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이석민] 내가 이석민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5/22/1/8e219bc15049982868b5ff3879bd30ca.gif)
![[17/이석민] 내가 이석민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5/17/446d5267da05908f171b537de005a5d6.gif)
-1. 일상-
“김여주~~ 학교가자~~~ 일어나라~~~”
분주하게 교복을 입으며 옷매무새를 단정하고 있으면, 바깥에서 누군가 내이름을 열심히 부른다.
이내 현관문이 철컥, 하고 열린다. 이 때는 ‘아줌마 안녕하세요~~’하는 소리도 함께 들린다. 그리곤 누군가 내 방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내 침대에 털썩 앉는다.
굳이 누구야!??! 하고 놀랄 필요도 없다. 백퍼센트 이석민이다.
“야 좋은아침~ 뭐냐. 거울 봐도봐도 똑같애 똑같애~ 뭣하러 보고 있냐~”
“야, 변태놈아. 여자 방에 막들어오냐? 그것도 18세 여고생의 방을.”
“저기.. 유감이지만 여기에 여고생이 어디있죠...? 제 앞에는 18세 건장한 남고생밖에 없는데..”
“나가죽어라 새끼야.”
이렇게 기본적인 시비가 일상이다. 이석민의 유전자에는 사람을 묘하게 빡치게하는 능력이 있는 DNA가 들어있는게 분명하다.
내 침대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보노보노 인형을 던져 입을 막았다. 인형을 얼굴에 맞고도 좋다고 헤실헤실 거리는 녀석이다. 그렇게 이석민은 이따금 내 방에 들어와 내가 가방싸고, 머리만지고, 얼굴에 뭔가 바르는 걸 구경하곤 했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으면 너가 인간되어가는 과정이 재밌다고 한다. 그럼 이전의 나는 짐승이냐 이건가;
“아줌마 오늘은 계란말이네요? 아 진짜 완전 좋아요.”
“그래, 석민이 너 먹으라고 차린거니까 많이 먹어~”
“네 아줌마♥”
“..엄마.. 나는 계란 못 먹는데?”
“김치있잖아 김치먹어~”
“우리엄마 맞나..”
석민이네 아주머니가 언제부턴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시면서, 이석민이 아침밥을 거르는 일이 많아졌었다. 그 탓에 이석민은 얼마동안 학교에서 그 좋아하는 축구도 안하고, 수업시간에 맨날 자고 (이건 뭐 항상) 그러길래 보는 내가 안쓰러워서 우리집에서 아침밥을 같이 먹기로 했다.
그러기 시작한게 벌써 2년째다. 아침밥을 먹을 때 부터 야자가 끝날때까지 이석민 얼굴을 보는것만큼 고생스러운건, 엄마가 내 선호는 1도 상관 없이 밥을 차려주신다는거다.
아니, 뭐, 해주는거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일이지만말이다. 항상 이석민 입에만 맞춰져 있으니 이석민은 마냥 행복하고 난 그런 이석민을 재수없게 쳐다 볼 뿐이다.
“석민아. 맛있어?”
“응, 마딛더!”
“삼키고 말하고, 맛있게 먹어..”
시비와 화해가 공존하는 우리의 등굣길은 10년 내내 바뀌질 않는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같은 재단에 위치한데다가 이사 한번 간 적 없으니. 초등학교때부터 이석민 손을 잡고 등교하던 이 길은 우리의 키만 빼고 변한 곳이 없다.
그 길에서 이석민은 끊임없이 내게 시비를 걸고, 놀리고, 나는 또 어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매번 빡치고 화내고 삐진다.
어.. 예를 들어보자면. 난 밥을 좀 더럽게 먹는 편이기 때문에 볼이나 소매에 밥풀이 묻는 경우가 왕왕 있다. 자주는 아니다. 보통 양치하면서 떨어지는데, 그러면서도 미처 확인 못하면 그게 등굣길 내내 나한테 붙어있는다. 이석민은 그걸 알면서도 학교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 말도 안한다. 내가 민망할까봐 그런게 아니라,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나게 큰소리로 이 밥풀은 체육시간에 먹으려고 놔뒀냐며 호들갑을 떤다.
그 성량 쩌는 목청으로 “김여주 식성은 알아줘야해~” 하고 외치면 많은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히게 된다. 관심이 집중되면 얼굴이 화악 빨개지는 지랄맞은 특성의 내 얼굴은 쉽게 벌게진다. 닥치라며 마구 때려도 그저 웃기다는 듯 내 빨개진 얼굴을 양 손에 가득담고 즐거워해서 더 빡친다.
