 생긴 버릇들 중 하나였다.상우는 새삼스레 이 부서에 들어온걸 스스로 기특하게 여겼다.다른 부서 팀원들이 담당 팀장을 몰래 뒷담화 해대던걸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던 상우였다.물론 일러 바친다,이런 생각 따윈 가지지 않았다.그냥 그 팀이 참 불쌍하다- 생각하며 혀를 끌끌 찰 뿐이었다.
근데 자기가 담당하는 마케팅 부서는 달랐다.서로 가족처럼 여겼으며 남에게 일체 관심 없던 상우 또한 가족처럼 여기며 편하게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에 대단한 부서다 할 수 있을 만큼 꽤나 자부심 있는 일이었다.다른 부서로 들어갔으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이 부서에 들어온게 참 잘한 짓이다 -상우는 생각했다.한참 어두워진 밖을 쳐다보던 상우는 픽 웃음을 흘리며 팀원들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ENCOUNTER
" 우리 이제 슬슬 가죠. " 술에 취해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지혜를 부축하며 성진이 뱉은 말이었다.' 술을 항상 적당히 먹어야 추한 꼴을 면한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하지만 지혜에겐 그런 말을 안중에도 없었다.항상 거침 없는 지혜는 삘을 받으면 닥치고 실행하는 실천형 인간이었다.술 안 취할 자신있다며 자신있게 외치던 지혜는 결국 오늘도 이번 회식을 포함하여 팀원들이랑 회식한 10번의 횟수중 10번을 깔끔히 채우며 술에 취해 헤롱거렸다.
" 어떡하죠..지혜씨 데리고 노래방 갈 수도 없고.지혜씨 오늘 또 부모님께 회식 한단 말 안해서 저번 처럼 걱정하고 계시는거 뻔할 뻔자 일거에요. "
" 성진씨 말 들어 보니까 그렇네..그럼 성진씨가 지혜씨랑 집 비슷하니까 택시타고 같이 가고.팀장님은 저랑 노래방 가실까요?2차! "
" 에이,김대리님.남자 둘이 무슨 재미로 가요.그리고 오늘 따님 생일이라면서요. "
" .....아,그렇네. "
" 그냥 오늘은 여기서 청산하는 걸로 하죠.술을 좀 마셔서 그런가 좀 피곤하기도 하고,또 김대리님은 자녀분이 생일이신데 일찍 가셔야죠. "
" 이게 다 지혜씨 때문이야.맨날 노래방 간다 해놓고선 술에 절어서 이 분위기 망쳐 놓잖아.오늘은 2차 가려 했는데..에이..김새게... "
" 뭐 어쩌겠습니까.저것도 지혜씨 매력인데요. " 상우의 말에 대꾸는 못하고 술 주정하는 지혜를 살짝 노려보며 꿍얼 거리는 김대리를 보며 상우와 성진은 몰래 픽 웃었다.지혜가 온 뒤로 10번 연속 노래방을 못가는건 좀 아쉬웠지만 오늘 따라 우여곡절을 많이 겪으며 심신이 피곤할대로 피곤한 상우였다.차라리 지혜씨가 취해서 다행이다- 란 생각까지 하던 상우는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하곤 밖에서 대기하는 팀원들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 오늘 다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이번 신제품 출시 성공한건 다 성진씨,김대리님 그리고 지혜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 에이,팀장님이 손 봐주시고 기획안 다 수정 해주셔서 성공한거에요.저희가 더-더 감사드려요. "
" 그래요,팀장님이 최고십니다! "
" 하하,감사합니다.그럼 날씨도 추운데 이제 정말 청산 합시다.성진씨한텐 미안하지만 지혜씨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
" 괜찮습니다!김대림님도 잘 들어가시고 팀장님,오늘 저녁 맛있게 먹었습니다.나중에는 제가 쏠게요! "
" 성진씨는 맨날 감당 못할 말만 하더라..지혜씨 어디로 빼돌리지 말고 제대로 집에 들여 보내!확인 할거야. "
" 김대리님도 참..제가 뭐 그럴 사람 입니까? "
" 충분히.충분히 가능하지. "
김대리의 말에 "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를 연신 외치던 성진은 상우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곤 지혜를 부축하여 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사실 부축을 한다고 하기 보단 질질 끌고 간다는 묘사가 더 맞는 말이었다.173 정도의 엄청난 키를 소유한 장신 지혜를 멋있게 부축해 가기엔 176의 성진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그런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상우는 추운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김대리를 쓱- 쳐다보다 차키를 꺼내 시동을 걸었다.
