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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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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졌다. 군화가 퍼석한 땅과 맞닿으면서 내는 발자국소리에 맞춰서 민석의 심장도 쿵쾅대기 시작했다. 민석은 난생처음 빌어 본적도 없는 신에게 빌었다. 원래 죽음에 가장 가까운 순간에 가장 삶을 간절히 원하게 된다는 말이 사실인지 민석은 제발 살려달라고 누구에게든지 빌고 싶었다. 종인이 어머니께서 그렇게 믿으시는 한울님이라는 신이든지 아니면 할머니께서 믿으시던 단군왕검이든 누구든 상관없었다.


[생존자는 없는 것 같은데?]

[아니야. 우리 측이 전쟁에 개입하는지조차 예측 못한 주제에 재빠르게 후퇴를 했을 리가 없어]

[그럼. 이곳 어딘가에서 숨죽이고 있겠네. 큭큭. 재밌겠다]


민석은 중국어로 즐거워하듯이 애기하는 소리에 더더욱 공포에 질렸다. 이미 작고 큰 폭탄으로 인해서 주변 건물들은 다 폐허가 되어있었고 들판 곳곳도 폭격으로 땅을 많이 들어나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민석은 꽤나 높이 쌓인 눈 틈 사이에 겨우 숨어서 중공군이 그냥 지나치길 바라기만 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 속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때도 아니었지만 살을 가르는듯한 추위와 눈으로 민석은 손의 감각마저 사라져갔다. 목에서는 어쩐지 피 맛이 느껴졌고 추위에 얼음같이 차가워진 총의 방아쇠만이 민석이 느낄수 있는 감각의 전부였다. 눈 속의 아주 작은 틈으로 민석은 웃으면서 주변을 살피다가 우연히 목숨을 겨우 부지한 연합군을 발견하면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을 숨죽여서 보았다. 하얀 눈에 퍼지는 엄청난 양의 붉은 피는 강렬하게 민석의 머리 속에 파고들어서 자신의 피가 눈에 퍼지는 것을 자동으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죽는 건가? 이렇게 죽는 걸까?'


설마하니 전쟁터에서 죽게 될 줄이라고는 민석은 상상도 못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민석은 제일 친한 친구인 종인이와 학교 가기 싫다고 철없게 몰래 수업을 빼먹곤 하던 학생이었다. 어릴 때 민석은 부모님을 잃고 종인이네 집에서 같이 생활을 했다. 종인이네 부모님은 민석의 부모님과 막역한 친구 사이였기에 그 어떤 망설임 없이 민석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고, 비록 피는 섞이지는 않았지만 종인과 거의 평생을 같이 지내면서 종인과 떨어진 적이라곤 없었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지내던 우리에게 전쟁이 다가온 것은 한창 덥던 여름날이었다.

6월이 다 지나가던 즈음에 북한이 기습 공격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민석과 종인의 부모님은 급하게 피난행을 결심했다. 급하게 짐을 싸고 있을 무렵에 멍청하게도 민석은 학교 친구인 경수에게 빌린 돈을 갚겠다며 길거리를 나섰고 우연히 만난 남한 군인들에게 강제로 입대를 강요 받아서 전쟁터까지 끌려가게 되었다. 보통 일반적으로는 이미 총알받이가 되어서 죽었어야 했던 민석이었지만 운이 좋아서 계속해서 부대가 바뀌고 전쟁에 참여하기보단 잡다한 일을 담당할 수 있었다. 좀더 몇 개월이 지났을 때에 유엔군과 미군의 참가로 인해서 드디어 전쟁이 끝날수 있는 건가 하고 민석을 작은 희망을 품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원조)의 개념으로 북한을 위해 중공군 25만명을 투입한 중국 때문에 판도가 뒤집혔다. 중공군의 투입을 꽤나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미군의 실책이었다. 


