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치피스님
V, Vernon, and SEVENTEEN
...부디 행복하십시오.
너의 마지막 말이었다.
조직명 : 세븐틴(SEVENTEEN)
3년 전 새롭게 등장하여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
잘 짜여진 위계와 상당한 실력의 조직원들이 세븐틴 성장에 한 몫 하고 있음.
15
아무런 말도 없이 웃으며 서 있는 우지를 보았다. 얘가 과연 버논의 이야기를 들은 걸까? 일단 들어오려는 우지를 제지하고 내가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우지는 갸웃할 뿐이었다. 다행이다, 못 들었나봐.
"뭐야, 안에 뭐 숨겨놨냐?"
"응. 떡볶이 나만 먹을 거야. 그나저나 너 차성민은 왜 죽였어?"
"...계속 나불대잖아."
"뭐라고 나불대기에 죽였니? 죽일만한 말이었어? 이해 좀 시켜봐."
"꼬시고 말 거라는 둥. 벌써 넘어왔다는 둥. 내가 말했잖아. 씨를 말린다고."
"......"
"그 안에 숨겨 놓은 버논도."
심장이 쿵했다. 들었으면서 안 들은 척 하는 그의 뻔뻔함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그의 관심 없다는 태도였다.
"죽이진 않을 거야. 쟤는 알잖아. 너가 날 좋아한다는 걸."
"말 조심해..!"
"아무도 없는 거 확인했어. 그 정도 정신머리는 있으니까."
"...그래서, 왜 온 건데?"
"경고하러. 버논이랑 단 둘이만 있지 마."
"......"
"분명히 말했어. 버논은 죽일 수 있다고."
"...알았어."
자신의 뜻대로 된 것이 좋은지 다시 한 번 싱긋 웃은 우지는 나를 지나쳐가며 내 뒤에 있던 문을 열었다. 나에게 말할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낮고 단호하게 '나와'라고 버논에게 말을 하더니 다시 내 앞에 서며 나중에 보자고 인사를 한다. 손까지 흔들며. 굳이 또 내 속을 뒤집더니 제 할일이 끝난 듯 정색하며 자신의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안에 있던 버논이 나와 나의 앞에 섰다. 어쩌려고..! 빨리 가라고 눈짓으로 말하니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곤 우지의 눈치를 보며 작게 말했다.
"달콤함은, 제가 느끼게 해 드릴 겁니다."
그 전에 네가 죽을 지도 몰라 이 멍청한 병아리야..
너무 답답한 마음에 빌딩 옥상에 올라왔다. 넓은 면적에 비해 하나 밖에 없는 벤치엔 이미 누군가 앉아 있었다. 주변에 보이는 뿌연 연기로 보아 에스쿱스인가 보다. 옥상은 간부들만 올 수 있었고, 간부들 중 흡연자는 에스쿱스밖에 없었으니까.
"여기서 뭐해요?"
"아,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너는?"
담배를 지져 끈 에스쿱스는 꽁초를 주워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가 다가가니 냄새를 날리려는 듯 손을 흔들다가 제 옆에 앉는 나를 보더니 따라 앉았다.
"왜요?"
"그냥.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 게 느껴져요?"
"당연하지. 다 느껴져."
손에 들린 담뱃갑을 가지고 손장난을 치는 에스쿱스는 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별로 상관은 없었다. 전에는 자주 이랬으니까. 실로 오랜만에 맡는 바깥 공기에 기지개가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지랑 버논을 어떡할까..
"무슨 고민이 그렇게 심각해?"
"...아니에요."
다 털어놓고 에스쿱스의 조언을 듣고 싶었지만 과거 일로 에스쿱스도 나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을 게 분명했다. 괜히 말했다가 저번에 우지처럼 돌변해서 보스에게 이르면 난 죽는 거니까. 그렇게 죽고 싶진 않았다. 늘 말했듯 난 달콤함을 느껴보고 죽을 거다. 반드시. 그렇게 다짐을 하다가 문득 옆을 돌아보았다. 에스쿱스가 보기에 내 표정이 꽤나 진지했나보다. 그런 나의 모습이 자신을 섭섭하게 한다는 게 얼굴 가득 묻어나왔다. 곧 자신의 섭섭함을 감출 의향이 없는지 대놓고 툴툴거렸다.