" 우리도 가죠.김대리님 집이 신당동 근처 맞나요? "
" 네.맞아요.감사해요 팀장님,이럴거였음 차 가지고 오는건데.. "
" 괜찮습니다.제가 데려다 드린다고 했으니까요.어서 타시죠- "
" 네.어,근데..저기 홍보팀 유 팀장님 아니에요?맞는거 같은데.제가 잘못 본 건가요? "
" 맞게 보신것 같은데... "
" 김팀장,김대리.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 "
" 마침 부르시네요. " 짧게 말하곤 웃는 김대리를 흘끗 쳐다보던 상우는 고개를 돌려 횟집 앞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유 팀장에게 눈을 맞추었다.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는 김대리와 상우를 보던 유 팀장은 친근하게 웃으며 커피를 내밀었다.
" 여기 커피 한잔씩 들어.익숙한 차랑 사람이 보이길래 설마- 한 마음에 왔더니 역시 김 팀장이랑 김대리네.여긴 무슨일이야? "
" 아,오늘 팀원들이랑 회식이 있었습니다. "
" 그렇구나..무튼 축하해.이번 신제품 출시 완벽하게 성공하면서 한 건 했다며.요즘 김 팀장 명성이 날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아. "
" 감사합니다.이번에 홍보 전략 잘 세워주신 유 팀장님의 공도 크십니다. "
" 에이,형식적이게 말하기는.그나저나 이렇게 외식하면서 너무 팀원들이랑 친해지는거 아냐?김 팀장,요즘 일 처리도 잘하는데 성격도 자상하다고 여직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더라.내가 비록 유부남이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가면 내가 살짝 서운할지도 몰라. "
장난식으로 농담을 건내며 팔을 살짝 툭,치는 유 팀장의 행동에 상우는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유 팀장과 상우,나이 차이가 꽤 나는 지라 같은 직급에도 불구하고 상우가 회장님 대하듯 유 팀장을 대하는건 사실이나 둘은 누구보다 친한 단짝이라 할 수 있었다.홍보부와 마케팅 부.겉으로 보기엔 별로 관련 없어 보이나 한 부서가 제대로 일 처리 하지 않으면 같이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는,두 부서는 상호 보완하는 관계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여건 때문에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 한다고 둘을 정의 하기엔 섭섭했다.신세대 같이 장난끼 넘치는 모습을 상우는 당연히 좋아했고 유 팀장 또한,젊은 나이에 확실한 일 처리 능력과 예의 바른 모습으로 인해 상우를 누구보다 아껴왔다." 팀장님도 인기 많으세요 " 커피를 한입 들이 마시고는 웃는 상우를 보며 유 팀장도 따라 웃어 보였다.
