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간 탄소 X 미래의 황태자 윤기
by. 루니
하아암. 일어나보니 해가 졌다. 배가 고프다. 너무 걷지 않아서 계단만 내려가도 다리가 아파왔다. 일단 시원한 물 한 잔 먼저 마시고. 후우. 배고프니까 밥 좀 먹어야겠다.
냉장고의 반찬들도 꺼내고, 밥도 펐다. 우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장게장이야. 와 엄마가 이걸 언제 해놨대. 우리 엄마 완전 사랑해. 히히.
“지금 밥이 넘어가?!”
억. 엄마의 손이 내 등으로 안착했다. 와, 손자국 엄청 세게 남겠네. 하나 밖에 없는 딸 이렇게 때려도 되는 거야?
“미안, 근데 배가 고파.”
“그래, 밥만 먹는 식충이한테 뭘 바래”
그렇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고 신나게 술을 말아먹었다. 생각보다 술을 잘 먹는 나는 선배들과 신나게 말았다. 그리고 성적도 말았다.
그리고 지금 여름방학도 이렇게 말아먹고 있다. 와, 진짜로 고삼일 때는 어떻게 공부했지. 몇 개월 전인데도 굉장히 아득하다. 지금은 책만 펼치면 머리가 아픈데.
“다 먹고 마트 가서 이것들 좀 사와.”
엄마가 장 볼 것들을 잔뜩 적은 포스트잇을 내게 내밀었다. 물론, 가기 귀찮지만. 안 간다고 하면 집에서 당장 쫓겨나겠지.
뭐, 이런 심부름이라도 해야 엄마가 간장게장을 계속 해주겠지?
“아라어”
“삼키고 말해!”
밥을 입에 가득 담은 채로 말하니까 엄마한테 또 맞았다. 뭐, 어쨌든 대답은 했는데. 왜 때리는 거지.
무음모드로 해놓은 내 핸드폰의 화면이 밝아졌다. 헐. 박지민 선배다.
"잘 먹었습니다!"
얼른 몽땅 다 삼키고 후다닥 빈 그릇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들고 위로 올라갔다. 와, 방학인데 전화가 왔어. 와 정말 대박.
후하후하. 심호흡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응. 탄소야. 지금 전화 괜찮아?”
“네, 선배. 괜찮아요.”
“뭐하고 있었어?”
방금 일어나서 밥을 처먹고 있었죠. 방학 때는 당연히 다들 이런 생활을 보내는 거 아닌가요?
“공부하다가 엄마 심부름 나가려고요. 선배는요?”
“응. 난 도서관.”
와, 선배는 진짜 대단해. 방학 때도 저런 생활을 유지하다니. 그러니까 내 워너비지. 짝짝.
“탄소야, 너 지난번에 곱창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했잖아.”
“아, 네!”
“나 지금 곱창 먹고 싶다. 나와. 같이 먹자.”
헐. 지금 지민 선배가 나한테 밥을 같이 먹자고 한 거야? 와, 대박. 헐. 이럴 수가. 드디어 선배랑 단 둘이서 밥 먹는 것인가. 와, 떨려.
“음, 엄마 심부름 있어서, 잠시 만요.”
심부름은 나중에 하면 되죠. 이렇게 한 번쯤은 이야기를 해줘야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 걸 안 들키겠죠?
“어, 선배랑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심부름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응, 그래. 그럼 나와.”
선배와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와. 내가 선배랑 단 둘이 밥을 먹다니. 세상에 살다 살다 이런 날이 오는 구나.
얼른 씻고 나가야해서 화장실로 달려가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내 방문 뒤에 붙어있는 아이돌 사진을 쓰다듬었다.
아, 렉스 오빠, 시걸 오빠. 내가 드디어 꿈을 이룰 것 같아요!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
엄마, 저녁 먹고 오는 길에 장보고 올께!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바로 집 밖으로 나왔다.
후, 지금 나가면 약속 시간 전에 확실하게 도착할 수 있다. 암, 늦으면 안 되지 절대로.
지민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나도 즐겁다. 와, 오늘은 길거리에 있는 꽃들도 굉장히 예쁘네.
지민 선배는 내게 너무나도 은혜로운 사람이다. 정말로. 보잘 것 없는 신입생이라고 챙겨주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너무 잘생겼다.
솔직히 1학기 동안 자주 연락은 했지만, 사적인 이야기보다는 그냥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 근데 이렇게 밥을 둘이서 먹게 되다니!
“탄소야.”
뒤에서 지민 선배 목소리가 들렸다. 와, 어쩜 목소리마저 잘생겼는지. 하지만, 방방 뛰면 안 된다. 학교에서 나는 조신한 타입이니까.
“네, 선배.”
“가자.”
