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다 그런건 아니다
새벽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집까지 당도한 종인은 문을 열자마자 날라오는 종대의 강 스매시에 몸을 사려야만 했다. 과모임은 개뿔이나. 술파티지! 히스테리를 종인에게 다 풀어버리는 종대의 날라다니는 폭력에, 그만 무릎까지 꿇고 제 형을 달래야만 했다. 꼭 이럴때 부모는 외박을 한다. 해결사 변백현이 필요해. 민석이 자니까 조용히 씻고 쳐 자라는 종대의 말을 끝으로, 종인은 아무것도 듣지 않고 바로 침대로 다이빙을 해버렸다. 자꾸만 동그란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 도경수. 경수라고 했나. 음냐음냐를 연발하면서 종인은 끝내 잠에 빠져 들었다.
첫째 종대가 탄 루트를 따라서 현재 Y대학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는 2학년 김종인은 21살로서 과의 농익어버린 YB에 속했다. 그래도 나름 반듯하게 다닌다고 학교에서 장학금도 타고 다닌다. 덕분에 종인의 등록금이나 학비로 들어가는 돈들은 찬열과 백현의 여행 경비로 쓰였다. 물론 둘이서만 놀러가는 여행 경비지만. 아무튼, 아침부터 우당탕 거리며 등교 준비를 하는 민석 덕분에 술에 푹 절어버린 속을 부여잡으며 수면에 든지 몇시간이 되지 않아 눈을 떠야만 한 종인이였다.
"형! 내 양말 여깄어?"
"없어... 시발! 나가!"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술이나 작작 쳐마셔!"
갑자기 들어와서 갑자기 나가는 민석의 뒤통수를 보며, 종인은 한숨만 허허 뱉었다. 끔찍이 아껴줬더니 다 커서 하는 말이 지랄스럽다. 술이나 작작 마시라니. 그래도 이 형을 생각하기는 하는구나. 박가네엔 해장국 따위 존재하지 않기에, 종인은 어거지로 일어나 익숙한 자세로 부엌으로 향했다. 숙련된 솜씨로 해장국 재료를 찾는 솜씨가 한두번 해본게 아니다. 어차피 종대는 마감이라는 높은 장애물과 싸우다가 쓰러져 일어나지도 않겠지. 해가 어스름히 뜬 창 밖을 보면서, 그래도 자신이 제일 부지런하다 자부하는 종인이였다.
"아으... 종인아. 몇시냐..."
"형 출근때 깨워줄테니까 더 자기나 해."
"고오맙다..."
가오나시 처럼 어어 거리면서 손을 앞으로 내미는데, 종인은 그대로 종대를 다시 방으로 끌고 들어가 침대로 박아 다이빙 시켰다. 책상 위 어질러진 일거리들을 보자 토가 나오는데, 이럴때는 자신의 형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다시 부엌으로 와 잘 끓여진 김종인표 해장국을 거의 흡입 수준으로 해치우며, 오늘의 시간표를 체크했다. 그나마 점심에 공강이 하나 있었다.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 단톡을 확인하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백 몇개의 카톡에 종인은 아연실색을 해버렸다. 생사 확인하랴, 누구 있느냐 없느냐, 잘 들어 갔느냐. 난 이새끼가 제일 미워요. 말술인 과대표 새끼. 종인의 이가 부득 갈린다.
-저기. 어제 잘 들어 갔어? 갔어요?
모르는 이름이 하나 둥둥 떠다닌다. 종인은 호기심에 카톡을 확인했다. 도경수. 도경수가 누구지. 혹시 나 돈떼였나. 혹 하는 마음에 우선 답장부터 보내고 보자는 종인이였다.
-누구세요
-어? 종인 학생 아니에요?
-맞는데 누구세요
-나 기억 안나요? 종인 학생이 뻗었을때 막...음...
