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시선의 끝에서
카이x찬열 / 찬열x카이
K
찬열의 말에 모두들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본인은 그것이 나름 부끄러웠는지 멎쩍은 미소를 띄웠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 계면쩍은 시선이 갑자기 내게로 향했다. 아무런 준비가 되있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친 시선에 놀라 멍하니 보고 있으니, 내게 향했던 시선은 내 옆으로 옮겨졌다가 아래로 향해 다시 원래 보던 카메라로 옮겨졌다.
아마도, 그냥 한번씩 훑어 지나간 별 의미 없이 바라본 것 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괜히 놀란 마음은, 심장을 잠시 빠르게 뛰게 했다.
"여성 팬분들을 홀리는 제 매력 포인트는 눈웃음인 것 같아요."
백현이 대답을 마치고는 한텀 정도 여유을 두고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귀여워 죽겠다는 리액션을 선보였고, 나도 나 나름대로 활짝 웃으며 형이지만 정말 귀여운 백현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띄운채 고개를 살짝 돌리면, 언제부터였는지 알게 모르게 찬열과 시선을 마주치게 된다.
그 역시 백현의 눈웃음을 보며, 그 누구보다 격하게 좋아하는 티를 내다가 입가에 잔잔히 남은 웃음을 띄운 채로 나를 본다. 그것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 스친 시선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시선이 마주친 것은 한 두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찬열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시선을 돌리고, 나도 별 의미 없이 마주한 시선을 거둔다.
그렇게, 시선은 다시 엇갈린다.
연회색이 섞인 것 같은 두개의 분홍색 살덩이를 가르고, 선홍빛의 또 다른 살덩이가 튀어 나왔다가 얼마 안 있어 다시 제 모습을 감춘다. 거울 면을 통해 일렁이는 살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에서 어떤 시선과 마주한다. 거울 면을 통해 두개의 살덩이가 묘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나는 잠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어 잠자코 보고만 있으니, 거울 면에서 맞닿았던 시선이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뭘 보는거야?
아.
그제서야 나는 그 의미를 알아채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네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혀를 보고 있었다고 하면, 변태 취미라도 생긴거냐며 놀릴 것이 분명했다. 미간을 찌푸렸다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고개를 내저으니, 종인 역시 뭔가 싶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돌려 물을 마셨다.
나는 다시, 물을 마시는 종인의 옆 얼굴을 주의 깊게 쳐다 보았다.
구린빛의 피부에 눈에 띄게 맺힌 땀 방울, 물을 넘길 때마다 움직이는 목젖, 검정색의 민소매를 입은 탓에 훤히 들어난 잔근육이 잡힌 팔뚝.
춤을 추는 사람이라면 선이 고울 법도 한데 나름 굵직한 것이, 또 그렇다고 흉물스럽지 않고 딱 어울렸다. 종인은 물을 마시며 연습실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경수에게로 향했다. 그 동선까지 눈으로 좇다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고개를 내저으며 내 앞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종인과 같이 땀을 흘렸고, 검정색 민소매를 입고 있었다.
다만 종인의 피부는 구린빛이었고 나는 남자치고는 밝은 빛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거울 면을 통해 비치는 내 모습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경수와 웃으며 이야기하는 종인을 보았다.
요즘 나는, 알게 모르게 종인을 의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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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프롤로그니까 짧아도 이해해주세요 :)
설정은 리얼물인데 리얼물이 아닌 허구의 상황들이 튀어나올 수 도 있는게 함정.
지켜봐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__)
나이로 치자면 서술상 종인이 백현이나 찬열을 지칭할 때 형을 넣는게 맞지만 직접 부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호칭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이점 유의해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