아니면 길가에서 꽃을 꺾어 몰래 내 머리에 잔뜩 꽂아놓고 모르는 척 한다. 나는 그걸 모르고 있다가 누군가가 - 보통 같은 반의 자칭타칭 1반 헤어숍 원장님 김민규임 - 발견하면 그때야 알아챈다. 이러고 학교를 왔다니 완전 s고 동막골녀로 페북에 나는거 아니냐며 난 그제서야 꽃을 머리에서 마구 빼낸다.
야 이석민! 하고 성을 내면, 예뻤는데 왜 뺐냐며 되려 지가 툴툴거린다. (그리고 말해준 김민규를 응징하러 떠나곤 함)
이석민과의 관계에서 놀림당하는 건 나고, 그래서 화를 내는 것도 난데, 항상 지는 사람도 나다.
-
교실로 올라와 우리는 교탁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반장 부반장이니 반의 중심을 잡으라는 담임 즉 원우쌤(28세, 문학)의 특급 명령이었다) 주번 없이 매일 반장 부반장이 청소를 한다. 가방을 내려놓고, 환기를 시키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곤한다.
“석민아,. 1교시 뭐야?”
“미적인데요~”
“아 헐 진짜? 야.. 나 미적분책 놓고왔는데..왜 하필 오늘 미적분이 1교시야.. 잠깐만. 숙제도 있었잖아.. "
"대단원 정리 싹다 풀어오기였나."
"그래, 그거. 아-그 부분 다 풀어져있을만한 애는 없겠지? 아.. 인생.."
내가 아, 미적분쌤 무서운데. 또 수학 못하는게 교과서도 없다고 극딜하겠지.. 하며 광광대자, 이석민은 자신이 만화 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한쪽 발을 의자에 올리고 대사를 치기 시작했다.
“자. 내가 너를 18년간 널 봐온 결과. 넌 매 월요일 1교시 과목을 까먹어. 그래서 내가 널 위해 뭘 준비했는지, 넌 궁금하지 않니?“
“말..말투 왜저래.. 뭐 또..”
난 저새끼가 가끔 저러면 무섭다.
이석민은 훗, 역시 뭘 모르는군 애송이. 하며 옆구리에서 네모반듯한, 낙서라곤 찾아 볼 수도 없는 깨끗한 미적분책을 꺼냈다.
“내가 몰래 교과서를 마련해 왔다.”
"엥????"
"게다가 숙제까지 싹 다 되어있지."
“헐.. 뭐야.. 이건 샀어? 일부러 너가 다 푼거야..?”
진심으로 감동먹기 일보직전이었다. 날 위해 이런 정성을 쏟아주다ㄴ
“? 안샀어. 이지훈꺼 훔쳐옴.”
남의 걸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하나 만들어온 기세다.떳떳하다 못해 자랑스러워보인다. 칭찬을 바라는 고양이마냥 눈이 반짝거린다. 아, 그래. 내가 이석민을 뭘로 본거지....
“? 이지훈걸? 돌았냐? 너 후폭풍 어떡하게?”
“어차피 나중에 교과서는 너한테 있을거잖아..?”
“와 진짜 영악하게 나쁜새끼.”
“우선 급한 불 부터 끄고 보자. 그냥 쓰고 몰래 갖다두면 모르겠지.”
“이지훈 사물함 비밀번호는 알아?”
“0218.”
“뭐야, 걔 비밀번호가 왜 니 생일?”
“내가 바꿔놨어.”
“진짜.. 신박하게 미친놈,.”
이지훈 이름 석자가 적힌 반듯한 미적분책을 받아들고 몇초간 고민하다가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이석민과 하이파이브를 쳤다. 이지훈따위 ㅁ..뭐, 무섭지 않..다. 라고 다짐하면서.
이렇게 서로를 극진하게(?) 챙기는 우리를 의심하는 친구들은, 1학년때 이후로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입학한지 얼마 안됐을때야 야 그 이석민이라는 애랑, 김여주. 걔네 사귀는거같던데- 분위기가 영. 빼박캔트-하는 일각의 뜬소문이 있었지만 1년여간 나와 이석민의 사이를 파악한 아이들은 우리 사이를 ‘불X이 없지만 불X친구 그 이상’으로 정의내렸다.