헐. 내가 뻗었을때 이사람 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점이 이렇게 많은거지. 갑자기 밀려드는 양심의 찔림에, 종인은 경건한 자세 그대로 핸드폰을 붇잡고 답장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맑은 새벽에.
-ㅇ아ㄴ니 제가 그쪽ㅎㅎ한테 뭇슨 ㅈ짓을 했ㅇ어요?
-몸 더듬고, 키스하고, 러브샷 하고. 대충?
-헐.
생전 찍지도 않던 점까지 찍었다. 종인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물들었다. 으악! 까치집을 얹은 머리를 더 부스스하게 휘젓는 종인의 행동을 보며 끝까지 잠을 자지 않고 멀뚱히 버티던 종대가 방에서 나오며 혀를 쯧쯧 찼다. 저새낀 또 뭔데 저지랄이야. 하루이틀 본 일이 아닌듯 태연하게 냉장고 홈 바를 열고 물을 병째로 들이킨다. 그러거나 말거나, 종인은 아주 대단한 민폐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새벽부터 지랄 아닌 지랄을 떨었다. 결국 종대의 니킥에 잠잠해 지기는 했지만.
그러니까.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말술인 과대표가 갑자기 단톡방에 술파티나 하자며 모두를 불러 모은 뒤에 벌어진 일이였다. 안오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부터 철저한 출석체크 까지, 참 저러고도 어떻게 학점이 잘 나오나 싶을 정도로 모두는 과대를 신기해 했다. 게다가 다른 과까지 불러 연합으로 술을 마신다. 그 이름하야 찬란한 일어일문학과 되시겠다. 어차피 같은 인문학과로서 같은 사람의 언어를 탐구하고 그 본질을 쌓는다는데서야 국어니 일어니 가릴 필요야 없었지만, 과대의 억지에 무슨 잔치판으로 변해버린 식당이였다. 주인 아저씨는 착잡한 마음을 숨기며 조용히 삼겹살을 구워주셨다.
주량이 소주 세병에서 커트가 되는 종인은 오늘 만큼은 술을 조금만 마시자는 결심을 굳게 다짐하며 사이다 잔을 굴리고 있었다. 국문과가 일렬로 앉으면 맞은편에 일문과가 일렬로 앉아 마주보는 구도로 되어 있는 식당이였다. 그때 종인의 앞에 조신히 앉은게 티없이 맑지만 들여다보면 과대와 비슷한 주량을 가지고 있는 도경수였다. 경수는 항상 뒤처리 담당이여서 그런지, 태연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잘 굽고있는 삼겹살을 뒤적였다. 종인은 관심도 없다는 듯 사이다를 들이켰다.
"자자. 국문과와 일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건배!"
두 과의 대표가 건배를 함으로서 위대한 술파티는 시작되었다. 남녀노소 누구라고 가릴 것 없이 계속해서 주문되는 초록색 병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가고, 그 사이에서 종인도 선배들에게 술을 받아 계속 마시는지라 취할래야 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그랬다. 술로 시작되서 술로 끝나는게 바로 대학이라고. 학년도 관계 없다는 마인드로 무르익어가는 술파티에서, 결국 종인은 취해버렸다. 그 상태 그대로, 뜬금없는 왕게임이 시작되었다.
참 신기한게 선배들의 능력이라고, 종인은 동기들에게 중얼거렸었다. 어디서 만들었는지 나무 젓가락들 위에 번호가 새겨져 깡통에 담겨 나왔고, 모두들 신중한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서 왕을 뽑기 위해 심기일전했다. 여기저기서 탄식만 터져 나오는 와중에 종인은 물론이오 경수도 왕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젓가락에 쓰여진 숫자들이 딱 보면 상황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본격 김종인과 도경수의 연이 엮여버린 사건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결국 왕은 어떤 국문과 1학년이 뽑았고, 공교롭게도 종인과 아무 사이도 아닌 여학우와의 러브샷을 외쳐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제 부모 성향 따라 종인도 뼛속까지 게이인데 왠 여자랑 러브샷을 하냐 이거다. 에씨. 머리를 털면서 숙련된 솜씨로 말아진 벌주를 딱 마시자 알딸딸 하게 가버린 종인 되시겠다.