[이제 슬슬 생존자가 없는 거 같은데……]

[그래? 그럼 슬슬 돌아가자. ]


이미 죽을 것을 각오하고 과거를 회상하던 민석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놀랍게도 한참을 주변을 휘 적이던 종공군이 철수 준비를 하려는 듯이 총을 쥐는 자세를 조금 편하게 바꾸었다. 총의 머리부분으로 땅을 쿡쿡 찌르더니 이내 결심을 한 듯이 약 6명정도의 군인들이 떠났다. 민석은 그들이 떠나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긴장이 풀려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혹시나 소리를 내면 그들이 당장이라도 돌아와서 죽일까 봐 걱정이 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새 소리도 들리지않고 아주 작은 바람의 소리만이 이 곳을 휘감았을 때가 되어서야 손가락부터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민석은 차가운 눈 속에 굳은 몸을 움직여서 눈 더미에서 서서히 나왔다. 


“Hello”

“?!”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눈을 빠져 나온 민석 앞에 기척도 없이 한 남자가 나타났다. 생존본능으로 살짝 미쳐있기까지 한 민석은 사람을 죽일 각오도 없으면서 자신의 총을 낯선 남자에게 겨누었다. 남자는 바로 눈앞에 총이 있는데도 어쩐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민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민석은 초조해져서 본인의 손이 더 덜덜 떨었다. 


“누……누구야?”

[뭘 것 같아?]

“주……중국어를…..”


민석은 눈 앞의 남자가 중공군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중공군이라고 치기에는 어쩐지 군복을 대충 입고 있었고 총 또한 일반적으로 쓰이는 총의 종류가 아닌 고위군인들만이 쓸 수 있을법한 톰슨 m1928을 제대로 쥐고 있지도 않고 가볍게 달랑달랑 들고 있었다. 


“너무 겁먹지는 마.”

“어?하..한국어?”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울 시간이 많았거든….”


남자는 어쩐지 군인답지 않았다. 한국어를 할줄 안다는 것또한 이상했지만 사용하는 말투 또한 전혀 군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계급을 나타내는 그 어떤 표식도 군복에 없었고 군복 또한 마치 불량스럽게 입고 있었기에 더더욱 이상하게 느꼈다. 그런 모습에 민석은 사실 속으로 안심을 하고 제발 이자가 중공군이 아니길 바랬다. 본인이 죽이지 않으면 본인이 죽는 잔인한 전쟁 중이었지만 마음이 약한 민석으로써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주..중공군입니까?”

“…….음…….”

“말씀하세요. 아….안 그러면 방아쇠를 당길 겁니다”

“m1 캐런드를 쓰는 건가? 명중률 최악에 보관성도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런걸 주면서 전쟁터에 너같이 어린 것을 내보내는 너의 나라도 참 슬프구나”

“다…다가오지 마십시오.”

“쏠 건가?”

“…..다…..다가오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날 죽이게?”

“으…..으….”


남자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점점 민석의 총에 가까이 왔다. 민석은 웃으면서 다가오는 남자가 점점 공포스럽게 느껴지면서 이 남자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강한 불안감이 들었다. 남자는 자신이 든 총을 눈 위에 던져버리고 흥미로운 표정을 하면서 민석의 총구를 잡았다. 극도로 불안감을 느낀 민석은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반사적으로 검지에 힘들어 갔고 결국 방아쇠는 당겨졌다.


‘타앙’

“으…으아아악!!!!”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민석 본인이었지만 자신도 믿겨지지가 않는 다는 듯이 공포의 소리를 내질렀다. 죽인 것이다. 사람을 죽인 것이었다. 무엇보다 최악인 점은 공격의사를 보이지 않은 상대를 죽인 것이었다. 민석은 자신이 살인마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이 총을 쏘았다는 것에 대한 충격으로 민석의 손에서 힘없이 총이 눈 위로 떨어졌다. 사실 민석의 총에 죽은 사람들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 없는 전쟁상황에서 민석은 누군가를 겨냥하고 쏘다기보다 그냥 마구자비로 총알을 소비하듯이 쏘아대었기 때문에 과연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인지에 대한 인식은 옅었다. 하지만 지금의 것은 이전과 다르다. 명백하게 민석은 살인을 한 것이었다. 민석은 총알이 정확히 남자의 이마에 박혀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면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인지 알 수없는 사과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미..미안해요. 제발…용서….아니….용서를..하면 안돼 난...으흑….으흐…. 내가….죽였….”



