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당신의 잠든 연애세포를 깨워드립니다.
(부제 : 일개 새우젓이 성덕된 썰. txt)
허각&지아 - I need you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너는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달리고있었다.
고3이고 뭐고 죽어라 청춘을 즐기는 우리 엄마 아들과는 달리 너는 매일 책상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며 툴툴대는 소리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 야, 내가 공부하면 같은 대학교 갈 수 있을까? "
" 누구? 전원우랑? "
" 응, 갈 수 있겠지? "
가면 뭐하냐 너는 그냥 일개 새우젓일거다.
걔 쫓아다니는 애들보면 딱 견적 나오지 않냐? 다 존나예뻐.
화장실로 향하는 길에 가만 떠올려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전 여자친구들 얼굴만 본다고해도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연예인 뺨치는 얼굴이었다.
그에비해서 나는, 나는 진짜 일개 새우젓이었다.
띵동-.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오빠가 뛰어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택배시켰냐?
하는 내 물음에 그는 머리나 빗고 나와라. 하면서 문을 열었다.
이 목소리는, 이 느낌은.
얼굴 안봤는데도 심쿵. 핵심쿵.
그제서야 말끔하게 세수를 하고 머리도 빗고 주섬주섬하다가 얼굴에 뭐라도 발라야 할 것 같아서 바르고 나오는 길이었다.
움찔,
식탁 위에 올려져있던 토마토 몇 개를 주워먹다가 너는 나를 보고 놀랐다가 저보다 더 당황한 나를 보고 웃어보였다.
" 오랜만이네. "
아, 존잘.
내가 일개 새우젓일뿐이라도 포기 할 수 없겠어. (단호)
***
그 날은 정말 기분이 안 좋았던 날이었다.
내가 평소에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던 후배가 너한테 고백했던 그 날.
다시 생각해도 기분나빠, 어쩐지 쟤 선배 쳐다보는 표정이 장난이 아니었어.
질투냐구요? 질투 맞아요.
" 저-. 선배, 저.. "
" 어? "
" 저 선배 진짜 좋아해요. "
" ..어? "
어벙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이고있는 여자애를 너는 빤히 쳐다보다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치고서는 내게 입모양으로 어떻게해? 하고 물어왔다.
뭘 어떻게해, 그냥 무시하고 오면 되지.
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나는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 ..고마워. "
..?
여자애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맙다는 말을 하고서는 너는 인파를 뚫고 지나가버렸다.
고맙다구요? 예?
그 여자애는 네 대답을 듣고서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제 친구들에게 뛰어갔다.
거봐-. 저 선배 너한테 관심있다니까? 아닌 척 하는거지.
저들끼리 신나서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고맙다고 한거지 좋다고 한게 아닙니다만..
" 아, 짜증나! "
" 누가 거기서 모르겠다는 표정 지으래? "
" 맞아, 그 선배 눈치도 없는데 니가 그래버리면 뭐 어쩌라고.
니 잘못도 있다 이건. "
" 그럼 뭐 어쩌라고-. 거기서 끌고 나오냐? "
내 얼굴을 빤히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들을 보면서 책상을 내리쳤다.
부들부들, 용서하지 않겠다.
" 그냥 쟤네한테 너랑 선배랑 친하다는 걸 딱 보여주라고,
서로 만나면 인사도 안하잖아. "
" 너무 부끄러운걸..?
그리고 친하다는 걸 과시해봤자 고래 등딱지의 플랑크톤 정도로밖에 안보일걸..?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한 번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4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고 나와 내 친구들은 운동회 계주때보다 더 목숨줄을 걸고 급식실까지 뛰었다.
그래야 3학년이랑 밥 같이 먹을 수 있거든.
식판을 들고서 급식실을 이리저리 살펴보면 엄마아들이 보였고 그 앞에 앉아 웃고있는 네가 보였다.
무릎 꿇을 뻔했다. 저렇게 잘생길 일이냐.
아예 자세도 뒤를 향한 채로 시선 고정하고 있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 밥 받아야지.
" 야, 나 먼저 간다? "
" ? 웬일. 그럼 니 남은 고기 줘. "
" 먹어먹어, 빨리 먹어! "
자리에서 일어난 네가 보여서 마음이 급박해져서 오늘 그 맛있는 보쌈도 친구들에게 다 양도하고서는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이밍을 노리고있다가 네 뒤로 끼어들어서는 네 뒷모습을 들여다보고있는데
아,
누군가가 내 머리를 치는 느낌에 뒤돌아보면 엄마아들이었다.
