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
"자, 잠시만요…."
권지용이 무대에 올라가다 제 손에 들고 있던 슬로건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휙 등 너머로 던졌다.
바닥에 곤두박질 치려던 것을 겨우 잡아 팔에 걸치기 바쁘게 이번엔 권지용의 손에 의해 모자가 던져졌다.
"이 모자 맘에 안 들어. 벗고 할게."
"그거 마음에 드신다고 직접 쓰신 거 잖아요…."
"다음 무대에 쓸 거 니까 챙겨 놔."
말을 마치기 바쁘게 권지용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권지용이 나타남과 동시에 사람들의 꺅 꺅 대는 함성이 귀가 아프도록 울려 퍼졌다.
관객들을 향해 어느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어 준 권지용이 마이크에 대고 친절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밥은 드셨어요?"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집어들고 먼지를 툭툭 털었다.
사람들의 대답을 가만 듣고 있던 권지용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배고프시겠다…. 하며 말 끝을 흐리며 웃었다.
무대 위에서는 저렇게 잘 웃는데. 나와 단 둘이 있을 때엔 권지용은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음향 사고가 있다며 스피커 교체를 한다는 스태프들의 말에 권지용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다른 코디 언니가 그런 권지용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물병을 건내줬다.
권지용의 뒷꽁무니만 따라가면서 우물쭈물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걷기만 하는데 앞에 있던 코디 언니가 나에게 수건을 건냈다.
"다음 무대 의상 픽업하러 가야해. 지용이 좀 네가 봐줘."
"…네."
"삼십 분 안으로 올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 하고."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며 바쁘게 코디 언니가 뛰어나갔고 수건을 들고 멍하니 있던 나는 권지용의 발소리에 아! 하고 같이 발을 움직였다.
불만족 스러운 표정으로 걷고 있는 권지용의 이마에 살짝 수건을 댔다.
"아, 씨발…."
툭 하고 권지용이 그런 내 손을 쳐냈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춰 멍한 표정의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또 짜증을 내며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대체, 왜. 권지용이 나만 보면 저렇게 짜증을 내는 지 모르겠다.
"아까 보니까 무대에서 미끄러지던데, 신발 밑창이 미끄러워서 그랬나봐요. 신발 바꿔 신으실래요?"
"……."
"……."
두 눈을 감고 쇼파에 몸을 기대고 있는 권지용을 향해 슬쩍 말을 건내봤지만 역시 권지용은 묵묵부답이였다.
후….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삭막한 공기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소리가 나지 않게 살짝 몸을 일으켜 대기실을 나가려고 등을 돌렸는데 무언가에 의해 갑자기 내 손목이 잡혔다.
"어디 가."
놀란 눈으로 몸을 돌렸다.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손과, 그리고 어느새 눈을 뜨고 그 까만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권지용이 내게 물었다.
아, 잠시 밖에 바람 좀 쐬러….
잡힌 손목을 빼내려 살짝 손목을 비틀어 봤지만 오히려 권지용은 제 손에 더욱 더 힘을 줘 내 손목을 더 세게 죄어왔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 있어."
"…네?"
"같이 있자고, 나랑."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계속 내 눈을 바라보던 권지용이 눈을 감고 다시 몸을 뉘었다.
여전히 손은 내 손목을 꽉 붙잡고서.
내가 권지용의 코디로 일하 게 된 건 겨우 1년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 준 자리라 더욱 열심히 하려고 누가 먼저 시키기도 전에 발 벗고 뛰며 모든 일에 열심히 임했다.
심지어 스태프들이 촬영장 청소를 시킬 때도 투정없이 청소를 했으며, 권지용이 이유없이 내게 욕을 하고 짜증을 내도 절대 이유를 묻거나 화내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지금 나는 이 일을 그만 두려고 한다.
"진짜 그만두는거야?"
"네, 죄송해요. 개인 사정 때문에…."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안타깝다, 너 만큼 센스있는 애도 구하기 힘든데. 지용이한테 인사는 했어?"
"…아뇨, 아직."
"어머,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야지. 지용이 대기실에 혼자 있더라. 가서 인사하고 와. 그리고 저녁에 마지막 송별회는 해야지?"
"당연하죠."
"그래, 가 봐."