민석은 정신을 놓아버린 듯이 자신의 총을 눈 더미에 던져버리고 피를 흘리며 죽은 남자곁에 다가가서 눈물을 흘리면서 계속해서 사과를 했다. 그 동안에 알 수 없는 총소리에 구역을 떠났었던 중공군이 돌아오면서 내는 말소리를 듣지 못하고 민석은 울기만 했다.



“죄송…해요….제가..왜 그런 건지….저도 잘….”

“죽이고 사과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

“…..??!!”


분명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자는 웃으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민석에게 말을 걸었다. 민석은 분명 똑똑히 머리를 꿰뚫는 총알을 보았기에 다시 살아난 남자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보았다. 그런 민석을 신경도 쓰지않고 남자는 머리를 조금 흔들더니 이마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총알을 잡고 빼서 눈더미에 버려버렸다. 이마에 뚫여있는 구멍은 마치 재구성을 하듯이 구멍을 채워나갔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민석은 소리도 못 치고 멍하니 이 기괴한 장면을 바라보았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믿을 수없는 광경에 충격에 빠져있는 사이에 남자는 천천히 아까 총격으로 자신의 손에서 놓친 총을 다시 잡았다. 민석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총을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남자는 총구를 민석의 머리쪽으로 겨누고있었다. 


[차라리 그냥 얌전히 있었으면 이럴 필요도 없었는데...지금 모습을 본 이상 어쩔 수가 없네....]

"사...살려주세요....제....제발...."

[별로 죽일 마음은 아니었는데...]

"사...살려주세요..흐윽...뭐....뭐든지 하겠습니다...제발... "

"뭐든지?"

"흐읍...네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죽고싶지않아요..."

"에.........그렇게 살고싶어?"

"사...살고싶어요...죽고싶어하는 인간이 도대체 어디있겠어요..."

"......어디있겠냐라.....음.....좋아!!."

".....네?"

"살려준다고. 너. 대신 너가 약속한거는 잊지마"


민석은 갑자기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총을 거두는 남자의 모습이 적응이 되지않았다. 왜냐면 분명 총을 쥐고 머리를 겨눴을 때의 남자의 표정은 소름 돋을 만큼 차가웠었기 때문이었다. 전쟁터에서 미쳐서 잔인해진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방금전의 그 남자의 눈빛처럼 살기가 깊지 않았기에 이렇게 갑자기 다시 산뜻한 표정을 짓는 남자에 다른 의미로 민석은 소름이 돋았다. 남자는 아직도 충격에 빠진 민석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엄지와 검지로 민석의 통통한 볼을 잡아채더니 마치 평가하듯이 민석을 관찰했다. 그런 남자의 행동에도 민석은 여전히 공포감에 얼어서 얌전히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남자는 귀엽다는듯이 웃으면서 민석의 볼을 톡톡 치더니 이내 민석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이름이 뭐야?"

"저..전 김민석이라고 합니다."

"난 루한이라고 해"

"중국식 이름....여...역시 중공군이 신건가요?"

"그럴리가... 난 그냥 놀러온거 뿐이야"

"에? 놀러오다니요?"

"살아있는걸 좀 느껴보고싶어서. 흠... 좀 시끄럽네..."


그제서야 민석은 점점 가까이서 들리기 시작하는 말소리를 눈치챘다.



"네? 어....헉...저..저소린 아까 갔던 중공군이 돌아오는 건가요?"