반면에 말술 도경수는 아무렇지 않게 벌주를 꿀떡꿀떡 넘겼다. 종국엔 완전히 가버린 종인을 대신해서 흑기사를 어거지로 수행하기도 했다. 볼수록 참 물건일세. 일문과 과대는 소맥을 열잔째 비우는 경수를 향해 요상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술자리의 꽃은 왕게임이라는 말이 있는게 괜히 있는건 아니라고, 벌써 CC가 탄생하고 서로 친구니 마니 부여잡고 엉엉 울고 짜고 지들끼리 편먹고 교수 뒷담도 좀 까드시고 별별 사람들끼리 친목 도모가 벌여지는 현장이였다. 그냥 한마디로 아수라장 이라고 보면 된다. 주인 아저씨의 눈에선 왠지 애잔함이 흘러 나온다. 어쩌겠는가. 대학가에 자리를 잡은것 부터가 좋고 나쁜것인 것을. 어찌저찌 하다보니 마주보고 앉아있던 종인과 경수는 어느새 옆자리로 갈아타 술이나 한잔씩 잔을 부딫히고 있었더랬다.
"경수씨는, 끕, 안취해여?"
"어... 취해본 적이 없는데..."
"헐. 지짜여? 와-. 대다난 사람이네. 물건이야. 물건. 암."
"에헤이. 아니에요."
"아니기인! 말술인데에! 물건이죠오!"
어이쿠야. 여기 왠 새벽의 응급사태가 발생했다. 벌써부터 뻗은 여학우들을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며 설쳐대는 남학우들도 보이고, 저들끼리 병나발을 불어대는 복학생들도 보인다. 그와중에도 종인은 경수를 붙잡아 끝까지 한잔 더하자며 찡찡댔고,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보살 도경수는 종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가게가 마감하려면 아직 멀었고, 술파티 비용도 자신들이 내지 않는데 뭐가 아깝지 않으랴. 종인이 맥주잔을 경수의 앞에 내밀면, 장단 맞추듯 맥주를 가득 채워주는 경수가 있었다.
"끕. 경수씨 라고 했나여?"
"네. 종인씨."
"일문과 가튼데... 몇학녀언?"
"2학년이요. 군대는 아직 안갔어요."
"어! 그럼 나랑, 끅, 동갑이네에!"
어머. 얘좀봐라 얘. 무슨 일이 있었길래 눈이 이렇게 풀렸데. 점점 위태위태 해지는 종인의 모양새를 보면서, 경수는 이제 슬슬 뒤처리반으로 변신해야 하지 않을까 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헬렐레 한 정신에 경수의 눈 앞에 삿대질까지 하면서 말을 놓자는 개드립을 받아 주기는 했지만, 우리의 도보살도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말해보는 바이다. 아무튼 전혀 상황 파악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종인은 경수의 손까지 잡아대며 친하게 지내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도 하는 중이다.
"말 놔아! 아후."
"어...어. 근데 저, 종인아. 이제 집에 들어가 봐야 하지 않을까?"
"집? 지입? 아아-. 우리 부모님들 외박해서 괜차나!"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속이 터져. 왜 내가 너희집 부모님 얘기까지 알아야함? 경수는 화를 내리눌러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역시 우리의 도보살님. 몸에서 사리 나오시겠어요. 종인은 헤벌레 하며 이젠 경수의 몸까지 더듬고 있었다.
"...종인아?"
"으응?"
"얼른 집에 가라. 응?"
