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럽게 방 이곳저곳을 뒤지며 자신이 찾는 걸 즉시 가방에 몰아넣고 있는 변백현.
그 모습을 탁자에 턱을 괸 체 지켜보던 찬열이 뭔가 생각난듯 환하게 웃으며 백현에게 다가갔다.
"백현아, 이번 의뢰가 끝나면."
"박찬열, 내가 준비하라고 했던 자료 다 준비했어?"
"어어, 했어.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말 들어보라니까?"
"일단 그거 챙겨, 지금 출발해야 하니까."
"알았으니까, 내 말 좀."
"아, 맞다, 주소 적어놓은 쪽지 어디갔지?"
"변백현, 이번 의뢰 끝나면 말야."
"아, 찾았다! 늦었다, 출발하자."
챙길 걸 다 챙겼는지 가방을 들고서 먼저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백현을 보며
여자에게 차인 마냥 벙쪄있던 찬열은 익숙한듯 한숨을 푹 쉬며 그 뒤를 따라나섰다.
"안전벨트 매."
"귀찮게, 어차피 느릿느릿 운전하면서."
귀찮다는듯 중얼거리며 안전벨트를 매는 백현이 안전벨트를 매는 걸 확인한 찬열은 기어를 올리고 차를 출발시켰다.
"벌써 지루하다, 오래 걸리겠지?"
"어? 어어, 멀더라."
"왜 그런 촌구석에 사는 거지?"
"어? 어, 글쎄."
단답형으로 답을 끝내버리는 찬열을 보고 인상을 가득 찌푸린 백현은 안전벨트를 손으로 잡아 늘이더니 옆으로 몸을 돌렸다.
찬열은 운전을 할 때면 늘 저런 식이었다. 백현이 평상시에 조잘조잘 말도 잘하면서 운전 때 함묵하면 문득 서운해진다며 옆에서 심심할 보조석 사람은 생각도 안 하냐며 따져대면 안전운전이 중요해서 말을 안 하는 거라고 핑계를 대지만 분명 여자 생각을 하느라 저럴 것이라 확신하는 백현이다.
"잠보충이나 해 둬."
이제 자신이 기분이 상하든 말든 무시하기로 한 건지 잠이나 자라고 말하는 찬열에게 "빨리 좀 밟아, 배고프니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반박한 체 백현은 눈을 감았다.
끼익, 쿵!
어느새 잠에 빠져있던 건지 꿈까지 꿔가며 단잠을 즐기던 백현은 앞으로 튕겨져나가려는 자신의 몸과 그걸 방지하는 안전벨트의 마찰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눈을 떴다.
"변백현, 백현아, 괜찮아?"
숨이 콱 막히는듯한 고통에 고개를 푹 숙이고 배를 잡고 헉헉거리던 백현은 놀란 눈으로 자신을 잡고 이곳저곳 살펴보는 찬열을 노려봤다.
"운전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박찬열!"
"아, 그게 갑자기 저게 튀어나오잖아, 하, 나도 놀랐다고."
창밖에 무언가를 가리키며 자신도 놀랐다는 찬열에 문을 열고 찬열이 가리킨 곳으로 가보니 교통사고를 제대로 당한 다람쥐의 사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윽, 박찬열, 진짜!!"
"뭐, 결국 못 피했지만."
잇따라 차에서 내린 박찬열은 다람쥐의 사체를 보고 흠칫 놀란듯 표정을 짓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을 본 백현을 기가 막힌다는듯 박찬열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발로 찼다.
"다람쥐만 못 피했냐? 나무도 못 피했어. 차 어쩔 거야?!"
정강이를 잡고 팔짝 팔짝 뛰던 찬열은 "어차피 회사 차잖아!" 하며 차가 얼마나 부서졌는지 확인했다.
"음, 그래도 심각한 정도는 아니네."
"그걸 말이라고, 하, 말을 말자."
"그래도 제대로 도착은 했어. 여기야, 우릴 부른 곳."
그제야 차의 상태가 아닌 주변을 확인하는 백현은 "촌구석 도착이네." 하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며 차 안에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낑낑거리며 장비를 차 밖으로 옮기는 백현을 보던 찬열은 무거운 장비를 뺐어 들고 "출발!" 하고 해맑게 앞장서 안으로 들어섰다.
"하, 촌구석으로 모자라 아주 숲 속 안에다 집을 지으셨네."
구불구불 꽤 깊숙이 들어와야 했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이 제대로 내져있어서 집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있진 않았다.
무거운 짐을 든 찬열은 생고생을 하며 길을 걸었기에 땀범벅이 되었지만, 뭐, 공기도 좋고 서늘한 바람도 부니까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찬열이었다.
거대한 저택을 보고 쩍 벌어진 입으로 구경을 하던 백현은 초인종을 누르고 찬열에게 말을 건넸다.
"은퇴한 다음에 살기 좋은 집이야, 안 그래?"
찬열은 마치 은퇴 후에 이런 곳에서 살자 하는듯한 백현의 말에 귀엽다는듯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촌구석 싫다며." 말하자
찬열의 손을 툭 쳐내며 "내가 언제." 하고 문만 바라보는 백현이에 무언가 말하려는듯 했으나 문을 열고 나온 의뢰인에 입을 다무는 찬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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