그래, 나와 이석민이 치고박든 어쩌다 아주 가끔 다정하든. 그런 광경은 원우쌤이 우리반 아이들에게 아재개그를 쳤다가 싸한 반응에 시들시들해져 종례없다-하며 나가는 것 만큼 익숙한 모습이란거다.
“하여튼 이지훈 사물함 습격하는 거 만으로도 모험이었네. ㄱㅅ.”
“알면 잘해, 오빠한테.”
“하루 주제에 오빠는 무슨;;;; 깝치지마.”
“그러면 빵사줘.”
“그게 처음부터 목적이었지? 콜. 자판기 고.”
나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더 큰 이석민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판기로 향했다. 자기는 소세지빵에 우유까지 먹을거라며, 마치 아침을 굶고 온 사람처럼 제 다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이석민의 손은 습관적으로 내 머리카락을 빙빙 꼬며 만지작 대고었다. 어렸을대부터 내 머리칼을 갖고 놀길 좋아했던 녀석이지만, 4년 전부터 이런 이아이의 행동은 내 마음 속 어딘가가 간지럽게 한다.
아는 지 모르는 지 신난 이석민의 얼굴을 보며 죄책감이 들어 슬며시 고개를 숙이면, 석민이는 숙여진 내 얼굴 앞으로 제 얼굴을 가져와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몰라. 심통난 듯 대답하면 또 왜삐졌냐며 당황한다.사주기 싫어서 그런거냐며, 안사줘도 되고, 가서 초코우유를 사줄테니 풀란다.
초코우유 가지고 해결될 문제였으면 4년 전에 이미 해결하고 남았겠다.
2. 우리의 역사
나와 이석민의 생일은 고작 하루차이. 일면식도 없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산후조리원에서 서로 급격하게 친해져 번호를 주고받았다. 애기 크면 좋은 정보 공유해요, 홋홋. 이런거였겠지.
하지만 웬걸, 신혼집에 입주하고 나서 알게된 사실, 둘은 사실 이웃주민이었다는 거다!
좋아하는 배우취향-유해진이라던지, 마동석이라던지-이나 남편의 흉을 보며 수다떠는 엄마들은 서로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고, 마침 동갑내기인 나와 이석민은 어렸을때부터 볼 꼴, 못볼 꼴 다 보며 자랐다. 그 때엔 우리 엄마랑 아줌마가 수다를 떨고 있으면 신경 쓸 필요 없이 우리 둘이 잘 놀았다고 한다.
한 4살 아래까지는 서로 목욕탕에 같이 가기도 했다. 내 바비인형가지고 놀았다. 나보다 걔가 더 좋아해서 서로 더 갖고 놀겠다고 싸우기도 했다. 뭣모를때였지. 지금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사실 이건 진짜 비밀인데, 유치원에서는 같은 달의 생일인 아이들은 다 함께 생일파티를 해줬었다. 그리곤 누구에게 뽀뽀를 받고 싶냐고 묻고 뽀뽀를 시키고 사진을 찍는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엔 이런 아동인권을 1도 생각하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하여튼 나는 당시에 유치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한솔이의 뽀뽀를 받고 싶었는데, 이석민이 자기는 죽어도 여주와 뽀뽀를 해야겠다고 유치원이 떠나가도록 울어 재끼는 바람에 난 울며 겨자먹기로 그 놈의 볼에 입을 맞추는 수 밖에 없었다.
난 한솔이의 뽀뽀를 받지 못했고. 난 그날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며 이석민에 미움이란 감정을 처음 느껴본 것 같다.
그 사진이 어디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놈과 뽀뽀를 했었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온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다. 이석민은 바보라서 아마 까먹었을 것 같은데 죽어도 먼저 말꺼내지는 않을거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석민이는 자기가 내 수호천사라도 된 마냥 날 괴롭히는 애들을 응징해주-기는 개뿔. 자기가 제일 선두에서 날 놀려댔다.
이석민이 나한테 붙여준 별명만 해도 수십개는 되겠다. 내 ‘성’가지고, 체육시간에 좀 웃기게 넘어진거가지고, 키가 좀 작다는 이유로, 그리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어젯밤에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는 이유로 날 놀렸다. 그러면서도 같은 이유로 지 친구들이 날 놀리면 그러지 말라며 화를 내곤했다. 지나 잘할것이지;;;
매일같이 손을 잡고 집에 가고, 떡볶이를 사먹고, 사실 서로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린 학교에서 만나면 항상 으르렁거렸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서로를 놀릴 구석도 많았다. 사실 놀림은 내가 다 당하는거였지만ㅋ
이렇게 정말, 남녀사이라곤 볼 수 없었던 나와 이석민의 사이가,
내 요상한 감정으로 뒤틀리기 시작한건 우리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한 1년쯤 후부터다. 젠장. 그때가 재앙의 시작이였던것이다. 디재스터.
