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
“ 계속 그렇게 놀란 표정 짓고 있을꺼에요? ”
“ 대답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네…. ”
“ 연애하죠, 우리. 서로 알아가는건 차차 하도록 하고- ”
“ 응? 대답 좀- 나 지금 엄청 민망하거든요…. ”
뭐라 대답해야 하는거지. 가로등 빛을 받아서 그런가 더 잘생겨보인다. 그런 잘생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다니! 역시 인생 헛살지는 않았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런 저런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이 잘생긴 훈훈한 남자의 이름은 ‘ 홍정호 ’ 였다. 예쁘게 웃는 얼굴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였다. 나이도 같았다. 편하게 말도 놓기로 했다.
시간이 늦어 오래 이야기하진 못했고 내일은 평소에 들리던 시간보다 더 일찍올테니 이쁘게 하고 있으라는 홍정호. 날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손을 흔들며 사라지던 그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홍정호와 헤어지던 그 순간부터 침대에 누워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게 연애라는거구나……할만하네….
계속 잡생각을 하다 늦게 자서 그랬던건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허겁지겁 대충 준비를 하고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편의점이 가까웠기에 망정이지, 멀었다면…상상하기도 싫다. 편의점 문을 벌컥 여니 눈치를 주는 새벽타임 알바생. 미안하다며 어깨도 주물러주고 빨리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까까진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테이블에 홍정호가 앉아있었다. 일찍 나온다고는 했지만 이렇게나 일찍 나왔다니…. 지금 내 상태 완전 별론데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화장을 더해야하나 고민하는데 테이블에 엎드려 의자를 왔다 갔다 돌리던 홍정호가 일어나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에라이 모르겠다-.
“ 지각? ”
“ 어…늦잠 자서… 많이 기다렸어? ”
“ 아니- 나도 온지 얼마 안됐어. 이쁘게하고 오라니까, ”
“ 아 그니까… 완전 못생겼지, 화장을 덜해ㅅ- ”
“ 정말 이쁘게 하고 왔네. ”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로 횡설수설 하는데 내 말을 끊고 말하는 홍정호. 잘못들은줄 알고 되물으니 다시 또박또박 말해주는 정호.
“ 이쁘다고 ”
“ 뭐? 장난 치지마… ”
“ 진짠데- 너 화장 막 진하게 하는거보다 이게 더 나아, 정말- ”
예쁘게 웃으며 말하는 정호. 부끄러워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는데 썩은 표정으로 토하는 시늉을 하는 알바 오빠. 아직 안갔어? 완전 민망하네….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니라며 빨리 가방을 챙겨 나갔다. 민망함에 어색하게 웃으며 잘가라고 인사해줬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니 입술을 삐죽이는 홍정호. 그리고 카운터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내 손을 덮어 쥐고는 말했다. 너 이쁘다니까?
“ 어? 아 왜그래 자꾸… ”
“ 이쁜 여자가 그렇게 눈웃음 쳐주면 남자들은 다 좋아해요, 응? ”
“ ……? ”
“ 너 아까 저 형한테 막 애교도 떨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다른 남자들한테도 다 그러냐? ”
“ …아 ”
“ 첫 날 부터 안되겠구만 이 여자- ”
질투하는것도 귀엽네, 이 남자.
김주영
저번에 그 일이 있고나서 이제 편의점에 들려야해도 일부러 다른곳에 가서 사고 좀 피했었다. 왜 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편의점을 잘 가지않게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이 잡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살짝 취해서 걸어가는데 또 오빠한테서 문자가 왔다. [알지?ㅋㅋㅋㅋ사랑한다 동생아] 평소에 꽤 착한 동생인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편의점 문을 열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무 생각도 없었다.
“ 어서오세- 어? ㅇㅇ이! ”
“ 네? ”
“ 오늘은 옷이 좀 여성스럽네, 뭘 입어도 이뻐. ”
“ 하하… ”
“ 술마셨어? 어우 술냄새. ”
아 언제봤다고 친한척이야. 열심히 청소하던 덩치가 큰 알바생은 덩치에 맞는 시원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 왜 왔어? 나 보러? ”
“ 아니거든요, 담배 사러…. ”
“ 그만 피랬지- 여자가 담배피면 못써. ”
“ 아 내가 피는거 아니라니까, 우리 오빠 심부름이에요 심부름. ”
난 담배피는 여자는 별론데- 알바생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다. 너무 많이 마셨나? 주는대로 다 마신 나도 모자라지 뭐. 갑자기 어지러워 비틀거리자 빠르게 내 허리를 감싸오는 알바생. 아 어지러워. 머리가 지끈거려서 떨쳐낼 힘도 없다. 그 남자는 날 카운터 안쪽에 있는 의자에 날 앉혔다.