" 유부남이 인기 많으면 뭐하나.이미 발목 잡혔는데. "
" 사모님 들으시면 서운해 하시겠어요.근데 아들분이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하셨죠? "
" 응,지금 16살이지.여기 근처 동성 중학교 다녀.그러고 보니까 김 팀장 아들 본적이 없네. "
" 동성.....중학교요? "
" 응.무슨 문제라도 있나? "
' 동성 중학교 ' 란 유 팀장의 목소리에 상우는 뭔가 생각난듯 입을 꾹 다물었다.아까 유승우 그리고 김정현이란 이름을 가진 두 학생의 교복도 분명 동성 중학교 교복이었다.이 주변을 살지는 않지만 회사가 이 근처라 출근하고 퇴근하며 자주 그 교복을 접했던 상우였기에 충분히 알 만 했다.그러고 보니 성도 유 팀장.유승우 똑같네.다른 팀장님들의 자녀는 많이 봐왔던 상우였지만 이상하게도 제일 친분이 있는 유 팀장의 아들은 본 적이 없었다.뭔가 맞아 떨어지는 이치에 코난 마냥 추리를 해대던 상우를 보며 유 팀장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 무슨 문제라도 있어?동성 중학교에 아는 학생이 있나봐. "
" 아,그건 아니고..아드님 성함이...아,아닙니다. "
" 뭐야,왜 말을 하다 말아. "
" 아무것도 아닙니다.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일 출근 하시면 그 매출 현황이랑 실적 적힌 기획안 들고 바로 올라 오라고 회장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
" 회장님이?알겠어.아- 너무 이야기를 많이 했네.시간이 이렇게 흐를 줄이야..난 안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가볼게.커피 뽑으러 갔다 온다고만 말하고 나온거거든. "
" 들어가 보세요.그럼 내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
" 안녕히 가세요,유 팀장님. "
" 그래.김대리 김팀장 조심히 들어가.내일 보자고. "
시계를 보던 유팀장은 꽤나 당황한듯 대충 인사를 하고선 급하게 횟집으로 들어갔다.유 팀장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상우는 찝찝함을 떨칠 수 없었다.분명 가족들이랑 놀러온게 분명했고 또한 그 두 어린 중학생이 이런 고급 회집에 단둘이 올 가능성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시동 걸린 차의 조수석에 이미 탑승한 김대리는 탈 생각도 하지 않은체 입을 꾹 다물곤 뭔가 생각하는 상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김 팀장님? "
" ... "
" 김 팀장님! "
" 아,예.무슨일 있습니까.김대리? "
" 그런게 아니라 얼른 타셔야죠.언제까지 그러고 계실거에요.무슨 걱정이라도- 계세요? "
" 아,그런거 아닙니다.출발하죠. "
" 김 팀장님 " 자신을 지칭하는 목소리에 상우는 깜짝 놀라더니 민망한듯 큼큼,헛기침을 내뱉었다.그런 모습이 적응 안가는 김대리였다.김 팀장이 팀원들을 대할때 만큼은 정신을 놓거나 그런적도 없이 확실한 사람이었는데.오늘 따라 적응 안가는 모습에 김대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런 김대리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김대리는 신경 쓰지 않은체 상우는 운전대를 잡고 주차 된 차를 매끄럽게 끌고 나와 김대리 집으로 향했다.
차 안은 정적이었다.아니,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분위기를 만든건 상우였다.평소보다 고민거리를 잔뜩 쥔듯한 상우의 모습에 김 대리는 평소와 달리 입을 꾹 다물곤 창가만 쳐다보았다.운전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 맴도는 유승우- 라는 학생을 애써 떨치려 상우는 노력했다.그냥 ' 유승우-란 이름에 너무 예민해서 그런거겠지 ',' 성만 같을 뿐 나랑 별 인연 없는 사람일거야 ' 자기 합리화를 함에도 불구하고 생각할수록 복잡해지는 머릿속 때문에 상우는 크게 한숨을 내쉬곤 인상을 찡그렸다.
***
아침 7:30a.m 상우는 오늘도 별반 다를 것 없이 한설 회사에 출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기획안 작정 하는 것 같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살짝 달라진게 있다면 유 팀장에게 물어 볼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들 이름이 뭐냐 ' 는 종류의 질문.사실 상우 자신도 왜 유승우-란 학생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지 의문이었다.자기보다 한 13살 정도 어린 나이에,그것도 또래 보다 장난끼 많아 보이는 남자 애일 뿐인데.그런 자기의 마음을 '그냥 그 아이가 괘씸해서이다. '라는 생각으로 치부해버린 상우는 아무렇지 않게 회사 안으로 들어왔다.회사로 들어가자 평소와 같이 웃으며 인사를 건내는 경비 아저씨 두분이 문 앞에 서 계셨다.
