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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스 루인(Engel's Ruin)


w. 얀이

 

  01.

  “날 이 위험한 인간계로 보내시면서 뭘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으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수호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 위에서 루인은 날 지켜보겠지. 고개를 푹 숙이고 공원에 있는 의자에 힘 없이 앉았다. 뭔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날개가 사라졌다. 작고 보드라운 날개. 나름의 상징물 이였는데 아쉬운 마음에 등으로 팔을 뻗어 날개가 있어야 하는 자리를 긁었다. 또 하나, 수호는 루인 만큼이나 성장했다. 성장의 결과물인 창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하얀색의 길다란 손가락을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빠르게 성장했을까.


  “모두 신기해. 인간들도 참 신기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성장한 새하얀 몸에는 검은색과 하얀색의 불편한 옷이 입혀져 있었고 가끔 가다가 보이는 아이들도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 부분에는 ‘김준면’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찰이 있었다. 누굴까. 한참을 고민하던 수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학교 지금 뛰어가도 늦는데.”


  수호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첫인상은 블랙홀 같았다. 검정색의 커다란 눈동자와 흑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새하얀 얼굴과 상반되는 분홍색 입술. 모든것이 낯선 수호에게는 자신을 해치려 든다는 마음에 벌떡 일어나서 뛰었다.


  “늦었다니까!”


  그는 천사의 금빛 머리카락에 이끌리듯 따라갔다. 호흡이 가빠와도 단지 금발의 아름다운 소년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검정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서 유독 튀는 소년에게로 시선을 바쳤다.

  한참을 달렸다. 주위에 바쁘게 학교를 뛰어가던 아이들은 모두 사라졌고 조용한 거리에는 둘이 바쁘게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와 가쁜 숨소리만 들렸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금발의 소년은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따라잡힐 거리에 있으면 금방 거리를 늘려놓고 게으름을 피우기를 반복했다.


  “내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


  결국 수호는 찰랑이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다듬으며 뒤를 돌았다. 뒤따라 오던 남자의 표정은 신기한 생물이라도 본 듯 묘한 표정을 지었고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사실은 나도 왜 따라오는지 모르겠어. 아, 내 이름은 변백현.”


  백현은 천천히 발걸음을 수호의 쪽으로 옮겼다. 백현은 추운 날씨에도 오래 뛰어서 목이 마른지 강아지처럼 혓바닥을 내밀고는 손을 내밀었다.


  “친해지고 싶어.”


  무언가 심장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 났지만 백현은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반응 하기를 바라며 수호의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 소년의 손이 미웠다. 대답이라도 해주던가. 투덜거리며 백현은 차갑게 식은 손을 내렸다.

  그 순간 수호는 백현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갔고, 약간의 열이 있던 백현의 이마에 수호의 말랑한 입술이 닿았다.


  “응, 백현.”


  수호는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을 받아서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지만 이미 누군가 사라진 후였다. 그것을 안타까워 하듯 하늘에서는 약간의 비가 내려 그들을 적셨다. 마치 눈물 같았다. 루인의 눈물. 그래서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늘은 참 아름다워.”
  “너도.”
  “응? 뭐라고?”
  “…하늘 참 예쁘다고.”


  수호는 백현을 안았다. 축축하게 젖은 옷들은 몸에 잔뜩 달라붙어 귀찮게 굴었고 수호는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루인이 무슨 뜻인지 알아?”
  “…글쎄.”
  “파멸. 아름다운 파멸.”


  차가운 빗물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적셨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수호는 그저 이 빗물과 함께 작은 천사가 되기를 바랬다. 모든 것들이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무언가 붕 뜨는 느낌을 느끼고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걸치고 정신을 잃었다.


*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났다. 한참을 무슨 향인지 생각하다가 눈을 살짝 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하얀 벽지와 지독한 약물 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무언가 쑥덕거리는 소리가 나서 소리의 근원지로 목을 돌렸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그리고 불편해 보이는 새까만 옷을 입은 남자. 아, 변백현. 한참을 생각했고 이 곳은 병원이구나 생각했다. 어릴 적 부터 인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진 수호였다. 그리고 천사들은 아프지 않는데 인간들은 자주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약하다며 혀를 찼었는데, 자신이 그 꼴이였다.

  아마 수호는 내려온 순간부터 완벽한 인간으로 변한지도 모른다.


  “일어났어?“


  대답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 보려고 입을 열었지만 듣기 싫은 쇳소리만 나왔고, 수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직 어린 천사. 그래서 이 모든것을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사건과 사고 따위 없는 인간계에서는 먼 세상이 그리웠다.


  “…왜 울어.”


  아파서, 아파서 우는거라고 믿고 싶었다. 백현은 가방에서 커다란 공책을 꺼내 들더니 날카로운 샤프와 함께 수호에게 건내 주었다. 그리고는 입 모양으로 써 보라며 재촉했다.


  「아파서.」
  “겨우 그것 때문에 우는거야?”
  「그리고 보고싶어.」
  “누가 그렇게 보고싶은데?”


  수호는 손이 아프다는 핑계로 공책과 샤프를 다시 돌려주었다. 더 이상 물으면, 낯선 그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까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루인이 실망할까봐. 사실은 무서웠다. 이 모든게 들키면 백현이 떠날까봐.

  그래도 솟구치는 욕망을 표현하지 못해 답답했다. 결국은 다시 백현에게서 공책과 샤프를 받아서 무언가 정성들여 적었다.


  「천사 같은거 믿어?」


  백현은 그 글을 한참을 보더니 인상이 구겨지더니 유쾌하게 웃음을 보였다.