"응. 아마도"


다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면서 민석은 방금전만해도 무서워서 벌벌 떨던 루한을 내비두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숨을 곳을 찾았다. 루한은 정신이 팔려있는 민석에게 기척없이 다가가서 손으로 가볍게 민석의 목을 쳐서 기절을 시켰다. 루한은 쓰러진 민석을 감싸안고 다가오는 중공군을 향해서 걸어나갔다. 한 손으론 민석을 잡고 한 손으로는 꽤나 무거운 총을 들고서 태평하게 루한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따뜻한 곳에 가는게 좋겠어. 그렇겠지?....."



02



시작이란 말도 없이 총격소리와 폭격소리는 시작을 암묵적으로 알렸다. 군인들의 절반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질려있었고 절반은 살인에 중독되어 희열에 차 있었다. 그 틈에서 공포에 질려있는 무리 중 하나인 민석은 싸구려 총을 생명줄 이라도 된다는 듯이 꼭 붙잡고 있었다. 멀리서 폭탄 날라와 민석 바로 옆의 사람 쪽으로 떨어졌고 피할 틈 도 없이 폭발되어 다리가 몸과 분리 되어 날라가고 피와 흙이 섞인 액체들은 주변으로 퍼졌다. 민석의 볼 옆으로 잘려나간 손가락들이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손가락들이 날려온 방향으로 고개 돌리니 머리부근에서 폭탄이 터진 것인지 피와 함께 뇌수가 빠져 나온 사람이 보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쓰러진 사람은 민석도 아는 사람이었다. 민석 인생에서의 첫 친구이자 가족인 종인이었다. 민석이 놀라서 무릎을 꿇고 종인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울자 종인은 힘겹게 눈을 뜨면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들리지는 않는다. 주위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려는데 모두 시체투성이다. 그 시체들은 모두 종인이였다. 팔이 잘린 종인이. 배가 찢겨 내장이 나온 종인이. 시체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피들은 민석을 덮어나갔다. 민석은 계속해서 울면서 소리쳤다. 민석은 아직도 지옥에 있었다. 


".....민석"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겁에 질려있는 민석의 귀에 속삭이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민석"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눈을 조금씩 떴을 때 그제서야 민석은 꿈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병이라도 걸린 것인지 민석은 깨질듯한 두통에 고개를 못 가누었고 길고 따스한 어떤 남자의 손은 그런 민석의 목을 받혀주었다. 



“악몽이라도 꾼 건가?”

‘누구지?’



아직 민석의 눈은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서 눈앞에 태양이라도 있는 듯이 환한 빛만 앞에 보였다. 시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사이 민석은 어쩐지 자신이 덜컹덜컹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기차를 탄듯한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서히 앞에 형상이 보인다고 생각될 때쯤에 옆에 남자는 민석의 입을 살짝 벌려서 무언가를 넣었다. 낯선 물체에 민석은 뱉으려고 했지만 입술에 따뜻한 것이 닿는다는 느낌과 함께 누군지 모를 남자의 혀가 민석의 이빨을 벌리고 들어와서 민석의 입안에 물을 넣었다. 얼떨결에 민석은 입안으로 들어온 물과 함께 낯선 물체를 삼켰다. 



“윽….지금 뭘 한 거야?”

“좀 자두는 게 좋을 거야. 한참 갈 테니깐”

“뭐? 어디……를…….”



민석은 애기를 하면서 눈꺼풀이 순식간에 무거워지고 잠이 쏟아져 내려서 도저히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약에 대한 내성이 없어서 그런지 먹이자마자 바로 잠에 빠진 민석을 보며 루한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볼을 쿡쿡 찌르면서 기차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의 전장과 완연히 다른 평화로운 풍경에 루한은 새삼 진짜 전쟁터를 벗어났구나 하고 감상에 빠졌다. 

이제 몇 시간만 있으면 광동에 도착을 하게 된다. 중국의 남쪽에 있는 광동은 기본적으로 꽤나 따뜻한 기후였기에 벌벌 떠는 민석을 보고 바로 광동의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루한의 집은 중국 전역에 있었다. 중국을 벗어난 나라에도 집이 몇 개있지만 아무튼 머물 곳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순전히 겁 많은 이 소년을 위해서 광동 쪽에 머물기로 작정했다. 


