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케이윌 - butterfly
첫만남 Season2 6화
w.기성용대는사랑이다
7화 : butterfly
" 이용대! "
" …어,이규환.빨리 왔네?근처 카페라더니,무슨 일 있었어? "
" 주주들이랑 계약할 사안이 있어서,무튼 너 꼴이 이게 뭐야? "
가만히 있으란 규환이의 말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채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란 기성용의 문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사랑하는 관계인 두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모른채 찬물을 끼얹은 것도 나이고,당당한 사랑을 하고 있다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나인데 왜 기성용이 미안해 하는걸까.머릿속에 지우개라도 들어있는 듯,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은 머리로 인해 심장이 지끈,거려왔다.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후,큰 한숨을 내쉬는데 " 이용대! "하며 나를 부르는 규환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었을땐,쾅-하며 차 문을 세게 닫고 나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규환이가 보였다.
" 이규환 멋진데?정장 잘 어울린다.계약은…성사됬어? "
" 원래 했던 계약인데 미뤄진거라 성사되고 뭐고 상관 없었어.넌 지금 이런 꼴을 하고도 내 얘기를 물어보고 싶어? "
" 친구 일인데 당연하지.그것도 단짝 친군ㄷ… "
" 친구?그래,이 상황에서도 넌 그 말을 꼭 뱉어야 되냐?시발… "
시발.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숙이곤 시발.하며 작게 읊조리는 규환이의 모습에 살짝 당황스러워졌다.내가 실수한걸까 -사실 규환이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내 앞에선 자식,이란 욕 아닌 말도 최대한 아끼던 녀석이었고 항상 싱글벙글 웃던 그런 애였는데.나를 원망스럽다는듯,입술을 꽉 깨물고 나를 노려보는 규환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을 살짝,피했다.
" 기성용 그 새끼는 어디다 두고 너 혼자 이러고 있어? "
" …규환아. "
" 어?대답해봐.너 기억안나?나한테 다시 잡을거라며,잡고는 절대 안놔준다며.나랑 약속했잖아. "
" … "
" 한성 건물에서 나오는거 보니까 그 잘난 회장님,아니지 기성용 자식 아빠한테 한 마디 듣고 왔냐? "
" 비꼬지마.내가 잘못한거지,아버님이 잘못한거 아니니깐. "
" 왜,꼴에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편이라도 드냐?그렇게 당하면서도 편 들 힘은 있어? "
" 이규환,너가 그렇게 안 비꼬아도 나 충분히 속 뒤틀리니까 그런말 할거면 그냥 가. "
" 그 자식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힘들면서도 계속 붙잡고 있어?걔가 너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너만 맨날 이렇게 너덜너덜해지냐고.맨날 너 혼자 아프고,너가 다 감당하고.걘 도대체 뭐 하길래 너 혼자 이러는데?말해봐,할말 있으면. "
덜덜 떨리는 입술을 죽은 사람처럼, 새파랗게 질릴때까지 꾹,깨물곤 고개를 숙였다.눈물이 다시 한번 왈칵,쏟아질 것만 같았다.이런 꼴 규환이한테 보이기 미안하고 챙피해서,그리고 나는 왜 이런꼴은 당해야 하나,하는 수치심 때문에.눈물을 참고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는 내 노력에도 어깨를 파르르 떨려왔다.아까 보았던 톡,치면 부러질 것 같은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단풍잎의 모습이 떠올랐다.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하는 그 안타까운 꼴이 꼭 나를 보는것만 같아서.…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우는 내 모습에 많이 놀란듯,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는 규환이를 계속해서 뚝뚝,떨어지는 눈물에도 불구하고 눈가를 벅벅 문지르며 보았다.