  “글쎄. 큐피트라면 믿어. 사랑을 이루어 주잖아.”


  백현은 활을 쏘는 시늉을 하더니 침대의 남은 공간에 힘 없이 앉으며 수호를 쳐다보았다.


  “왠지 말이야, 큐피트는 너 처럼 생겼을거 같아. 아, 이건 칭찬이야. 근데 갑자기 그걸 왜 물어?”
  「만약 천사가 눈 앞에 있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거 같아?」


  글씨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빠르게 종이에 휘갈겨서 그에게 전했다. 마냥 좋아할까. 혹은 두려움에 몸부림을 칠까. 천사란 존재가 악의 존재는 아니지만 인간의 상식으로는 존재 할 수 없는 생물인데 그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날개. 날개를 보고싶어.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는데. 직접 보면 후기는 들려줄 수 있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수호의 금빛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 봤어. 수호의 귀에 속삭이듯 말을 했다.


  「뭘 처음 봐?」
  “이런 금빛의 머리카락. 예쁘잖아.”


  둘 사이의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수호였지만 단순한 호기심이라며 혼자 다독이며 피곤하다는 말을 남겨두고 눈을 감았다. 주체할 수 없는 어떠한 감정을 무시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표현을 하지도 못하였다.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아직 미숙하고 어렸으니까.


  “노래 좋아해?”


  수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호의 귀에 달콤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졸린 수호의 귀에는 아무 노래나 자장가가 될 것이 뻔했다.

  곧 수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노래를 끝낸 방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새하얀 방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존재했다.


  “내가 미친걸까.”


  백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라앉지 못하고 있었고 수호는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무언가 해 보자는 마음이 충동적으로 들었지만 아직은 이성이 있었기에 그저 자신의 다리를 세게 누르고 있었다. 일어나지 마. 혼자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던 백현이 결국 문 밖으로 나갔다.

  후끈거리던 안에서 나오자 꽤 쌀쌀했다. 병원에 있던 슬리퍼를 끌고 나와 편의점으로 가 커피를 두 캔 사서 주머니에 넣었다. 벌써 줄 생각을 하니 괜히 설레였다. 아직도 모르겠다. 두근거리는 감정을 애써 무시하고는 병실로 다시 들어갔다. 곤히 자는 소년을 깨우기는 싫었고 지친 기색이 보여서 그냥 옆에 캔 커피를 두고 메모지를 찾았다.


  ‘따뜻한거 먹으면 좋을거 같은데 만약 차가우면 데워서 먹어.-백현’


  바쁘게 글씨를 날려서 적고 대충 옷을 챙겨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극심한 추위가 온 몸을 통과했다. 매서운 바람이 말끔하게 정리 한 머리카락을 한껏 망가지게 만들었고 백현은 울상을 지으며 택시를 탔다. 주소를 말하고 눈을 감았다. 더울 정도로 따뜻한 바람이 반겨줬고 신경을 너무 곤두세운 나머지 피곤함와 나른함이 몰려들었다.


  “아저씨, 다 오면 깨워주세요.”


  그 말을 남기고 금방 잠에 들었다. 자리가 불편했지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꿈 속에서 어린 소년이 나왔다. 무언가 잔뜩 챙겨 나에게 화를 냈다. 그러더니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손을 잡고 날 하늘로 끌어당기려고 했지만 온 힘을 다해 반항해서 땅에 남아 있었다. 소년은 하늘로 갔다. 눈물을 흘리며. 그리고…


  “저기 청년! 다 왔으니까 집에 가서 자시게나.”


  누군가 흔들어 깨웠다. 뭔가 결정적인 부분 이였는데 깨운 기사 아저씨를 보며 잔뜩 화를 내고 들어왔다. 마음이 갑갑했고 불편했다. 소년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나를 향해 화를 냈을까.


  “하늘에 뭐가 있길래.”


  집에 들어와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잔뜩 끼여있고 흐렸다. 무언가 해답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백현은 손에 잡히는 것을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날 누군가 감시하는 느낌이였다. 그리고 해치려는 느낌이였다. 화가 나서 자기는 글렀다며 소파에 앉아 무표정으로 TV를 틀었다. 재미없는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웃겨 죽겠다는 표정을 하며 웃고 있었다. 세상이 이상했다. 혹은 내가 이상한 것 일지도 몰랐다.

 


얀이인니다♡^♡

안녕하세요. 「엔젤스 루인」 1편을 가지고 온 얀이인니다'ㅅ'♥

1편은 약간 짧아요. 시간의 제약 없이 마음에 들면 가지고 오겠다며 패기 넘치게 들고 간 저는 어디로 갔는지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은 약간 짧게 들고 왔어요.

사실은 이 1편이 다 아닐수도..는 너무 짧아서 약간 더 붙이려고 해요. 다음에는 아마 1편을 완성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바램..

 

아무튼 프롤로그의 댓글 하나 하나 모두 너무 행복해하며 봤답니다..S2

아, 프롤로그보다 못한 제 글을 매우 치세요ㅠ^ㅠ역시 글을 쓰는건 어려워..

 

아, 비지엠은 저기서 백현이가 준면이한테 노래 부르는걸로 상상해서 적었답니다.

 

무튼 독자분들의 반응을 먹고 살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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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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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오 간만이에염 ㅠㅠ 천사준며니넘아름다울거같애여 잘읽고가영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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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이
금발은 저의 로망이랄까..☆★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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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헐진짜오랜만이에여힘내시라능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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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이
계속 일도 있고 쓰면 글도 이상하게 써지고...ㅠ^ㅠ 아무튼 프롤로그만 올리고 사라지는줄 알았다며..☆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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