[오셨습니까?수령님]

[으아……정보력이 느리다고 혼냈던 때가 엊그제 같았었는데 많이 늘었구나..타오야…]


민석을 가볍게 안아 들고 기차역을 빠져 나온 루한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큰 키에 눈매가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꽤나 화려하게 일 저지르고 돌아오셨다는 애기도 들었습니다.]

[……넌 광동은 처음 왔던가? 꽤 날씨 좋지?]

[말 돌리지 마십시오. 뜬금없이 전쟁에 나간다 하신 거까진 이해합니다만 도대체 가서 왜 같은 편인 중공군을 6명이나 죽이신 건가요?]

[같은 편이라니…… 나한테 같은 편이 있는 거 같아?]

[그래도 일단 저희 측에서 지원하기로 한 쪽이지 않습니까.] 

[뭐……그런 건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애를 데려가는걸 본 이상 그 놈들이 증언하게 되면 꽤나 복잡해지니깐] 

[애초에 이 꼬맹이는 왜 데려온 겁니까?]



루한은 흙과 피로 더럽혀진 민석의 군복을 다 벗겨내고 겉옷을 사서 민석을 감싸 안았기에 남한군이라는 사실은 겉으로는 안보였지만 타오는 루한의 품에 안겨있는 작은 소년에 대해 이미 중공군에 침투해있는 조직원에서 소식을 들었기에 남한군을 왜 데려온 거냐고 다그쳤다. 하지만 루한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은 채 타오에게 민석을 안기고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차는 가지고 왔지?]

[네…열쇠 여기 있습니다.]

[잘했어]


당연하게 차 열쇠를 요구하는 루한을 보고 그는 역시 무섭다고 타오는 생각했다. 역시 루한은 타오가 마중 올 것까지 다 예상을 이미 한 상태였던 것이었다. 타오에게 정보력이 늘었다고 칭찬을 했지만 여전히 루한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타오는 더 뭐라고 할 작정이었지만 꽤나 빠른 걸음으로 벌써 차를 타러 가는 루한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쉬고 쫓아갔다. 서서히 자동차가 중국에도 퍼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지만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이고 웬만한 부자들도 사기 어렵다는 자동차를 타는 잘생긴 외모의 루한은 역 주위의 여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민석은 루한에게 안겼다가 타오에게 안겼다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옮겨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에 취해서 아기처럼 푹 자고 있었다. 


[……그래서……이 아이는 왜 데려 온건가요?]

[꽤나 집요하구나. 아이야]

[신원 불명의 소년은 조직전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깐요.]

[그냥…… 그걸 들키기도 했고……]

[예?!근데…….살려두신 건가요?]

[뭐든지 하겠다고 애원하는데 들어줘야지. 난 마음 약한 늙은이라서 말이야.]

[…….믿기는 힘들지만. 그럼 이 아이를 집에 다가 두시는 겁니까?]

[응. 요리나 시킬까 싶어. 볼이 꽤나 통통한 게 만두 같으니깐 만두를 잘 만들지 않을까?]



타오는 표정이 섞었지만 루한은 그런 타오를 무시하면서 [빠오즈~빠오즈~]하면서 이상한 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꽤나 얼빠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타오는 루한을 그 누구보다 무서워했다. 도저히 종 잡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 무장한 중공군 6명을 총으로 사살한 것 아니고 단지 베는 느낌이 좋다는 이유로 칼로 죽인 사람이 마음이 약해서 소년을 살렸다는 것은 말이 안되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뭐했지만. 

운전을 해서 꽤나 시간이 지나고 마을을 하나 지나고 숲을 조금 더 가서야 루한의 집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을 했다. 꽤나 땅값이 나가는 편인 광동에서 보기 드문 엄청난 크기의 집이었다. 현대와 전통이 묘하게 섞여있고 호수와 정자까지 있는 아름다운 저택. 루한은 대문 앞쪽에 차를 세우고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는 대문 쪽으로 총을 쏘았다.  자물쇠 부분을 정확하게 맞추었는지 루한의 발길질에 커다란 쇠로 만들어진 대문은 열렸다. 



