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서
:01
"김칠봉! 나 밥사줘!"
"아, 꺼져! 돈 없어!"
"아 그럼 학식!! 학시이이익!! 3000원짜리 오므라이스!!"
"싫다고!!"
"아 김칠봉!!!"
제아무리 싫다고 뿌리쳐도 이 놈은 끝낼 기미가 없어보인다. 분명히 밥 사줄때까지 늘고 물어질게 뻔해.
본관에서 나오자마자 나를 기다렸는지 윤정한은 내 뒤에 꼭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아!! 알겠어!! 뭐 먹을건데!!"
"소세지 오므라이스!!!!"
밥을 사준다는 내 말에 정한이는 한껏 꼬부기 웃음을 지으며 싱글벙글이었다.
점심시간 학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그 수많은 인파를 뚫고 윤정한은 기어코 주문을 하고 나왔다.
"와...... 사람 진짜 많아. 원래 밥은 이렇게 붐빌 때 먹어야 제맛이다. 그치?"
"어련하시겠어. 자리나 잡아."
"웅!"
윤정한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나풀거리며 자리를 찾아 나섰다. 정말 아무리 봐도 제정신은 아니야 쟤는.
정한이가 결국 유리창 앞쪽에 있는 자리를 잡아 앉아서 나를 불렀다.
"김칠봉!! 여기 여기!!"
부담스럽게 오늘따라 왜이렇게 하이텐션인지 점점 윤정한이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제발 그만 좀 해 윤정한......
우리는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비집고 앉아 오므라이스를 먹기 시작했다.
윤정한은 밥을 먹으면서도 쉴새없이 대화를 쏟아냈다. 하지만 나도 그런 정한이와 대화가 편해서 계속 받아주게 됐다.
"아 진짜 한성수 교수! 내가 그 교수를 진짜...... 나보고 뭐래는 줄 아냐? 내 연기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대!"
"아 맞아!! 그 교수님 우리과에서도 그래. 연출 디렉팅 할 정도의 연기면 되지 우리가 연기과냐고!!! 연출과지!!!! 무슨 연기를 퍼펙트하게 바래."
"그치! 그 양반 이상하지!"
"그래도 점수는 잘 주시잖아. 애증의 교수님."
"크으, 고건 인정."
둘이서 한창 교수님을 씹고있는데 정한이가 문득 뭐가 떠올랐는지 숟가락으로 그릇을 탁 치며 말했다.
"아! 우리과 군대갔던 놈들 이제 다시 들어온다!"
"진짜? 너도 제대한 지 두달밖에 안 됐잖아."
"응! 그 중에서도 우리과 탑이었던 애 있잖아. 걔 이제 컴백이야!"
"과탑도 있냐? 처음듣네."
"그 있잖아! 내가 너 1학년때 말해줬던 최승철!"
"몰라! 솔직히 뭐 사람얼굴에 급을 메겨? 사람이 소야? 왜 그냥 아예 이마에 낙인찍고 다니지? 나 과탑 최승철이예요!! 하고!!"
"음...... 어...... 칠봉아?"
"왜!"
"뒤에.... 좀 볼래?"
"엄마야!!!!"
"밥 다 먹었냐? 윤정한, 그럼 이제 자리 좀 비켜줄래? 나도 밥 먹어야 되서"
내가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윤정한 얼굴 색이 변할 때 알아챘어야 했다.
얼굴은 단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내 뒤에서 입꼬리를 겨우 끌어올려 웃는 이 남자가 단박에 최승철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 하하.... 저희 밥 다 먹었으니까 그 쪽 이제 식사 하세요~"
"아~ 정말 고마워요~ 오늘 제가 먹을 학식은 'B+등급의 소'고기 덮밥이라서 정말 맛있겠어요. 그쵸?"
"아하하.... 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최승철의 묘한 말투가 무서워서 난 윤정한 목덜미를 잡고 냅다 뛰었다. 윤정한은 숨을 헐떡거리다가도 헤실거리면서 나를 놀렸다.
"야, 최승철 쟤 은근 똥꼬집인데 너 이제 큰일났다!"
"너 때문이잖아! 왜 걔 이야기 꺼내가지고!!"
"야! 창문!! 창문!!!"
"창문 뭐?"
