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9월 16일
"[플레이아데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Beta는 현재 홍콩. [플레이아데스]의 조직자금을 들고 도주 중으로. 현재 홍콩 브로커를 은연 중에 찾고있다고 합니다."
석민은 연신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며 프로젝터로 화면을 창에 띄우며 무표정하게 읊조렸다.
"Alpha는 Beta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테고, 우리가 Alpha보다 먼저, Beta를 찾아야겠지."
지훈은 팔을 괴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리곤 이 판에 뛰어드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며 아이처럼 웃었다.
"P.... Alpha를 건드리는 일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여주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플레이아데스]는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으로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런 그들을 노린다는 것이 여주는 마냥 불안했다.
"150억."
"...네?"
"이 정도는 되야,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니겠어?"
"....네."
"이 판 꼭대기에서 놀아볼 때도 됐잖아, A.A. 대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르네."
"...아닙니다."
"이번 현장은, 너와 N이 나간다."
승철은 여주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이야기했다. 그 손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은 여주에게 무언의 압박과도 같았다.
승철은 여주를 바라보며 사진 몇 장과 탄알 무더기를 여주 앞에 던졌다.
"Beta. 현재 나이 30세."
"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까?"
민규는 승철이 던진 사진을 주워 뒤적거리며 물었다.
"팔목에 별자리 타투. B-Beta. 시작해."
동이 채 뜨지않은 새벽녘 여주는 비가 내리는 어두운 산 속을 우산 하나에 의지하며 걸어갔다. 하지만 이미 지리가 익숙하다는 듯 가뿐하게 산길을 따라 올라갔고 얼마가지 않아 소박한 절간이 모습을 보였다.
절 입구에 다다르자 빨간색 상사화 한송이가 애처롭게 피어있었다.
"혼자서 외롭게 있네. 너는 어쩜 이렇게 나같냐."
여주는 빗 속에서 상사화를 바라보며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상사화는 그런 그녀의 말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고고한 자태로 빨간 빛을 영롱하게 내뿜을 뿐이었다.
여주는 상사화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들어 곧장 법당으로 들어갔다. 법당 한켠에 고인들의 영정사진과 간단한 제사상이 차려져있었다. 여주는 향을 하나 피워 꽂은 뒤 영정사진을 향해 절을 올렸다. 절을 드리고 일어나는 찰나, 인기척이 들려 주위를 살펴보자 한 젊은 남자가 여주 쪽으로 오고있었다.
그 남자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양새였다. 그는 똑같이 향을 피우고 뒤로 물러서서 절을 올렸다. 여주는 깊은 산속에 인적이 드문 곳인데다 이른 시간이어서 더욱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탓에 그 남자의 등장이 의아했지만 나머지 절을 마친 뒤 법당을 빠져나왔다.
여주는 절간을 빙빙 돌며 우산을 쓰고 산책을 했다. 어머니의 기일 탓인지 비가오는 날씨 탓인지 여주는 아무 말도 없이 걷다 이내 입을 열었다.
"엄마, 오늘도 비온다."
"엄마가 떠난 날도 비왔는 데."
"이상하다. 그치."
하지만 내리는 빗방울에 그녀의 목소리는 묻혀 사라졌다. 여주는 허탈한 기분에 무심히 까만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쳐다보았다. 끝없이 내리는 빗방울에 고개를 떨구고 다시 걸으려는 찰나, 법당에서 보았던 그 남자가 우산도 없이 상사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까만 정장이 젖어가고 있었지만 내키지 않는 다는 듯 하염없이 상사화를 바라보고있었다. 평소라면 지나칠 법 했지만 여주는 기분 탓인지 그에게 우산을 씌워주려 다가갔다. 남자와의 거리가 가까워 질 때 쯤,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너는 어쩜 그렇게 나 같니. 외롭게."
혼자서 외롭게 있네. 너는 어쩜 이렇게 나같냐
여주가 했던 말을, 그가 읊고있었다. 동질감 때문인지 비를 맞고있는 남자의 이상행동 때문인지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 꽃 이름. 아세요?"
"예....?"
"상사화예요. 꽃이 지면 잎이 피고, 잎이 피면 꽃이 피어서 서로 그리워한다고해서 붙은 이름이예요."
"...슬픈 이름이네요."
남자는 여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듯 했지만 이내 덤덤하게 받아드리며 더욱 슬픈 눈망울로 꽃을 바라보았다.
"비오는데 왜 계속 비 맞고 계세요. 씌워드릴까요?"
"아....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그냥 차 있는 곳 까지 씌워다드릴게요."
"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우산은 제가 들게요."
어딘가 모르는 동질감 때문인지, 여주는 너무 자연스럽게 처음 보는 남자에게 우산을 선뜻 씌워준다고 말했고, 남자는 그 제안을 받아드렸다.
남자는 여주에게 우산을 건네받고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끝없이 내리는 빗소리만 있을 뿐 그 이외의 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어색하기만 한 공기에 여주는 괜한 객기를 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정적을 깨고 여주가 입을 열었다.
"오늘 어쩐 일로 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네?"
남자는 갑작스러운 여주의 질문에 당황한 표정을 보였지만 곧 무뚝뚝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괜한걸 물었다면.... 죄송합니다. 깊은 산 속에 있는 곳인데다 인적도 드문 곳인데, 저같은 사람이 또 있나 신기해서요."
"아니에요.... 직장 동료 기일입니다.... 재작년에 죽었습니다. 실례지만 그 쪽은...."
"어머니 기일이라서요. 저희 어머니도 재작년에... 돌아가셨거든요."
"...신기한 우연이네요."
남자는 재밌다는 듯 옅은 미소를 띄웠다.
"어쩌면, 슬픈 일이지만 자주 볼 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네?"
"9월 16일. 소중한 사람들의 날이니까요."
".....아."
"우산 씌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남자는 검정색 세단 앞에 멈춰서더니 여주에게 다시 우산을 건네주고 산길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여주는 그 남자의 차 뒷꽁무니가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았다.
묘하다. 어딘가 모르게
그러고보니, 직장 동료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을 서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고작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모습이 꽤나 이상했다. 아니, 정상적이지는 못했다.
이상한 남자네.
여주는 원우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
-
-
원우의 핸드폰이 무거운 진동을 내뿜었다.
"무슨 일입니까."
[본부로 집합]
"5분 내로 도착할겁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달려들 법한 큰 먹잇감이 떴어.]
[아마 늦으면 다른 하이에나가 채갈지도 몰라.]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원우는 전화를 마치고 차를 빠르게 몰았다. 빗길에도 속도를 내며 달려 여기저기서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본부에 들어서기 직전, 원우는 물에 젖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정장의 물기를 털어내던 중 옷깃에 묻은 빨간색 무언가를 발견했다.
"상....사화."
상사화 꽃잎이 물에 젖어 원우의 옷에 붙어있었다.
잎을 그리워 한다더니, 넌 어째서 나를 따라왔니.
원우는 그 꽃잎을 들어 한참을 바라봤다. 아까 그 여자는 뭘까. 왜 굳이 우산을 씌워준걸까. 항상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습관이던 원우는 그 말을 받아드린 자신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기일이라고 했다. 똑같은 2년 전. 9월 16일.
이 때, 원우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원우는 급히 꽃잎을 주머니에 구겨넣고 본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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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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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용담
슬픈 그대가 좋아
암호닉
칠8봉 우요 돌하르방 규애 워눙 순주 케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