[수령님 집이 아니었나요?]

[맞긴 맞지. 근데 너무 오래 전에 사고 나서 까먹는 바람에. 열쇠도 까먹었어. 나중에 열쇠나 만들어와.]

[네……알겠습니다……]

[자 이제 줘]

[네? 아. 네]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또 한참을 가서 도착한 저택 앞에서 루한은 그제서야 민석을 돌려받았다. 루한은 민석을 돌려받고 인사를 하고 떠나지 않는 타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 할말 있나? 타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소년의 신원이....]

[이름 김민석. 부모님이 죽고 나서 그들의 친우였던 김주원이란 자의 가족과 지냈다고 하더군.]

[벌써……조사를 하신 것이었습니까?]

[흥미로운 거는 김주원이란 자는 소장이더군…..민석이 그 가족한테 사랑을 받았다면 인질로써의 가치도 충분해]

[역시 괜히 데려오신 게 아니군요.]


타오는 그제서야 안심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뱀의 머리를 가진 수령이 충동으로 소년을 데려올리가 없었다.


[아니 그냥 좋은 요리사를 얻고 싶었을 뿐이지만 잘가.타오야. 업무는 내일 받도록 하지.]


한순간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장난스럽게 애기하면서 루한은 손을 휙휙 흔들고선 저택으로 들어가버렸다. 타오는 뭔지 모를 느낌이 되었다. 


03

더보기

굳이 말하자면 아마도 눈빛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루한은 절대로 충동적인 사람은 아니다. 변덕이 심한 편이긴 했지만 본능적으로 머리 속으로 모든 것을 계산을 하고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루한이 남한군인 민석을 데려온 것은 본인이 생각해도 정말 의외의 행동이었다. 그 날 진심으로 죽일 생각을 하고 총구를 민석의 머리에 겨누었을 때 민석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건 마치 루한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죽음을 바로 코 앞에 둔 사람의 눈동자에 비추는 그 작은 불꽃 같은 것을 루한은 즐겼다. 언제나처럼 그 것을 보기 위해 민석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 보인 눈물이 살짝 고인 그 검은 눈동자는 어떻게 설명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였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살고 싶어하는 그 강한 열망이 담긴 민석의 눈동자는 루한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서 멍해있는 루한에게 민석은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고 그 때 당시 루한은 충동적으로 민석을 전쟁터에서 빼내어 광동까지 데려왔다. 민석의 인질로써의 가치는 뒤늦게 루한의 최 측근에게 조사를 시키고 나서야 할게 된 것이었다. 비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루한은 뒤늦게 자신이 꽤나 복잡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수면제에 취해서 정신없는 민석의 얇은 목덜미를 손으로 감싸 안고 꺾어버릴까 말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손 하나로도 쉽게 잡히는 어린 아이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은 루한의 살인충동을 잠재웠다.



“우웅……”



한국에서의 일을 회상하던 루한을 민석의 웅얼거리는 잠투정에  정신이 들었다. 민석은 누운 자세가 불편했는지 살짝 고개를 틀고 조금 뒤척이고 나서야 만족했는지 다시 얌전히 잠을 청했다.새삼 루한은 민석이 어리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겨우 15,16살쯤 되었을까?’ 루한은 무표정하게 베개와 맞닿아서 살짝 눌린 민석의 통통한 볼을 만지작댔다. 루한은 꽤나 오랫동안 민석 곁을 어슬렁거리다가 손목의 시계를 보고 방문을 조용히 닫고 2층에서 내려와서 현관문을 열었다. 



