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Night
(알파 오메가썰)
"개새끼."
꽤 오랜만에 만나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찬열을 보고 백현이 처음 내뱉은 말은 '개새끼' 였다. 하지만 욕을 내뱉은 백현만 씩씩거릴 뿐, 정작 그 말을 들은 찬열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자신을 찾아온 백현에 뺨이라도 맞을 각오를 하고 있던 찬열에게 '개새끼' 라는 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부러 그랬어?"
"뭘?"
"콘돔, 일부러 찢었냐고!"
"아, 어."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너 이제 어떡할거야. 너 때문에 내 인생 망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할거냐고!"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거야."
"뭐라고?"
"내가 책임 질게. 너랑, 우리 애기."
잔뜩 화가 나있던 백현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드라마 같은거 보면 임신해서 찾아가면 나 몰라라, 하지 않나? 이 새끼는 뭐지? 백현의 얼굴을 보고있던 찬열이 백현이 어느정도 누그러진 것 같아 보이자 능글맞게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백현에게 다가갔다.
"백현아."
"……."
"아기 낳고, 셋이서 잘 살자."
이, 이러려고 회사까지 쿵쾅거리며 찾아온게 아닌데……. 자세를 낮춰 부드럽게 입을 맞춰오는 찬열에 백현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눈을 감을 때 까지 밀어낼 수 없는 찬열의 얼굴에 가슴이 떨려왔다.
*****
"빨리, 받아 적어."
"꼭 이렇게까지 해야돼?"
"당연하지. 빨리 안적어?!"
"알겠어……."
백현의 집 안에 있는 테이블에 백현과 마주보고 앉은 찬열이 입술을 삐죽이며 펜을 잡고 종이에 글씨 쓸 준비를 했다. 몇일 전 찬열에게 욕을 퍼붓기 위해 찬열의 회사로 찾아간 백현은 자신에게 입을 맞춰오는 찬열을 밀어내지 못해 한참을 키스하다 옷을 벗겨오는 찬열에 본의 아니게 본부장실 소파에서 섹스까지 하게 되었더랬다. 임신 했는데 섹스해도 되나? 살살하고 안에 사정 안하면 괜찮대.
그렇게 첫 재회와 함께 육체적인 대화(?)로 시작하여 연애 비슷한 것을 하게 된 찬열과 백현은 하루가 멀다 하며 매일같이 만났다. 뱃 속에 있는 아기에게 '금동이' 라는 태명까지 지어주었다. 그러다보니 백현은 찬열에 대해 없던 마음도 생기고, 찬열이 가지고 있던 백현에 대한 마음은 그 크기를 더해갔다.
연애 초기, 원래부터 솔직하고 돌려 말할 줄 모르는 백현이 찬열에게 너는 이게 싫어, 이것도 싫어, 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백현의 말을 듣고있던 찬열이 '야, 그건 어쩔 수 없어. 너는 오메가고 나는 알파잖아.' 하며 백현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백현이 그 길로 집으로 가 몇일 째 연락을 죄다 무시하며 집으로 찾아온 찬열에게 문 한번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백현의 집 현관문에 매달려 잘못했다고 싹싹 빌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 자다 깬 백현이 떠지지 않는 눈으로 현관문을 열어 찬열을 집 안에 들였다. 그렇게 해서 찬열은 백현의 앞에서 각서까지 쓰게 되었다.
"첫 째, 나는 변백현을 오메가라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그런 식으로 행동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
"그리고, 음. 별로 할 게 없다. 나중에 생각나면 또 적어야지. 우선은 그것만 잘 지켜!"
종이의 아랫부분에 서명까지 마친 찬열이 종이를 백현에게 밀어서 건네었다. 깔끔한 글씨체로 쓰인 글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은 백현이 찬열에게 다가갔다.
"자기야, 나 보고 싶었지."
"당연하지. 죽는 줄 알았어."
"뽀뽀."
귀엽게 입술을 쭉 내민 백현을 보고 활짝 웃은 찬열이 백현의 입술에 입맞추었다. 백현이 찬열의 무릎에 앉자 찬열이 백현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금동아, 우리 이쁜 금동이."
"뭐야, 바보같아."
"얼른 보고싶다. 너랑, 나랑 닮았을 우리 금동이. 우리 아기."
찬열의 말을 듣고있던 백현이 괜히 부끄러운 것 같아 찬열의 양 볼을 눌러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찬열의 얼굴을 보고 깔깔대며 웃은 백현이 찬열의 머릿통을 껴안았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백현에 찬열이 그의 몸을 더 꽉 껴안았다. 당연하지, 백현과는 다르게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찬열이었다.
한동안 잠잠한가 했더니, 잔잔한 물에 던져진 돌이 더 큰 물결을 일으키 듯 사이좋던 두 사람 사이에서 사건은 찬열과 백현에게 큰 물결을 일으켰다. 원래부터 직업에 대한 일에 민감한 찬열이 부하직원의 실수로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그 직원에게 온갖 독설을 하고도 기분이 아주 더러웠을 때 였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채 앉아있던 백현이 다른 손에 포크를 쥐고 음식을 깨작거리고 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 스테이크를 썰며 그런 백현을 힐끗 보던 찬열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던 터라 그런 백현의 모습이 마냥 예쁘게만은 보이지 않았다. 스테이크를 먹기좋은 크기로 다 썰은 찬열이 백현의 앞에 놓인 파스타를 집어 올리고 그 자리에 스테이크를 놓아주었다.