" 김 팀장님,안녕하세요. "
" 아,안녕하세요.무슨 좋은일 있으셨나 보네요.안색이 좋아 보이세요. "
" 하하,그렇게 보여요?사실 어제 우리 아들이 오랜만에 집에 들렀었거든요.근데 김 팀장님은 왜 이렇게 일찍 출근 하셨어요? "
" 오늘 회장님이 새로 열리는 컬렉션에 대해 공지할게 있으시다고 출근 하면 바로 오라고 하셨습니다.회장님은- 출근 하셨나요? "
" 아,오셨어요.아까 김 팀장이랑 유 팀장님 오시면 바로 들리란 말 전해 달라고 하셨는데 그걸 까먹고 있었네요.죄송합니다. "
머쓱한지 뒷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경비 아저씨를 보며 상우는 괜찮다는듯 웃어보였다.어느새 시간을 보니까 7시 40분.회장님과의 약속을 어겼다간 자칫하면 안좋은 이미지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걸 잘 아는 상우는 경비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까딱 이고는 서둘러 사원증을 찍고는 한설 회사 내부로 들어섰다.' 조금 늦을수도 있겠다 '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10층에 있는 회장실을 가기 위해 엘레 베이터를 잡던 상우의 귀에 앳된 목소리가 익숙하게 들려왔다.
" 아,진짜 아빠 이 회사에 계신다니깐요! "
" 인석아,거짓말 하면 못써.이 회사는 너가 함부로 들락 날락 할 회사가 아니야.그만 고집 부리고 학교가서 공부나 해! "
" 저 아빠한테 전해 줄 서류가 있어요.이거 없으면 아빠 죽는다니까요! "
" 예끼,어린 녀석이 못하는 말이 없어.그만 고집부리고 들어가. "
" 아..진짜 가야 되는데.. "
익숙한 목소리에 자연스레 몸을 돌려 뒤를 쳐다보자 문 앞에서 한 교복을 입은 학생과 경비 아저씨가 실랑이 하는 것이 보였다.옆에 있는 학생을 보자마자 상우는 깨달았다.'유승우 구나'하고.회장실에 들어 갈 생각은 하지도 않은체 다가오는 상우의 모습에 경비 아저씨는 고집 부리는 학생을 쓱,쳐다보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상우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 팀장님 어떻게 해야 하죠? "
" 무슨 일입니까.이 학생은 왜 여기에 들어왔어요? "
" 아,저도 모르겠습니다...아니 이 꼬마가 자기 아빠가 홍보부 유 팀장님이라면서 들여 보내달라고 떼를 써서.. "
" 저 꼬마 아니거든요!그리고 진짜 맞아요.아니면 제가 왜 아침부터 와서 난리 치겠어요! "
" 너 같은 애들이 많으니까 그렇지.인석아. "
" 저는 그런 애 아니거든요! "
" 유 팀장님이 별 다른 말씀 하시지 않았어.조용히 해.경찰에 공무집행 방해로 신고하기 전에 얼른 들어가.예끼! "
" 아..진짜!학교 가려는데 서류가 있었어요.근데 꽤 중요해 보이는 서류길래 여기까지 온거라구요.좀 믿어줘요! "
" 거짓말 치지마. "
승우의 말은 들은체 만체 하는 모습에 승우는 제대로 열이 받은듯 얼굴이 빨개져 씩씩 거리며 큰 소리로 대들었다." 진짜라니깐요! " 승우의 큰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회사 직원들은 수근거리며 경비와 승우를 쳐다보았다.그러한 시선에 경비는 당황하여 승우의 머리에 꿀밤을 한대 더 놓으려 손을 번쩍- 들 때였다." 잠시만요. " 그 손을 제지하고는 승우를 쳐다보는 상우의 모습에 경비는 의아한 얼굴로 힘껏 쳐든 손을 힘없이 내렸다.
" 그 서류 좀 줘볼래. "
" 이 꼬마 말 들어 볼 것도 없어요.거짓말 이라니깐요. "
" 아,진짜에요!아저씨 진짜에요. "
" 인석아,아저씨라니 팀장ㄴ... "
" 가만히 계세요.꼬마야.너희 아빠가 두고 갔다던 그 서류- 좀 줘볼래.확인해서 맞으면 들여보내줄게. "
" 감사합니다.잠시ㅁ....어. "
자신을 믿어주는듯한 목소리에 화난 얼굴로 경비를 쳐다보던 시선을 치우고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린 승우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상우의 모습에 놀라 눈을 똥그랗게 떴다.어제 그 사람이 아니던가- 이제야 자신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승우를 보며 상우는 픽 웃어 보이곤 손을 내밀었다." 서류 좀 줘. " 시계를 쳐다보며 서두르는 상우의 모습에 멈칫,하던 승우는 버벅 거리며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상우의 손에 슬쩍 건내주었다.