“왔네”



남자 두세 명과 여자 7명 정도가 현관문 앞에 서있었다. 타오가 보낸 이들이었다. 루한은 타오의 섬세한 성격상 저택에서 일해줄 사람들을 보낼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표정하게 그들에게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대충 청소하고 음식 차려놔. 아 맞다. 목욕할 거니깐 뜨거운 물 준비해두고”



고용인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벙어리이거나 벙어리로 만들어진 자들이었다.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루한이 꽤나 오랫동안 운영해온 조직의 일은 비밀이 절대적으로 밑바탕이 되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다. 비록 청소나 음식을 만드는 자들이어도 말이 나가서는 안 된다. 말을 원래 못하는 자들은 운이 좋았다. 왜냐하면 말을 할 줄 아는 자는 혀를 잘라내고 출혈과다로 죽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불로 상처부위를 지져버리는 과정을 견뎌야만 했다. 이 전통은 루한의 스승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었기에 루한은 이들의 고통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의 권리는 조직에게 바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숙소는 1층 아무데나 골라서 써.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저 소년이 말을 걸 일을 만들지 않게 알아서 잘 처신하도록 해라”



고용인들은 깊게 머리를 숙여서 알겠다는 신호를 보내었다.그러곤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이들은 재빠르게 엄청난 양의 먼지가 쌓은 집을 청소해나가기 시작했다. 


.


.

.


밤은 괴롭다. 언제나 밤만 되면 부상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병사들의 신음소리가 민석의 귀를 괴롭힌다.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민석은 그들의 고통 섞인 소리가 언젠가 자신의 소리가 될 것만 같아서 괴로움을 느꼈다. 옆에서 철민 아저씨가 배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며 소리를 쳤다. 민석은 돕기 위해서 약을 들고 아저씨의 옷을 들어올려서 아저씨의 상처부위를 보았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 민석은 구역질이 나와서 견딜 수가 없다. 몇 십 마리나 되는 구더기들이 철민 아저씨의 배 위에서 상처부위를 뜯으며 있었다. 상처가 어떠냐고 묻는 철민 아저씨에게 대답도 하지 못한 채로 임시기지를 벗어나와서 민석은 뛰었다. 한참을 뛰던 민석은 무언가를 밟은 느낌이 들어서 밑을 바라보았고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놀래서 민석이 쓰러져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 어딘가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을 미쳐 생각해 내기도 전에 쓰러져있던 사람은 눈을 떠서 민석을 보며 웃으면서 자신의 이마에 있는 상처를 손가락으로 쑤셨다. 민석은 끔찍한 광경에 뒷걸음을 치다가 문득 자신이 이 남자를 만났을 때에는 눈이 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꿈이구나.’


꿈이라는 자각을 하자마자 민석은 눈을 떴다. 우선 처음 든 생각은 춥지 않다는 것이었다. 때는 해가 지는 때인 것인지 붉은 노을 빛이 방의 창문을 통해서 들어와 민석의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너무 여러 가지 끔찍한 악몽이 반복되는 꿈속에서 있어서 그런지 민석은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실감각이 둔해졌다. 



“일어났어?”



민석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움찔거리면서 옆을 보았다. 방금 전에 꿈에서 본 남자가 서 있었다. 꿈과 달리 남자는 피를 흘리지도 않았고 이마에는 깊게 파인 상처자국도 없었다. 그는 중국식 전통 의상 같아 보이는 하얀색 옷을 입고 평온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민석을 바라고 있었다. 



“루한......”

“와. 이름 안 잊어버렸네. 민석아”

“어......여기는 어딘가요?”

“우리 집. 일단 따라와 밥 먹자”

“에?”


정신 못 차리고 어리둥절한 민석의 손을 잡고 루한은 아래층까지 끌고 가서 식탁에 앉혔다. 식탁에는 이름 모를 꽤나 다양한 중국요리들이 있었다. 민석은 배가 고프긴 했지만 젓가락을 들고 망설였다. 루한은 질문하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을 한 민석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앞에 있는 새우를 집었다. 


“저……루한.. 씨?”