중학교를 다니며 유일하게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던 학년인 2학년,
비록 경주에 있는 뻔한 리조트에서 2박 3일을 묵고, 아마도 여기에 수학여행을 온 어떤 학교든 들릴 듯한 뻔한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는 지루한 활동이였을거다. 하지만 15살의 우리에게, 엄마가 없는 공간에서 오롯이 우리끼리만의(=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흥분케하기 충분했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 동안의 지루함 속의 소소한 재미로 버틴 활동이 끝나고, 마지막 밤에 우린 나름 최고로 예쁘고 잘생긴 차림으로 장기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야외에서 진행된 장기자랑은 너무 즐거웠다. 내 친구들과 나는 당시 유행했던 걸그룹 춤을 췄다. 흑역사다. 하여튼, 리조트에서 준비한 무대는 온갖 조명으로 반짝였다.
하얀색, 파란색, 노랑색의 화려한 조명이 높고 별박힌 하늘과 참 잘 어울렸다. 누가 거기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든 반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 그 무대탓이다. 너무 반짝인 그 조명탓이다. 너무 아름다웠던 그 조명 탓이다.
몇 팀의 춤이 끝난 후,사회자는 이석민 석자를 호명했고, 앳되었던 그 녀석은 어색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난 그 전까지 이석민이 장기자랑을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래도 석민이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느때와같이 그 아이의 노래를, 모습을, 눈에 담았다..
반짝이는 조명 안에서 이석민은 더 반짝였다. 인정하긴 싫지만 잘생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니 반짝이다 못해 빛이 났다.
그렇게 멍때리며 무대를 보는 순간, 나는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 이석민이 잘생겨 보이기 시작한거다.
' 잠, 잠깐만. 쟤 내가 아는 이석민 맞아?
왜이렇게 잘생겼어?
미쳤어, 심장 왜이렇게 빨리뛰어.
과학시간에 배운 교감신경이 이런건가? 내 교감신경이 미쳤나? '
그녀석의 무대를 보는 내내 혼란스러움에 잠겨있다가, 석민이가 내 쪽을 보고 씨익 웃자,
내 가슴은, 무언가에 맞은 듯 탕.
나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너무 낯설어, 수학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지식인에 질문을 남기기까지 했다.
지식인 Q&A
제목: 가슴이 쿵쿵거리고 막 뛰어요. 왜이런가요? 질문자 비공개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15살 여중생입니다 ^-^)/ 다름이 아니라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요 (-_-)
수학여행에서 엄청 친한 친구가 장기자랑을 하는데여!!ㅋ 보는 내내 가슴이 쿵쿵 뛰더니, 마지막에 걔가 절 보니까 월미도 바이킹 타는거처럼 몸속에 있는 뭔가가 내려앉는 기분이더라구요ㅇㅅㅇ
제가 뭔가 문제가 있는걸까여??ㅠ 무섭네요..ㅠㅠ 내공 30 겁니다~~ 내공냠냠 신고해요ㅡㅡ;;
제목: RE_가슴이 쿵쿵거리고 막 뛰어요. 왜이런가요? 답변자 (사랑의 고수)
ㅎㅎ 안녕하세요 질문자님. 사랑의 고수입니다 ^^ 제가 보기에.. 질문자님은 그 친구분에게 반한게 아닌가 싶네요 ㅎㅎ
누군가를 좋아하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는건 흔한 증상이거든여~^_^ 아무리 친한친구라도 선을 넘으면 그게 바로 연인이지 뭐겠어요 ㅎㅎ
그래도 너무 섣불리 판단하지 마시고, 다음 증상을 보고 알아보세여. 질문자님이 그 친구를 좋아하는지~ㅋㅋ
1. 괜히 손이라도 스치면 가슴이 쿵쿵 뛴다.
2. 다른 이성이랑 있는걸 보면 괜히 화가 난다.
3. 별 행동이 아닌데도 멋있어보인다.
4. 내 마음이 들킬까봐 일부러 틱틱거리게 된다.
여기서 전부다 4개 예스면, 질문자님은 그 친구를 좋아하는거 100퍼센트랍니다~~ ㅋㅋ 채택부탁드려여^^
내가 이석민을 좋아한다니!!!!!!!!!!!!!!!