" 때리지 말라고! "
" 니가 끼어들었잖아. 뭐하세요. "
" 학교에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
" 아는 척이 아니라 후배 교육한건데요. "
가뜩이나 기분 안좋은데,
씩씩거리면서 잔반을 버리고서는 물컵을 꺼내려고 손을 뻗는데 네가 물이 담긴 물컵을 건넸다.
(세상감동)
입을 틀어막고서는 감동이라는 표정을 짓고있는데 엄마아들이 와서 내 컵을 빼앗아서 모두 제 입안에 털어넣었다.
" 야! "
" 연애는 학교 밖에서 하시길-. "
그의 정강이를 발로 세게 까고서는 그냥 나가려는데 네가 다시 붙잡아왔다.
나랑 매점갈래? 아까 밥도 다 버리던데.
요즘 너무 실없어보인 것 같아서 표정유지 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들뜬 마음으로 향한 매점에는 모두 급식실로 가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하면 아까 그 여자애 정도.
다른 사람들 다 있어도 되는데 왜 하필 쟤가 있냐고.
" 어? 선ㅂ, "
자리를 잡고 과자 한 봉지를 뜯고있는데 그 여자애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나를 가만 쳐다보다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시 시선을 네게로 고정시켰다.
기분나빠, 아오.
말을 걸려는 듯한 그 여자애를 뒤로하고 내가 네 옆구리를 쿡 찌르자 여자애는 네 옷깃을 잡아왔다.
" 선배, 저도 뭐 사주세요. 이 언니만 사주시지 말구요, 네? "
" 야, 니가 뭔데? "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말에 셋다 놀랐다.
아, 이미지 관리 좀 할려고 했는데.
네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는데 여자애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내가 되물었다.
" 그러는 언니는요? 뭐, 여친이라도 되는 것 처럼 얘기하시네. "
" 허, "
맞는데?
소원 이런때나 이뤄보지 언제 이런 말 해보겠어요.
홧김에 뱉은 말에 찾아온 2차 정적이었다.
네게 진짜냐고 물어오는 여자애에게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우젓에게 이런 영광이, 저 여자애가 어지간히 싫었군요.
아, 존나 뭐 저런애랑.
그 여자애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욕을 입에 담으면서 매점을 빠져나갔다.
긁적. 뭐 저런애라니.
" 그래도 나 잘했죠?
쟤 옆에 붙어있는거 싫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른 침을 삼키면서 네게 물었다.
혹시나 네가 저 여자애를 좋아하고 있었을까봐, 그럴일은 없겠지만 혹시 그럴까봐.
내게 고개를 돌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는데 그게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었다.
다행이다-.
하고서는 입에 과자를 잔뜩 구겨넣는 나를 보면서 너는 흐뭇한 미소로 나를 계속 쳐다보면서 시선을 뗄 생각을 하지않았다.
" 왜요. 돼지같아요? "
" 아니, 예뻐서. "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귀를 후비고 너에게 네? 하고 못들었다는 듯 연기하자 너는 예쁘다고. 하며 과자를 제 입에 쏙 넣었다.
" 애기들이 밥 잘먹을때 어른들이 하시는 그 예쁘네 아니죠? "
" 그런거 아닌데, 싫으면 말고-. "
싫을리가,
과자 위에 눈물 쏟을 뻔했다.
내가 바로 성덕이다.
**
여러분, 야자는 왜 하는걸까요.
앞으로 2년동안의 내 미래가 그려지면서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데 그날따라 길고양이가 많았다.
야옹-. 하고 울어대는 모양새가 지금 울고싶은 내 심정이었다.
" 저런, 너네는 야자도 안하잖니. "
애꿎은 돌을 차며 집에 거의 다다를때 쯤 아파트 현관에 기대서 제 옆의 고양이들에게 손을 뻗어 놀고있는 네가 보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네 어깨를 툭 쳤다.
" 왜 여기 있어요? "
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더니 급하게 일어나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 너네 오빠 기다리고있었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게 손인사를 건넨 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집에 오라고 할 걸 그랬나. "
급하게 다시 밖으로 나가자 네 뒷모습이 보였다.
잠깐만, 오빠 올때까지 공원에서 기다릴래요?
너는 이미 집으로 가는 길이었지만 잡을 핑계가 그것밖에 없었다.