서류 뭉치를 보던 상우는 자신도 모르게 픽 웃었다.세상이 좁다 한들 이렇게 좁을 줄이야 -생각했다.유승우-란 아이가 정말 유 팀장님의 아들이었다니,의심은 했으나 설마하는 부분이었는데 자신의 예상을 제대로 적중했다.상우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왜 자신도 이렇게 상쾌한 기분이 드는지 잘 알진 못했지만 '유승우란 아이 때문이구나' 라는건 어렴풋이 짐작했다.서류를 진지하게 넘겨 읽는 모습에 승우와 경비는 침을 꿀꺽-삼켰다.
" 인석이 한 말 거짓말이죠?유 팀장님이 한 마디 말씀 없으셨는데.. "
" 아,경비 아저씨!지금 이 아저씨가 서류 읽고 있잖아요.그건 나중에 보셔야 알죠.진짜 쟤가 아들 맞으면 아빠한테 다 말할거에요! "
" 어른한테 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 것좀 봐. "
" 그럼 세모로 뜨고 봐요?아저씨가 먼저 그러셨잖아요.저 이런거 갖다가 거짓말 치는애 아니에요- "
" 그거야 모르지.무튼 너 학교 어디야.이름은 유승우네.얼른 학년 반 번호 다 불러.다신 이런 짓 못하게 선생님한테 혼줄을 내달라고 할테니까! "
" 아,좀 기다려 보세요! "
아저씨 서류 다 보셨어요- 언제 상우가 서류를 끝까지 읽은걸 봤는지 승우는 긴장되는듯 보이지만 동시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상우를 쳐다보았다.그런 눈빛을 받은 상우는 가슴께가 간질 거리는 것을 느꼈다.사실 ' 유승우-란 아이의 말이 거짓말 일 수도 있다. ' 이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서류를 본 뒤 그런 마음을 싹 사라졌다.승우가 내민 서류는 홍보부 유팀장이 작성한 이번 달 제품 판매 현황과 여러 평가가 적힌 서류이자,오늘 회장님께 전달해야 할 서류였기 때문이다.바쁘셔서 급하게 나오시다가 놓고 나오셨구나- 상우는 생각했다.그리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두 시선을 번갈아 보며 씩 웃었다.
" 이 서류 맞네요.오늘 회장님께 드려야 할 기획안이에요.꼬마,아니.이름이 승우 맞지? "
" 네,유승우요.. "
" 그래.무튼 유 팀장님이랑은 통화 안하고 그냥 온거야? "
" 전화 여러번 하고 회사 도착해서도 했는데 안 받으세요.분명 오늘 일찍 회사 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
" 그래?경비 아저씨.오늘 유팀장님 출근 하셨나요? "
" 아-네.아까 7시쯤에 홍보부서 팀원분들이랑 급하게 올라 가시던데. "
경비의 말에 상우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러고 보니 오늘 홍보팀 회의날인걸 까먹고 있었다.두달 뒤 열리는 컬렉션 때문에 홍보 영상 만드랴,기획안 작성하랴 한참 바쁠 것이다.그걸 까먹고 있다니- 요즘 자주 정신줄 놓고 사는 승우였다.7시 10분부터 회의 시작이라 바쁘게 출근 준비하다 보니 서류를 깜빡 놓고 온거고 회의 진행중이라 전화도 꺼놨겠다- 상우는 으레 짐작했다.
" 팀장님 회의중이라 그러셨을 거야. " 낮은 목소리로 짧게 말하는 상우를 쳐다보던 승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승우를 물끄러미 보던 상우는 승우가 자기에게 넘겨준 갈색 서류 봉투를 다시 넘겨주며 말했다.
