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갓시옷
"이름씨, 내 말 좀 들어봐요. 응?"
"아니요, 전 차장님이랑 할 얘기 없어요."
"성사원, 공과 사 구분은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
"내 말 좀 들어보라고 했잖아요, 오해라고"
개같다, 그렇게 사내연애를 시작하고나서 회사 일이 술술 잘 풀리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적어도 출장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때 까지는 아무 일 없기를 바랬는데.
더 바빠진 회사탓에 점심조차 못먹은 우리 권차장님을 생각해서 직접 샌드위치까지 사와서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가자마자 보인건 권차장님과 뉴욕팀 막내의 닿아있는 손, 그리고 당황한 눈빛의 차장님.
다시 한번 김민규가 떠올라 손에 있던 샌드위치를 그대로 던지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렇게 퇴근까지 단 한번도 차장님과 마주치지않고 호텔로 왔는데,
그때까지 연락 한 통 없다가 호텔 앞이라고 연락이 왔다. 오해란다. 무조건 오해가 분명하다고 한다.
나는 봤는데 차장님 당황한 눈빛, 손 잡고 있는것도 다 봤는데. 나보고 오해래.
며칠 전부터 불편하긴 했다. 차장님과 함께 하는 회의때마다 차장님 뒤에서 동료와 손하트를 날리는 뉴욕팀 막내.
가끔은 차장님한테만 사이즈업해서 음료수를 드린다던지, 차장님 앞에서 일부러 실수를 해대던지, 미웠다.
진짜 맘같아선 가서 콧구멍에 500원 넣어주고싶은데 말이 사내연애지, 비밀연애나 다름없는 우리사이였기 때문에
뉴욕팀 막내를 갈구는건 그냥 상사 티내는 거나 다름 없었다. 좀 더 일찍 들어왔다고 티내는
"이름아, 드디어 한달만에 우리 데이트가 끝났다."
"선배, 진짜 끔찍한 소리 그만해주세요. 저 예민해요."
"이름아, 우리 둘은 한달 더 남아서 데이트 더 하고 갈까? 차장이 너랑 맨날 붙어있어서 데이트 많이 못했어."
"차장님 얘기 그만하고 빨리 공항 가요, 또 늦어요."
그렇게 차장님과 어릴적 절교한 친구와 쌩까듯이 지내던 중 결국 왔다, 마지막날이.
내가 상상한 마지막날은 이런게 아니였는데. 내가 상상한 마지막날은 처음 갔었던 쉑쉑버거집에서
식사를 하고, 공항에 가기 전에 서로 앉아주는거였는데. 포옹은 커녕.
회사에서 한국팀을 배웅해주는 뉴욕팀 사원들 사이에서도 권차장님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태로 온거야?"
"응, 너무 미운데. 너무 보고싶어."
"권차장이 오해라고 했다며, 안풀었어?"
"내가 그냥 안듣고 계속 무시했어, 내가 본 걸로 다 증명됐는데 무슨 오해야."
"그래도 한번쯤은 들어봐야지, 너 이따 연락해봐"
한달만에 같은 회사에서 만난 이석민은 만나자마자 내 걱정부터 했다, 근데 왜 자꾸 권차장님편 드는거야.
아니, 무슨 차장님이야. 권순영. 한국에 도착하고나서도 연락 한 통 없는 권순영이 미웠다.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김민규를 처리해줬으면서 그 또한 김민규같은 사람은 아닐까, 하는 끔찍한 생각까지 들었다.
근데 또 연락은 하고싶다, 미운데 너무 그리웠다.
"여보세요,"
"..."
"이름씨? 이름씨 맞죠."
"..."
"대답 한번만 해줘요, 응이라도 한번만"
"차장님"
"이름씨, 나 진짜 힘들었어요."
"...뭐가요"
"이름씨, 그냥 듣기만 해요. 할 말만 하고 끊을게요.
그 날 이름씨가 본건 진짜 오해였어요, 나 그런 애 아닌거 알잖아.
강사원이 이름씨랑 친하다면서 이름씨가 좋아하는 반지 보여준다길래
내가 불렀어요, 스타일 알고 선물해주고싶어서.
나는 진짜 보기만 하고 있었는데 강사원이 만져보라면서 내 손 억지로 가져간거에요.
