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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어 알파벳의 처음 문자와 마지막 문자로, 전존재를 나타내기 위해 쓰인 말이다.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는 처음이며 나중임을 뜻한다. 즉 창조자이며 완성자임을 뜻한다. 알파는…."
한창 시작된 수업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이미 수업을 듣다못해 지루해 조는것이 태반이었고, 이미 몇 아이들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킬킬대고 있었다. 선생님도 그런 아이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손에 들었던 가느다란 매를 내려놓았다. 알파와 오메가에 대하여 설명하던 중이었다. 어느 날 부터 불현듯, 세계에 나타난 이상징후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세상은 이미 인간들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수는 느나 싶더니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2년, 마야인들이 이야기한 그대로였다. 마야인들은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지 않았다. '인류'가 멸망한다고 했지. 그러나 전 세계의 몇 안되는 인구들은 살아남았다. 그들은 남은 인류를 보전하기 위해 발악했다. 그 결과, 인류들의 몸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이러스 같은 거였다. 인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상대방을 보면 몸을 섞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상징후에 대해, 살아남은 몇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실험에 과학자들은 알아냈다.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 인류들 덕에 그 수를 맞추기 위해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그 이야기를 먼저 접한 돈 많은 사람들은 그 바이러스에 대비하기 위해 나이어린 돈 없는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밀매해 실험용으로 썼다. 혹시나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자신들의 몸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거기서, 머리 좋은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극복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 약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붙여진 명칭. 알파 그리고 오메가. 옛말로 상류층 하위층과 같은 뜻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좀 더 달랐다. 이야기하자면, 아이를 낳을 수 있음과 없음의 차이였다. 이상징후 발견 초기에는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돌연변이에 대처하지 못해 변했지만 돈이 있는 몇 상류층들이 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실험으로 쓰기 시작하자 계속되는 실패를 거듭해 드디어 약이 완성되었다. 그 실험에 희생된 아이들은 알파가 되지 못하고 죽거나, 혹은 베타라는 또 다른 인물로 변했다. 과학자들은 성공한 약을 알파라 이름붙여 상류층들에게 비싸게 팔아 넘겼고, 실험에는 실패했지만 오메가보다 나은 성향을 보여주는 약에는 베타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
거기까지였으면 다행이었지만 그 뜻은 점점 변질되기 시작하더니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 알파와 베타, 오메가로. 돈이 없는 오메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알파와 베타에게. 그렇게 알파와 베타에게 희생당한 오메가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줄거나, 제 모습이나 냄새를 감추는데 힘을 썼다. 정확히는 자신의 본래 성향을 들키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방어하기 위해 본래 냄새를 감추기 시작하며 더 이상 오메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인류를 보존하는 길에 큰 타격을 받은 알파들은 서둘러 다른 방법을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방법이 원래 되지 않던 알파와 알파끼리의 결합에 임신이 되게 하는것과, 알파와 오메가가 몸을 섞게 되면 백퍼센트로 임신이 되는 것. 그리고 여성알파도 몸을 섞어 임신시킬 수 있도록 하는것.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춘 괘씸한 오메가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후의 수단으로, 몇 남지 않은 오메가들에게 히트사이클이라는 약을 만들어 투여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오메가들은 그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모습을 숨겨 알파와 베타 사이에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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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이었다. 이 학교는 철저하게 알파만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였다. 그렇다고 베타나 오메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듯, 최상위 알파위주로 세상이 돌아가는 거였다. 알파는 많았지만 최상위 알파는 많지 않았다. 알파와 베타, 오메가를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재력있는 사람은 알파였고 재력이 없는 평범한 이들이 베타였다. 점점 세계정부는 일을 알파 중심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도 알파 위주로, 일이나 취직도 알파 중심으로. 알파와 베타를 가를 수 있는 기준이 단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알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유의 오만함이었다. 그리고 베타들은, 알파들을 봤다 하면 덜덜 떨거나 도망쳤다. 알파들이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 야 박찬열 개새끼가. "
지금 상황도 그랬다. 오만함이 묻어나는 몸짓에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폼이 얼굴에 '나 최상위 알파야, 그러니까 더러운새끼들은 저기에 처박혀 있어.' 써붙여 다니는 변백현. 그리고 그 옆의 박찬열. 둘은 킬킬대며 내게 다가왔다. 변백현은 뒤 꽁무니에 남자아이를 매단채였다. 또 변백현의 성질더러운 놀음에 잘못 걸린 아이임이 틀림 없었다. 밧줄에 목이 묶인채로 연신 캑캑대며 변백현의 뒤로 붙은 남자아이가, 이내 변백현의 발길질에 멀리 나가 떨어졌다.
" 내가 붙지 말라고 했잖아, 이 더러운새꺄. "
지나가던 사람들이 백현과 찬열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는 까닭은 간단했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족속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변백현은 배를잡고 뒹구는 남자아이를 보며 킬킬 웃더니 내게 손을 흔들었다. 요란한 목소리에 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이 또 웃긴지 변백현은 푸하하 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해 보면 변백현은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항상 크게 웃음을 터트려대곤 했다. 쓸 데 없이. 나는 손에 묻은 지우개가루를 복도 바닥에 털어내고 변백현에게로 다가섰다. 내가 인사하자 박찬열은 옆에 가만히 서 있다 조용히 물어왔다.
" 야, 나는. "
박찬열의 물음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찬열의 어깨를 툭툭 쳤다. 변백현은 특유의 험한 입으로 ' 또 질투하지 이 개새끼야. 그래도 경수는 못 주거든? ' 연신 조잘조잘 이야기해댔다. 박찬열은 대답 없이 급식실로 걸음을 옮겼다. 붉은색 명찰이 덜렁덜렁 잘도 움직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바닥에 뒹굴고 있는 베타를 천천히 스캔했다. 푸른색의 명찰. 원래는 오메가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게 맞았지만, 변백현은 달랐다. 변백현은 최상위 알파가 아니라면 알파도 간단하게 능욕할 수 있었다. 내가 베타를 내려보자 베타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내 시선을 마주하기도 전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베타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 앞에 진 그림자에 베타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잡아. 내 눈에 쓰인 말을 읽었는지 베타는 허겁지겁 내 손을 잡아 자리에 일어섰다. 그러다 앞서 걸어가던 변백현이 ' 야! 그 더러운 새끼 손은 왜 잡아 일으켜줘! ' 하고 소리질렀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베타를 쳐다보다 맞붙잡았던 손을 쳐다봤다. 베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베타는 아직까지도,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베타를 빤히 쳐다보다 손을 털어냈다. 마치, 잡을 수 없는 더러운 것을 잡았다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순식간에 베타의 표정이 굳나 싶더니 그 상태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빙글 미소지었다.
" 몸 간수 잘 해. "
" …. "
" 더럽게. "
그게 끝이었다. 남자아이의 절망스러운 표정을 흡족하게 쳐다보며 뒤로 도는 순간, 그 파란 명찰에 정갈하게 적혀있던 이름 세 글자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먹었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을땐 그 아이의 생김새가 어떠했는지 잊어먹었다. 뒷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학교 선생님들이고 학생들이고 저 아이의 말은 듣지 않을게 분명했다. 나는 서둘러 변백현의 뒤를 따랐다. 베타와 맞붙잡은 오른쪽 손. 팔쪽으로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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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가 정한 알파와 베타 오메가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적어넣었어요. 본화는 다음화부터 진행됩니다! 이 팬픽 제목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ㅠㅠ
확실하게 정하게 되면 바꿔 게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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