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축하해요, 아저씨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0/a/e0ad5b7e57732d47e378f467e40935c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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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그 혼잡한 곳을 빠져나오느라 한참동안 애를 먹었다. 행여나 같이 온 친구들 무리를 놓칠까 노심초사 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인파에 밀려 입구에서 낑낑대다가 바깥으로 나와보니 벌써 열두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간신히 버스에 타 아저씨에게 메세지를 날렸다. 지금 쯤 한창 뒷풀이를 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늦게라도 얼굴이 보고싶어 우리 집이 아닌 아저씨의 집으로 향했다. 물론 그 때까지 답장은 오질 않았다. 텅 빈 집은 고요했다. 보일러도 켜있지 않아 싸한 느낌마저 감돌았다. 불을 키고 들어가 보일러를 작동시키며 겉옷을 벗어두었다. 익숙하게 부엌으로 가 싱크대를 보니 예전처럼 설거지거리가 쌓여있지 않은 걸 보고 안심했다. 다시 거실로 나와 티비를 켬과 동시에 핸드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관상 이정재,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수양대군 이정재, 청룡영화제에서 활약’ 아저씨의 이름이 있는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지라 티비 속엔 볼만한 프로그램이 하고 있질 않았다. 케이블 채널을 틀어보니 그제서야 즐겨보던 예능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방송되고 있었다. 이미 다 본 편이라 감흥은 없었지만, 조용한 분위기가 싫어 일부러 볼륨을 키웠다. “꼬맹아.” “우리 꼬맹이, 자?" 귓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그렇게 기다리던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 자고 있던건지 소파 위에 눕혀져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아저씨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술 냄새가 나지 않는걸 보니 아마 메세지를 확인한게 분명했다. 겉옷을 벗는 아저씨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 옷을 받아들고 곧장 옷방으로 향해 헹거에 걸어두었다. 거실로 다시 나오자, 방금 받아온 트로피를 진열해 놓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후광이 장난이 아니던데요?” “조명 때문이 아니었을까?" “에이. 티비로 본 것도 아닌데요, 뭘" “티비로 안봤다고?" “네. 나 아까 거기 2층에 있었어요. 소리도 엄청 크게 질렀는데.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를 보며 일부러 더 웃어보였다. 어차피 내가 온걸 알았다고 해도 볼 수도 없는 거리였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발견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어깨가 축 쳐진 아저씨를 보고는 오히려 내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어야했다. “그 거리에서 어떻게 발견해요. 괜찮아요. 나만 봤으면 됐죠." “있는거 알았으면 이름이라도 불렀을거야." “그러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할건데요. 그냥 말 안하길 잘했어요. 사람들 그런거에 관심 많잖아요.” “으이구, 어쩜 이렇게 생각도 깊어?”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아저씨의 행동에 또 한번 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내려와 동그란 내 볼을 매만지는 아저씨의 손길에 나도 손을 뻗어 아저씨의 매만졌다. 작품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스케줄이 바빠진 탓에 까칠해진 피부가 안쓰러웠다. “씻고 얼른 푹 자요. 내일은 일 없으니까 하루종일 자도 되겠네요.” “그러니까 너랑 놀아줘야지. 지금까지 심심했을 거 아니야.” “아니에요. 아저씨 나왔던 옛날 영화 돌려보는거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르죠?" “옛날 영화? 다 봤어?” “다는 아니지만 거의 다 보고 있어요. 가만 보면 아저씨 옛날이랑 지금이랑 참 똑같아요. 그쵸?” 내 말에 멋쩍은 듯 웃으며 특유의 눈웃음까지 지어보이는 아저씨가 정말 나보다 스무살은 더 많은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저씨와 눈을 맞추다가 서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는 아저씨의 넓은 등을 끌어안았다. 맞물린 입술 사이로 쌉싸름한 술기운이 전해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 본격 이정재 아저씨 남우조연상 헌정글 (자기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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