말그대로 ‘뜨악’한 답변에 나는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답변을 받은 이후로 나는 저 네개의 질문지를 머릿속에 꾹 넣고 다녔다.설마 내가 선머슴 이석민을 좋아하는건 아니겠지. 부정하고 싶었거든. 빨리 이 질문들에, 적어도 3개에는 NO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내가 이석민을 좋아하는거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1. 괜히 손이라도 스치면 가슴이 쿵쿵 뛴다.
수학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안된 오후, 오후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는 나에게 이석민이 신나서 다가왔다.
“여주야, 엄마가 오늘 우리집에서 같이 저녁먹재.”
“앗싸. 메뉴 뭔데?”
“우리 여주가 제일 좋아하는 갈!비!찜! ”
“아, 야..!”
대답을 하며 내 볼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마구 흔드는 이석민에 나는 온 몸이 굳어버렸다.
평소같으면 뒤져. 하면서 손을 털어냈을테지만, 수학여행때 느낀 그 감정처럼, 놀이기구를 타듯 온갖 장기가 후두두 떨어지는 기분에 나는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낯선 내반응에 이석민은 에.. 너 어디아프냐, 하며 날 흔들어댔고. 똑같이 내 이마에 손을 짚고 열은 없는데, 감기가 들려나, 하며 걱정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석민이의 얼굴에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기만 했다. 내가 이 순수한 놈을 앞에 두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라 얼굴이 빨개지는가, 이 불손한 나년.
갈비찜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건 비밀이다.
이외에도, 평소라면 당연했던 어깨동무, 급식실 뛰어갈때 손잡기, 눈꼽떼주기. 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석민이 내 몸에 가까워져올 때마다 온 털이 곤두서고 피가 빨리 도는게 피부로 느껴져 얼굴이 화악 빨개지기 일쑤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면 홍조증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 얼굴이 왜 빨개지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핑계거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1. 괜히 손이라도 스치면 가슴이 쿵쿵 뛴다.
YES
2. 다른 이성이랑 있는걸 보면 괜히 화가난다.
중학교 2학년 마지막 시험, 공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던 석민이는 시험기간이란 타이틀에 크게 구애받지않았다. 그에 반해 나는 목표하고 있던 고등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시험기간마다 예민해있기 일쑤였다.
그걸 석민이도 알기에, 보통 나를 잘 배려해주었지만 당시 석민이는 왠지 나에게 뾰루퉁해져있었다. 항상 넌 나보다 공부가 중요하지, 라는 말을 입에 달고 툴툴거렸다.
(평소같았으면 당연한소리를 하고있어; 하고 받아쳤을텐데 그때 이석민이 너무 잘삐졌다) 에이 세상에 이석민보다 중요한게 어디있어~라는말을 건네면 그제서야 진짜지? 하며 잇몸만개하는 웃음을 지어보이는 녀석이였다.
시험 1주일 전, 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슬금슬금 다가온건, 이석민이였고, 당연히.
“김여주. 공부해?”
“-응.”
“아이구 내새끼, 힘내라.”
하며 내 머리를 부스스 털어내는 이석민에 내 가슴은 또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 하지마. 하며 그를 털어내자 석민이는 씩 웃으며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나와 눈을 맞추고 얘기했다.
“너 공부하는거 아는데, 나 하나만 부탁하면 안될까? 나 원래 너 공부하는거 절대 방해 안하는거 알잖아..”
“응, 뭔데.”
“나 지금 밴드부 보컬 오디션 보러가. 같이 가주라, 나 너무 떨린단말이야..”
“밴드부..?”
헐. 밴드부라면 안된다. 얼마전 나에게 고백했던 권순영이 아마 밴드부 드럼이였던것같은데. 그 아이는 나를 불러내 쭈삣쭈삣 서선 “나 2학년 되고나서 계속 너 좋아했어,”란 고백을 했었다. 하지만 난 어쩔 줄 몰라하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곤 정중하게 거절했다. 내 거절에 순영이는 사람좋게 웃으며 친구로라도 잘 지내자고 말했지만,
아니 어떻게 고백했다가 찬 사람이랑 친구로 지내냐!!!!
나는 보수적이야. 옛날사람이야. 그런거 안돼 못해 안해!!!!
라고 내적으로 외치며 자리를 뜬 후, 학교에서도 마주치기를 계속 꺼려했는데. 내 노력이 석민이의 오디션 응원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릴 순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석민 노래부르는거 다시 보고싶고, 너무 응원하고싶지!!! 그런데 권순영 얼굴보면 난 고개를 절대 못들것같단말야..