선배가 뭐야, 선배가. 우리 그 정도로 안 친한가. 지민 선배가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나도 아이돌 좋아하면서 고등학교 때는 팬픽 같은 것도 많이 읽었다. 뭐, 처음에는 선배라고 부르다가 오빠라고 부르면서 사귄다는 그런 흔한 이야기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달랐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다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오빠라는 단어가 여기저기 날라 다닌다.
나도 남자 선배들에게 오빠라고 막 불렀지만, 뭔가 지민 선배를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안 부르고 있었다.
“진짜 오빠라고 안 부를 거야?”
이제 오빠라고 부를 타이밍인가.
“오빠라고 부를게요. 오빠.”
환하게 웃는 지민 오빠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저렇게 환하게 아이같이 웃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걸 내가 이렇게 앞에서 보다니.
-
지민 오빠와 먹는 곱창은 지난번에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와, 이렇게 다를 줄이야. 곱창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친해져도 되는 건가.
“아, 엄마 심부름이 뭐였어?”
“들어가는 길에 장봐서 들어가면 되요.”
“그럼, 도와줄까?”
헐. 지금 지민 오빠가 같이 장보자고 하는 건가. 막 신혼부부처럼 장 보면 되는 건가.
“에이, 아니에요. 오빠 힘들잖아요.”
“오빠 힘 엄청 세!”
팔에 막 힘을 주는데, 와. 순간 침 흘리면서 볼 뻔 했다. 애기같이 생겼는데 생각보다 탄탄하구나. 와 이렇게 완벽한 남자라니.
“그럼, 조금만 도와주세요.”
-
결국 지민 오빠와 장을 같이 봤다. 여러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듯이 시식코너 아주머니께서 ‘어휴, 신혼부부가 다정하기도 해라!’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그런 일은 없었다.
당연하지. 현실인데. 그래서 만족한다. 지민 오빠와 더 있을 수 있었으니까.
“탄소는 무슨 영화 좋아해?”
“막 좋아하는 장르는 없어요. 그냥 다 봐요.”
제 돈 주고 로맨스 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결제해서 보는 경우는 있어도. 물론, 그 영화들도 제가 먼저 보자고 한 건 아니죠.
“어, 집 다 왔어요.”
결국 지민 오빠가 무겁다면서 집까지 들어줬다. 평소라면 내가 들고 한 방에 왔을 텐데.
“진짜 감사해요. 주세요.”
“감사는 무슨. 여기”
지민 오빠에게 짐을 건네받고 들어가려 했다. 근데, 아무래도 지민 오빠가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아서 기다렸다.
“음, 저기.”
근데 계속 말을 안 해. 아, 답답해. 영화 이야기를 꺼냈으면. 영화를 보러가자.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지. 이 사람아. 내가 이렇게 기다리잖아요?
“다음에 영화 보러 가자.”
“재미있는 영화 같이 봐요.”
“그럼, 갈께!”
후다닥 이야기를 꺼내고 뒤돌아서 가는 지민 오빠 귀가 빨개져있었다.
와, 김탄소. 드디어 모솔 인생 탈출하는 건가. 계속 짝사랑만 했었는데, 드디어 쌍방인건가. 감격스러워라.
“이 가시나야. 왜 마요네즈는 안 사왔어.”
신나게 집으로 들어왔지만 결국 또 엄마한테 등짝을 맞았다. 마요네즈 까먹었나. 모르겠다. 옷도 안 갈아입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엄마한테 등짝을 맞아도 기분이 좋다니. 박지민 효과인가.
카톡을 들어가서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다.
‘안녕히 가세요!’ 이건 좀 장사하는 사람 같네.
‘오늘 재미있었어요!’ 밥만 먹었는데?
‘오늘 곱창 맛있었어요!’ 내가 소개해준 집인데?
와 어떻게 보내지. ‘오늘 저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오빠’ 오 이게 낫겠네. 타
자를 치고 있었는데 지민 오빠한테 카톡이 왔다. 헐. 바로 읽어버렸네.
‘오늘 덕분에 맛집 발견했네. 다음엔 내가 아는 맛집 소개시켜줄게.’
와, 다음에는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그러는 건가. 그렇게 지민 오빠랑 30분가량 대화를 했다. 내가 카톡을 보내면 바로바로 1이 없어지는 게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아, 피곤해. 아까 그렇게 잤는데 또 잠이 오네. 근데 화장은 지우고 자야 되는데. 귀찮다. 정말 이렇게 자면 피부 다 망가지는데.
-
“야, 너 뭐야.”
누가 나를 발로 건드렸다. 아, 진짜. 자는데 왜 건드리는 거야. 진짜 침대는 과학입니다. 아니, 사랑입니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지. 이불을 끌어 모아서 내 품으로 데려왔다. 아, 좋다.