"섭섭하네. 옛날에는 조금이라도 힘든 일 있으면 쪼르르 와서 미주알고주알 다 말해줬으면서."
"아, 언제 적 이야기를!"
"과거가 나와서 말인데, 그때와 다르게 넌 지금 너무 조직원 같아졌어."
맞는 말이었다. 옛날 보단 많이 조직원다워졌지. 다른 조직원에 비해 난 가장 왜소하다. 간부들 중 가장 키가 작은 우지보다 키가 살짝 작지만 등치차이가 꽤나 나는 편이었다. 또 과거 연구실에서 실험 받던 기억 때문에 불면증도 좀 있는 편이고 매일 편두통을 달고 살았다. 그 때문에 체력 훈련을 못해 운동신경은 말 그대로 꽝이었다. 그런 나는 조직원이기보단 그냥 이래저래 불쌍한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 내가 어떻게 조직원다워졌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사람을 죽도록 때리거나 죽인 적은 없지만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는 사람이 나니까. 그것으로 난 내가 세븐틴 소속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다. 그 정도로 난 조직원다워졌다. 근데 그게 에스쿱스는 마음에 들지 않나보다.
"항상 긴장하고 있지 않아도 돼.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돼. 자존심 센 녀석들 사이에 있으려니 너도 자존심만 세져서는 귀여운 맛이 없어졌잖아."
"내가 언제 귀여웠다고 그래요..!"
"지금도 봐. 툭 건들면 귀엽게 짹짹거리고. 너도 병아리였는데."
"저는 병아리였던 적 없어요. 간부인 조건으로 온 건데."
"그때는 병아리라는 말 없었어. 석민이가 지어낸 거잖아. 그땐 석민이 없었고. 그래서 우리끼리는 너 병아리라고 불렀었거든."
"그랬어요..? 난 몰랐네."
"에휴 나는 너무 슬프다. 애들이 다 너무 컸어. 지훈이든, 너든, 순영이든."
시간이 흘러 이제는 흐릿해진 과거를 떠올리는 듯 에스쿱스의 표정은 아련했다. 향수에 젖어든 에스쿱스는 생각보다 밝았다. 좋은 기억뿐인 것 같았다. 그러나 순식간에 그 표정이 차게 식었고 눈을 뜬 에스쿱스는 그저 멍하게 허공을 볼 뿐이었다. 그런 에스쿱스의 오른손이 가늘게 떨렸다. 아, 이제야 알겠다. 에스쿱스의 오른손이 떨리는 이유를.
"...나였어.."
"응? 뭐가?"
"나 때문에 자꾸 이렇게 떨리는 거였어. 그죠..?"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나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정말."
"죄송해요, 진짜.. 난 나만 생각했어.. 그를 포기하면.. 모두 살릴 수 있었는데도.. 난, 바보같이 그 한 사람 포기를 못해서.."
"C, 아니야. 이건 그냥 시도 때도 없이 떨려. 자책하지 마."
자책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그때의 기억 때문에 떨리는 거였다. 나만 보면 그때가 생각날 거고, 그래서 내가 볼 때마다 그렇게 손이 떨렸던 거다. 날 보면 계속 손이 떨리고 그날이 떠오르니까 별관으로 사무실도 옮긴 거고,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병아리 감별사를 한 거다. 전부다 나 때문에..
"그래. 인정할게. C 널 보면 자꾸 떨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역시.."
"그게 아니라, 그렇게 되면 너에게 들킬 거야. 그럼 넌 또 자책하겠지. 지금처럼."
"......"
"네가 자책을 할 때마다 내가 다 아파. 넌 당연한 선택을 한 거야. 해커로서, 지휘자로서."