그릇을 배식구에 놓고 나와 학식당 창문 옆을 지나가는데, 최승철은 밥을 아주 꼭꼭 씹어먹으며 나를 계속 바라보고있었다. 솔직히 노려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김칠봉 진짜 큰일이네. 우리 다음 수업 너네과랑 우리과랑 같이 듣는 연기수업인데 그거 최승철도 듣는데. 너도 듣잖아 그거."
"헐....... 나 어떡해."
친하지도 않던 남자애를 뒤에서 씹다가 걸리는 꼴이라니. 게다가 나름 학과탑이자 군대에서 막 복학한 복학생 최승철을.
"잣됐다."
삼수해서 겨우 들어온 학교인데
내 학교생활, 괜찮겠지?
+간단한 등장인물 설명서+ |
영화예술학부 영화연출과 3학년 조슈아 지수 홍 (23) 미국에서 한국 영화시장을 공부하고 싶다고 유학온 미국 교포 넉살좋고 눈웃음으로 프리프로덕션 비용을 저렴하게 맞추는 영화계 인재(?) 권순영 (22) 양계장에서 닭을 키우며 영화의 꿈을 키워온 남양주 소년 원래는 영화배우가 멋있어서 영화에 관심을 가졌지만 연출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한 똥꼬발랄한 양반 이지훈 (22) 뭐든지 FM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 시나리오도 촬영도 FM을 추구하지만 옆에있는 권순영 뒤치닥거리를 하다보면 어느순간 나사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2학년 김민규 (21) 본인 입으로 본인 칭찬 하는걸 제일 좋아한다. 뭐든 잘하는데 자꾸 허당짓을 하고 사람 힘들게한다. 그래도 묘하게 미워할 수 없는 양반 김칠봉 (23) 불굴의 삼수생. 예술계열은 원래 n수가 많지만 열정과 끈기 하나로 끈덕지게 도전해 입학했다. 연기과 윤정한과 같은 입시학원 출신 1학년 부승관 (20) 입학과 동시에 새터에서 까탈레나를 열혈적으로 춰서 까탈레나남으로 유명하다. 흥많고 정많은 영화과 에너지 이찬 (19) 빠른년생에 현역으로 들어온 새내기 어려서인지 체력이랑 열정만큼은 과탑이다 연극영화과 3학년 최승철 (23) 최한솔이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피지컬, 외모, 성격 어디하나 빠지지않는 학교 탑으로 뽑혔던 사람이다. 한솔이가 입학한 뒤로는 전설의 최형제라고 불릴정도. 그렇지만 군대를 다녀온 이후 능글맞음만 늘어났다 윤정한 (23) 능글맞은 복학생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딱 이 사람 군대다녀온 뒤로 아무말 실력만 늘어서는 원래는 천사였지만 점점 전사(전문 사기꾼)가 되어간다 학원 친구였던 김칠봉이 같은 학교에 들어오자 껌딱지처럼 붙어다닌다 문준휘 (22) 중국에서 아역배우로 활동한 적 있는 양반 중국 시장 뿐만 아니라 한국시장을 노려보겠다는 포부로 한국에 대학까지 입학해 연구하는 노력파 전원우 (22) 매사에 느리고 과제제출도 늘 마감 전에 제출한다 그렇지만 슛만 들어가면 180도 돌면하는 연기과 최고의 수재 2학년 서명호 (21) 중국 유학생 준휘와 같은 나라 사람이라 잘 어울리다가도 영화과 김민규랑 부딪히기만 하면 싸운다
이석민 (21) 자칭 타칭 제 2의 조승우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제정신 아닌걸로 유명한 연기학도 연기할때와 평소의 갭이 엄청 커서 주변 사람들도 적응 안된다고 한다 1학년 최한솔 (20) 얼굴로 학교 씹어먹고 들어온 신입생 입학 전부터 어무무시한 미모덕에 사람들 입방아에 여러번 올랐다. 그러나 그 말들에 신경쓰지 않고 마이웨이를 즐기는 이 시대의 자유영혼 |
암호닉 + 작가의 말 |
늘봄 호찡 암호닉은 꾸준히 받고있답니다♥ 독자님들의 댓글 하나하나가 진짜 힘이돼요ㅠㅠㅠ 크게 글재주도 없는 제 글을 읽어주시고 예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아! 참고로 정한이랑 승철이는 군대동기이자 대학동기라 친한 사이에요! 그래서 여주랑 앞으로 더 자주 마주치겠죠ㅎㅎ 앞으로도 더 잘 부탁드려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