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이야
w. 체리상
12
(부제: Happy Happy Happy Birthday)
야간자율학습을 이틀째 빼먹었다. 왜 연애가 학업에 방해된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권순영 때문에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하다.
오늘 권순영 얼굴을 어떻게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무색하게 잊고 있었던 사실이 생각났다.
"OO야 나 수요일에 학교 안 와"
"왜?"
권순영은 정치외교학과에 가고 싶어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런 것들에 대한 교내외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마침 수요일은 부산에서 청소년을 위한 정치캠프가 열리는 날이었고. 권순영은 체험학습을 내고 참여한다고 했다.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놓은지 벌써 하루가 지났다. 연락할 사람이라고는 권순영 밖에 없는데, 권순영과의 연락을 끊으려고 비행기 모드로 설정했으니 뭐,
그래도 짜증나 죽겠다. 아 짜증나!!!!! 권순영 짱시룸!!!!!!!!!!
이틀 연속으로 집에 일찍 오니 엄마가 울상이 되어 묻는다.
"딸... 어디 아파? 아빠한테 전화할까?"
"아니. 그냥 기분이 안좋아. 엄마 나 일찍 잘래."
"왜, 순영이랑 싸웠어?"
"그냥 그럴일이 좀 있었어."
침대에 누워있는데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눈꺼풀이 무겁다.
"딸, 내일 생일인데 하고 싶은거 없어?"
"없어..."
엄마가 알겠어...하고 나간다. 오 내일 내 생일임. 아이고 의미없다.
그러고 잠이 든 것 같다.
*
"딸. 빨리 일어나 빨리"
엄마가 하도 깨워서 지각한 줄 알았다.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맞음 새벽 12시.
엄마의 손에 이끌려 1층으로 내려갔다. 권순영이 있었다.
"어...OO야"
지금! 이시간에! 어!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더워! 덥다구! 짜증나! 권순영!
"왜"
권순영이 묻는다.
"OO야 화났어?"
"응 화났어. 용건만 말해 나 잠와."
권순영이 뒤로 숨기고 있던 꽃다발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제일 먼저 챙겨주고 싶어서. 자는데 깨워서 미안해."
아까까지만 해도 짜증 나 죽을 것 같았는데, 입꼬리가 슬슬 올라간다. 자꾸 눈치 보는 권순영이 너무 귀여워서 조금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 권순영을 데리고 아파트 놀이터로 갔다. 밝은 곳에서 보니 옷도 안 갈아입고 바로 온 모양이다. 이것저것 짐이 많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내가 먼저 입을 뗐다. 발을 굴려 그네를 띄웠다. 흔들 흔들.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아... 그거 OO야 그거 진짜 아니야."
"뭐가."
"그 때 봤던 거. 옆에 있던 여자애는 그때 말한 오혜인이고, 걔 따로 만난 게 아니라 학교 앞에서 만난 거야. 걔는 지 남자친구 만나러 가던 길이고."
"전화는 왜 안 받았어?"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어. 전화받으려고 하는데 부재중으로 넘어가서..."
"그럼 그건 뭐야. 박민영한테 먼저 카톡 했다며. 나한테는 잔다고 하고"
"그거는, 진짜로 자다 일어난 거야. 수행평가 전달 사항 있어서.
"단톡 만들면 되지! 그리고 그걸 왜 니가 해!"
"자다 일어나서 정신이 없었어, 그리고 내가 학습부장이니까 한거고"
좀 당황했다. 순영이가 학습부장인줄은 몰랐다.
"씨... 그래도 니가 잘못한거야"
"응. 내가 다 미안해."
덧붙여 말하길.
"아무리 화나도 전화는 받아. 진짜...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오해가 풀리자, 순영이가 더 예뻐보인다. 우리 OO가 내가 다 잘못했어. 하면서 꼭 안아준다.
순영이한테는 청포도향이 난다. 순영이 너무 좋다!
그네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순영아, 근데 바로 온 거야?"
"응, 비행기가 자꾸 연착되서 김포공항 도착하니까 열시 넘었더라"
순영이가 아,맞다. 하면서 뭔가를 꺼낸다. 나비모양의 목걸이였다.
순영아 너무 예뻐! 꽃도 예쁘고, 목걸이도 너무 예뻐! 하면서 좋아하자 순영이가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
응, 그런데 순영이가 제일 좋아.
시계를 보니 벌써 한시가 넘었다. 시간이 늦었다며 이제 들어가자고 했다.
"? 어딜 들어가?"
"어머님 뵈러."