" 그럼 내가 홍보 부서까지 안내해줄게.너가 여기까지 왔으니까 팀장님께 직접 전달해 주는게 좋을 것 같다. "
" 아,네.그렇게 할게요. "
" 제가 할 수 있는데..들어가 보세요.회장님께 들리셔야 한다고 급하게 가고 계셨잖아요. "
" 괜찮습니다.그리고 부서 앞에서 또 사원증 찍어야 하니까 아저씨 보다는 제가 더 수월할 것 같아서요.회장님껜 잘 말씀 드리면 화 내시지 않을겁니다. "
" 아,그렇지..알겠습니다.꼬마야- 아깐 미안했다.증거가 없어서 그럴 수 밖에 없었어,허허. "
" 됬어요!저 그리고 꼬마가 아니라 승우에요. "
경비에게 살짝 화가난듯 벌게진 얼굴로 씩씩대며 회사 로비 안으로 들어가는 승우를 보며 경비는 뒷머리를 긁적였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오늘도 수고 하세요."경비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나서 상우는 이미 저만치 가 엘레 베이터를 쳐다보고 있는 승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운이 좋은건지 상우가 승우 옆에 서자 마자 1층입니다- 하는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말 없이 둘은 엘레 베이터에 탑승했다.
폐쇄적인 엘레베이터 안에서 둘은 더욱 더 어색해 보였다.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색한 분위기가 둘을 감싸 돌았다.홍보부는 6층,마케팅부는 9층으로 3층이나 더 가까운 거리 였지만 둘에게 6층은 60층만 같았다.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어제 별로 좋지 않은 인연으로 얼굴을 마주했을 뿐만 아니라 또 그닥 좋지 않은 환경에서 마주했기 때문이다.상우는 고개를 숙여 승우를 흘끔,쳐다봤다.아담한 키에 동그란 머리통까지.이렇게 몰래 쳐다보는 김상우,자기 자신이 마치 관음증 변태라도 된듯한 찝찝함에 시선을 돌리려 할때였다.어색함에 서류만 만지작-거리던 승우는 고개를 들어 상우를 쳐다보았고 두 시선은 허공에서 마주쳤다.
" 저기.....아저씨.어제는 죄송했어요.일부러 그런게 아니라..음..그게.. "
" 괜찮아.뭐 물 묻은건데. "
" ....꽤...비싸 보이던데...괜찮아요? "
" 비싸고 안비싸고 그런 것도 구별할 수 있어? "
" 뭐,그건 아닌데...괜찮아요? "
" 안 괜찮으면. "
" 네? "
" 안 괜찮으면 한 벌 사다 주려고? "
네? - 상우의 장난 섞인 말투에 승우는 당황한듯 보였다.아무리 개구지게 보여도 역시 애긴 애구나 -상우는 픽 웃었다.원래 이 나이 또래 애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승우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뭔가 더 알아가고 싶고,친해지고 싶고.그렇지만 그냥 친한 팀장님 아들로서 느끼는 그런 감정일 뿐이야- 상우는 자꾸 떨리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 시키며일방적으로 치부했다.웃는 상우의 얼굴에 그 목적을 이제 알아챈듯 승우도 헤헤 웃으며 가방 끈을 매만졌다.
"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아빠가 말하시던 이대리님-인가.. "
" 나 아저씨 아닌데? "
" 그럼요? "
" 너희 아빠 동료야.그러니까 이 회사에 있지. "
" 그건 당연히 알죠...그럼 우리 아빠랑 같은 부서에요? "
" 아니.같은 부서 아니야 "
" 그럼 누구세요?음.어느 부서인지...알려주시면 안되요?궁금해요. "
" 마케팅 부서 팀장이야.유 팀장님이랑은 서로 서로 도울게 많아서 친할 뿐이지 같은 부서거나 그런 건 아니야. "
" ....헐....정말요? "
" 그래.그런거 가지고 거짓말 하겠어.젊어 보인다는 뜻으로 감사하게 받아 드릴게. "
"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
'6층입니다.'상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레 베이터는 6층에 멈춰섰고 2초 정도 뒤 문이 열렸다.역시 저 나이 또래처럼 궁금한 것도 친화력도 대단하다 느낀 상우였다." 나 29. " 물음에 짧게 대답한 상우는 홍보 부서 앞에서 삑,소리와 함께 사원증을 찍고는 발걸음을 서둘리했다.