“아.. 밴드부?”
“응, 보컬 자리가 비었대. 나 진짜 들어가고싶어. 떨려 죽겠다.”
“..미안해, 석민아. 혼자 가. 나 이거 오늘 끝내야돼.”
“아 한번만. 진짜 안돼? 아아 야.. ”
“ 진짜 미안.. 대신에 오늘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야. 시간봐. 너 늦겠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잖아 그치?”
내 달램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삐친 이석민은 그래 됐다. 공부 열심히하세요 김여주씨. 하곤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찰나, 옆에 있던 민지와 눈이 딱 마주쳤다.
민지는 평소 석민이를 좋아하는 티를 엄청 내는 애였다. 민지는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가, 석민이가 삐진 듯 훽 나가려고 하자 그 뒤를 붙잡았다.
석민아, 너 오디션 나 보러가면 안될까? 하니, 이석민은 동공을 묶어둔 고삐가 풀린마냥 동공지진이 일었다. 날 보고, 민지 보고, 나 보고, 민지 한번 보더니 이내 어, 그래. 하고는 함께 교실을 나섰다 난 봤다. 민지가 이석민 교복 소매를 꼭 잡고 나가는걸. 아니 빈혈이 있나? 여기가 무슨 경사 쩌는 산도 아닌데 굳이 그냥 교실 문지방 하나 넘는데 굳이 소매를 꼭 잡을 필요가 있나?
그들은 분명 교실에 없는데 잔상이 문제집을 가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곧이어 화가 치밀어올랐다. 저 속좁은 놈이, 사정도 모르고. 그걸 또 보러가도 되냐니깐 덥석 괜찮다고 하는거 봐봐. 의리없는놈- 이라며 혼자서 이석민을 나쁜놈으로 만들었다.
아- 짜증나.
나는 그날 공부를 망쳐버렸고, 이석민은 밴드부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했다.
석민이는 민지에게 같이 가줘서 고맙다며 교실에 들어왔다. 그때도 여전히 민지는 이석민의 교복 소매를 잡고있었고. 이석민 마이 쟤네 엄마가 매일 다려주는데 꾸겨지면 책임질텐가? 이석민은 그 뒤 내 심기가 불편한걸 느꼈는지 주위에서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내가 아무 시선도 주지 않자, 이내 풀이죽어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마 그 이후 일주일간은 이석민 앞에서 목소리가 없는 사람처럼 아무말도 안했던걸로 기억한다. 이석민이 잘못한게 아니다. 이석민의 오디션에 같이 가주지 못한 내가 너무 화가 났고, 무엇보다 초등학교때 이후로 나도 잘 잡지 못한 이석민의 손-비스무리한 소매를 나 아닌 딴년이 잡았다는게 화가났다.
2. 다른 이성이랑 있는걸 보면 괜히 화가난다.
YES
3. 별 행동이 아닌데도 멋있어보인다.
때는 쌀쌀한 가을과 겨울의 사이였다. 우리반은 담임선생님의 생신축하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반이 워낙 담임선생님과 사이가 좋았던 터라 선생님의 파티는 약 2주전부터 몰래몰래 준비해온 연간 최고 이벤트였다.
이른 아침부터 반에 한명도 빠짐없이 집합한 우리는, 반장의 지휘 아래 반을 열심히 꾸몄다. 칠판에 수학교실에서 빌려온 형형색색의 분필로 승철쌤 사랑해요, 생일 축하드려요, 3학년때도 저희반 맡아주세요>< 하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써내려갔다.
큰 하드보드지에 포스트잇으로 짧은 편지를 쓰기도했다. 파티의 하이라이트! 모 마트에서 사온 커다란 케이크도 준비되어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걸 까먹고 있었다.
“어..야.. 잠깐만., 우리 풍선. 풍선 안불었다 미친!”
“헐 망했다. 풍선 사긴 샀음?”
“여기 총 50개 있습니다만.”
“아 미친. 선생님 언제 오는데?”
“어.. 야!!!!! 쌤 차 주차하고있어 지금!!!!!!!”
“어떡해!!!!!!”
아,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있었으나, 파티의 기본이 없었다. 풍선을 잔뜩 사놓고 풍선불기를 까먹은 바보같은 우리들.. 반장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거의 울지경이였다.
“아 ㅠㅠㅠ 풍선이 없으면 안되는데 ..”