그래 엄마가 일등공신이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자, 엄마 또 버선발로 순영이를 반긴다.
"권서방 왔어? 피곤하지? 부산갔다 바로 왔다며!"
"네 어머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밤인데도 미모는 여전하시네요."
순영이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뭔가를 건넨다.
"어머님, 이거 받으세요."
"어머 순영아 이게 뭐야"
"오늘 OO가 생일이잖아요, OO가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에서 유명한 디저트집이래요.
마카롱이랑 타르트가 맛있다고 해서 어머님 생각나서 사왔어요."
세상에, 나 울 뻔했다. 우주 최강 다정 순영이다.
한바탕 우리집 방문을 마치고 권순영을 배웅을 하러 나왔다. 오늘도 달이 참 예쁘다.
"순영아, 오늘도 달이 참 밝네요."
순영이가 웃으며 답한다,
"나도 사랑해."
제일 달달한 새벽이었다.
몇시간 뒤면 학교에서 보겠지만, 너무 오래 못봐서인지 헤어지기 아쉬워 손만 잡고 있었다.
"아아아 순영아 보내기 싫어."
"학교에서 볼건데..."
"너는 나 보내고 싶어?"
오늘부로 깨달았다. 권순영 놀리는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보내기 싫지"
권순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순영아 뽀뽀해줄까?"
순영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쪽- 입을 맞췄다.
오, 오늘도 OO크러쉬.
그러자 순영이가 씨익 웃으며, 더 진하게 입을 맞춰왔다.
우리의 첫 키스였다.
*
6시간 만에 또 순영이를 만났다. 아침에 우리 집까지 데리러 왔다. 등굣길에 만 생일 축하한다는 말 열 번 들은 것 같다. 권순영한테만.
아침 자습시간이 지나고, 권순영이 우리 반으로 찾아왔다. 보온병을 가지고.
"OO야 이거 먹어!"
보온병 뚜껑을 열어보니, 미역국이었다.
"순영아 이거 직접 끓인 거야?"
권순영이 우쭐하며 말한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 순영이 어제 늦게 들어갔을 건데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ㅠㅠ
순영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본다. 눈에 별을 박아놨는지 아주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순영아, 국이 짜다."
꼭 분위기 깨는 애들 있어요. 언제 온 건지 부승관과 이석민이 옆에 있었다.
"우리 제수씨 생일이라는데 특별히 우리가 와줘야지."
"승관이 듀엣 가자."
그러고서는 이석민과 부승관은 겨울아이를 열창했다. 미친놈들아 7월이다.
*
행복하긴 한데, 이제 좀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복도에 권순영과 서있으면, 권순영은 지나가는 모든 선생님과 아이들을 붙잡고 오늘 우리 OO가 생일입니다.라며
전교생에게 내 생일을 각인시키고, 축하를 받아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케이크를 들고 와 우리반 아이들에게 생일 축하노래 떼창을 요구했다.
순영아...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잖아...
학교를 마치고는 엄마가 사준 커플티를 입고 데이트를 했다. 그냥 평소처럼 영화보고, 맛있는 거 먹고, 카페에 와서 이야기하고.
매번 같은 코스지만 매번 다른 기분이다. 카페에서도 순영이가 선물을 꺼냈다. 커플 시계였다. 반지는 교칙에 걸리니까, 그리고 아직 학생이니까. 하면서 시계를 직접 채워줬다. 딱 우리처럼 단정하고 깔끔한 시계였다. 집에 와서 보니 시계 케이스 안에 편지도 있었다.
-OO에게.
OO야, 생일 축하해. 너무 너무 축하해.
그리고 태어나줘서 고마워,
나 말고 다른 사람의 생일이 이렇게 벅차 오르는건 처음이라,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
분명히 더 예쁘고 좋은 말이 많을 텐데 말이야.
며칠 전에 내가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분명히 몇 번이나 말해줬는데, 내가 나빴다 그치?
앞으로는 내가 더 잘 할게. 진짜로.
마지막으로, 사랑해. 정말 많이.
어제보다 오늘 더 좋고,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을 것 같은 순영이다.
순영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끅... 여주 생일 에피도 끝이 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벤트를 예상하셨지만
이무일은 이무일의 스타일대로, 잔잔하고 달달하게(?) 굴러갑니다. 헷 제 기준
오늘도 부족한게 많습니다. 봐주시는 분들, 또 예쁜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너무 너무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보여드리는게 얼마 남지 않았어요! 너무 좋아!
좋은 밤 되세요.
내 딸기우유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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