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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시리즈 (부제: 녹음실 그 남자, 스튜디오 그 남자)
세훈x준면
BM 作





episode 2. 커피와 도넛










  세훈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해졌다. 인터뷰하기로 한 시간은 어제와 같은 네 시였지만 어쩐 일인지 조금 더 일찍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혹시 시간이 안 맞을까 싶어서 일부러 작업실에 두시부터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고 일러두었기에, 세훈은 남몰래 자신의 치밀함에 놀라워하며 슬쩍 미소를 짓기도 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준면과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집에 돌아 온 이후에도 문득문득 준면이 떠오르곤 했었다.

  집에서 조금 일찍 출발한 세훈은 집 근처의 도넛가게에 먼저 들렀다. 쟁반을 들고 진열대 앞을 서성거리며 준면이라면 어떤 것을 좋아할지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세훈은 쟁반 위에 몇 가지 도넛을 종류 별로 하나씩 골라 계산을 했다. 도넛만 들고 가기엔 뭐해서 도넛 가게의 사이드 메뉴로 있는 카페라떼 두 잔도 포장해서 준면의 작업실로 가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평소보다 조금 포근한 것 같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져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지는 순간이었다.

  작업실 앞에 도착한 세훈은 어제 준면이 부탁했던 것처럼 준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준면씨? 도착했어요.”
  “-아, 들어오세요.”



  전화를 끊고 작업실의 문을 열자, 준면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세훈을 보았다. 세훈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어제와 같이 중앙에 있는 책상 위에 도넛 상자와 커피 그리고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았다. 확실히 어제와는 달리 어색함 보다는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래서인지 준면의 표정도 한결 편해져서, 긴장된 모습이 아니었기에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았다. 내심 다행이라고 여기며 세훈이 의자에 앉자, 준면 또한 그 맞은편에 앉았다. 저건 뭐에요? 준면의 물음에 세훈은 도넛 상자를 한 가운데로 끌어오고, 커피는 준면의 앞에 놓아두며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도넛이에요. 뭘 좋아할지 모르겠어서 내키는 대로 골라왔는데. 이건 카페라떼구요.”
  “그럼 어제 도넛 좋아하냐고 물었던 이유가….”
  “네, 어제는 뭐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그냥 사왔잖아요. 그래서 미리 물어본 거였어요.”
  “안사와도 되는데, 자꾸 얻어먹게 되네요.”
  “괜찮아요. 사양 말고 먹어요.”
  “그럼,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세훈이 도넛 상자를 열어 준면의 앞으로 조금 더 밀어주자 준면은 세훈을 한 번 보고는 상자로 시선을 돌려, 하얀색 슈가 파우더가 잔뜩 묻은 도넛을 집었다. 조금만 흔들어도 쉽게 떨어지는 슈가 파우더를 도넛을 집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받아내며 한 입 베어 물자,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블루베리 잼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달콤한 맛에, 그것을 지켜보는 세훈 또한 준면과 같이 미소를 지었다. 작업을 할 때면 점심을 거르는 것이 일상이었던 준면은, 마침 배가 고팠던 찰나에 세훈이 사온 도넛을 빠르게 먹어치웠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던 세훈은, 무의식 적으로 손을 뻗어 준면의 입가에 묻은 흰색의 가루를 털어냈다. 이에 준면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뚱히 세훈을 보았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세훈 또한 가만히 준면을 보고만 있었다. 훈훈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함으로 뒤바뀌었다. 준면이 먼저 시선을 돌리며 혀를 내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차례로 훑고는 제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거렸고, 뒤이어 세훈은 손을 거두며 엄지와 검지를 부비며 헛기침을 했다.

  준면의 입가에 닿았던 손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세훈은 그 열기를 떨쳐내려는 듯 책상 밑에서 손을 탁탁, 털었지만 열기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주먹을 꼭 쥐었다가 펴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열기는 손바닥 전체를 휘감았다. 어색한 분위기와 함께 침묵이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다. 적막을 깨고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편집장과 인터뷰 기자, 그리고 스타일리스트가 준면의 작업실로 찬 기운과 함께 들어왔다.