“야 그냥 포기해, 지금분다고 5개도 못불겠다.”
반장에게 야유를 하는 몇몇 아이들과, 반장을 위로하는 아이들로 갈라져 반이 약간 쎄해질 즈음 이석민이 당당하게 앞에 나섰다.
“할수있다. 얘들아. 위캔두잇.”
“..쟤 뭐해..?”
“사실 너희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ㅁㅁ초등학교 풍선의 신이였다.“
석민이는 교실앞으로 나가 한번에 풍선 두개-까지는 구라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다른아이들이 하나 불때 두개부는 속도였다. 아이들은 그런 석민이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석민이는 진두지휘에 나섰다.
“민규야. 승철쌤은 엘리베이터 타시니깐, 빨리 내려가서 층층마다 엘리베이터 눌러두고와. 그리고 부승관! 너는 교무실에가서 아픈척해. 배잡고 굴러. 그리고 남은 애들은 나랑 같이 풍선불자. 할 수 있어 얘들아!!!”
석민이의 빠른 지도에 민규와 승관이는 밖으로 튀어나갔고, 반장은 눈물을 머금고 양손엔 엄지를 치켜든 채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나도 나름 열심히 분다고 불었지만, 사실 눈에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가 다시 꼬투리를 매듭짓는 그 석민의 모습을 담느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마침내 우리는 승철쌤이 도착하기 전에 풍선으로 교실을 가득 메울 수 있었다.
혁혁한 공을 세운 대가로 반장은 이석민에게 모 게임의 캐쉬를 선물하려고 했지만, 이석민은 반의 일원으로서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거절했다는 후문.
이석민은 승철쌤의 얼굴에 생크림을 잔뜩 묻혔고, 한 30배 쯤의 보복을 당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재밌다고 핸드폰에 그 영상을 담고 있었지만, 나는 자꾸 개구리처럼 볼을 가득 부풀리고 있던 아까의 이석민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리고?
뭐가 떠올랐냐면,
아, 개멋있다. 라는 생각.
그래, 나 미쳤지. 이석민이 뭐라고 풍선부는거까지 멋있고 난리야.
3. 별 행동이 아닌데도 멋있어보인다.
YES
4. 내 마음이 들킬까봐 일부러 틱틱거리게 된다.
겨울방학이였다. 석민이네집에는 만화책이 많았는데, 나는 그걸 보러 가끔 옆집으로 원정을 떠나곤 했다. 여기서 원정이라고 하는건 뭐 별거 없다. 귤한보따리, 군고구마한보따리 양손에 가득 옆집으로 가 야 이석민 문열어, 를 외치는 일. 그럼 이석민은 까치집을 하고 어어 왔냐, 하며 반겨주곤 했다.
여느때와 같이 나는 침대에, 석민이는 바닥에 드러누워 하이큐를 보던 겨울. 그날따라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거리고, 핸드폰 잠금화면을 껐다켰다하며 이상한 모습을 보이던 석민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 김여주.”
“왜.”
“아 있잖아, 아 오해하지말고들어. 내가 밴드부에서 노래한게 울학교 페북에 올라갔거든,”
“아 진짜? 페북 안해서 몰랐네. 이야 새끼 다컸어~~?"
하며 머리를 토닥토닥거렸다.
“아 장난 아니야. 근데, 너 박소진 알아? 3반에 왜 키큰애.”
“알지. 그 부잣집 딸내미 아녀. 이쁘장한.”
“잘 몰라. 아, 하여튼, 걔가 그거보고 나.. 소개..시켜달라고..했대..”
“?뭐?”
벌떡 일어나 만화책을 던지고 석민이를 쳐다보자, 석민이는 죄인이라도 된 마냥 목소리가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아니, 내가 받겠다는게 아니라 그냥 소개받는다는게 좀 그렇잖아, 나 여자친구 사겨본적 한번도 없는데, 너생각은 어떤가 해서, 넌 주관적이니까 판단도 잘할거같고, 어..
주절대며 손을 안절부절못하는 석민이를 보며 나는 알수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는 그걸 나한테 왜 묻는건지 날 헷갈리게하는 이석민에게 화가 났다. 주관적이라서 판단을 잘 할거 같다는건 뭔 신종 개소리야.
그래서 일부러 관심없는 척 하며 귤 하나를 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석민을 향해 던졌다. 운동신경이 좋은 이석민은 나이쓰캐치-! 잘 잡아냈다.
“너 마음대로 해.”
“뭐?”