" 너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않아도 잘 알아. "
" 이용대,미안.말이 너무 심했다. "
" 나도 추한꼴 보이기 정말 싫은데,자꾸 그렇게 되더라.그냥 생각만 하면 눈물 나,그냥 좋아하는거 뿐인데 너무 많은 죄를 짓고 있는것 같아서 얼굴을 못 들겠어… "
" 너가 무슨 죄를 지었어.너가 이런 모습 계속 보이면 힘들어진다,진짜. "
" … "
아버님과 말하기 전만 해도 평화로운 분위기로 한가롭던 도시의 풍경은 어느샌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야,축하한다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함박 웃음을 지으며 축하한단 말을 남발하는 남자 두명을 쳐다보았다.나도 저렇게 기성용과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을까,머리로는 안된다 하면서 이미 가슴속으론 추억의 문을 매정하게 닫는듯 했다.아무도 못 들어와 -하며 선전포고라도 하듯.우선 들어가자.우릴 힐끔,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규환이는 거칠게 내 손목을 잡고는,차로 끌어들였다.
" …너, "
" 어,계속 말해. "
" 울었지?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
" 뭐 뻔한거지,현실이나 드라마나 별거 다를거 없더라.다 똑같아, "
" 그 집 사람들은 뭘 그렇게 잘났길래 너한테…후,아니다. "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시선에 규환이는 아차,한건지 내뱉으려던 말을 삼키고 입을 꾹 다물고는 인상을 찡그렸다.사실 규환이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하면 거짓말이었다.규환이는 내 편 들어주는데,난 바보같이 기성용 가족을 욕하는 그 말이 너무나 듣기 싫다는듯한 표정을 내비췄으니까.진짜 사랑이 무섭긴 무섭구나,새삼스레 느꼈다.나는 벼랑 끝에 서 힘겹게 두 발로 중심을 잡으며 금방이라도 떨어질듯,위태위태했다.어디로 갈까.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규환이에게 작게 말했다.
" 그냥 집으로 갈래. "
" 집 가면 기성용 그 사람 있을텐데.지금 너 부모님댁으로 가자는 얘기는 아니잖아. "
" …응. "
" 너 그 사람 보기 그래서 나 따라 차 탄거 아니야? "
" 이규환 눈치 하난 진짜 빠르다니까. "
차 시트에 편안히 몸을 기대고는 힘없이 픽,웃어 보이는 나를 규환이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규환이는 그런 내가 답답한지 입술을 꽉,깨물며 눈을 내리깔았다.나도 내가 이렇게 답답한데 보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병신같이 끝낸다-말만 뱉을 뿐,정작 가는 길 마다 추억이 담긴 그 길들을 다시 회상할 뿐인데.단풍잎이 하늘하늘 이슬비 처럼 내려 오는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나지막한 규환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가고 싶은곳 이라도 있어? "
" 그냥 가만히 앉아서 쉴 곳만 있으면 괜찮아. "
" 그래,그럼 내가 아는 곳으로 갈게.눈 감고 좀 자고 있어.너 너무 피곤해 보인다. "
" ..응,알았어. "
차 시트에 머리를 기대곤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나를 쳐다보는 규환이의 시선이 느껴졌다.울지 말고- 얼마나 울었는지,이미 메말라 버린 눈물 자국을 손으로 흝으며 규환이가 한 말이었다.출발한다.이내 규환이는 끝까지 날 배려 하려는건지 천천히 차를 몰기 시작했다.내가 자기에게 마음을 줄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항상 규환이는 내가 힘들때마다 내 곁에 있어줬는데 난 뭐하는걸까.스르르 감기는 눈을 감고선 굳게 닫힌 입을 살짝 떼었다.
" 규환아. "
" 응. "
" 고마워.항상. "
내가 더 고마워.눈은 그대로 감고 있었지만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날 보고있을 규환이의 모습이 그려졌다.고마워- 밖으로는 내뱉지 않은 세 글자를 속으로 되새기며 눈을 더 꾹 감았다.이순간 만큼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마냥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첫만남
w.기성용대는사랑이다
용대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길을 해매는데 어디선가 날 부르는 다정한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용아,같이 가- 기성용은 손을 뻗어도 절대 닿을 수 없는 먼 거리에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점점 희미해졌다.기성용에게 닿으려고 해도 아무리 달려봐도 내 발을 무슨 영문인지 요지부동 이었고 기성용만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깨고 싶다','꿈이기를' 머리속으로 수없이 되뇌였다.이상하게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고 단지 힘들단 생각에 그냥 주저앉고야 말았다.용대야,일어나- 그 순간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나를 덮쳐오는 암흑에 눈을 있는 힘껏 떴다.