같이 일하던 코디 언니는 안타깝다며 내 등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끝까지 수고했다며 말해 준 언니의 멀어지는 등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몸을 돌렸다.
권지용이 혼자 있는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후, 하, 후, 하 하고 몇 번 크게 쉼호흡을 했다.
그리고 벌컥 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탕 하고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
권지용이 기척도 없이 벌컥 열린 문에 놀랐는지 큰 눈으로 이 쪽을 쳐다보다 나인 걸 발견하곤 다시 시선을 돌렸다.
끝까지 내게 냉정한 권지용을 보자 괜히 씁쓸해져 왔다. 정말 마지막인데 권지용은 여전히 날 보며 웃어주지 않았다.
"저기, 저…."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나가."
"저, 마지막 인사 하러 온 거예요. 그 동안 그 쪽 코디네이터 일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뭐?"
"안녕히 계세…."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하던 중 권지용의 손길에 의해 몸이 앞으로 기우뚱 기울었다.
어느새 내 얼굴 앞에 너무나도 가까이 권지용의 얼굴이 붙어있었다.
"……."
"그러니까, 그만 둔다고?"
"네."
"이유가 뭐야?"
"……개인 사정이요."
"그러니까 그 개인 사정이 뭔데."
"제가 그것 까지 말씀드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파요, 이것 좀 놔주시면 안될까요?"
"어, 안돼. 놓으면 영영 가버릴 거 잖아."
권지용은 무언가 굉장히 불안에 떠는 사람처럼 내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계속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내 손목을 잡고 뒤 돌아 영영 가려던 나를 제 옆에 두고 있었다.
"저 가봐야 해요…."
딱히 빨리 가봐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권지용은 본 적이 없기에 당황스러워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 속을 누가 한 번 크게 휘져어 놓은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다.
"야, 씨발. 가려는 이유가 뭐야? 내가 너한테 안 좋게 대해서 그래?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가지 마. 잘 할게."
"…그런 거 때문이 아녜요."
"그럼 대체 뭔데? 이유도 말 하지 않고 그냥 훌쩍 떠나면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해?"
"저기요, 지금 그 말 되게…."
"저기요가 아니라 권지용. 너 나랑 나이 똑같잖아."
"……."
권지용의 손에 힘이 빠지고 드디어 꽉 잡혀있던 손목이 풀려났다.
아, 씨발 진짜…. 낮게 욕을 읊조리던 권지용이 곤란한 듯 제 머리를 헝클이더니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기다란 속눈썹 위에 작은 먼지가 내려앉았다. 권지용이 초조한 듯 슥슥 제 손을 허벅지에 문질렀다.
모든 상황이 너무나 생소하기만 해서 누군가 이 문을 열고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권지용이 내게 하려는 그 말을, 하지 못 하게.
"야, 내가 좀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들어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네가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
"네가 좋아, ㅇㅇ아."
"……."
"그러니까, 이렇게 계속 네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권지용의 눈은 날 머금고 있었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권지용의 나만 있는 이 공간에서 들리는 건 호흡 소리와, 째깍째깍 하고 내일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시계 초침 소리 뿐 이였다.
* * *
이번 제목도 엄청 정직하지 않나여
결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뒤에 그냥 대충 얼버무린 게 딱 티가 나네여^ㅅ^
으휴 나란 물만두 무능한 물만두ㅉ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시발
진ㅉㅏ... 소재 생각하느라 열심히 머리 굴렸는데 고작 나온 게 이거네요 네 절 매우 치세요!
유명한 권지용 -그러니까 지금 지드래곤의 자리라고 봐주시면 되겠네여-은 존나 츤데레 라서.. 매일 나한테만.. 틱틱대고 그럼
사실 그게 내 손이 닿거나 나와 시선을 마주치면 떨려서...라고 말 못 함ㅠㅠ
그런 권죵의 마음을 모르고.... 시발 왜 저래;; 나한테만 히스테리;; 아나 개인사정도 겹치고 니도 꼴 보기 싫었는데 이 기회에 그만두자^^하는 권죵의 초짜 코디인 나의..
그런 이야기인데... 이해하신 분 계신가요ㅠㅠ
어휴ㅠㅠ 읽어주시는 분은 점점 늘어나는데 어째 소재나 글 솜씨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네요 항상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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