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x경수] 눈의꽃 조각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f/4/ff405f4a96876eb82faeffda7116a701.jpg)
아. 눈온다.
나는 바르작 떨리는 손을 내밀어 가만히 하늘을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랜만의 바깥 내음새였다. 바깥으로 손을 내미는 내 모습을 보던 승수형은 들고 있던 죽을 내려놓고 제법 무서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창문을 거칠게 닫았다. 놀라 목을 움츠리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바깥은 안 된다고 했지."
나는 입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형은 죽을 들고 와 조심스레 상을 펴고 한 숟가락 떠서 내게 내밀었다. 간이라곤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허여멀건한 미음. 나는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응시하다 말 없이 그것을 받아먹었다. 내 처지에 무언가를 가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은 약화되었던 장기 기능들이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학교에도 나갈 수 있을 거라고. 형은 죽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는 걸 보고 나서야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어냈다.
"의사 선생님이 다음주엔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 학교도 다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래도 병원엔 꼬박꼬박 나와서 진찰 받아야 한다고 하셨고, 겨울이니까 찬 눈은 조심하라고 하시더라. 그러니까 조금만. 응?"
형의 표정이 금세 애원하는 투로 바뀌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차마 엄마와 형을 거스를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일어설 수 있게 해 준 건 형과 엄마의 덕분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죽 통을 바깥에 가져다 놓으러 갔다. 다음주면 퇴원이었다. 올해 내리는 첫 눈. 나는 미소지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이었다. 갑자기 장기들이 제 기능을 못하는. 그건 나를 끝없이 괴롭게 만들었다. 물리적 고통 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괴로움을 보는 것이 나를 하염없이 두렵게 만들었다. 의사선생님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는 내 몸을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악착같이 살길 희망했는지. 나는 조심스레 양 팔로 다리를 모아 끌어안았다. 비식비식 웃음이 비져나왔다. 이제, 회복 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었다.
"오빠 이제 퇴원해?"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응시하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도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해진 동료였다. 살길 갈망하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아이는 실망스러운 표정이 되더니 주머니를 뒤져 색종이를 꺼냈다. 구깃구깃한 꽃이었다. 눈송이를 닮은. 그것을 내 손에 전해 준 여자아이는 수줍게 웃으며 멀어졌다. 나는 그것을 창가에 두고 무심코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눈을 크게 떴다. 눈을 닮았다. 무심코 든 생각이었다. 남자아이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벙긋거렸다. 노래를 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더. 크게 듣고 싶었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작게 새어들어오는 노랫소리. 나는 가슴을 붙잡았다. 쿵쾅쿵쾅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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