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 포근한 침대... 그리고 화목한 웃음 소리...
"밥먹어라."
"싫은데."
"두번 말 안한다. 먹고가라."
"싫다고."
...는 개뿔. 우리집이 평화로우면 내일 지구가 멸망하겠다! 침대에서 벌덕 일어난 나는 아침부터 욕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방문을 열었다. 방 앞에 바로 보이는 부엌식탁에서 눈빛 싸움을 하고 있는 소오빠와 요오빠. 나는 곧장 그들 사이로 들어가 양팔을 벌려 그들을 벌려 놓았다.
"아쫌! 내가 한대 치기전에 당장 그만둬!"
"아, 지은이 깼어? 밥먹자."
헐. 나 방금 소름 돋았어. 방금 요 오빠 죽일듯히 노려보던 그 사람 맞나요? 왠지 원하는 대로 안하면 다시 정색할것 같은 소 오빠에 나는 어떨결에 식탁에 앉았다. 그때, 욱이오빠가 날 불렀다.
"지은아. 여기 봐."
"응? 왜?"
식탁에 앉아 있던 욱오빠는 살작 일어나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조심, 머리에 붙어있던 롤을 때어낸 욱이오빠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됐다. 아무리 시험 공부 때문에 바빠도 머리에 롤을 하고 자면 안돼지."
"... 오빠는 왜 내 오빠 인거야..."
"..에? 내가 뭐 잘못했니?"
"아니, 너무 잘해줘서 문제야."
결혼하고 싶은데 못하잖아...
"또 욱이오빠 덕질이냐? 안질려?"
"아!"
그때, 욱이 가지런하게 정리해준 머리를 다시 헝클어 트린 나쁜 시퀴. 원이 커피를 마시며 옆자리에 앉았다. 잔득 인상을 찡그린 얼굴로 원을 노려보려다, 제대로 입은 것을 보고 살작 경악했다.
"올, 오빠도 인간이구나. 학교에 갈 준비도 하고."
"후훗. 이 꽃미남이 학교에 데려다 주랴?"
"거절. 오빠 내 친구 건드리면 철컹철컹이다."
"어허. 동생 친구들에게 밥 한끼 사주고 싶은 이 건전한 마음을 그렇게 짓밟다니..."
"건전하기는 개뿔. 잘 먹었습니다."
그릇을 치우며,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소에게 물었다.
"백야 오빠는?"
"어제 야작하고 학교에서 자고 온다고 연락왔어."
"오빠도 바쁘구만... 근데 오빠들은 안바빠?"
왜이래 다들 한가해? 나의 질문에 오빠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단체로 어깨를 으슥했다. 에고, 내가 말을 말지.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교복을 입었다. 신발을 신고 딱 나갈려는 차에, 쾅!하는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누나누나누나!"
"누나 어디 안간다. 한번만 불러."
아니나 다를까...정이였다. 교복 단추가 엇갈려져 있는데 저거 말해야 하나... 귀여우니 넘어가자.
"아 같이 가자니까."
그때, 2차 쿵!으로 은이 떨어졌다. 그리고 도도도 뛰어와 정을 퍽치고 들어왔다.
"야! 지은이는 나랑 같이 가기로 정해져 있었거든!"
"누나는 나랑 같이 가기로 전에 정했거든."
"나는 전전에 정했거든!"
"전 전전전전~에 정했거든!"
...시끄럽다.
"아 시끄러. 나간다."
"지은아. 차태워줄까?"
"됐음. 오빠 오면 고등학교가 시끄러워."
제발 오늘도 평화롭게 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