  “세훈씨 먼저 와있었네?”
  “아, 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래? 아, 작곡가 김준면씨 맞죠? 편집장 조희영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오늘 인터뷰 기자인 한지혜씨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이미영씨.”
  “안녕하세요, 김준면입니다.”
  “어제 약속 펑크 내서 정말 미안해요.”
  “아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이렇게 인터뷰 자리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



  편집장의 등장으로 아까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편집장은 준면에게 오늘 일정을 간략하게 알려주었고, 편집장의 말을 들으며 준면은 편집장의 뒤에서 카메라를 준비하는 세훈을 보고 있었다. 입술께로 느껴지던, 남자치고는 부드러웠던 손길. 그것을 떠올리자 금세 양 볼에 열이 느껴지며 두근거렸다. 갑자기 느껴진 묘한 기분에 준면은 세훈에게 두었던 시선을 거두고 편집장을 보고 웃으며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를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으니, 스타일리스트가 다가와 퍼프를 준면의 얼굴에 가볍게 두드렸다. 인터뷰 때마다 받는 약간의 메이크업이지만 준면은 그것이 늘 어색해 눈살을 찌푸렸다. 매직기로 머리도 정리하고 나서야 스타일리스트는 준비가 되었다며 물러났다. 인터뷰 기자가 주었던 생수를 한 모금 마시자, 인터뷰 기자가 준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세훈이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준면에게 맞춘 채 사진을 계속해서 찍고 있었다. 그것을 의식한 준면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지자, 세훈이 준면에게 넌지시 말했다.



  “준면씨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아까까지 사진 정말 좋게 나왔는데.”
  “네… 그럴게요.”
  “자 그럼, 인터뷰 시작할게요.”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자, 초반에는 카메라에 신경을 쓰느라 되묻기도 하고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익숙해졌는지 짓궂은 질문에는 재치 있게 답하며 웃어넘기기도 했다. 이에 세훈은 셔터를 누르는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고, 간간히 작업실 주변도 찍었다. 인터뷰가 끝이 나고, 편집장이 준면에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준면은 자연스럽게 노트북 앞에서, 작업 중이던 곡인데 특별히 들려드린다는 말을 덧붙이며 노래를 틀었다. 세훈은 준면의 뒤에 서서 작업하는 모습을 프레임에 담았다. 그리고 모든 인터뷰와 촬영이 끝이 났다.

  세훈이 뒷정리를 하는 동안 편집장과 인터뷰기자 그리고 스타일리스트가 먼저 작업실을 나섰다. 그들을 배웅해주는 준면은 처음보다는 많이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세훈은 잠시 의자에 앉아 지금껏 찍은 사진을 넘겨보았다. 프레임에 잡힌 준면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별도의 보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조명도 완벽했고 표정도 자연스러웠다. 사진 속, 미소 짓고 있는 준면을 보며 세훈 또한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사진 봐도 되요?”
  “아, 그래요. 보고 마음에 드는 사진 말해줘요. 그 사진 잡지사로 보낼게요.”
  “다 좋은데요? 우와, 세훈씨 사진 되게 잘 찍으시네요. 아, 사진작가니까 당연한 건가.”
  “사진작가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모델이랑 조명 같은 것이 별로면 아무 쓸모없어요. 봐요, 표정이 자연스러우니까 훨씬 좋잖아요.”
  “정말 그러네요.”



  사진을 넘겨보는 준면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세훈이 일일이 비교를 해주었다. 초반의 사진은 준면 스스로 보기에도 어색하다 못해 이상했지만, 뒤로 갈수록 훨씬 좋은 사진들이었다. 준면은 여태껏 찍었던 잡지 인터뷰 용 사진들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인 것만 같아 기쁜 기색을 은근히 드러내었다. 그런 준면을 보면서 세훈은, 과연 준면이 스물여덟 살이 맞는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 작은 것에도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 귀엽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귀엽네요.”
  “네?”
  “아, 아니에요. 참, 아까 그 곡… 이미 공개된 곡 아니에요?”
  “눈치 채셨네요? 맞아요, 가수 변백현씨가 드라마 OST로 불렀던 곡.”
  “역시. 반주만 들었거든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았는데, 맞았네요.”
  “반주만 틀면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할 때마다 이 곡을 틀죠.”
  “내심 기대했었어요. 요즘엔 가수들 앨범 만드는 거에 참여 하시는 것 같아서.”
  “그렇긴 했죠. 흠, 세훈씨 위해서라도 얼른 새 앨범 내야겠네요.”



  준면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세훈은 그 모습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마음 속 말로 인해 어색해질까봐 걱정했지만 금방 화제를 돌린 탓에 준면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내심 다행이라고 여기며 세훈은, 시간을 확인하고서 사진전에 출품할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앉아 있던 세훈이 갑자기 일어서자 준면 또한 같이 일어섰다. 세훈은 준면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가져와 카메라 가방에 넣고는 자리를 정리했다. 준면은 멀뚱히 서서 세훈의 동선을 보고만 있었다. 급하게 정리하던 차에 인사하는 것마저 잊을 뻔했던 세훈은 몸을 돌려 준면을 마주보고 섰다.