'꿈이었구나.'갈수록 뚜렷해지는 사람의 형체에 눈을 비비고 저절로 찌푸려지는 눈에 힘을 주고 내 앞에 있는 무엇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그 곳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는 규환이가 보였다.규환이었구나- 어쩌면 꿈에 나왔던 사람은 기성용이 아니라,기성용으로 착각한 규환이었을지도 모른다.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에.규환이,너는 왜 멀어진걸까.숨을 크게 내뱉으며 시트에 기댄 몸을 일으키자 나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던 규환이가 물었다.
" 무서운 꿈 꿨어? "
" 꿈에서 기성용이 나온거야.주변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였어. "
" ... "
" 기성용이 웃으면서 멀어지는데 발이 안 움직여서 못 잡았어. "
" …응. "
" 너무 무서워서 눈을 확 떴는데 너가 보이더니 꿈 속에 기성용이랑 모습이 겹치더라.내가 본게 기성용이 아니라 너였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
" 나는 어디 안 갈꺼니까 걱정 마.그냥 잊어,꿈은 꿈일뿐이야. "
무서운 꿈이든,좋은 꿈이든.시동을 끄고 차 밖으로 나가는 규환이를 멍하니 쳐다보다 시선을 돌리자 도심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잔잔한 강가가 보였다.기나 긴 꿈을 꾸는 동안 여기까지 달려온거구나- 딸깍,차에서 내린 뒤 규환이가 앉아있는 곳 옆에 앉아 멍하니 물이 흘러가는 것에 눈을 두었다.얕게 내뱉는 숨 소리만 들릴뿐,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 우리 둘만 있구나' 라는 착각이 들 만큼 이 곳은 고요했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다.연 하늘빛깔의 물들이 몸을 살랑이듯 잔잔히 흘러 갔으며 산뜻한 공기가 나와 규환이를 감돌았다.이상하리만큼 이 곳은 나의 걱정을 생각조차 안나게 만들었다.이런 곳이 있는지는 몰랐네-푸스스 웃는 나를 보며 규환이는 픽,웃어보였다.
"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네.있는지 알았으면 자주 올걸. "
" 자주 못 와.너무 멀어서 힘들걸. "
" …그래?어딘데? "
" 비밀.내가 힘들때마다 왔던 곳이거든. "
" …참나,그래.나중에 내가 스스로 찾게 되면 같이 오는거다. "
" …찾기 힘들텐데. "
" 내가 얼마나 잘 찾는데.잔말말고 나중에 같이 와야돼. "
꼭 찾아야 돼-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이는 규환을 따라 웃어보였다.이 곳을 찾고 싶단 마음이 느껴질만큼 난 간절했다.그 많던 아픔들도 다 부질 없게 느껴졌고 행복하던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으니까.
" 용대야, "
" 응. "
" …기성용 말이야. "
참 이상했다.마음이 너무나도 편해서 슬며시 나오던 미소가 '기성용'이란 세 글자에 자취를 감춰버렸다.그런 내 모습을 보던 규환이는 한숨을 크게 내뱉으며 내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 또 울려고 하네.내가 너 울면 어떻게 한다 했는지 기억 안나지.여기까지 온 이유가 걱정 다 지우라는 뜻이었는데 나랑 한 약속까지 지워버렸구나,너. "
" … "
" 나도 걱정 된거야?걱정 할 필요 없어.지금 제일 걱정하는건 사실 너 자신이잖아. "
" 그래서 그게 너무 싫어. "
" 너 울면 그땐 데리고 온다고 했잖아.이제 포기하려고 겨우 마음 먹었는데 또 기대감만 주고 가려고? "
미소를 띄운채 나를 다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규환이의 시선에 결국 눈물이 흘렀다.아무렇지 않은척 웃는 저 표정-나도 많이 지어본 표정이었으니까.떨리는 몸을 규환이의 품에 기댄체,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그저 울기만 했다.끝까지 나밖에 모르는 내 자신이 미웠지만 어디에 기대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이,나는 그렇게 위태위태 했다.울고 싶으면 울어- 약하게 떨리는 내 어깨를 쓸어주며 규환이는 말했다.