“아마 오리고기가 제일 입맛에 맞을 꺼야”

“아네 감사 합…아니 저…그게 아니라”

“차는 중국전통 차야. 혹시 입에 안 맞으면 물 가져다 줄게”

“아뇨 괜찮습니다. 맛 있……그게 아니라 루한씨! 잠시 질문이 있습니다.”


민석은 자꾸 말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루한을 눈치 채고 강한 어조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루한은 그제서야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조금이나마 지웠다. 민석은 분명 뇌까지 뚫었던 총알이 이마에서 나오고 상처가 치유된 그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아서 음식이 넘어가지를 않았다. 눈이 가득 쌓인 전쟁터에서 느닷없이 거대한 중국 저택에 온 것도 의문이었지만 우선 가장 궁금한 것은 루한이었다. 총알이 머리에 박히고도 살아나는 인간이라니. 아니 인간이 맞는 거긴 한 걸까? 민석의 머리 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루한씨. 당신은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에이 너무하네. 그럼 내가 죽는 걸 바란 거야? 잔인해라”

“분명히 그 총알은 머리를 관통했었어요. 근데 도대체 어떻게……”

“민석아 나는 총알이 박힌 적이 없어.”

“네? 그게 무슨! 분명히 제 눈으로 똑똑히……”

“박힌 적이 없는 거야. 민석아. 민석이가 자꾸 내가 무슨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면 나는 정말 슬플 것 같아.”

“….”



민석은 루한에게 다시 따지려고 하다가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살기를 보이는 루한의 얼굴을 보고 온몸이 긴장해 버려서 아무 말도 하질 못했다.



“있지. 나는 그냥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너가 불쌍해서 데려온 거야.”

“…”

“뭐든지 하겠다고 한 민석아. 나는 질문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란다.”

“그……”

“음식 식겠다. 먹자”

“네……잘……먹겠습니다.”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며 앞에 있는 오리고기 한 조각을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살짝 눈치를 보면서 루한의 얼굴을 흘끔 보자 루한은 아무 말 한 적 없는 것 마냥 부드럽게 웃었다. 



“민석아.”

“흡…… 켁! 콜록콜록.. 네? 네!”

“내가 쭉 생각해봤는데에…”


얼어있는 민석에게 갑자기 말을 거는 바람에 민석은 눈물이 고일 정도로 크게 콜록거리다가 황급히 루한의 말에 대답을 했다. 말꼬리를 길게 늘리는 루한에 민석은 더더욱 긴장했다. 


“만두 만들 줄 알아?”

“에 네? 네 만들 줄 압니다!”

“히히. 빠오즈같이 생겨서 빠오즈도 만들 줄 알고 기특하네”

“빠……오즈?”

“있지 있지 민석아. 뭐든지 하겠다고 했지?”

“네……네……”

“그럼 만두 만들어줘.”

“어……에?”

“히히. 만들어주는 거지?”

“네 만들겠습니다……어……”



민석은 기껏 전쟁터에서 구해줘서 만두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루한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분명 아까 그 질문 때문에 죽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은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루한은 만두를 만들어주겠다는 민석의 말에 기뻐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민석은 오리고기를 씹으면서 생각했다. 





 여러 픽이랑 섞여서 복잡한 바람에 그냥  다른 필명으로 올립니다. 댓글 및 암호닉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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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왕ㅠ 잘봤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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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억이거너무기다렸는데!ㅠㅠ돌아오셨군여ㅠㅠㅠㅠㅠ제가 기억력이안좋아서암호닉신청했는지모르겠어요ㅠㅠ물총으로신청할게요 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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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슈밍 귀엽다ㅠㅠㅠㅠㅠ 잘보고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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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ㅠㅠ 재밌어요!!!! 다음편 기다릴게요 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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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암호닉버터로신청했던것같은데버터로다시신청할게요
기다렸는데이렇게나오니까좋네요
다음편기다릴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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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이제서야 이픽을보다니ㅠㅠ 흥미롭고ㅋㅋ신기해요ㅎㅎㅎ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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