“귤이나 먹어. 나한테 연애상담하지말고. 안그래도 모쏠인 나한테 뭘바라냐. 빡치게.”
“김여주, 너나 나나 둘다 처지는 똑같거든?”
“어쩌라고!!! 만화책이나 읽고 다음권 줘 빨리!!!”
“야;;; 너가 너무 빨리읽는거가지고 왜 화를내;;”
“니가 나 만화책 읽는 흥 다깨놨잖아; 몇살인데 여자문제를 아직도 나한테 물어보냐? 알아서해.”
말이 곱게 나가질 않았다.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됐는데 괜히 석민이게 쏘아 붙였다. 석민이는 시무룩해져 알았어, 하고는 다시 만화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날 내가 깨달은건, 생각보다 난 더 많이 옹졸한 사람이였다는 것. 두번째는-
4. 내 마음이 들킬까봐 일부러 틱틱거리게 된다.
YES
내가 이석민을 좋아한다는거.
+) 아, 석민이는 소진이를 거절했다. 아주 정중하게 거절해서, 소진이가 석민이를 더 쫓아다니게 되었다는 말도 있다. 그새끼는 몸에 벤 다정이 문제야.
-3. 고2의 우리-
“이 반 반장 누구니?”
“저요!”
“뭐야, 김여주야? 그럼 부반장은 안봐도..”
“접니다 선생님 으하하~!”
S고등학교 2학년 1반. 반장 김여주, 부반장 이석민.
우리는 뭐, 말 안해도 당연한 원플러스 원이고, 숟가락 가는데 젓가락 가고, 김여주 가는데 이석민 간다.
이건 학교에서도 통하는 통념이고, 나와 이석민 삶에 가장 깊숙히 심어져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친한 친구라는 것.
친구.
너를 볼때마다 뛰는 가슴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널 대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너를 계속 모른 척 친구로 대해도 괜찮을까. 너무 내 이기심이 아닐까.
사실 내 마음을 그냥 미친척 붙잡고 말해볼까 생각하지 않은것도 아니다. 이석민 좋아해 , 존나 좋아해! 염치없지만 중2때부터 좋아했어. 라고. 그래서 한번은 큰맘먹고 놀이터에서 분위기를 잡은 적도 있다.
왜냐하면, 함께 그네를 타는데, 밤공기와 달빛이 이석민을 더 멋있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반해버릴만큼 멋있었다. 마치 내가 반했었던 그 장기자랑때처럼.
그래서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이상한 질문.
“야, 넌 여자친구 만들생각 없냐.”
“에에~~~? 여 자 친 구~~~?”
그네로 쌩쌩 바람을 가르던 너는 내 말에 돌고래같은 음성을 발사했다.
“너 생각해보면 중학교때부터 너좋다는 애들 꽤 - 많았잖아.”
“그치, 난 걔네가 이상한거같애. 왜 나랑 사귀고싶어하지? ”
“야야, 자기 비하성 발언 자제하자. 근데 왜 안사귀었어? 한명도.”
“딱히 별로 사귀고싶다는 마음이 드는 애가 없었어.”
“그게 다야?”
“응. 여자친구?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한번도 내 마음에 들었던 애가 없네. 내가 눈이 높아서 말야. ”
이내 키득거리며 나한테 누가 고백을 하겠냐는 석민이의 해맑은 얼굴에 나는 내 맘을 또 다시 혼자만의 것으로 접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건 왜 묻냐며 의아해하는 너에게, 나는 그저 갑자기 궁금해졌어, 라는 말로 내 흑심을 숨겼다., 이석민은 별게 다 궁금해. 자기도 안사귀면서. 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넘겼다. 나는 아직 5살에 머무른 듯 열심히 그네만 타는 이석민의 옆에, 너 괜찮은 놈인데. 라는, 찌질한 말을 던지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감정표시.
왜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날 보다가, 활짝 웃으며 그치, 그니까 나도 진짜 괜찮은 여자 만날거야. 라는 말에, 나는 과연 그 괜찮은 여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생각을 했다.
![[17/이석민] 내가 이석민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0/18/e6243bfa34bf782187853de7d0d7e55e.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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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려나요?
이렇게 재미 없는 글을 귀한 시간 투자해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이 글은 그냥 소소하게, 에피소드 식으로 전개될거에요. 언젠간 여주님과 석민이도 결실을 맺겠죠?
11년차 남자친구 김민규의 속편은 조만간 올릴게요.
전 자러가야겠습니다. 다시한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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