  “미안해요, 마감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괜찮아요. 저도 어차피 마무리 작업해야 하고…”
  “저, 가끔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할래요?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데.”
  “…좋아요, 그렇게 해요.”



  흔쾌히 수락하는 준면의 말에 세훈은 비로소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작업실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으로 가는 동안에 세훈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 입력 창에 문구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수없이 고민한 끝에 짧게 한 줄 적어 보냈다. 숫자 1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작업하느라 확인이 늦을 것이라 여기며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머릿속에 잔잔히 떠오르는 준면의 얼굴에 설레는 기분을 간직한 채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세훈을 배웅하고 난 뒤에 작업실에 홀로 남은 준면은 아직까지도 잔잔하게 남아있는 온기에 설렘을 느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루 사이에 준면에게 있어서 세훈은, 떠올리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편안해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세훈이 급하게 갈 준비를 할 때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었던 참에 가끔씩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세훈의 말이 너무나도 반갑게 들렸다. 준면은 아까 틀었었던 곡을 크게 틀어놓고 작업실의 뒤편에 있는 가죽 소파에 드러눕고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두근두근. 잔잔한 피아노 소리에 심장소리가 얹어져 부드럽게 귓가에 울렸다. 나른한 기분에 잠이 오려는 찰나,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드르륵, 소리와 함께 준면은 눈을 떴다. 누군가 싶어서 휴대폰을 확인하니 세훈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우리 다음에 또 봐요.]



  딱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짧고 단정된 문구였지만 그것마저도 세훈과 너무 잘 어울려서 준면은 웃으며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드러누웠다. 귀엽네요. 문득 떠오르는 세훈의 목소리에 다시 얼굴이 화다닥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지? 이십 대 후반의 나이에 귀엽다는 말에 설레다니. 자책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인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내심 내일도, 그 다음날에도, 세훈에게서 먼저 연락이 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J,
딱히 정할 수는 없지만, 설레는 기분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어? 근데 왜 이렇게 설레지,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
아청법에도 불구하고 저는 끝까지 제 낭만을 담을 것입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알림이 안와서 모,몰랐네요... 흡
아마 당분간은 내용이 계속 이어지고 그럴 것 같습니다. 아직 두사람은 연애 전이니까요 :)
참, 그리고 전개상 훅훅 지나가고 현실과 괴리감이 엄청나지만 이해해주세요, 달달하게 전개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여하튼 봐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사랑합니다! 하트하트. 세준행쇼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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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암호닉신청해도되여?스토커앙꼬로!저는무조건이암호닉을밀고나갈거에여그럼..텔레파시가충분히통하겟져?ㅎㅎ저도도넛좋아하는데....세훈이가무지낭만스럽네여제목대로ㅜㅜㅜㅜㅜ
11년 전
독자1
작가님 암호닉 신청해도 되나요? 된다면 저 설레임으로 할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준이 연애하는데 왜 제가 연애하는거 같죠??ㅠㅠ
11년 전
독자2
연애하기전 설레임 두근거림 ....아 너무 좋아요ㅠㅠ 작가님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아 정말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 두근거리고 달콤한 느낌ㅠㅠㅠㅠㅠㅠ 암호닉 할게요ㅠㅠㅠㅠㅠㅠ 두근두근으로ㅠㅠㅠㅠㅠㅠ 다음 시리즈도 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달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암호닉 수녀로 할게여ㅠㅠ
11년 전
독자6
암호닉 신청이요ㅜㅡㅜ 긍긍으로ㅜㅜㅜ 세준 달달ㅜㅜ 세륜 아청법ㅜ
11년 전
독자6
진짜 달달해서 여기 설탕시럽 탄것 같아요ㅠㅠㅠ 저 암호닉 설탕시럽해도 되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W에요ㅠㅠ 너무 늦었지만 암호닉 신청합니다! 아진짜.. 아 세준ㅠㅠ 세준은 그.. 잔잔하고 소소한 달달함? 아 뭐랄까..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을같이 평온하고 편안한데 세준 딱 둘은 봄같이 간질간질한.. 겨울이나 여름처럼 극적이지 않은 느낌? 항상 이렇게 생각해왔는데 작가님이 정말 잘 맞게 표현을 해주셔서.. 진짜 감사해요ㅠㅠ 잘읽고있습니다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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