에스쿱스는 진심인 듯 호소력 가득한 목소리였다. 난 그저 말없이 에스쿱스의 손을 잡았다. 그 떨림에 눈물이 찼다. 에스쿱스는 왼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로를 해 줘야 하는 사람은 난데, 왜 항상 에스쿱스는 날 다독일까.. 내가 뭐라고..
"연구실은 안 가더라도 재활치료는 해요.. 제발.."
"알았어, 할게. 그러니까 울지 마."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요.."
"응응. 알았어."
에스쿱스의 대답에 드디어 안정이 찾아왔다. 눈물을 닦아 내고 에스쿱스를 보았다. 보스가 히스테리 부리고 조슈아가 욕을 할 때마다 곁에서 나나 우지, 호시를 보듬어 주던 에스쿱스였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에스쿱스가 있었기에 난 버틸 수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한 짓은 너무 끔찍했다. 왜 우지가 에스쿱스의 말을 그렇게나 잘 듣는지 알겠다. 자신의 은인이기도 하고 우리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든 스승이었으니까.
"뚝 했으니까 선물 줄게."
...진지한데 알사탕 좀 치워줬으면 좋겠다.
"조슈아, 조슈아??"
'Yes, 왜?'
"조슈아가 정보를 따 내야지 정보를 주면 안 돼요. 알죠?"
'날 뭐로 보고. 이미 보스한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어. 그니까 걱정을 마.'
"네.. 걱정은 딱히 하지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나 돈 땡길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떠올랐어.'
"뭔데요?"
'잭슨이 의료적으로는 아주 쩔어주잖아. 다른 조직의 조직원들을 치료해주는 거지. 그리고 돈을 존나게 뜯는 거야.'
"...앞에 목표요."
'보스한테 말해서 추진해봐야지. 저 빨간 드레스?'
"네."
조슈아의 쓸데없는 아이템이야기에 급하게 임무로 말을 돌렸다. 조슈아는 신났는지 다른 때보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목표에 다가갔다. 여기서부터는 조슈아의 역할이니까 난 다른 화면을 보았다. 그곳엔 도겸이 있었다.
"도겸. 들리십니까?"
"네~ 도겸 잘 들립니다! 저는 현재 섹터 4에서 C의 신호만 기다리고 있어요~"
"너 다리 한 쪽은 왜 그래?"
'아, 깁스요? 저번에 기합 받다가..'
"너도 받았어???"
'네에.. 그나마 좀 빨리 다쳐서 열외당한거지 아니었으면 어휴.. 하여간 팀장님 예민보스인 건 알아줘야 돼요.'
미안.. 그거 내가 일렀어.. 괜히 미안해져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우지와 호시, 조슈아에게서 동시에 수신이 들어왔다.
'야. 왜 안 터져?'
'C. 오늘 도겸이죠?'
'C..? 나 지금 포위당했거든? 좆된 것 같은데..?'
...헤드셋을 뽑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멍 때렸습니다. 도겸아 던져. 조슈아 알아서 피해주세요. 호시 조슈아 엄호 부탁드립니다. 우지 폭음과 동시에 섹터 2로 진입합니다."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실수를 하는 걸까.. 보스한테 까일 생각에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하다.
***
+++밑에 중요한 사담 있어요! 다른 건 안 읽으시더라도 맨 밑은 꼭 읽어주세요!!+++
요즘 들어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던 것만 같아서
조금 훈훈하기도 하고 조금 병맛 돋기도 한 모습을 가져와봤습니다!
뷔버셉의 묘미죠. 작가 맘대로^0^/
다다음 편은 드디어 과거를 가져올 것 같아요!
오늘 쿱스랑 이야기하는 장면 보면 얼핏 알 것도 같죠?ㅎㅎ
다다음 편을 통하여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합시다!
실수 한 번 한 적 없는 전대미문의 해커의 실수가 요즘 들어 자주 보이는데요..