공원에는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가로등만 켜진 채 사람은 없었다.
" 오빠 언제오냐고 물어봐줄까요? "
" 아니야, 괜찮아. "
아까는 기다리고 있다고 했으면서.
신발 뒷축으로 땅을 쿡쿡 찍으며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데 네가 입을 열었다.
" 나 왜 좋아해? "
" ..네? "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숨이 턱 막혔다.
그거야 당연히..
" 잘생겼잖아요. "
" 그게 다야? "
" 그냥 잘생긴 수준이 아니에요, 진짜 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나. 이런 느낌? "
그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답정너세요?
발을 앞뒤로 움직이며 네게 왜요? 하고 묻자 네가 정면을 바라본 채로 대답했다.
" 그냥-. "
" 세상에 그냥이 어디있어, 치. "
이번에는 내가 입술을 삐죽였다.
누가 또 좋다고 고백한거 아니야? 언년이야, 나와.
내가 땅만 쳐다보고 아무말도 안하자 네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냥 집가자, 늦었어.
예? 앉아있은지 얼마나 되셨다고.
공원에서 나와서 집에 다다를때까지 너와 나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진짜 할 말이 없었던거고 너는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안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 할 말 있어요? "
" 그런 거 없어-. "
" 표정에 써있는데, 할 말 있다고. "
아파트 현관 앞에 서서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빨리 말해봐요, 어서. 라고 장난치듯 말하자 너도 따라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아, 진짜-.
손으로 머리를 정리하며 너를 올려다보자 너는 별 말 아닌데, 하면서 제 머리를 긁적였다.
" 그럼 말해봐요, 뭔데? "
" 나도 너 좋아한다고. "
" 뭐야, 별 말 아니.. "
..?
순간적으로 나도 그런데 뭘 새삼스럽게 저런 말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 너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얘기를 꺼냈던 것이다,
" 뭐, 동생으로서 좋아하고 이런거요? "
" 아니, 여자로서. "
" 그 얘기를 그렇게 아무표정없이 말할 수도 있어요? "
그제서야 너는 아, 하면서 어느새 빨개진 제 귀를 손으로 가렸다.
이 사람도 아무 생각없이 뱉은 건 아니구나.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 그럼 나도 별 말 아닌데, 사귈래요? "
" ... "
너는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 내 눈을 쳐다봤다. 눈썹을 까닥하며 응? 하고 물어오는 나를 보고 너는 손을 뻗어 내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어디에 둬야할지 방황하던 내 손이 네 허리 위로 감싸지자 너는 내 귓가 바로 옆에서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저기, 귀 옆에서는 좀.
움찔대며 몸을 피하려고 할수록 네가 나를 더 강하게 안아왔다.
안고있는 상태에서 진동이 울리니까 누구 핸드폰인지는 모르겠으나 진동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엄마아들]
이라고 적혀있는 핸드폰에 짜증이 다 났다. 타이밍하고는, 눈치없는 새끼.
' 왜. '
' 야, 치킨 시켰으니까 집에 가있어라. '
눈치없는 새끼라고 한거 취소한다. 미안하다.
끊어진 전화를 빤히 쳐다보니 너도 내 액정을 바라보다가 내 손을 깍지껴서 꼭 잡았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치킨이냐 전원우냐 갈등하고 있는데
늦었으니까 이제 진짜 집가자, 할 말도 했고.
잘생긴게 눈치도 있어. 속으로 감탄을 내뱉으며 고개를 열차게 끄덕이는데 네가 나를 다시 꼭 안고서는 떼놓고 코 앞에서 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자꾸 이렇게 부담스럽게 하시면.. 이거 참 오예입니다.
" 나 진짜 들어갈게요. "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손을 흔드는 너를 뒤로하고 아파트 현관의 계단을 오르다가 다시 뒤돌았다.
내가 뒤돌자마자 얼굴에 웃음을 띄며 손을 흔들고서는 입모양으로
' 잘가, 전화해. '
하는 너를 보고 뒤돌아서 심장을 부여잡았다. 으윽.
집에 가서 치킨먹을때 다리 하나 엄마아들 줘야겠다. 둘이 친구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냐.
:) 사담
진짜 뻥안치고 이번편 쓰는데 3시간 걸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글 이렇게 오래 쓴건 또 처음이네요..ㅎ
글을 쓰다보면 자꾸 움짤 속의 원우가 너무 잘생겨서 이입하게 된다는...♥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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