"파스타 싫으면 이거 먹어."
"이것도 싫어."
"왜, 여기 오쟀잖아."
"응. 근데 먹기 싫어."
"……."
"짜증나."
자신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빤히 내려보던 백현이 급기야는 포크를 던지듯이 아무렇게나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먹을거면 빨리 먹어, 여기 있기 싫어. 몇일 째 가고싶다는 레스토랑에 바로 데려와도 정작 음식에는 입도 안대는 백현의 말에 미간을 찌푸린 찬열이 눈을 깊게 감았다. 참아야 해, 참자. 상대는 백현이야. 괜히 백현이한테 화풀이 하면 안돼.
"야, 내 말 듣고있어? 빨리 먹으라니까!"
"정도껏 해."
"……."
"발악도 적당히 해야 예쁘다 하지."
"뭐? 발악?"
"왜, 기분 나빠?"
사나운 표정을 하고 찬열을 노려보던 백현이 의자를 뒤로 세게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던 찬열이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무표정으로 눈만 올려 백현을 보고 있었다.
"앉아."
"명령하지 마."
"앉으라고 했어."
찬열이 꽤나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런 찬열의 얼굴을 원망섞인 눈으로 보고있던 백현이 개새끼, 하고 말하고는 보란듯이 찬열을 무시하고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갔다.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찬열이 계산대에 음식 값보다 많은 값을 놓고는 백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인도 끝에 선 백현은 택시를 잡는지 팔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멈춰 선 택시에 문을 열고 차 안에 타려던 백현의 손이 찬열에게 붙잡혔다.
"뭐하는 짓이야, 놔."
"기다리지 말고 그냥 가세요."
찬열이 운전기사에게 말하자 멈춰섰던 택시가 다시 앞으로 갔고, 그 모습을 보던 백현이 찬열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 없다는 듯 백현의 얼굴을 보던 찬열이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로 백현에게 말했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그러는 너는? 내가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말랬잖아."
"오냐, 오냐 해주니까 눈에 뵈는게 없지. 오메가면 오메가 답게 굴어."
"난 처음부터 니 거지같은 말버릇이 너무 싫었어. 뭐? 생리? 미친 놈."
"말 가려서 안해?"
"그래, 병신같이 너같은 새끼랑 섹스한 내 잘못도 있으니까 다 참고 너랑 같이 살아보려고 생각도 많이 했어. 근데 역시 아니다. 사람 무시하는게 몸에 벤 너같은 놈이랑은 절대 같이 못살아."
"그래서."
"애 지울거야."
"…뭐?"
쏘아붙이 듯 말한 백현이 자신의 손목을 잡고있던 찬열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찬열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백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신 니 얼굴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뒤에 있는 찬열을 두고 뒤돌아 선 백현이 금방 뒤따라오는 택시를 잡아 타 그 자리를 떠났다. 덩그러니 길가에 남은 찬열이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오메가라는 이유로 무시 받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몇번이고 말하던 백현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제가 생각한 백현과의 시간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가면 갈수록 여러모로 힘들어 할 백현에게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레스토랑 이곳 저곳에 백현을 데려온 제 수고가 헛 것이 되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음식에 입도 대지 않는 백현이 걱정되어 억지로라도 먹기를 바랬던 마음에 오메가가 어쨌네, 하며 입이 제 맘대로 움직였던 것이었다. 절대 그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그에게 명령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쉰 찬열이 레스토랑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백현이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로 갔을 것이라 생각하여 시동을 걸고 그 쪽으로 운전했다. 백현의 뱃속에 있을 아기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백현을 위해서 또한 아니었다. 저질스러운 짓을 해서라도 백현을 옆에 두고 싶었던 찬열 자신을 위해서 속도를 더 높였다.
번외라고 해서 놀라서 클릭했을,, 독자님들 ,, 죄송해요 ,, 많이 실망했져?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ㅠㅠ 엄청 신나서 썼는데,, 급전개에 참,, 말도 안되는 일로 애를 지우겠다고 싸우는 찬백이라니,,
원래 막장에 자극적이여야 재밌잖아요^^..네 말도 안되는 소리 해서 죄송해요ㅠㅠㅋㅋㅋ..
나능 둘다 성격이 세서 지려고 하지 않지만 찬열이가 져주는 그런게,, 쓰고 싶었는데ㅠ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져..ㅋ
역시 반응 좋을 때 거기서 그쳤어야 했어ㅠㅠ 느므 후회스럽당.
다시 한번 늠늠 죄송해요ㅠ 번외 2에서는 금동이 낳고 알콩달콩 잘 사는 찬백이를 쓸 생각인데,, 원하는 분이 있으려나ㅠㅠㅠㅠ엉엉 소금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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