" 너는 몇살인데? "
" 저요? "
" 응.여-기 근처 동성 중학교 다니는거 같은데.내가 다른 팀장님 가족분들이랑 식사 많이 해봤는데 유 팀장님 가족분들이랑은 식사 해본적이 없네. "
" 아,저는 16살이에요.외동이라 다른 형제는 없어요.나중에 아빠한테 말씀 드려서 같이 저녁 먹어요! "
" 그럴까?이번주,다음주는 바쁘니까 다른 날로 시간 조정해서 유 팀장님께 여쭤 볼게. "
" 네! "
병아리 마냥 뒤를 졸졸 따라오며 이것 저것 묻는 승우의 모습에 상우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유 팀장이 38살인데 벌써 아들이 16 이라는 것을 보아 일찍 결혼 했구나- 라는 것을 상우는 짐작할 수 있었다.왜 유 팀장이 그렇게 신세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상우였다.홍보 부서로 다다라 끼익,소리가 함께 사무실 문을 열었을때 한참 열띤 회의가 진행 되는 중인지 회의실만 시끄러울뿐,사무실은 적막이 맴돌았다.
' 회의중인가 보네 ' 상우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승우는 갈색 서류 봉투를 꼭-쥔채로 상우를 쳐다보았다.회의실로 들어가 볼까 했지만 지금 들어가기엔 실례다- 짧은 시간동안 판단한 상우는 자신을 쳐다보는 승우에게 다가가 허리를 살짝 숙여 눈높이를 맞추었다.
" 지금 팀장님이 한참 회의중이신거 같아.한 15분은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학교는 어떡하지? "
" 오늘 집에서 일찍 나와서 괜찮아요.학교 8시 30분까지거든요. "
" 학교 여기서 많이 걸려? "
" 아니요.한-10분 정도 걸려요.빨리 걸으면 한 7분,정도? "
" 그래?그럼 다행이고. "
" 아저씨..음..그냥 아저씨..라고 부를게요.무튼 감사했습니다.아빠한테는 아저씨가 저 데려다 줬다고 꼭 꼭 말할게요. "
" 음료수 하나 뽑아먹고 가지 뭐.음료수 마시러 가자.아까 경비 아저씨랑 얘기 하느라 목 꽤 탔을 거 같은데. "
" 바쁘신거 아니에요? "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시선에 상우는 고개를 젓곤 승우 팔을 잡은 후 홍보 부서 바로 앞에 놓여진 자판기로 향했다.사실 늦은게 맞긴 했다.근데 지금은 회장님과의 약속은 생각 조차 나지 않았다.그냥 사정이 있어서 늦었다고 양해 구하면 되겠지- 단순하게 생각 한 상우는 가방에 들어있던 지갑에서 천원짜리 지폐 두장을 꺼내며 승우를 쳐다보았다.
" 음료수 하나 마셔.15분 동안 심심할텐데 뭐라도 먹고 있음 좀 나을거 아니야. "
" 아,저는 코코팜이요. "
" 코코팜?어-이런게 언제 생겼지.우리 부서 앞엔 없었는데.. "
" 이거 완전 유명한건데.안에 알맹이 같은거 들어있어서 완전 맛있어요.아저씨두 드셔 보세요- "
" ..그래?맛있다는 말 믿고 한번 먹어 볼게. "
코코팜을 가르키는 승우를 흘끗 쳐다보던 상우는 자판기에 돈을 넣고 코코팜을 연속해서 두번 눌렀다.뭔가 씁쓸한 기분이 드는 상우였다.13살 차이,고작 13살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난 나이차는 아닌데 이렇게 세대 차이가 나다니.어쩌면 자기가 유 팀장보다 더 큰 세대 차이의 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란 생각에 상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 승우에게 코코팜을 전해준 후 상우는 탁,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따이는 코코팜의 겉 표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한입 들이 마셨다.