아이고. 순간 경수의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눈치챈 종인은 안깨는 술을 억지로 깨어 스스로 택시를 잡고 집까지 날라갔다고 한다. 물론 경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보살의 미소를 얼굴에 장전하곤 모든 뒤처리를 끝낸 후에 과대의 카드로 깔끔하게 계산까지 마치고 집으로 룰루랄라 향했지만. 혹시 몰라 종인의 핸드폰을 훔쳐 번호를 찍어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얘가 술김에 개드립으로 말을 놓자고 말했을 수도 있는데... 어떡하지."
사람이 술에 취한거랑, 깨고 나서의 말이 다르면 괜히 자신만 난처해진다는걸 잘 아는 경수였기에, 해가 거의 뜰 무렵에도 뜬 눈으로 고민을 거듭했다. 종인은 아마 해장국을 말고 있으리라. 동그란 눈알을 계속 굴리다가 결국 존대로 카톡을 조심스레 보내본 경수다. 술에 쩔어 자고 있으면 나중에라도 확인 하겠지. 기억이 없는 사람을 골려주는게 가장 큰 재미라는걸, 말술 도경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자봤지 몇시간도 안되어 다시 학교로 나가야 할 상황이여서, 경수는 대강 티비로 심심함을 달랬다. 벌써 아침이다. 해가 뜰락말락 하고 있고, 사람들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이놈의 세상 참 빠르네. 그렇게 혼자서 무념무상으로 있던 경수를 다시 현실로 깨워준건, 바로 카톡 알림음이였다. 그냥 단톡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의 인물이 답장을 해주었다. 내용을 살피던 경수가 픽 웃는다. 누구냐니. 도경수다. 경수는 흥미롭다는 듯 아주 빠르게 답장을 해 나간다.
-아ㄴ니 제가 그쪽ㅎㅎ한테 뭇슨 ㅈ짓을 했ㅇ어요?
무슨짓을 저질렀을까. 경수는 사람 하나 골려줄 마음에 짖궂은 답장을 보냈다.
-몸 더듬고, 키스하고, 러브샷 하고. 대충?
물론 키스랑 러브샷은 지어낸 스토리지만.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를 하고 있을 종인을 상상하면서 깔깔대는 경수였다. 근데 얘 이성애자면 진짜 쪽이기는 한데, 동성애자면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 경수는 여학우들이 말하던 현실 게이가 자신의 주변에 있다는 생각을 하자 조금은 소름이 돋았다. 뭐 어때. 물론 경수도 현실 게이였다.
종인은 말끔히 탈바꿈을 하고 집을 나섰다. 종대는 월차를 냈는지 단잠에 빠져 음냐음냐 거리고 있고, 나름 부지런한 민석은 벌써 학교에 가고 없다. 도경수라는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쪽을 당하고 난 후라서 정신이 더욱 말짱한 것 같았다. 일단은 만나자고 톡을 보내기는 했는데, 과연 나올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종인은 새마음으로 학교에 가야만 했다. 단톡이 쉴새없이 울려대는 와중에도, 종인은 싸그리 무시하며 느긋한 태도를 취했다.
"어. 종인아. 학교가?"
"엄마다. 왜 벌써와요?"
"묻지마. 다쳐."
아. 예예. 부부사이 일을 한낱 자식인 제가 물어봤자 어디에 쓸까요. 물론 어디에 쓸데는 있겠지. 뜬금없이 아침부터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 찬열과 백현을 보고, 종인은 예의상 질문을 던졌다. 항상 그렇다. 또 싸운거겠지. 기운이 약간 싸한 느낌이였다. 아들. 잘다녀와! 방긋방긋 웃으며 찬열을 지나 쌩하니 들어가 버리는데, 여간 찬열이 처량한게 아니다.
-오늘 조심하셈 엄마아빠 또 싸운듯
종인이 형제들을 끌어 모아 단톡을 만들어 긴급 속보를 전달하자 뜬금없이 민석이 튀어 나온다. 얜 학교에서 폰을 안내나.