그 순간에 이름씨가 본거고. "
통화 도중,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석민이의 조언으로 진짜 결심해서 전화한거였는데.
결국 다 내 오해였다니, 내가 그 날 차장님 얘기만 들었더라면 이렇게 냉전중이진 않았을거다.
역시 내 인생은 제대로 돌아가지를 않아, 그럼 나때문에 손닿은건데 별 오해 다하고 미워한거야,나?
"아직도 많이 화나있는거 아는데 일단 오해라도 풀어줬으면 좋겠다.
이름아, 그 이후로 내 얘기 들을 생각 없어보이길래 일부러 말 안걸었어.
마지막 날은 보면 더 힘들 거 같아서 일부러 안나갔던거고.
근데 너무 후회됐어, 마지막 얼굴도 못본게.
나 지금 여기 너 없어서 진짜 힘든데 우리 같이 찍은 셀카 한장으로 버티고있어.
오해 풀었으면 좋겠고, 난 그애같은 개새끼 아니니까 별 생각 다하지말고."
"너한테 혹시라도 연락 올까봐, 새벽까지 안자고있었어. 나 잘했지?
오해 풀고 다시 이쁜목소리로 전화해줘 속상한 목소리 말고. 이따가-"
망했다, 가뜩이나 혼자 오해하고 개지랄 다떨어서 미안해 죽겠는데
난 지금 한국팀, 서울에 있고 권순영은 뉴욕팀, 미국에 있다.
내가 점심 먹고 4시에 전화 했으니까 거기는 음, 새벽 5시다.
5시다. 그것도 새벽. 지금 당장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고 끊고싶다.
진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은 차장님이 밉지만 미울 수 없었다.
일단 재우고 그쪽 점심때쯤에 전화 해야겠다. 꼭 미안하다고 해야지.
지금이 새벽 4시니까 지금 전화하면 점심시간이겠지? 제발 받아라.제발
나 꼭 사과해야돼, 사과하고 예쁜 목소리로 말해야돼. 차장님이랑
.
.
.
받았다.
"어, 이름이다."
"미안해요, 진짜."
"뭐가,이름아. 나 지금 딱 힘들 타이밍이였는데 너가 전화해줘서 안힘들어."
"오해한거 미안해요,난 그런줄도 모르고 진짜..."
"그럼 나 보고싶겠네,성사원도."
"응, 엄청 보고싶어요."
"보고싶다, 너 간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보고싶어"
"오랜만에 통화 제대로 하는데 뭐 궁금한거 없어요?"
"..."
"차장님? 오빠?"
"음,,, 아직도 예뻐?"
이 남자, 미친게 분명하다. 난 진짜 결혼해야되나봐.
좋은게 끝이 아니라 좋아서 미칠지경이다. 전화로 사람 녹이게 하는데에 선수나 다름없다.
권순영은. 아직도 예쁘냐는 말에 확 달아올라 전화를 끊어버렸다. 첫 연애도 아닌데 왜이리 부끄러운건지.
그나저나 2주 뒤에 서울로 발령난 뉴욕팀 온다는데 공항으로 데리러 가야지. 우리 차장님.
2달이라고 했으니까 거기서 못한 데이트 여기서 다하고 보내야지.
"차장님!여기요, 여기!"
"와, 뉴욕팀이랑 같이 안오길 진짜 잘했다."
"아, 근데 왜 혼자 오세요? 나야 혼자 데리러오니까 좋긴 한데"
"같이 오면 이렇게 나보고 방방 뛰어대는 모습 못보잖아, 나 뭔가 출장갔다온 남편같아요."
맙소사, 혼자 입국한다는 차장님 말을 듣고 회사몰래 차장님을 데리러왔는데.
오자마자 이러기 있어요, 차장님? 진짜 이 사람때문에 볼이 맨날 지혼자 빨개진다.
어- 그렇게 아무말 없이 쳐다보면 더 빨개지는데.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뭐 묻었어요?"
"아직도 예쁘네"
이 남자, 미친게 분명하다.
일주일만에 새 글로 찾아온 갓시옷입니다!
이번 주제도 폭망..죄송합니다 :( 일주일동안 많이 바쁘셨을텐데
제 부족한 글 보시고 조금이나마 힘이 나셨으면 좋겠어요!:)
눈을 감아도 영원해주길! 항상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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