" 걔랑 헤어지는게 그렇게 힘들어? "
" … "
" 내 앞에서 걔 생각 하기만 해도 울만큼,그렇게 힘드냐고. "
" …미안해. "
" 미안할건 없어.기성용 아니었어도 내가 들어갈 자리는 원래 없었을테니까. "
" ..그런 말이 어딨어. "
" 나도 부정했는데 그게 사실이더라.그래서 내가 더 미안해.너 힘들때 끝까지 곁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토닥여주지 못하니까.끝까지 지켜주는 사람이 나였으면 하고 오랜시간 바래왔었는데 결국 난 아니라고 하네.딴 사람이 있다고,안된대. "
" ..누가? "
" 비밀. "
"비밀"이란 규환이의 말에 눈에 눈물을 잔뜩 머금은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규환이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다만 웃으며 내 눈가를 쓸어줬을뿐.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을까,난 가야겠다- 고개를 들고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규환이의 행동에 놀라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디가? "
" 난 바빠서 먼저 가야겠다.미안해, "
" 지금 몇신데?…어, "
" 아직도 눈치 못 챘구나. "
황급히 자리를 뜨는 규환이의 모습에 시계를 보자,시계는 12:00 a.m을 가르키고 있었다.이럴리가 없는데-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이 곳은 눈부실만큼 밝고 환했다.놀라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시선에 규환이는 픽 웃었다.
" 그 시계 고장 난것도,그렇다고 시계가 잘못 작동하는 것도 아니야.정상적으로 움직일 뿐이지. "
" ..무슨 말이야?왜 아까부터 자꾸 알 수 없는 말만 하는건데.무슨일인지 좀 말해줘- "
" 그냥 잠시 놀러왔다,라는 것만 기억해줘.나는 갈게.곧 기성용이 올거야. "
" …기성용이?그건 그렇고 너도 같이 가면 안되는 거야? "
" 너 옆엔 기성용이 있잖아.기성용도 내가 같이 가는건 싫어할거야. "
" ..그래도. "
입술을 꽉-깨무는 내 행동에 규환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내 손을 마주잡았다.따뜻한 온기가 나의 몸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 절대 놓치마.너 놔주는거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
" …너무 힘들어. "
" 힘들어도 마지막 사람이다,생각하고 어디 못가게 꽉 잡고 있어.만약 너무 힘들어서 놓고 싶을땐 절때 울지 말고 웃으며 보내줘.안 그러면 그때 생기는 기회는 정말 내가 잡을거야. "
" ...규환아. "
" 나 먼저 갈게.저기 기성용 온다,나중에 보자. "
기성용?- 규환이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욱한 안개 속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희미한 사람 형체가 보였다." 나 간다 "순간 들리는 소리에 옆을 바라보자 입술을 떼지도 않은채 말을 내뱉는 규환이가 보였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혼란스러운 내 머릿속을 따라 잔잔히 흐르던 물도 파도치듯,요동쳤다.미소만 띄운채 멀어지는 규환이와 내게 달려오는 기성용.웃으며 멀어지는 규환이의 뒷모습이 너무나 불안하게 느껴져 규환이의 어깨를 잡으려는 순간이었다.기다려- 숨이 가쁜듯,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내 손목을 잡는 기성용의 행동에 놀라 손은 그대로 뻗은채 기성용을 쳐다보려는데 순간 환한 빛이 빛추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질끈 감은 눈의 틈새 사이로 줄어드는 환한 빛에 슬며시 눈을 뜨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규환이가 보였다.놀라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보자 그 강가가 아닌 아파트 앞이었고 나는 차 시트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어떻게 된거야?" 버벅거리며 말을 내뱉는 나에게 규환은 의문스럽단 표정을 지었다.
