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에 대하여
*
그래, 꽤 평범한-사실 평범하진 않았다. 부잣집이었고, 재벌가였나. 무튼 뭐가 많았으며,
남아를 선호했고, 난 여아였으며 그리고 첫째였다- 삶 속에서 살아온
나-는 삶의 위협에 많이 처했다-에게 별 문제는 없었다.
망할. 정락결혼, 이 염병만 안 떨었어도 말이다.
"결혼해."
...왜요?
"하라면 하는 거지, 말이 많네. 딸."
나는 순종적인 사람이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말해왔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속까지 순종적인 건 아니다. 성질을 낼 줄 알고, 화도 낼 줄 알고, 반항도 할 줄 안다, 이 말이다.
그걸 표출을 하지 못할 뿐이다.
속으로는 욕도 했고, 이미 발버둥도 쳤지만,
"어머- 너무 예쁘세요 신부님."
어쩜 드레스가 이렇게 잘 어울리실 수가 있을까요-
이미 끌려온 곳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끌려오기까지의 일말의 반항 과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었으니까,
이건 '내 잘못' 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편은 누군데요?
감히 물은 질문에 친절히도 답해주셨다.
김민규, 스무살.
스무살이라니, 나와 같은 나이에 그 사람도 참 안 됐다 싶다.
우린 뭘 잘못 했다고 이렇게나 만나야 하지?
아, 스무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나서
사회에서는 '대학생 새내기' 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
고등학교 사회 문화 시간에 대충이나마 배운 것 같다.
대학생 새내기 와 신부 그 사이에서 '역할 갈등'이란 있을 수가 없다.
... 당연히 난 신부여야 했다.
시'발.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하지만 난 들었다.- 작은 목소리로 비속어를 내뱉은 아주 잘생긴 남자가 내 앞에 앉았다.
머리는 깔끔하게 넘겨져 있었으며, 번듯하게 잘 생겼고, 역시 좋은 가문에서 흠 하나 없이 키워낸 티가 났다.
중요한 건, 난 이런 사람을 원한 적이 없다는 거다.
안녕하십니까.
남자는 예의 깔끔한 미소를 띄운채로 나의 부모를 마주했다.
나를 눈에 담지는 않았으며, 내 눈에는 공허가 담겼다.
아가, 반갑구나.
꽤 상냥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마주하는 시부모님-그러니까, 예비 시부모-은
인상이 생각 외로 좋아보이셨다.
어차피 그래봤자 다 기업과 기업의 비즈니스이고, 저들도 날 진정 며느리로 생각할 지는 의문이지만.
시'발. 뭐요, 아, 나 여자친구 있는데.
상관없죠?
김민규는 잠깐 차를 기다리는 사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묻지 않은 말을 해댔다.
별로 궁금한 건 아니었는데.
여자친구가 있다니, 그건 예상한 거였기도 하다.
아쉽게도 난 남자친구가 없었으며, 흔한 남사친 몇 명만이 내 곁에 있었을 뿐이다.
그건 충분했다.
야, 뭔 일이야.
전원우가 어깨를 툭 쳤다.
대충 소식을 알고 있을 텐데 굳이 묻는 이유는 아마 제 딴에
위로해 주고 싶어서, 라고 치부한다.
야, 결혼 우리 아빠한테 내가 말해봐?
네가 뭘.
나랑 하자고.
미친 소리를 해.
전원우의 심심찮은 위로를 끝으로 웃어보였다.
고급지네 와인. 찰랑거리는 잔을 챙, 하고 맞춘 전원우도 웃어보였다.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던가.
말을 해봤자 바뀌는게 있었냐?
난 있던데.
그건 너고.
와인을 머금었다.
달달한 향보다 알싸한 향이 강한 것 같다.
내 결혼생활의 암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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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약 다이어트약이 아니라 마약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