맛은 꽤나 괜찮았다.딱- 애들이 좋아할 맛이긴 하지만 아직 20대를 간당 간당하게 유지 하는 상우에게도 매력 있는 맛이라 할 수 있었다.이젠 가끔 사먹어야겠다- 상우는 생각했다." 어때요? " 평가가 궁금한지 코코팜을 들이 마시며 두 눈은 자신에게 향해있는 승우를 보며 상우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 맛있네.가끔 사먹어야겠다.소개시켜 줘서 고마워- "
" 에이 뭘요.. "
" 무튼 서류 가지고 와준거 고마워.너 아니었음 유 팀장님 꽤나 곤혹 좀 치루셨을거야.그 서류, 회장님께 보여 드려야 되는거고,또 그거 가지고 회의 하는거였거든.결론은 엄청 중요한 서류라는거.너 아니었음 우리 다 곤란 했을텐데 고마워.팀장님은 이런 듬직한 아들 둬서 든든하시겠네.기특하다. "
" 뭐..그냥 보이길래 가지고 온건데요 뭘.. "
" 아까 밖에서 일은 너무 속상해 마.우리 회사가 좀 보안이 강한 회사라 따로 약속 같은거 잡지 않는 이상 들어오기 힘들거든. "
" 그래도 저같은 중학생이 뭘 할수 있다고.. "
" 기분 풀어.그래도 잘 풀렸으니까 된거 아닐까? "
" 그렇긴 해요..저 안풀렸음 회사에서 주저 앉아서 징징 거렸을지도 몰라요.그니까..아까는 솔직히 좀 짜증나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
다정하게 대답해주는 상우의 모습에 기분이 좀 풀린건지 승우는 한손으론 코코팜을,다른 한 손으론 서류 봉투를 쥐곤 헤헤-웃었다.웃는 승우를 따라 웃던 상우는 이제야 뭔가 깨달았다.벌써 7시 56분.회장님과의 약속은 50분까지 였는데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더 이상 늦으면 안되겠지- 판단한 상우는 아쉬운지 입술을 살짝,깨물다 정장 마이를 고쳐 입곤 승우와 눈을 맞추었다.
" 진짜 가봐야겠다.더이상 늦으면 회장님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거든. "
" 아...안녕히 가세요.정말 감사했습니다. "
" 감사하긴.이제 10분 정도면 회의 끝날것 같네.사무실 들어가면 노란색 의자가 있을거고,거기에 앉아서 기다리면 유 팀장님 나오실거야.진짜 중요한 서류니까 다른 사람한테 주지말고 꼭 팀장님께 전해드려야돼. "
" 조심히 가지고 있을게요.. "
" 그래.저녁 약속은 팀장님께 내가 여쭤볼게.나중에 보자 승우야- "
진짜 중요한 서류란 말에 서류를 품 안에 꽉,안는 승우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보이던 상우는 승우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엘레 베이터 쪽으로 향했다.회장실은 10층이었다.마케팅부에서 걸어 갈만한 거리긴 하나 6층에 위치한 홍보부에서 걸어 가기엔 꽤나 힘든 거리라 할 수 있었다.넥타이를 고쳐 매고 얼마나 서있었을까, " 6층입니다 " 하며 열리는 엘레베이터를 타려던 상우는 멈칫 하며 승우가 서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히 가세요. " 눈이 마주칠지 예상 못했는지,자신을 쳐다보는 상우의 시선에 승우는 화들짝 놀라며 90도 인사를 했다.귀엽다- 자기도 모르게 생각한 상우는 승우에게 살짝 손을 흔들곤 엘레베이터에 탔다.
6층,7층.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이상하게 생각할만큼,엘레베이터의 텅 빈 공간에서 상우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체 할 수 없었다.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뭔가 기분이 좋다-라는 사실은 직감할 수 있었다.상우는 슬쩍,미소 짓다 자기의 손에 들려진,다 비워진 '코코팜'을 소중한 물건 다루듯 손으로 쓱,흝어 보았다.
*******************
아직 승우의 비중이 적네요!소설 초반이라 여러 상황 정리 하느라 그런것 같아요 ㅎ.ㅎ
이제 슬슬 많아질거니깐 걱정은 금물 !
그리고 제가 크나 큰 실수를 했네요 ㅠㅠ 이 팀장님 → 유 팀장님으로 수정할게요ㅠㅠ 처음 소설 시작할때
홍보팀 유 팀장님 아들을 승우로 설정하고 시작했는데 바보같이 이 팀장님이라고 써버렸어요 !
우선 1화는 유팀장으로 바꾼 상태구요 죄송하단 말씀 드릴게요
이제는 읽으실때 ' 홍보부는 이팀장인데 왠 유 팀장? ' 이란 생각은 하심 안대영! 둘이 동일 인물입니다 ㅎㅎ
그럼 모든 독자님들 좋은 하루 보내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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