잠깐, 내 방에 이불 없는데? 여름이니까 나 이불 안 덮는데? 뭐야 이 이불은.
“너 뭐냐고.”
눈을 떴을 때는 내 방이 아니었다. 아니, 내 방에서 잤는데 내 방이 아니라고? 제대로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양복을 제대로 차려입고 있는 남자. 눈이 세모가 된 채로 날 째려보고 있다.
“너. 뭔데. 내. 방에서. 자고. 있냐고.”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줘서 말한 저 남자는 굉장히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음, 눈동자를 굴려서 쳐다보니 여긴 확실히 내 방이 아니었다.
내 방일 수가 없는 게 정말 화려했기 때문이다. 근데 심플해. 막 지저분한 게 아니라.
“너 누구냐고. 말 못하냐?”
“김탄소인데요.”
“그니까, 경호원이 막 깔려있는데 너 어떻게 들어왔냐고.”
“눈 뜨니까 여기인데요.”
“뭐?”
눈이 더 세모가 된 남자는 황당하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정말 미안한데 나도 황당해요. 진짜로 눈떴는데 여기라니까? 난 지민 오빠랑 카톡 하다가 잤는데, 눈 떴더니 여기에요.
나 역시 황당함을 열변을 토하며 말하고 있을 때였다.
“태자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너무 떠들어서 그런 건가. 남자는 날 째려보며 생각을 꽤나 오래 했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내 얼굴에 뭐 묻었나. 남자는 한참 뒤에 말을 했다.
“아냐, 신경 꺼.”
갑자기 남자가 내 손목을 잡더니 침대 뒤 쪽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는 책장이 가득 했고, 그 중 가운데 책장의 몇 없는 책들을 모조리 빼기 시작했다.
뭐해요? 물어도 아무런 대답 없이 책을 뺐다. 결국 책을 다 뺀 남자는 책장의 바닥을 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벽을 밀어서 열었다. 응? 벽을 열어?
“따라와.”
뭐, 결국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존해서 조금 걸어가니 또 문이 하나 있었다. 남자는 문을 또 열었다.
그 안에는 화려한 방이 있었다. 아니, 다른 방들도 있는 거로 봤을 때는 그냥 집이 하나 있었다. 오, 대박. 이 사람 엄청 부자인가 봐. 집안에 이런 집이 또 있다니.
“앉아.”
난 남자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았다. 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남자를 따르는 일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뭐.
“저 방에서는 듣는 귀가 많아서 이야기 못해. 내가 누구야.”
“오늘 처음 봤잖아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하아. 남자가 한 숨을 쉬었다. 땅 꺼지겠네.
“눈 떴는데. 여기인거야?”
“네.”
하아. 남자가 또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왜 한숨을 뱉어요? 내 질문에 또 남자는 한숨을 뱉었다.
“아니, 사람 앉혀놓고 장난쳐요?”
“자, 잘 들어.”
2100년 즈음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어. 뭐, 자세한 건 알 필요 없고.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잔인했어. 그 과정에서 통일이 되긴 했는데. 제대로 된 통일이 아니었지. 북한과 남한이 합쳐지는 데에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 그러다가 영국처럼 왕이 생기게 됐어. 대통령보다 훨씬 더 두 개의 나라를 합치는데 효율적이었거든. 그게 2136년부터. 그리고 지금은 2496년이고.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보다 많이 충격적이었다.
“그럼, 여긴 미래네요?”
“네 입장에서는. 나한테는 현실이지.”
저 남자 말이 맞았다. 나한테는 미래지만, 저 남자한테는 현실이다. 와, 이런 일이 가능한 거야? 막 타임머신 같은 거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니야?
“혹시 지금은 타임머신이 있나요?”
“그딴 거 없어.”
그럼 내가 여기에 어떻게 왔을까. 시공간을 초월했는데도 내가 멀쩡히 살아있네? 아니, 어떻게 시공간을 초월한 거지? 와, 이게 뭐야.
“그리고 난 이 나라의 황태자 민윤기야.”
| 안녕하세요. 루니입니다. |
하하. 결국 이렇게 일을 저질러 버렸네요. 음, 한 일주일에 한 번씩 오게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곧 개강이니까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래로 간 탄소 X 미래의 황태자 윤기 - 첫번째 이야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8/21/22/ba822a8ded9ad5cd6d0e9f9cb03772b7.jpg)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래로 간 탄소 X 미래의 황태자 윤기 - 첫번째 이야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5/31/13/2d2c280a179ca60e3827fda9c3afcebb.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래로 간 탄소 X 미래의 황태자 윤기 - 첫번째 이야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26/20/b041af7d461aead2460e0035c444b729.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래로 간 탄소 X 미래의 황태자 윤기 - 첫번째 이야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8/21/22/6d4deaf78e95e2c1e815d87cae9170d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