다 생각이 많아져서 그래요8ㅁ8
옛날에는 그냥 아무 감정 없이 살았는데 요즘은 우지와 버논이 덕분에 긍정적인 감정(사랑..?)들을 많이 느껴서 점점 사람다워지고 있는 중이거든요8ㅁ8
좋은 거야 C.. 타이틀과 명예가 중요하겠니?!
너에게 우지와 버노니가 있는데!!
★암호닉입니다!★
★확인부탁드려요!★
암호닉은 최근편에 신청해주세요..!
이번(4차)에 신청해주신 분은 번외나 특별편 못 드릴지도 몰라요..8ㅁ8
<1차>
자몽소다, 전주댁, 뿌랑둥이, 치킨반반, 최벌넌, 수학바보, 솔찬히, 성수네꽃밭, 한화이겨라, 꼬솜,
파루루, 햄찡이, 노랑, 치피스, 블유, 수녕텅이, 남융, 순수녕, 볼살, 제주도민,
예에에, 제주시, 밍꾸, 애쁠, 버눗방울, 마르살라, 열일곱, 겸손, 연잎, 세봉윰
<2차>
투녕, 씨그램, 쑤녕둥둥, 코스모찌, 챈솔, 햄찌, 문홀리, 1103, 란파,
비행기, 논쿱스, 김민규오빠, 닭키우는순영, 홍슈아, 두유워누, 곰부승관, 바람개비
<3차>
말미잘, 공오, 마릴린, 뿌야뿌야, 망구, 닝냥, 허긩, 발꼬락, 조아, 헕,
양양, 셉요정, 너누, 미세먼지, 두루마리, 뿌야
<4차>
17뿡뿡, 뱃살공주, 쭈구미, 메뚝, 매직핸드, 고라파덕, 순별, 꽁냥꽁냥, 갈비, 초록별,
11023, 둥둥떠, 조아, 사랑둥이, 한울제, 순주, 너누리, 심장한솔대란, 쿠조, 아리아리,
문과생, 내일, 이월십일일, 채꾸, 팽이팽이, HVC, 뽀또, 복숭아, 0101, 메이,
킨, 0219, 설우, 잼재미, 뿌작, 여우별, 아이스라떼, 헬륨, 솔바람, 징차,
20718, 구구콘, 낑깡, 뚱찌, 권날, 조끄뜨레, 피자빵, 일게수니, 뚜루뚜, 규애,
자몽몽몽, 체리쀼, 뿌존뿌존, 리니, 비타민, 뽀랑, 뿌블리랑갑서예, 홀릭, 벌농, 호욱,
뚜뚜야, 문준휘, 꽃단, 뿌주얼, 마그마, 유유, 꽃보다감자, 마지, 깨방정, 사이다,
숭늉, 요를레히, 0320, 꽃지훈, 뿌잇뿌잇츄, 공룡, 수박승관, 사우똥, 1226, 피치피치,
순영아, 655, 권햄찌, 러브어필, 상상
암호닉은 중요하니까 빠졌으면 꼭꼭 말씀해주세요!!!!
+
생각보다 암호닉을 많이 받고 있더라고요..?
뷔버셉 텍파엔 아시다시피 본편엔 안 나온 이야기가 실릴 예정입니다. 지금 써놓은 부분도 있어서 확실합니다!
근데 아마.. 다는 못 드릴 것 같아요8ㅁ8 부끄러우니까..!8ㅁ8
제 기준 자주 와주시는 분들께 드릴 겁니다! 그러니까 암호닉 있으시면 빼먹지 마시고 꼭 적어주셔야돼요!!!
(1, 2, 3차 암호닉 분들은 다 드릴 것 같아요!)
+
암호닉을 1, 2, 3, 4차를 나눈 이유 다들 아시죠?!
1차에는 모든 분께, 2차에선 추첨을 통해 열 분, 3차에선 딱 한 분에게만!!!(+2, 3, 4차에서 제 기준 자주 와주시는 분들도!)
특별편을 드릴 예정입니다!!! 이 글의 엔딩은 스포 봤다면 아시겠죠? 다른 엔딩이 특별편이 될 것 같습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