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종대] 11월 그 날, 첫 눈이 내렸습니다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0/5/30500aed74e1de2782272a409c8317d6.jpg)
11월 그 날, 첫 눈이 내렸습니다.
"아, 눈이다."
아주 작은 눈 한송이가 바람을 타고 살랑이며 내려와 내 콧잔등에 앉는다. 나의 온기에 빠르고도 여유있게 녹아 스며드는 차가운 눈꽃송이.
그렇게 한 송이, 한송이 천천히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넓은 하늘을 꽉 메워 버린 함박눈이 되어버렸다.
아직 이른 시기지만 지금, 첫 눈이 내리고 있다.
으, 눈 싫어.
나는 눈이 싫다. 안 그래도 추워 죽겠는데 지금 내리는 이 함박눈 덕에 더 몸이 쌀쌀해진다.
첫눈이 일찍 왔다고 좋다고 저 눈 사이사이를 뛰노는 아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뭐, 나도 어렸을 때 그랬긴 했지만. 그때는 이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아파트 현관 앞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저 하얀 눈들이 내 머리위로 소복히 앉을 것이다.
학교에 도착하면 내 머리는 축축히 젖어있을테지. 우산도 없는데.. 집에 다시 가야하나.
아, 귀찮아.
"아, 눈이다!"
아까 나와 같은 말. 하지만 다른 분위기의 톤이다.
옆으로 돌아보니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하나가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 눈빛에 첫눈의 설렘이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린애도 아니고.
아마 이 남자는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 온 녀석일 것이다.
주말 아침부터 하도 소란스럽게 이삿짐을 옮겨 내 짜증을 돋구었지.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학교로 뛰어가든 우산을 가지고 내려오든 해야겠다.
우산 가지러가기 귀찮다고 저 눈사이를 뛰어가다가는 미끄러 넘어질 수도 있으니 우산을 가져오는 길을 택했다.
"우산 없어?"
아까 그 녀석이다. 내리는 눈을 보고 헤벌레- 하며 좋아하던 녀석.
내가 뒤를 돌아 다시 집으로 올라가려하자 말로 날 붙드는 녀석이다.
그 부름에 내가 돌아보니 그가 우산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 저는 우산 있다고 자랑하려고 날 불렀나? 나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베시시 웃는 저 녀석. 올라간 입꼬리가 참 특이했다.
그 웃는 얼굴 뒤로 보이는 하염없이 바람을 타고 내려온 새하얀 눈들.
그 찰나의 순간 난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흰 눈과 잘 어울리는 그 소년의 미소가 날 끌어당기는 듯 했다.
그리고 그가 내게 손짓했다.
"내 우산 커. 같이 쓰고 가자."
11월 그 날.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그 이른 시기에 메마른 낙엽들을 적실 첫 눈은 내렸다.
나의 첫 사랑, 그를 처음 만난 날. 그렇게 첫 눈은 우리 둘을 감싸주고 있는 우산 위로 소리없이 내려앉았다.
너의 웃음 뒤로 내리는 저 하얀 눈이 지금은 좋다.
난 아직도 내리는 눈을 보면 너를 느끼곤 한다.
너의 미소를 처음 보고 느꼈던 그 오묘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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