-참 생각해봐도 징해
-내가 생각해도 그럼 근데 넌 폰 안내고 뭐함?
-루한샘이 잠깐 주심^^ 그러는 형은 학교 안가고 뭐함?
-가고 있다 새꺄 셋째 덕분에 형아가 아침에 일어나보긴 첨이네
-ㅇㅇ 내덕임
지랄한다. 종인은 피식 웃으며 모두 거짓말인 민석의 말을 순순히 믿어 주었다. 금이야 옥이야 우리 셋째인데 미워할께 뭐가 있누. 마치 할머니의 마음처럼 벌써 얼굴엔 엄마 미소가 피어올랐다.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고 한산한 자리중 아무데나 앉아 다시 끊긴 카톡을 이어나간다. 이젠 자고 있던 종대도 툭 튀어 나왔다. 형제톡은 갑자기 바글거린다.
-야ㅑ 엄빠 레알 한탕 한듯 지금 집인데 아무말도 안해... 나 나가야 하나봄...
-형 월차 아님? 어디 갈데가 있다고
-?? 월차라니?? 나 그냥 안나가는건데??
-...뭐임 그렇게 막나가도 됨?
-형 회사 안가꺼야?
-ㄱㅊ 사장 엿먹일꺼야 ㅗㅗ
쩝. 종대는 또 열받았다. 민석은 수업이 시작된 모양인지 사라졌고. 잠깐이나마 불타던 형제톡은 다시 사르르 꺼져 고요한 상태였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손에서 놓아버린 종인은 다시 울리는 카톡 알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발신자는 경수였다. 또 뭔데 시발! 종인은 또다시 절규하며 조심스레 카톡을 확인했다.
-오늘 오자마자 인문학 건물 3층으로 올 수 있어요?
물론 파렴치한이 아닌건 알겠지만. 경수가 손톱을 깨물고, 종인은 버스에서 다리를 달달 떨었다. 종인의 촉으로는 경수가 벌써 인문학 건물에 당도해 있는 것 같아 안절부절 다리를 달달 떤다. 몇십분이 지난 후에 버스가 대학교 정문 앞에 스고, 종인은 선비탈을 빠르게 달려 거의 정상에 있다 싶이 한 인문학 건물로 날라갔다. 잠이 오지 않아 일찍 자리라도 맡을 겸 강의실에 일찍 와있던 경수는 느닷없이 안으로 달려드는 종인의 모습에 놀라 숨을 힉 들이마셨다. 저깄다. 한눈에 봐도 눈이 땡그랗게 생긴 비주얼에, 종인은 망설임 없이 경수의 앞으로 달려나갔다.
"아...씨... 그러니까...후..."
"ㅈ, 종인씨?"
"제가 좀, 후, 변태같이 군건, 죄송해요."
인정 하는구나. 경수는 종인이 참 바른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숨을 다 고른 뒤에 건네진 뒷말은 좀이 아니라 아주 커다란 충격을 머리에 안겨 주었다. 안그래도 큰 눈이 더욱 동그랗게 떠지는 모습을 보던 종인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지어졌다.
"하아. 근데, 나는 말 놓으라고 한거 잊어먹은 적 없는데?"
어. 시발. 이게 아닌데.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 사이로 당황한 경수의 얼굴과 미소를 지은 종인의 얼굴이 교차된다. 앞으로 많이 엮여서 여차하면 갈데까지 같이 가겠다. 경수는 왠지 모를 정확한 촉에 목울대를 넘겼고, 종인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 비슷한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둘 다 데면데면 하지 않은가. 다 그런건 아니라는게, 지금에야 해당되는 말인것 같다고 생각되는 둘이였다. 슬슬 학생들이 강의실로 와글와글 모여드는 와중에도, 종인과 경수는 계속 마주보고 서있었다.
본격 왠 호구 종인과 보살 경수의 만남
다음편엔 오구오구한데 호구끼가 다분한 루민이들이 등장함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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