눈을 뜨니 보이는건 카운터에 꽃받침을 하고 날 쳐다보고 있는 그 남자. 깜짝 놀래서 소리를 지르니 안잡아먹으니 안심하라 말했다. 그나저나 몇시지-
“ 지금 몇 시에요? ”
“ 3시 ”
자기 휴대폰을 내 얼굴에 들이밀며 말하는 남자. 아 오빠한테 죽었다. 어? 잠깐. 저 사람 배경화면….
“ 잠시만, 폰 다시 한번만 ”
“ 응? 왜- 아, 사진? ”
“ 설마 제 사진이에요? ”
“ 응 너 방금 자는사진- 완전 귀엽다 너. ”
자랑스럽게 배경화면을 보여주는 그남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지금 내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자고 있는 사진이였다. 아니, 나와 닮은게 아니라 나였다. 잘 나오긴 했네…. 아니, 아 이게아니라- 뿌듯하게 사진을 보며 웃고 있는 남자를 어이없단 듯이 쳐다봤다.
“ 아, 진짜 저한테 왜그러세요- 다른 여자들한테도 다 그러죠. ”
“ 야, 장난하냐? ”
사진을 보며 싱글벙글 웃다 갑자기 정색하는 그 남자. 잘못말했나…….
“ 나 진짜 ㅇㅇ이 너 좋다고. ”
“ 아는건 너 이름이랑 나이랑 얼굴밖에 모르는데, ”
“ 그래도 좋아- ”
“ 너는, 어, 잘생기면 다 이렇다는 선입견을 좀 버려라 엉? ”
마지막 말 때문에 분위기는 다시 풀렸다. 그리고 나도 그 남자를 다시 생각하게도 됐고.
손흥민
“ 어? 누나 오늘은 안조네요 ”
“ 야 내가 무슨…누가 들으면 맨날 자는줄 알겠다. ”
“ 에이- 맞으면서- 저번에도 또 졸았잖아. ”
“ 야, 야! ”
저번 에너지 드링크를 이후로 꽤 친해진 흥민이와 나. 흥민이는 자주 들려 사탕을 샀고, 가끔은 에너지 드링크도 사갔다. 흥민이는 학교 축구부였다. 가끔 유니폼을 입고 땀을 흘리며 큰 음료수들을 여러 개 사가는데, 마냥 귀엽다가도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그럴 때 마다 내가 멋있다고 말하면 쑥쓰럽게 웃으며 누나가 더 예뻐요- 하는 흥민이.
오늘은 흥민이가 뭔갈 두 손 가득 들고왔다. 낑낑 거리며 문을 열더니 카운터에 턱하고 놓았다.
“ 이거 뭔데? ”
“ 누나, 나 11월부터 15일까지 독일가요. ”
“ 어? 왜?! ”
“ 축구하러. “
매일은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번씩은 흥민이가 사탕을 사서 먹는 모습을 보는것과 농담하는게 일상이 되버린걸까, 고작 2주일 정도 못본다는데 우울해졌다. 슬프다는 티도 못내고 고개만 끄덕이며 잘됐다고 중얼거리는 나. 흥민이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자기가 가져온 그 커다란 포장지를 뜯어보라고 했다. 뜯으니 보이는건 빼빼로? 그것도 엄청 큰 빼빼로였다. 내가 왠 빼빼로냐며 흥민이를 보자 흥민이는 잠시 딴 생각을 하더니 날 불렀다.
“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인데 나 그때 여기 없잖아요. ”
“ 아 그렇네, 그래서 미리 이거 주는거야? ”
“ 원래 그 때 주면서 말하려고 했는데- ”
“ 응? 뭘… ”
“ 저 누나 좋아해요. 나 이제 곧 성인인데 어리다고 거절하면 미워할꺼야 진짜. ”
곧 20살이 되는 흥민이. 그렇네… 수능 안본다고 생각해선지 고3인지도 잘 몰랐다. 그나저나 엄청 뜬금 없네. 상상도 못했는데…. 내가 가만히 빼빼로만 쳐다보자 다시 들리는 흥민이의 목소리.
“ 대답은 15일에 한국 오자마자 들을께요. ”
“ 거기에 빼빼로 엄청 많으니까 15일까지 하루에 한 개씩 까먹으면서 내 생각 해요. ”
“ 잘 갔다가 올께요, 연락 할테니까 몸조심하구. 응? ”
* * *
엄청 오래남ㄴ이죠ㅠㅠㅠㅠ제가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다크써클이 턱까지ㅠㅠㅠㅠㅠ
숙제고 뭐고 다 미뤄두고 이거 썼어요 칭찬해주세요..ㅋㅋㅋ휴ㅋㅋ잠온다..
암호닉 항상 받구요 댓글 많이 써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