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20130613-01
by. 루니
탄소랑은 1년 전에 만났습니다.
1년 동안 만나면서 얼마 전까지 전 완벽한 커플이라고 생각했어요.
크게 싸우지도 않았고, 어긋나는 부분도 없었으니까요. 근데 그게 문제였죠.
그걸 전 방금 알았어요.
탄소가 날 사랑하지 않았대요.
그 인간 말을 부정하고 싶었는데, 내가 본 게 있고, 들은 게 있는데.
어떻게 부정합니까.
그래서 한 마디도 못했어요.
“저희 도착하기 전에 누굴 만났죠.”
탄소가 진짜 사랑한 사람이요.
“그 날. 자세히 말하시죠.”
편의점 가려고 나왔는데, 탄소가 계단에 앉아있더라고요.
집에 데려다 주고 싶었는데, 약속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뭐, 그냥 길 건넜죠.
근데, 뒤돌아보니까 탄소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라고요.
편의점에서 그 사람을 봤어요.
얼마 전부터 탄소 끝나면 데리고 가던 사람.
설마 또 이 사람을 만나는 건가.
날 두고 정말 바람이라고 피는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했죠.
근데, 그 사람은 그 건물로 안가더라고요.
그래서 올라가봤어요.
근데, 3층 화장실에서 만나는 건 그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뭐, 대충 대화를 들었는데, 두 사람 각자 애인이 있으면서도 모텔 가는 사이인 것 같았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내가 탄소한테 많이 부족했던 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거기서 제 이름은 하나도 안 나왔어요.
그, 태형이란 사람. 그 이름이 계속 나왔어요.
그 사람이 알고 있는 탄소 애인은 내가 아니었던 거죠.
되게 생각이 많아졌어요.
세 명을 만나는 건가. 그럼 내가 뭐가 부족했나.
그래서 화장실에서 탄소랑 이야기를 좀 했어요.
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하는 거 다 티내면서.
그래서 순간 화가 났고 정신 차려보니까 내가 무서운 짓을 한 뒤였어요.
그래서 뭐 거짓말도 좀 하고. 그랬죠.
반지는. 본인 꺼 맞죠.
내 반지에요. 탄소랑 커플링 맞춘 거예요. 뭐, 한 번도 낀 걸 확인한 적은 없지만.
폴라로이드는요?
탄소가 가지고 있던 걸. 호석이는 우연히 같은 걸 산거고. 전 탄소를 따라서 샀어요.
거짓말하면서 탄소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탄소도 저한테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 한 적 없어요.
난 진심이었는데, 탄소는 진심이 아니었는데도.
지민은 서로 나와 윤기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형사님. 윤기 형한테 탄소 이야기 자세히 안 해주셨으면 합니다.’
누가 봐도 태형의 문자였다.
태형의 문자가 아니더라도 지민도 말 할 수 없었다.
지민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윤기는 그 뒤로 한 마디도 안했다.
지민 역시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범인. 잡았냐.”
잡았다고 이야기하면, 누구냐고 물어볼까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지민이 생각하기에 이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고 묻는다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들,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을 뿐인데, 서로가 안 맞았던 거였다.
하지만, 윤기는 탄소가 자신에게 애정을 주는 사람을 항상 필요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이유가 혼자 있기 싫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기 스스로를 자책할 것이 뻔했다.
친구로서 말할 수 없었다.
한참 말이 없는 지민에 윤기는 짐작했다.
아, 잡았구나.
“고맙다.”
윤기는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누군지 알게 된다면 분노를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군지, 대체 왜 그 예쁜 아이를 다치게 한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눈을 감고서도 모습을 그릴 수 있는 탄소였다.
유일하게 사는 이유였다.
드라마를 보고 범인을 잡는 경찰이 멋있다는 말에 윤기는 바로 꿈을 형사로 결정했다.
탄소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못해준 게 너무나도 많았다.
차라리 울어서라도 슬픔을 말하고 싶은데, 망할 눈물샘은 말라버린 건지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띠링.
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 윤기는 확인하기 귀찮아서 그냥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어차피 더 이상 중요한 연락은 없다.
‘형, 죄송합니다.’
-
다리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여러 대의 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천천히 걷는 한 남자.
그는 한 문구 앞에 섰다.
‘사랑한다.’
그가 그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었다.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The End-
안녕하세요. 루니입니다. 이제 완전히 끝났습니다. 끝났어요. 하하. 후련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도 곧 올 예정입니다. 다음 작품은 이 작품과는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내 그대들 소진 새싹 고마워요.안녕하세요. 루니입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