" 왜그래? "
" 어떻게 된거야?분명히 강가였는데..환했고.. "
" 무슨 소릴 하는거야.지금 저녁 8시야.조용한 카페라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너 깊게 잠든거 같길래 그냥 돌아 다니다가 너네 집 앞에 온거야.얼굴 보기 힘들어도 마주보고 이야기해야 어떻게 되든 끝을 볼거 아니야. "
" ..이럴리가 없는데.. "
" 꿈 꿨나보다.꿈이 너무 생생했나봐. "
" 그런가봐…"
내 등을 토닥이는 규환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꿈이 너무 생생했나봐- 그런 내 시선에 설핏 웃는 규환이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다.그것도 꿈을 연속해서 꾸다니.진짜 힘들긴 하나보다-멍하니 뭔가를 생각하는 나를 바라보던 규환이는 내 안전 벨트를 풀어주곤 차 밖으로 나갔다.차 밖으로 나와 힘 없이 서 있는 내 모습에 규환이는 내게 다가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 이제 들어가. "
" .. "
" 난 너가 왜 이렇게 됬는지 모르겠다.올림픽 하기 전만해도 잘 지낸다는거,연락은 많이 못 했지만 소식이라도 듣고 살았는데…너 올림픽 이후로부터 변했어.그것도 엄청.맨날 이렇게 울고 슬퍼하는데 그러면서도 기성용이 좋아? "
" .. "
" 알았어.더이상 말 안할게.너가 좋다는거 어떻게 막을 수도 없는데,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라.너가 걔 좋아하는건 충분히 깨달았으니까 걔도 좀 표현해주면 좋겠어,그게 내 바램이야.넌 이렇게 힘든데 가만히 두기만 하고.. "
" .. "
" 나 였음 이렇게 두지 않았을텐데.. "
규환의 말이 허공에 맴돌았다.고개를 돌리곤 뭐라고?-하며 물었지만 규환이는 그저 옛날처럼,한결같이 입가에 미소를 띄운채 웃어보였다.내가 봤던 모습이다.꿈에서 봤던 그 모습.요지부동인 내 모습에 규환은 나를 살짝 껴안았다.
" 고마워.나랑 친구해줘서.예전부터 쭉-생각했던거야. "
" ..내가 더 고마워. "
" 더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난 여기까지 온 것도 너무 좋아.너 우는 모습도 많이 봤지만,달리 해줄게 없어서 미안했어. "
" ..미안해할 필요 없어. "
" 우리 계속 좋은 친구로 남는거지?연락도 하고 고민 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관계 말이야.내가 조금 망치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이기적인 내 욕심이긴 하지만, "
" 아니야.계속 친구하자. "
" 고마워.기성용 말이야.힘들어도 마지막 사람이다,생각하고 어디 못가게 꽉 잡고 있어.만약 너무 힘들어서 놓고 싶을땐 절때 울지 말고 웃으며 보내줘.안 그러면 그때 생기는 기회는 정말 내가 잡을거야. "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저 말,꿈 속에서 했던 말과 한 글자도 빠짐없이 같은 말이었다.뇌리에 잊혀지지 않아 가슴속에 묻어둔 말이었는데.놀란 내 모습에도 규환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웃으며 차에 몸을 실었다.갈게- 짧지만,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다.'갈게'라는 말에 평소와는 달리 불안한 마음이 파도치듯 강하게 몰아쳤으니까.대답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내 시선을 읽은것일까,살짝 웃으며 차를 출발시키는 규환이의 모습에 정신이 들었다.
규환아,잠시만- 이미 멀어져 점점 희미해지는 차의 모습에 팔을 뻗을때였다.그 순간,누군가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았고 그 손아귀 힘에 내 몸은 자연스레 휘청거리며 돌려졌다.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고선 고개를 들었을때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기성용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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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ㅠㅠ...첫만남 본편을 안쓴지 대략 한달정도 만에 돌아왔습니다.정말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시험 때문에 힘든 하루를 보내다가 이제 좀 편해지나 했더니 안 좋은 일이 터졌었어요.공지를 보신 독자분들이라면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워낙 존경했던 분이라 보내 드리는데 참 힘들었던 것 같네요.학교도 빠지고 엉엉 울기만 했던 것 같아요.
소설 쓰는것도 다 그만둘까.생각이 들지 않았다 말한다면 거짓말이에요.너무 힘들었거든요.근데 이젠 힘들었던 마음이 좀 가라앉았고 안정이 되서 이렇게 소설을 쓰게 됬어요
더 질질 끌었다면 정말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무튼 이번편도 좀 슬프네요
원래 소설에 내용 구상을 하는 편인데 이번 편은 마음 가는데로 쓴 것 같아요.답답한 심정을 좀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